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과 김영한의 슬픈 사랑 이야기

https://www.youtube.com/watch?v=t-SzbXpUgec

 

*앞의 글을 수정 재록한다.

3일차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의 빙하를 관광한 후 돌아오다 빙하가 쌓인 요쿨살론 이동중, 눈 속에 파묻힌 식당에서 점심을 때우고 두어 사람 발자국뿐인 발목까지 빠지는 언덕배기 눈길을 걸어 목도한, 호수에 빙하가 드리운, 천지 사방이 은백색뿐인 눈세상은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맛보지 못한 감동을 선물했다. 나를 동심의 세계로 인도했기 때문이었다. 시골에서 1950년대 초반부터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녔던 내게는 사방이 눈뿐인 그날의 풍경이 빙하 풍경 못지 않게 두고두고 인상적이었다. 일행들도 하나 같이 그날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

심의 세계는 모든 가치를 초월한다. 동심의 세계는 저 은백색의 눈밭처럼 순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미완의 인격체이긴 하나 어린이들은 선악을 초월하여 선천적으로 참과 거짓의 세계를 분간한다. 그들의 내면에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善이고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들은 惡이다. 그것이 천성이다. 세상을 망친 무리들은 거짓 선지자들이다.

백석과 길상화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백설과 유사한 이름을 가진, 세상에 회자되는

백석의 시 한 편을 떠올리게 된다.

나타샤는 기생인 자야, 시 속에서는 나타샤로 등장하는 대원각 경영인 김영한이다. 그녀는 길상화란 법명을 주신 무소유를 실천하신 법정스님에게 10년간의 간청 끝에 대원각을 시주하는 선업에 성공하여 축조된 사찰이 성북구에 위치한 길상사이다. 그녀는 길상사의 방 한칸을 빌어 살며 여생을 마쳤다. 그녀의 백석 사랑은 백석 시문학상을 제정한 데 성이 차지 않아 도심에 시민들의 거대한 휴식공간인 길상사를 창건함으로써 두고두고 지지 않는 길상화로 피어난 것이다.

조선일보 후원으로 일본의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귀국하여 교단에 섰던 모던보이 백석은 요정에서 자야와 사랑에 빠졌으나 기생 며느리를 거부하는 부모의 반대로 결혼에 실패했다. 백석의 행복을 위하여 그녀는 서울로 떠났고, 백석은 정주에서 북쪽 벌판으로 떠나는 바람에 그들은 끝내 남북으로 헤어져 그리움의 나날을 보냈을 뿐이었다.

흰돌과 길상화의 사랑이야기는 언제 생각해도 지루하지 않다. 당시 일천억의 대원각을 보시하며 이를 만류하는 법정스님에게, 백석의 시 한 줄과 비견할 바 못된다는 시심을 지닌 길상화님의 명복을 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白石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사슴』.1936 ; 『백석전집』. 실천문학사. 1997 )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8130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https://www.youtube.com/watch?v=mGvzvlfdwEs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8157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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