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536화 - 과대 망상증에 걸린 사람 (一學長)
옛날 어느 곳에 한 선비가
코흘리개 어린 학동들을 모아
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한데 이 학장은 과대망상증에 걸려,
자신을 항상 옛 성현과
유명한 학자들에 비유하며
과시하는 것이었다.
이에 하루는 어린 제자가 물었다.
"스승께서는 자신을 공자와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낫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뭐라고? 공구(孔丘)1)를
두고 하는 말이냐?
1)공구(孔丘) : 공자의 이름자가 '丘'임.
내 물론 공자보다야 못하지."
"그러시면 맹자와 비교해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응, 맹가(孟軻)말이냐?
2)맹가(孟軻) : 맹자의 이름자가 '軻'임.
내 맹자와는 서로
비교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학장은 공자보다는 못하고
맹자 정도는 된다고 대답했다.
또한, 안씨 성을 가진
술사(術士) 한 사람이 있었는데,
말을 잘 꾸며대는 호변자(好辯者)였다.
이에 한 손님이 그를 놀리느라고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그대를
말 잘하는 호변자라고 하더구먼.
한데 논자들에 따르면,
맹자에게 있어서도
그 호변 부분만은
좋게 여기지 않는다고 들었네.
그러니 그대의 호변을
좋아할 사람이 있겠는가?"
이에 안씨는
크게 화를 내면서 반박했다.
"그대는 어찌 나를 맹가에
비유한단 말이요?
그는 과부의 아들로
외롭게 자라
비루하고 들은 것이 적어,
교양이 부족한 사람이오.
그 어미가 세 번이나
집을 옮기면서 살았지만
구차스럽고 가난하게 살았으니,
나를 어찌 맹가와 비교할 수 있겠소?
그것은 가당치도 않은 말이외다."
이렇게 소리쳐 꾸짖으니,
듣고 있던 사람들이
입을 벌리고 크게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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