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경치를 찾아다니면서
시를 짓고 술을 마시는
선비들이 있었다.
하루는 이들이 절에 모여
술을 마시며 시를 짓고 있는데,
마침 다 헤어진 옷을 입은
길손 하나가 찾아와서
음식 한 그릇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에 선비들은 그 길손을 보고
장난삼아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들의 음식은
대가를 치러야만 먹을 수 있답니다."
그러자 길손은 불쾌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대가를 치를 돈이 있으면,
내 무엇 때문에 구걸을 하겠소?"
"아, 손님! 우리가 말하는 대가란
돈이 아니고
시를 짓는 것이랍니다.
손님이 시를 한 수 짓는다면
음식을 나눠 드리지요."
"예,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운자(韻字)를
한번 불러 보십시오."
이에 선비들은
흔히 그 글자로는
시를 짓기 어려워하는 운자,
곧 강운(强韻)을 불러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길손은 곧 이렇게 읊었다.
偶然爲客到南門 우연히 길손 되어 남쪽 하늘 문에 도착해
우연위객도남문
藥圃新栽九節菖 약포에 새로이 아홉 마디 창포 재배하네.
약포신재구절창
寺外玉峰連北極 절 밖 좋은 산봉우리 북극에 이어지고
사외옥봉연북극
佛前金葉自西羌 부처님 앞 황금 잎은 서역애서 왔도다.
불전금엽자서강
身同野鶴寧隨鶩 내 몸이 학 같은데 어찌 오리를 따르며
신동야학영수욕
意似寒蟬不이螳 마음이 매미 같으니 사마귀는 안 부럽네.
의사한선불이당
日暮山齋仍進飯 날 저문 산속 재실에서 밥을 들여놓으니
일모산재잉진반
盤中異味雜椒薑 상 위의 별미는 섞여진 산초와 생강이라.
반중이미잡초강
이에 선비들이 크게 칭찬하며,
상좌로 모셔 술을 권하고
함께 어울려 놀았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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