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19- 귤로 만든 잔까지 먹더라 (上舍吳陟之)

 

상사생(上舍生)1) 오척지(吳陟之)가

여행을 하다가

1)상사생(上舍生) : 성균관의 상급생.

한 고을을 지나가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하는데,

화려하게 치장한 기생들이 함께 앉아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이에 오척지 또한

그 말석에 끼어 앉았는데,

뒤늦게 참석한데다

낯을 가려 수줍어하니

거동이 어색해 보였다.

잠시 오척지가 상황을 살피자

주인이 손님에게

차례로 술잔을 돌리는데,

그 잔이 큰 귤을 잘라

속을 파내고 만든 것이었다.

이윽고 술잔이 오척지에게 돌아오니,

술을 받아 마신 그는

귤로 만든 잔까지

입속에 넣고 씹어 먹었다.

그러자 이를 본 손님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한편, 상사생 송극명(宋克明)은

코가 무척 큰데다

그 끝이 빨간 딸기코라

사람들이 항상 놀렸다.

성균관에서 독서하는 동안에는,

친구들이 그에게 '송귤'이라는

별호를 지어 불렀다.

당시 상사생 김처례(金處禮)가

시를 잘 지었는데,

위의 두 가지 사실을 가지고

이렇게 부(賦)를 지어 읊었다.

 

有天作之橘

(유천작지귤)

하늘이 만들어 낸 귤도 있으며

有人作之橘

(유인작지귤)

사람이 만들어 낸 귤도 있도다.

洞庭之橘 天作之橘

(동정지귤 천작지귤)

동정호의 귤은 하늘이 만든 귤이고

克明之橘 人作之橘

(극명지귤 인작지귤)

송극명의 귤은 사람이 만든 귤이라

陸績不能爲母而懷歸

(육적불능위모이회귀)

육적도 어머니를 위해 품어가지 못했는데

陟之安能飮酒而幷呑

(척지안능음주이병탄)

오척지는 어찌하여 술과 함께 삼켜 버렸던가

 

주(註)

'육적'은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 사람으로, 여섯 살 때 원술(袁術)이란 사람의 집에 가서 인사를 드렸다. 그 때 귤을 내놓으며 먹으라고 권했으나, 어머니를 생각해 차마 먹지 못하고 몰래 품속에 넣어 두었는데, 떠나면서 절을 하다가 그만 그 귤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때 원술이 그 연유를 물으니, 어머니께 드리려고 가져가려 했다는 대답을 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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