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우 미련하고 우직하며 고집 센 포교가 한 사람 있었다.
마침 그 포교가 밤에 포청에 나가 일을 보는 중에,
한 도둑이 이 포교 집 담을 넘어 들어왔다.
곧 도둑은 물건을 훔치다가 집안 사람들이 깨는 바람에,
황급히 몇 가지 물건만 들고 달아났다.
이튿날 아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포교는
밤새 도둑이 들어 물건을 훔쳐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났다.
"어떤 놈인데 감히 포교 집에 들어와 물건을 훔쳐가다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내 반드시 그 도둑을 잡아 포도청에 넘기고,
그 공적으로 한 차례 휴가를 얻어야겠다."
이렇게 소리치면서 포청에 사정을 주달하고 허락을 얻었다.
이 날 밤부터 미련한 포교는 자기집 대문과 방문을 모두 열어 놓고,
허리에 철추(鐵椎)를 찬 채 대문 뒤에 숨어,
도둑이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아내가,
"여보! 대문을 단단히 잠갔는데도 도둑이 들어왔는데,
이렇게 활짝 열어 놓으면 얼마나 더 잘 들어오겠어요?
아무리 당신이 잠을 안자고 지킨대도,
어디 사람이 밤새 눈 한번 붙이지 않고 견디겠습니까?
잠깐 조는 수도 있지요.
그러니 문을 잠그고 자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아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게요?
내 결코 그 놈의 도둑을 그냥 둘 수가 없소!
반드시 그 놈을 잡고야 말겠소."
포교는 이러면서 고집을 부리고 말을 듣지 않았다.
그 도둑이 밤에 거리를 다니다가 이 포교 집 앞을 지나니,
이상하게도 대문이 활짝 열려 있어 가만히 살펴보자,
포교가 대문 뒤에 숨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에 도둑은 웃으면서,
'옳거니, 이 포교가 어젯밤 내가 들어간 것에 복수를 하려고
나를 유인하는 게로구나. 내가 속을 줄 알고?'
하면서 포교에게 골탕을 먹이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곧 도둑은 그 날부터 매일 밤
열어 놓은 포교 집 대문 앞에 와서는
들어갈 듯 주위를 살피다가 돌아가고,
또 이튿날 밤에도 그렇게 하면서 연거푸 사흘 밤을 보냈다.
그러자 포교는 도둑이 하는 양을 보면서,
반드시 자기 집을 노리는 것으로 알고 기뻐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리 집은 나는 새도 침범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반드시 저 도둑을 잡고야 말 것이로다.
저렇게 밤마다 살피는 것을 보면
필경 내 집으로 들어올 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저 도둑을 잡는 것은
내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처럼 쉬울 것이로다,'
그리고 나흘째 되는 밤에도 포교는 단단히 벼르면서 지키고 있었는데,
여러 날을 계속 자지 못해 피곤하다 보니 그만 대문에 기댄 채
잠이 들고 말았다.
이 때를 노리고 사흘 밤을 왔다 갔던 도둑은 자신의 꾀에 빠져들었다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커다란 자루를 벌려 포교의 몸에 뒤집어씌웠다.
그리고는 자루 아가리를 묶어 놓고 주먹으로 내리치면서 말했다.
"이 어리석은 포교야! 네가 나를 잡겠다며 기다리고 있었더냐?
네 그 어림없는 생각일랑 이제 그만 버리는 것이 좋을 게다."
도둑은 이러면서 때려주고 피하니,
포교는 졸다가 갑자기 당한 일이라 정신없이 자루를 헤치고 나오려 했지만,
아가리를 묶어 놓은 터라 도저히 나올 수가 없었다.
한동안 몸부림을 치던포교는 할 수 없이 소리를 질러 집안사람들을 불렀다.
그 소리에 사람들이 모두 뛰쳐나와 묶여 있는 자루를 풀고 포교를 꺼내는 동안,
도둑은 살짝 집안으로 들어가 주요한 물건을 모두 훔쳐 달아났다.
자루에서 나와 집안으로 들어간 포교는
도둑에게 속은 것이 분해서 혼자 땅을 치며 원통해 하다가,
허리에 차고 있던 철추도 사라지고 집안 물건도 없어진 것을 알고
더욱 화를 냈다.
곧 포교는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해 몽둥이를 집어 들고
집안의 장독들을 모두 때려 부수며 부끄러워하다가,
결국은 남의 집에서 옷을 빌려 입고
포도청으로 출근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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