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25화 - 다만 그것만이 중요해 (但知其一)

 

옛날에 한 젊은이가 집이 넉넉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항상 낮잠만 자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내가 하도 답답하여 어느 날 아침에는 남편을 일찍 깨워 말했다.

"남자가 이 세상에 태어나 공명을 떨치지는 못한다 해도,

아무런 일없이 낮잠만 자서야 되겠습니까?"

"부인, 하지만 내가 할 만한 일이 뭐 있어야 하지?"

 

"여보, 다른 할 일이 없다면 산에 가서

땔나무라도 해가지고 오면 되지 않겠어요?"

"아, 땔나무를 해오려면 지게를 져야 하는데,

힘이 없어 나뭇짐을 지고 올 수가 없으니 그건 안 될 말이요."

 

"그렇다면 좋은 수를 가르쳐 드리지요. 도끼를 가지고 소를 몰아 산으로 가서, 

나무를 베어 소의 등에 싣고 오면 힘들지 않고 해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젊은이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곧 도끼를 가지고 소를 몰아 산으로 올라가서,

그 중에 가장 큰 나무 한 그루를 골랐다.

그리고 도끼로 나무를 찍어 베려다가 문득,

'나무가 쓰러진 뒤, 그것을 들어 소에 실으려면 아무래도 힘들겠는 걸.

그러니 나무가 넘어지면서 바로 소등에 실리도록 하는 게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리 소를 끌어다 나무 옆에 세워놓고,

그 허리에 나무를 단단히 동여맸다.

이 상태에서 도끼로 나무를 찍어 자르니

한나절이 지나서야 겨우 넘어가는데,

워낙 큰 나무인지라 소의 등으로 떨어지는 순간

소가 깔리면서 등이 부러지고 말았다.

 

이에 젊은이는 할 수 없이 소를 산에 버려둔 채

도끼만 가지고 내려오는데,

강물에서 물오리가 둥둥 떠다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러자 젊은이는,

'내 소를 잃었으니, 물오리라도 잡아가지고 돌아가야지.'

하면서 도끼를 들어 물오리를 향해 힘껏 던지니,

오리는 달아나 버리고 도끼만 물속에 빠졌다.

 

이에 강물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문득 물속으로 들어가서 도끼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젊은이는 강가에 옷을 벗어 놓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강물은 그리 깊지 않아 걸어다니면서 도끼를 찾으니,

어디 떨어졌는지 확실히 알 수도 없고 막막하기만 했다.

이렇게 한참 동안 물속에서 헤매고 다니다보니

어느새 해가 지려고 했다.

 

이에 젊은이는 그만 포기하고

강가로 나와 옷을 입으려고 찾았으나 간 곳이 없었다.

그 사이 도둑놈이 훔쳐간 것이었다.

 

'어떻게 한담? 맨몸으로 부끄러워 어찌 길을 걸어가지?'

젊은이는 생각다 못해 밤이 되기를 기다리기로 하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깜깜해진 뒤에 부지런히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때는 이미 한밤중이라 아내는 잠들어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젊은이가 뜰에 서서 둘러보니, 

장독대에 도둑놈이 삿갓을 쓰고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돌멩이를 주워 힘껏 던지자, 그것은 도둑놈이 아니라

아내가 씌워 놓은 삿갓이었으니 장독은 그대로 박살이 났다.

 

그러는 동안 젊은이는 배가 몹시 고팠다.

그 때 문득,

'아내가 시렁에 먹을 것을 잘 올려놓던데,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시렁 위를 뒤지니,

거기 있던 부엌칼이 떨어지면서

젊은이의 코끝과 저 아래 음경의 끝을 잘라 버렸다.

 

이에 젊은이는 한 손으로는 코를 쥐어 피가 흐르지 못하게 하고,

다른 손으로는 음경을 움켜쥔 채 큰소리로 아내를 불렀다.

 

그 소리에 잠을 깬 아내가 뛰어나와 물었다.

"낭군님! 밤중에 무슨 일입니까? 땔감은 해왔습니까?"

"땔감은 고사하고, 나무가 소 등으로 떨어지면서

소 허리가 부러져 죽어 버렸다오.

그래서 산에 버리고 왔소."

"예, 괜찮습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낮잠 자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요.

집에 돈이 있으니, 장에 가서 소는 다시 사오면 됩니다."

 

"소는 그렇고, 또 강물에 떠 있는

물오리를 잡으려고 도끼를 던졌다가,

물오리는 도망가고 도끼는 찾지 못했다오."

"아, 그것도 걱정 없습니다.

집에 철 뭉치가 있으니 대장장이에게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됩니다,

아무 염려 마십시오."

 

"그런데 말이요.

도끼를 찾으려고 옷을 벗어 놓고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와 보니,

도둑놈이 그 옷을 훔쳐가 버려

이렇게 맨몸으로 돌아왔다오."

"낭군님, 그것은 더욱 걱정이 없답니다.

집에 베가 있으니, 내 좋은 바느질 솜씨로

내일 당장 옷을 기워 드리겠어요."

 

"여보, 그런데 이것 봐요.

배가 고파 음식이 있나 하고 시렁 위를 더듬다가

부엌칼이 떨어지면서 이렇게 코끝을 잘랐다오."

남편의 말에 아내는 헝겊으로 코를 싸 주면서,

"낭군님, 당신은 건강하니 밥 잘 먹고 지내다 보면

금방 새 살이 차 올라올 겁니다.

아무 걱정 마세요." 라고 말하면서 위로했다.

 

이 때 젊은이는 움켜쥐고 있던 손을 펴서

잘려진 음경을 보여 주면서 말했다.

"여보! 그 부엌칼을 왜 시렁 위에 올려놓았소?

그 칼이 떨어지면서 코끝을 자르고는

이렇게 음경 끝도 잘라 버렸다오."

 

"뭐라고요?

이거 정말 제사상을 뒤엎은 놈이로구나!"

아내는 음경이 잘렸다는 말에 갑자기 새파랗게 얼굴이 변하면서

손바닥에 침을 뱉어 문지른 다음, 남편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리고는 크게 소리 내어 엉엉 우는 것이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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