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221화 - 강아지를 안은 것 같다 (抱似狗雛)
한 양반 생원이
가문이 몰락하여
생활이 어려워지자.
집을 정리해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명색이 양반이라
조상의 신주를
반드시 모시고 가야 하는데
따로 모시고 갈
가마가 준비되지 않아,
할 수 없이 보자기에 싸서
생원이 품에 안고 가기로 했다.
이렇게 하여 길을 떠나는데,
마침 옆집 노파가
애지중지 기르던 강아지를 찾으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마루 밑으로
부엌으로 사방을 찾아보다가
대문 밖을 내다보니,
이웃에 살던 양반 생원댁에서
이사를 가는데,
그 집 주인 생원이
자기 집 강아지를
품에 안고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노파는
급히 달려나와 소리쳤다.
"생원어른! 생원어른!
우리 집 강아지는 놓고 가십시오."
이에 생원이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니,
노파는 급히 따라와
옷자락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생원어른!
왜 남의 집 강아지를
도적질해 가는 겁니까?"
"뭐라고요? 양반이 어찌
남의 강아지를
도적질해 간단 말이요?
어서 이 옷을 놓으시오."
"생원어른!
그 강아지는
이 늙은 것이
매우 소중하게 기르는 것입니다.
제발 앞에 안고 있는 강아지를
놓고 가십시오."
이 말에 생원은 집이 가난하여
신주를 품에 안고
가는 것도 가슴이 아픈데,
노파가 자꾸 따라오면서
소중한 신주를
자기 집 강아지라며
달라고 조르는 것에
더욱 슬프고 민망하여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리하여 생원은
화를 내면서 보자기를 풀어
신주를 보여 주며 소리쳤다.
"이것 봐요!
이게 댁의 강아지입니까?
강아지가 이렇게 생겼습니까?"
"아이 참, 그 모습이
꼭 우리 강아지를
안은 것 같기에
물은 것이랍니다.
너무 화내지 마십시오."
양반 생원은 자신의 신세가
더욱 애처럽게 느껴져
서러운 눈물을 쏟았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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