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두 재상이
이웃하여 살면서 매우 친했다.
이 두 대감은
장기를 무척 좋아하면서도
그저 말들이 가는 길만
겨우 알고 있을 뿐,
규칙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려고 들지 않았다.
예를 들면
포가 포를 잡아 먹을 수 없다든가,
'장군!'을 불러
궁(宮)1)을 피하지 못하면
지게 되는 규칙은 모르고 있었다.
1)궁(宮) : 漢과 楚로 왕을 상징.
하지만 두 대감은
늘 만나서 장기를 두었고,
또 이 대감 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놀았기 때문에,
그들이 장기를 둘 때면
옆으로 몰려와 서로들 훈수를 두어,
막상 장기를 두는
두 대감은 뒷전으로 밀려나곤 했다.
그래서 하루는 재상이
집에서 일하는 겸인을 불러
이렇게 시켰다.
"오늘은 골방으로 들어가서
단둘이 장기를 둘 테니,
누가 보자고 해도
절대 들여서는 안 되느니라."
이러고는 둘만 골방으로 들어가
장기를 두는데,
마침 두 대감과 친분이 두터운
손님이 와서 겸인에게 물었다.
"대감은 어디 계시냐?"
"예, 우리 대감님은
골방에서 장기를 두시는데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는
엄명이 계셨습니다."
"뭐라고? 아니, 무슨 일로
아무도 못 들어오게 했다는 게냐?"
"예, 하도 모두 훈수를 두니까
그러시는 것 같습니다."
"음, 그렇다면 나는 들어가도 좋겠네.
나는 장기를 둘 줄 모르니
어찌 훈수를 두겠는가.
내 어서 들어가 보겠네."
이렇게 말하고는
손님은 골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주인 대감이 눈을 흘기면서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도 못 들어오게 했는데
어찌 들어왔나?
훈수를 두려거든 속히 나가게."
"아, 대감!
저는 장기를 둘 줄 모릅니다.
훈수라니요?"
이러고 옆에 앉아 보고 있자니,
주인 대감 앞에는
있어야 할 궁이 없었다.
이에 그 손님은
비록 장기 둘 줄은 몰라도
옆에서 늘 봐온 것이 있는지라,
궁 없는 것이
너무 생소하게 느껴져 물었다.
"대감! 대감 앞에는
궁이 어디로 갔는지요?"
"아, 그건 말일세.
자네가 들어오기 직전,
저 친구가 자기 포하고
바꿔 먹었다네."
"옛? 궁 없이도 장기를 둡니까?
좀 이상한데요."
"왜? 난 비록 궁은 잡아먹혔지만,
아직도 차와 포가 살아 있으니
계속 둘만 하다네.
자네는 훈수 두지 말고 가만히 있게나."
이에 손님이 나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모두들 배를 잡고 뒹굴면서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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