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00- 완악한 종의 행패 (一寡婦之子)

어느 고을에 한 부인이 있었는데,

남편이 어린 아들 하나만 둔 채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이 부인은 혼자서

종들을 거느리고 살아가면서,

어린 아들을

지나치게 귀애한 나머지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해,

아들이 장성한 뒤에도

철이 없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하루는

부인이 아들을 불러 앉혀 놓고

이렇게 시켰다.

"너는 내일 종을 데리고

대구로 내려가서,

예전 우리 집 종들을 찾아

그 몸값을 받아오는,

추노의 직분을 수행하고 오너라."

이에 아들은

종 하나를 거느린 채

말을 타고 대구로 향했다.

 

그런데 이 종은

매우 완악(頑惡)하여,

어리석은 상전의 말을 듣지 않고

깔보면서 놀렸다.

부인의 아들이 말을 타고 가면서

종에게 물었다.

"여기에서 대구까지는

몇 리나 되느냐?"

이렇게 대구까지의 거리를 물었는데,

종은 일부러

어리석은 상전을 놀리느라

땅이름 '대구(大邱)'를

물고기 이름 '대구(大口)'로 해석하고,

'거리'를 말하는 '리(里)'를

'치아(齒牙)'인 '이'로 해석하여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대구는 위의 이빨이 16개이고

아래의 이빨도 16개라,

모두 합해 32개의 이발이 있습니다."

 

 

또한 날이 저물어 한 여관에 들자

부인의 아들은,

"방에 '자리'1)가 있을까?"

1)앉는 방석 자리를 뜻함.

하고 다시 종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 종은

또 상전을 놀리느라

달리 해석하여 대답을 하는데,

"잘 데가 없으면

소인과 함께 자면 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곧, '자리'를 '잠 잘 장소'로

해석한 대답이었다.

 

방안으로 들어가서

잠잘 준비를 하면서

부인의 아들은

다시 종에게 물었다.

"잘 때 빈대나

이 같은 게 없을까?

이 여관방에는

'물것'이 없는지 모르겠구나."

그러자 종은 또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도련님! '물것'2)이 없으면

소인의 그것을 물면 됩니다.

2)물것 :입에 물 물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인의 아들은

비록 어리고 어리석었으나

그래도 상전인데,

이 완악한 종은

사사건건 이런 식으로 놀리니

더 이상 참기가 어려웠다.

이에 그 아들은 화가 나서

꾸짖어 말했다.

"내 너를 엎어 놓고

볼기를 때려

잘라 버렸으면 좋겠다."

그러자 종은

다시 히죽히죽 웃으면서

이렇게 대꾸했다.

"도련님이 때려 자르지 않아도,

소인의 둔부는 이미 두 조각으로

갈라져 있습니다요."

이러니 부인의 아들은

화가 나서

더 이상 이 종과

대구로 내려가기 싫어,

중도에 되돌아 왔다.

 

그리고 모친에게

종의 행패에 대해

모두 일러바치니,

부인은 종의 행동을 문제 삼아

다른 종들을 시켜

엎어 놓고 볼기를 치라고 했다.

그러자 이 종은

볼기를 맞으면서

부인을 향해 말했다.

"소인, 농담으로

그리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말을 할 때

도련님과 소인밖에

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설마 도련님이

안방마님께 이 사실을

고해바치지는 않았을 테고,

대체 어떤 쥐새끼가

그런 겁니까요?"

그러자 부인의 아들은

바지춤에 손을 질러 넣은 채

마루를 오락가락

배회하면서 중얼거렸다.

'난 말하지 않았어!

난 결코 말하지 않았다니까!'

부인의 아들은 고개를 숙이고

이렇게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더라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