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31- 사람과 개의 같은 성품(楔提學循)

 

제학 설순(楔循)이

일찍이 경험한 일이었다.

어느 날 종루(鍾樓) 거리를 걸어가는데,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면서

천지가 요동을 치니 크게 놀랐다.

이에 급히 뛰어서

길가 회랑으로 난

들창 밑으로 들어가 피했다가,

천둥이 그친 뒤 다시 길을 걸어갔다.

 

이튿날 등청하여 좌정하고 앉은 뒤,

어제 뇌성 번개로

몹시 놀랐던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했다.

그러자 밑에서 일을 보는

하료(下僚) 한 사람이

이를 받아서 얘기하는 것이었다.

"제가 시골에 살 때 일입니다.

뇌성벽력이 쳐서

번갯불이 번쩍거리고

그 소리가 땅을 진동하니,

집에서 기르던

개가 놀라서 이리저리 헤매다

수채 구멍으로 들어가

숨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잠잠해지자

다시 기어 나왔습니다.

그러니 짐승이 우뢰 소리를

두려워하는 것은

역시 사람과 같은가 봅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제학 설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 말은 짐승이

사람과 비슷하다는 것인지,

사람이 짐승과 비슷하다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네그려."

이 말에 그 하료는

자신의 실언을 깨닫고

크게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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