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62화 - 흰 조개가 웃는구나 (白蛤笑)http://blog.joins.com/kghkwongihwan/10464735

 

한 양반이 직접 돌아다니며

며느릿감을 구하러 나섰다.

 

어떤 마을의 우물가를

지나치다 보니

한 처녀가 물을 긷고 있었는데

차림새는 비록 남루했지만

용모가 뛰어나고

관상도 복스럽게 생긴

훌륭한 규수였다.

 

뒤를 따라가 보니

상민(常民)의 집 딸이었으나

신분과 관계없이 자청해서

며느리를 삼기로 했다.

그러나 아들은 상민의 딸을

신부로 맞아들이는 데 대해서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첫날밤에

소박을 놓아 쫓아낼 작정으로

신부에게 시 한 수를 써주며

적절한 댓구로 화답하지 않으면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랑 왈(曰),

"靑袍袋下(청포대하)에

紫腎怒(자신노)이니"

푸른 도포의 허리띠 아래

붉은 양물이 성을 내니,

 

그러자 신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붓을 받아들고는,

 

"紅裳袴衣(홍상고의)에

白蛤笑(백합소)라"

붉은 치마 고쟁이 속에서는

흰 조개가 웃는구나.

 

하고 써서 화답하니,

 

신랑은 신부의 학문에 놀라

소박은커녕 신부를 덥썩 끌어안고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며

첫날밤을 질탕하게 새웠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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