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20- 시의 비유법 (客有詠唐人)

한 길손이 공선생(孔先生)을 만나,

당대(唐代)의 시인 가도(賈島)의 시

한 구절을 낭송했다.

 

鳥宿池邊樹 새는 연못가의 나무로 자러 들어가고

(조숙지변수)

僧鼓月下門 스님은 달 아래에서 문을 두드리는구나.

(승고월하문)

 

이에 공선생은 다음과 같이 평을 했다.

"이 시에서 '새'와 '스님'을

서로 상대해 설정한 것은

정말 잘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얼마 전, 만우화상(卍雨和尙)을 만났을 때

역시 이 얘기를 했었답니다."1)

1) 대체로 새도 날며 떠돌고,

스님 또한 사방으로 떠돌며 동냥을 다니니

좋은 대비가 된다고 한 것임.

 

그러자 길손은 공선생이

결코 떠돌아다니지 않는 만우화상까지

날아다니는 새에 비유하는 듯한 평에

불만을 표시했다.

"만우화상은 한때 조계종의 영수였는데,

선생께서 '새'의 대칭으로 말한 것은

비야(鄙野)함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2)비야(鄙野) : 낮추어 봄.

이에 공선생은 정색을 하며 설명했다.

"그대는 아직

'비류지법(比類之法)'3)을 모르고 있구려.

3)비류지법(比類之法) : 사물이 아니고 그 유형으로 비유하는 법칙

시경(詩經)에 실린 시를 보면

잘 알 수 있답니다."

 

이러면서 시경의 '종사(종斯)' 라는

시 한 구절을 읊어 주었다.

 

螽斯羽 詵詵兮 메뚜기의 무리 많고 많음이여

(종사우 선선혜)

宜爾子孫振振兮 너의 자손들 많이 번성함이 마땅하도다.

(의이자손진진혜)

 

"이 시를 보십시오.

이는 곧, 주나라 문왕(文王)의 자손을

메뚜기라는 미물에 비유해 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왕의 자손들을 모두

메뚜기로 낮추어 본 것이라

하겠는지요?

앞서 당대의 시에 있어,

새를 스님에 비유한 것 또한

그 '비류지법'에 해당한답니다."

이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크게 감탄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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