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03- 감할 줄을 모른다네 (不知爲減)

한 사람이 학업을 게을리 하고 놀다가,

부친의 업적에 의해 음관(蔭官)1)으로

작은 고을의 관장으로 부임했다.

1)음관(蔭官) : 과거에 의하지 않고, 부친의 공적으로 관직에 나아감.

그리하여 관아의 여러 가지 제도며

규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부임한 그날 밤,

마침 달이 대낮 같이 밝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관장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동헌에 앉아 있는데,

어느덧 폐문(閉門)을 알리는

고각(鼓角)2) 소리가 들렸다.

2)고각(鼓角): 지방 관아의 악대.

곧 길게 울리는

피리 소리를 들은 관장은

갑자기 어깨를 들썩이면서

두 팔을 벌리고

춤을 추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좋구나!

얼씨구 좋을시고! 좋다!"

하는 소리를 계속 외쳐댔다.

이를 본 기생과 통인들이

속으로는 웃고

겉으로는 그 흥을 돋우어

충동질을 하면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말 중에,

'관장이 임금 자리에 비기어 우쭐하면

제도와 규칙을 감소시킨다.'

말이 있습니다."

라고 비꼬니,

관장은 어깨춤을

더욱 크게 추면서 말했다.

"나는 제도를 잘 몰라

감할 줄을 모른다네."

관장은 이러면서

계속 어깨춤을 추며 좋아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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