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曰, 詩란 현실[삶] 속에서 건져올리는 삶에 대한 관조와 깨달음이다.
시인은 철학자와 동의어다.
그러나 논리적 측면에선 판이하다. 철학자의 진술은 이성적 판단에 근거하므로 논리적 모순이 없지만
시인은 감성의 언어를 사용하므로 이성적 측면에선 논리적 비약과 모순과 역설도 성립한다. 그것을 오류라고 말할 수 없다.
감성의 동질성에 초점을 맞춘 시어에 대한 이해는 언어의 관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김창범 제3시집, 노르웨이 연어, 보림출판사, 2020,12.4.
김창범 제1시집, 봄의 소리, 창작과 비평사, 1981.
1972년 가을 『창작과비평』에 「산」,「불행」,「달」,「소리」 등 8편의 신인작품을 발표하여 70년대의 시단에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는 김창범 시인의 처녀시집.
김창범 제2시집, 소금창고에서, 인간과문학사, 2017
www.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54600
노르웨이 연어
북해 저 아득한 바다를 쏘다니다가
거친 파도를 뚫고 달려와 마침내
어판장 도마 위에 네 큰 몸을 눕혔구나.
싱싱한 먹이를 찾아 쉴 새 없이 움직이던
날카로운 주둥이가 이젠 굳게 닫혔지만,
아직도 매끈한 청비늘을 번쩍이며
네 부릅뜬 눈은 돌아갈 바다를 찾는구나.
노르웨이 연어라는 네 명찰에는
오십오만 원짜리 가격표도 선명한 데,
네 평생의 노동과 사랑과 눈물을
심해 바닷물에 씻어서 잘 거두어 놓았다만,
이리저리 해체당한 네 자유로운 영혼은 어디 갔는가?
고향 가는 길을 찾고 찾아 회귀하는
네 수다한 수고와 희생을
어찌 몇 접시 세상 값으로 매기겠는가?
적나라하게 휘두르는 운명의 칼에
몇 덩이 살코기로 남겨진 연분홍빛 연어를 보라.
우리도 때가 되면 눕혀지리라.
세상이 달아주는 명찰을 붙이고 저 도마에 누워
푸르고 잔잔한 고향 바다를 그리워하리라.
(2019 겨울호, 계간 인간과문학)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창범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안동과 부산에서 성장했다. 동국대 국문학과를 나와 현대경제 기자로 시작하여 한동안 광고전문가로 살았다. 아리랑TV 임원으로 공직을 마치고 목회자로서 선교 활동에 참여했다. 미래한국, 북한구원운동, 손과마음, 더디아스포라선교회 등 북한선교 활동에 참여했으며, 유라시아 지역의 탈북민들을 돕는 사역을 해 왔다. 창작과비평 1972년 겨울호에 ‘산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하였고 1981년에 첫 시집 ‘봄의 소리’(창비시선 31)를 출간하고 ‘예수와 민중과 사랑 그리고 시’라는 엔솔로지(1985, 기민사)에 참여했고 30여년이 지나 두 번째 시집 ‘소금창고에서’(인간과문학사, 2017)를 출간하였다. 기타 저서로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라”(도서출판 언약, 2007), “북한의 고통 10가지”(손과마음, 2010), “예수의 품성을 가진 크리스천”(역서, 국제제자훈련원, 200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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