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273화 - 거짓말 한번 해봐라 (一爲虛言)
어느 시골에 한 젊은이가 있어
항상 거짓말을 잘하므로,
사람들은 모두 그를 가리켜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
하루는 젊은이가
무슨 볼일이 있어 읍내로 나가는데,
한 양반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이 때 마침
주인 양반이 긴 담뱃대를 물고
사랑방에 앉아 밖을 내다보다가,
이 젊은이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종을 시켜 집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젊은이를 보고 웃으면서,
"너는 동네에서
거짓말 잘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으니,
여기서 거짓말 한 가지 하고 가거라."
라고 주문했다.
이에 젊은이가 대답했다.
"지금 소인은 무척 바쁜 일로
급히 어디를 가야 하기에,
어르신과 얘기하고 있을 겨를이 없나이다."
"뭐라고? 급히 갈 곳이라니,
대체 어디를 가야 한단 말이냐?"
"예, 조금 전 관아에서
백성들에게 환곡(還穀)을 나눠 준단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 그 곡식을 받아야 하거든요."
이에 양반은 크게 놀라면서
종을 불러 말했다.
"지금 관아에서 환곡을 나눠 준다고 하니,
너도 어서 큰 자루를 가지고
이 젊은이를 따라가서
곡식을 받아 오도록 해라."
그리하여 양반 댁 종은
젊은이를 따라 관아로 함께 갔으나,
환곡을 나눠 준다는 소리는
애초부터 아예 없는 일이었다.
젊은이는 관아에 아무런 볼일이 없었으니,
곧장 읍내로 들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오후 늦게,
종이 빈 자루를 들고 젊은이와 함께
돌아오는 것을 본 양반은
곡식을 어디 두고 그냥 오느냐고 물었다.
이에 종은 애초부터 관아에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아뢰었다.
그러자 양반은 젊은이를 보고 꾸짖었다.
"너는 왜 없는 일을 꾸며서
괜한 헛걸음을 시켰느냐?"
"아, 생원 어른!
어르신께서 거짓말을 해보라고 분부하시고는,
이제 와서 그것을 꾸짖으시면 어찌합니까?"
이에 양반은 웃으면서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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