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60화 - 선한 것을 보고 마음을 돌리다 (見善回心)

 

옛날에 어떤 고을의 사령(使令)1)이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여,

자기 것이 아니면 탐하는 일이 없었다.

1)사령(使令) : 관청에서 심부름하는 사람.

 

하루는 날도 미처 새기 전에

일찌감치 관장의 심부름으로 

좀 멀리 떨어진 곳을 가는데,

길에서 어떤 물건이 발에 차이는 것이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큰 주머니에 무엇이 들어있는 듯했다.

 

그래서 사령은 툭 걷어차 보면서,

'어떤 물건이 이렇게 길 한복판에 떨어져 있지?

사람들이 지나다니다가 걸려 넘어지겠네,

치워 놓아야지.' 하고 중얼거리면서 집어 드니

매우 무거워, 마치 주머니 속에 돌멩이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이에 사령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주머니를 열어 보자

커다란 은 두 덩어리가 들어 있는데,

족히 20냥 쭝은 넘을 것으로 보였다.

'누가 은을 운반해 가다 떨어뜨렸구먼.

필시 그걸 알면 찾으러 오겠지.

그런데 이대로 두면 엉뚱한 사람이 집어갈 수도 있으니,

내 여기서 기다렸다가 주인을 확인하고 돌려줘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은 주머니를 옆에 놓고 

길가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조금 뒤에 한 사람이 헐레벌떡 달려오는 것이었다.

"이보시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급히 달려오는 게요?"

"아, 내 새벽에이 길을 지나갔는데,

너무 바빠서 서둘다가 무슨 물건을 잃어버렸답니다.

혹시 어떤 물건을 못 보았는지요?"

"그 물건이 어떻게 포장되어 있는 겁니까?"

"예, 좀 큰 주머니에 들었답니다."

이렇게 확인한 사령은 은이 든 주머니를 내주면서 확인해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 물건이 맞다고 하여 넘겨 주고는,

조심하라 당부하면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를 걸어가고 있으니,

그 사람이 따라오면서 뒤에서 불렀다.

"여보시오, 젊은이!

할 말이 있으니 조금 지체해 주시오."

이에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 은을 찾으러 달려온 그 사람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 사람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저는 남의 집 물건을 훔치는 도둑입니다.

조금 전 제가 잃어버렸던 그 은도

어느 한 부잣집에서 오늘 새벽 훔쳐 나온 것입니다.

 

당신은 아직 나이도 젊은데

이 물건을 주워 놓고도

주인을 찾아 주겠다고 기다리고 있었으니,

내 그 일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내 지금부터 비록 나무 뿌리를 캐먹고 살더라도

도둑은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이 은을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하는데,

수고스럽지만 함께 가줄 수 없겠습니까?"

 

이 말에 사령은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그렇게 하자고 하면서 은을 훔쳤다는

그 부잣집으로 함께 찾아갔다.

 

그리하여 사실을 고하니,

부잣집 주인은 머슴을 시켜

은을 보관해 두었던 창고를 확인해 보라고 시켰다.

이에 머슴이 은 두 뭉치가 없어진 사실을 아뢰니,

주인은 비로소 도둑맞은 것을 알고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우리 집은 넉넉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 은을 도둑 맞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이것은 저의 집 물건이 아닌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두 분이 이 은을 얻은 것은

모두 두 분의 복이라 할 수 있으니,

이것을 한 덩어리씩 나누어 가지십시오."

 

부잣집 주인의 말에 사령이 자기 신분을 밝히고,

부당한 처사임을 강조하면서

도둑과 함께 계속 거절했지만

주인은 듣지 않았다.

 

사령은 할 수 없이 은을 받아서 도둑과 함께 나누어 가졌는데,

그 뒤로 이 도둑은 선량한 사람이 되었더라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