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3화 - 과부에게 써 준 글자 (立字題辭)

 

한 시골에 남편이 죽고 자녀들도 없이

혼자 어렵게 살고 있는 과부가 있었다.

곧 가을철에 초가지붕을 새로 이어야 하는데,

자신이 농사지은 짚으로는 도저히

집 전체를 덮을 만한 양이 못 되었다.

 

그러자 근처에 사는 한 선비 집으로 가서,

"선비어른!

농사를 적게 지어 밥은 굶지 않고 먹겠사오나,

짚이 모자라 지붕을 덮을 수가 없습니다.

좀 도와 주십시오." 하고

간곡하게 청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비가 순순히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해 보냈다.

 

이 때 마침 멀리 사는 친구가

선비를 방문하여 같이 있다가,

이 모습을 보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 사람아!

뒤에 과부 집으로

짚을 보내 줄 때는

'설 립(立)'자를 한 자 써서

함께 보내는 것이 좋을 걸세."

 

"그게 무슨 뜻인고?

'설 립(立)'자를 왜 써서

보내라고 하는가?"

"옛날에 말일세.

한 관장이 순시를 하다가,

뾰족하게 높이 선 바위를 보고는

그 앞에 재물을 차리고

소원을 빌고 난 뒤,

그 바위에 '설 립(立)'자를

한 자 커다랗게 새겼다네."

"그렇다면 그 관장이 소원하는 바가

거기 새겨진 '설 립(立)'자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로군.

그렇지 않은가?"

"맞았네.

 

이 '설 립(立)'자는 말일세.

<논어>에 나오는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고 한

그 '립(立)'자란 말일세.

공자가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세에 자립(自立)하여

흔들림 없이 굳건해졌다는

그 뜻과 같은 의미를 지녔다네."

 

"그렇다면 내가 과부 집에

짚을 보내 주면서

왜 그 '설 립(立)'자를

써서 준단 말인가?

공자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이에 친구는 한참 동안 웃더니

설명을 했다.

"그 '30에 선다'는 말은,

남자의 양근(陽根)이

한 달 30일 동안

날마다 잘 선다는 뜻이라네.

그러니 과부를 보면,

한 달 내내

자네의 그 연장이

잘 설 게 아니겠는가?

앞서 그 관장이 뾰족한 바위에

'설 립(立)자를 새기면서

소원을 빈 것도

마찬가지의 뜻이었다네.'

이에 비로소 선비는

뜻을 알고 함께 웃었다.

 

그리고 뒤에 종을 시켜

과부 집에 짚을 보낼 때,

'설 립(立)'자를 커다랗게 써서

함께 보내 주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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