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 하우명(河友明)은
사물을 이리저리 결부시켜
사람들을 웃기는 해학에 매우 능했다.
일찍이 그는 엄군(嚴君 ; 자기 부친)을 따라
그물로 고기를 잡으러 갔다.
마침 그 때,
거친 행동을 하는 대갓집 자제 하나가
역시 물고기를 잡으러 왔는데,
깊은 물속에 들어갔다가
그 밑의 뾰쭉한 말뚝에 부딪쳐
항문에 상처를 입었다.
이를 본 하우명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 자제가 독서를 게을리 하여,
아직 '대학'에 통달하지 못해
저런 일을 당한 것입니다."
이에 그의 부친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
"'대학'에 통달하지 못해서라니,
무슨 뜻인고?"
"예, '대학' 제1장 경문에 보면,
'물유본말(物有本末)'1)이라고 나와 있는데,
저 자제는 그것을
잘 살피지 못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1)물유본말(物有本末) :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의 문제가 있다.
하우명이 말한 것을 돌이켜 보면 이러하다.
곧 '물(物)'은
우리말 발음으로만 보면
'물(水)'과 같고,
'본(本)' 역시 우리말에서
'바탕, 바닥(底)'과 같은 뜻이 된다.
그리고 '말(末)' 또한 발음으로서
우리말 '말뚝, 말'과 같은 소리를 가지고 있으니,
전체적으로 볼 때 '물유본말'은
'물 밑에는 말뚝이 있다'는 뜻으로
바꾸어 나타낸 것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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