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33- 이왕이면 살아 있을 때 (一朝官拜監察)

한 조관(朝官)이 있었는데,

모처럼 감찰(監察)에 제수되었다.

그런데 듣자니,

대관(臺官)에는 서로 피해야 하는

상피(相避)라는 원칙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자,

일찍이 그 조부가

감찰을 지낸 적이 있어

상피에 해당하니,

감찰 자리를

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에 하루는

여러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상피에 해당하는지 물어 보았다.

그러자 한 호사자(好事者)가

놀리느라고 이렇게 말했다.

"아, 그런 경우라면 당연히

상피에 해당하니 물러나야 합니다."

이 때 조관은

그 말을 진정으로 알아듣고

감찰직에서 사임하려 했다.

한데 조관의 친구 한 사람이

이 말을 듣고,

그렇지 않다면서

올바로 가르쳐 주어

그 벼슬을 받아들였다.

또한 조선 시대에는 법에 의하면

왕자의 장인은 사망했을 때

반드시 종일품(從一品)으로

추종하게 되어 있었다.

근래 신씨 성을 가진 한 조관이

종삼품(從三品)의 품계에 있는 동안

왕자의 장인이 되었다.

이에 그 조관은

왕에게 상소하여 진정했다.

"전하, 신은

왕자의 장인이 되었사오니

죽으면 반드시 종일품으로

추봉될 것이옵니다.

그러니 이왕

작위(爵位)를 내려 주실 바에는

살아 있을 때 사작(賜爵)해 주시는

은총을 베풀어 주소서."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들마다

너무 어이가 없어 고개를 돌렸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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