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223화 - 발가락이 아파서 울다 (痛足指鳴)
어느 시골에 한 부부가
가난하게 살았지만
금슬은 매우 좋았다.
이에 밤마다 사랑을 나누어
자식 농사를 짓다보니.
혼인한 지 오래지 않아
아이들이 벌써
서너 명이나 되었다.
그런데도 살림살이가 어려우니,
단칸방에서
어른과 아이 대여섯 명이
한 이불을 덮고 잠을 잤다.
게다가 이불이 낡아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는지라,
아이들이 자다가
발가락이 그 속에 끼어
나오지 않으니
울기도 했다.
어느 날 밤에는
부부가 바야흐로 정감이 고조되어
잠이 오지 않으니,
아이들이 모두 잠들기를 기다렸다.
밤이 제법 이슥해져서
아이들이 모두 잠든 것 같자,
부부는 필요한 부분만 옷을 벗고
몸을 겹쳐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운동을 진행하는 동안
점점 기분이 고조되어
몸이 심하게 흔들리고
이불이 들썩거리니,
큰 아이들은 잠이 깨어
그 작업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두 돌이 갓 지난 아이가
곤히 자다가
발가락이 구멍 속에 끼었는데,
두 사람의 운동으로
이불이 심하게 흔들리니
잠에서 깨어
발가락을 빼려고 해도
빠지지 않자,
소리를 내어서
엉엉 우는 것이었다.
이에 엄마 아빠의 작업이
미완성으로 끝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제일 큰 아이가
소리를 낮춰 말했다.
"얘도 참!
발가락이 내 X만 하대도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었을 텐데,
겨우 새끼손가락만한
발가락을 가지고서
구멍에 끼었다고 그렇게 울어
일을 망쳐 놓는단 말이냐?"
그러자 그 말을 들은 부부는
매우 민망해서 어쩔 줄을 모르더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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