• 고금소총 제162화 - 흰 조개가 웃는구나 (白蛤笑)http://blog.joins.com/kghkwongihwan/10464735
한 양반이 직접 돌아다니며
며느릿감을 구하러 나섰다.
어떤 마을의 우물가를
지나치다 보니
한 처녀가 물을 긷고 있었는데
차림새는 비록 남루했지만
용모가 뛰어나고
관상도 복스럽게 생긴
훌륭한 규수였다.
뒤를 따라가 보니
상민(常民)의 집 딸이었으나
신분과 관계없이 자청해서
며느리를 삼기로 했다.
그러나 아들은 상민의 딸을
신부로 맞아들이는 데 대해서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첫날밤에
소박을 놓아 쫓아낼 작정으로
신부에게 시 한 수를 써주며
적절한 댓구로 화답하지 않으면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랑 왈(曰),
"靑袍袋下(청포대하)에
紫腎怒(자신노)이니"
푸른 도포의 허리띠 아래
붉은 양물이 성을 내니,
그러자 신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붓을 받아들고는,
"紅裳袴衣(홍상고의)에
白蛤笑(백합소)라"
붉은 치마 고쟁이 속에서는
흰 조개가 웃는구나.
하고 써서 화답하니,
신랑은 신부의 학문에 놀라
소박은커녕 신부를 덥썩 끌어안고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며
첫날밤을 질탕하게 새웠더라 한다.
'고전문학 > 국역고금소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64화 - 남편과 사위의 크기가 같다 (0) | 2015.03.25 |
---|---|
제163화 - 한맺힌 두견새 울음소리 (0) | 2015.03.25 |
제161화 - 나부터 살려주게 (0) | 2015.03.25 |
제160화 - 서방이 하나 반 (0) | 2015.03.24 |
제159화 - 권정승을 욕보이다 (0) | 2015.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