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33화 - 이왕이면 살아 있을 때 (一朝官拜監察)
한 조관(朝官)이 있었는데,
모처럼 감찰(監察)에 제수되었다.
그런데 듣자니,
대관(臺官)에는 서로 피해야 하는
상피(相避)라는 원칙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자,
일찍이 그 조부가
감찰을 지낸 적이 있어
상피에 해당하니,
감찰 자리를
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에 하루는
여러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상피에 해당하는지 물어 보았다.
그러자 한 호사자(好事者)가
놀리느라고 이렇게 말했다.
"아, 그런 경우라면 당연히
상피에 해당하니 물러나야 합니다."
이 때 조관은
그 말을 진정으로 알아듣고
감찰직에서 사임하려 했다.
한데 조관의 친구 한 사람이
이 말을 듣고,
그렇지 않다면서
올바로 가르쳐 주어
그 벼슬을 받아들였다.
또한 조선 시대에는 법에 의하면
왕자의 장인은 사망했을 때
반드시 종일품(從一品)으로
추종하게 되어 있었다.
근래 신씨 성을 가진 한 조관이
종삼품(從三品)의 품계에 있는 동안
왕자의 장인이 되었다.
이에 그 조관은
왕에게 상소하여 진정했다.
"전하, 신은
왕자의 장인이 되었사오니
죽으면 반드시 종일품으로
추봉될 것이옵니다.
그러니 이왕
작위(爵位)를 내려 주실 바에는
살아 있을 때 사작(賜爵)해 주시는
은총을 베풀어 주소서."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들마다
너무 어이가 없어 고개를 돌렸더라 한다.
'고전문학 > 국역고금소총' 카테고리의 다른 글
535화. 최양선의 경서 해석 (術士崔揚善) (0) | 2019.08.04 |
---|---|
534화. 한 내시의 위엄 과시 (內侍別監) (0) | 2019.08.04 |
532화. 물속의 말뚝 (河中樞友明) (0) | 2019.08.04 |
531화. 사람과 개의 같은 성품(楔提學循) (0) | 2019.08.04 |
530화. 장승과 아전의 봉변 (有一朝官出守) (0) | 2019.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