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05- 봄에만 동지로다 (春號同知)

조선 시대 후기 한 고을에

오막돌(吳幕乭)이라는

시골 사람이 있었다.

그는 부지런하고 성실하여

열심히 노력한 결과,

돈을 많이 벌게 되어

향곡(鄕谷)에서는

부자로 소문이 났다.

또한 이 사람은

기운도 세고 재주도 있어,

한번은 호랑이가 다니는 길목에

함정을 놓아 그것을 잡기까지 했다.

그리하여 그 공로로 조정에서

당상(堂上 : 정3품)이라는 벼슬을 받아서,

양반 행세를 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 사람은 집이 부자라

명예를 얻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조정에 많은 곡식을 바치니,

곧 조정에서는

가선대부(嘉善大夫 : 종2품)라는

더 높은 벼슬을 내렸다.

이에 고을에서 명성이 났을 뿐만 아니라,

본인도 상투에다 금환(金環)을 붙이고

의관도 잘 갖춰 입어

의젓하게 행동하면서,

지체 높은 대감 행세를 하는 것이었다.

 

한편, 이 사람이 사는 인근 마을에는

조상 대대로 양반 가문이 많았는데,

이들은 모두 선비로서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그리하여 지금 공로에 의해

벼슬을 얻은

부자 오막돌이라는 사람이

열심히 돈을 벌 당시에는

상인(常人)의 신분이었던지라,

이들 양반 밑에서

굽실거리며 지내 왔었다.

이에 역대 양반들은

오막돌이 양반 행세를 하는 것이

몹시 눈에 거슬렸지만

현실은 어찌할 수 없어서,

겉으로는 양반으로 대해 주나

속으로는 멸시를 했다.

게다가 봄만 되면

양반 가정에서 양식이 떨어져

모두들 그릇을 들고

이 집에 와서 꾸어갔는데,

그 때는 할 수 없이

이 사람을 '오동지(吳同知)'1)라고

높여 불러 주었다.

1)오동지(吳同知): '동지'는 동지중추부사로서 종2품 벼슬임.

그러나 가을이 되어

빌려간 곡식을 다 갚고 나면,

그들은 다시 이 사람을

'오막돌'이라 부르며 멸시했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이 사람을.

'春吳同知 秋吳莫乭'

(춘오동지 추오막돌)

봄에는 오동지요,

가을에는 오막돌이라

일컫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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