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골에서 훈장이
아이들을 모아 놓고 글을 가르쳤다.
이에 '천자문'부터 시작하여,
다른 아이들은 점점 발전해
이것을 떼고 다른 책들을 읽는데,
유독 한 아이만은 1년이 지나도록
'천자문'에서 '재주 재(才)'와 '어질 량(良)'
두 글자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훈장이 이 아이를 데리고 앉아
'천자문'을 펼쳐 놓고
글자를 짚으면서 읽어 보라고 하면,
아예 처음부터 모른다 하고
'재'와 '량' 두 자만 안다고 했다.
게다가 이 아이는
어릴 때 병을 앓고
입이 좀 비뚤어져
말소리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아는 두 글자를
읽어 보라고 해도
'재주 재(才)'라고 해야 할 것을
'내조 지'라 발음하고,
'어질 량(良)'이라 할 것을
'여덜 냥'이라고 발음하는 것이었다.
그 때마다 훈장은
정확한 발음을 읽어 보이면서
몇 번이나 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나서 이 두 글자를
한꺼번에 읽어 보라고 하면
이 아이는 여전히,
"내조 지, 여덜 냥."
하고 발음하는 것이었다.
이에 훈장은 화가 나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들은
배를 움켜쥐고 돌아 앉아 웃었다.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내 ( X )이 여덟 냥'
(내 음경 값이 8냥)
으로 들리기 때문이었다.
훈장은 다시 다음과 같이 타일렀다.
"얘야! 지금 내가 똑바로 다시 읽을 테니,
너는 내 입 모양을 쳐다보고 입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서
소리를 내 보거라."
이렇게 말하며
입 모양을 잘 쳐다보라 하고는
'재주 재, 어질 량'하고
또박또박 읽어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훈장의 입 모양을 자세히 보면서,
자신의 입술 모양을
이렇게 저렇게 움직여
따라해 보려고 노력하더니,
"내조 지, 여덜 냥! 내조 지 여덜 냥!"
하고 소리를 냈다.
이를 본 훈장은 크게 화를 내고는,
앞에 놓인 책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힘껏 내리치면서 소리쳤다.
"이 놈아!
네 ( X )이 여덟 냥이면,
네 아비 ( X )은 열여섯 냥이냐?"
이에 학동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며,
아이 부친의 음경 값은
당연히 아들의 두 배가 되어야 한다고
동의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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