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271화 - 지혜로 도둑을 물리치다 (出計捉盜)
한 마을에 매우 침착하고
지혜가 많은 부인이 있었다.
마침 여름밤이었는데,
이 부인이 여종을 데리고
마루에 앉아 물레를 돌리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자꾸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어디서 무슨 소리가
자꾸 들리는 것 같은데.....'
부인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침착하게 일을 계속하며
가만히 나무 판자 틈으로
마루 밑을 살폈다.
그랬더니 마루 밑에
분명히 사람의 옷자락이
눈에 띄는 것이었다.
이 때 부인은 옆에서 일을 거들고 있는
여종을 갑자기 때리면서
크게 소리쳤다.
"이것이 내 말을 무엇으로 알고
그렇게 거역하느냐?"
이에 여종은 아무 이유도 없이 얻어맞자,
아프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여
엉엉 소리를 내서 울었다.
"이 년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 줘야겠으니,
너는 어서 가서
큰 몽둥이를 가지고
속히 달려오너라."
하고 엄하게 분부하니,
부인의 화난 목소리에
다른 여종들도 큰일났다 싶어
부리나케 몽둥이를 들고 달려왔다.
이어서 부인은 밖에 있는
남자 종들을 불러서 말했다.
"너희들은 속히 등촉을 밝혀라.
그리고 내 이 년을
매로 쳐서 죽일 것이니,
큰 몽둥이와 절구공이를
가지고 뜰로 와서
내 분부를 기다릴지어다."
이에 종들이 뜰을 환히 밝혀 놓고는,
큰 몽둥이며 절구공이를 들고 나와
놀란 듯이 서서 분부를 기다렸다.
이 때 부인은 일어서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일이 아니고, 내가 서 있는
이 마루 밑을 잘 살펴보아라.
분명히 누군가 숨어 있을 것이다."
이 말에 종들은 비로소
부인의 계책을 눈치채고는
몽둥이를 들고 마루 밑을 살피니,
과연 도둑놈이 숨어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종들은 그 도둑놈을 끌어내
무수히 때려서 쫓아 버렸다.
그러자 부인은
이유없이 매를 맞고 슬퍼하던
여종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주면서,
어떤 큰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긴 일이니
이해하라고 타일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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