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동(국악인) 작곡, <멀리 있는 빛>
https://www.youtube.com/watch?v=o5npP7joudE
동영상의 YouTube에서 보기를 클릭하면 동영상이 열립니다.
www.youtube.com/watch?v=ccbfq59tVQo
www.youtube.com/watch?v=X1b21XpuLqg
멀리 있는 무덤
-- 金洙暎 祭日에
ㅡ 김영태
6월 16일 그대 제일(祭日)에
나는 번번이 이유를 달고 가지 못했지
무덤이 있는 언덕으로 가던
좁은 잡초길엔 풀꽃들이 그대로 지천으로 피어 있겠지
금년에도 나는 생시와 같이 그대를 만나러
풀꽃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 것 같아
대신에 山 아래 사는
아직도 정결하고 착한 누이에게
시집(詩集) 한 권을 등기로 붙였지
객초(客草)라는 몹쓸 책이지
상소리가 더러 나오는 한심한 글들이지
첫 페이지를 열면
그대에게 보낸 저녁 미사곡이 나오지
표지를 보면 그대는 저절로 웃음이 날 거야
나같은 똥통이 사람 돼 간다고
사뭇 반가워할 거야
물에 빠진 사람이 적삼을 입은 채
허우적 허우적거리지
말이 그렇지 적삼이랑 어깨는 잠기고
모가지만 달랑 물 위에 솟아나 있거든
머리칼은 겁(怯)먹어 오그라붙고
콧잔등엔 기름칠을 했는데
동공(瞳孔)아래 파리똥만한 점(點)도 찍었거든
국적없는 도화사(道化師)만 그리다가
요즘은 상투머리에 옷고름
댕기, 무명치마, 날 잡아잡수
겹버선 신고 뛴다니까
유치한 단청(丹靑)색깔로
붓의 힘을 뺀 제자(題字)보면
그대의 깊은 눈이 어떤 내색을 할지
나는 무덤에 못가는 멀쩡한 사지(四肢)를 나무래고
침을 뱉고 송곳으로 구멍을 낸다우
간밤에는 바람소리를 듣고
이렇게 시든다우
꿈이 없어서
꿈조차 동이 나니까
냉수만 퍼 마시니 촐랑대다 지레 눕지
머리맡에는 그대의 깊은 슬픈 시선이
나를 지켜주고 있더라도 그렇지
싹수가 노랗다고 한 마디만 해주면 어떠우……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9716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폭포
-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폭포 1957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208876&memberNo=2126945&vType=VERTICAL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사십야전병원(第四十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二十) 원 때문에 십(十) 원 때문에 일(一)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一)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4629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ko.wikipedia.org/wiki/%EA%B9%80%EC%88%98%EC%98%81
시
- 《풀(시인)》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폭포》
시집
-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합동시집, 1949년)
- 《달나라의 장난》 (1958년)
- 《거대한 뿌리》 (1974년)
- 《달의 행로를 밟을지라도》 (1976년)
산문집
- 《시여, 침을 뱉어라》 (1975년)
- 《퓨리턴의 초상》 (1976년)
번역서
- 《카뮈의 사상과 문학》 (김붕구 공역, 1958년)
- 《현대문학의 영역》 (이상옥 공역, 1962년)
눈
ㅡ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달나라의 장난
ㅡ 김수영
팽이가 돈다
어린아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 앞에서
아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 한 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 안에서 쫓겨 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보아도 나 사는 곳보다는 여유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별세계 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니 이상하고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소리 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 같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 벽화 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 년 전의 성인(聖人)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1953>
출처 : 인천in 시민의 손으로 만드는 인터넷신문(http://www.incheonin.com)
김수영 - 巨大한 뿌리 (1) 2015.12.14
김수영 - 거대한 뿌리 (1) 2015.12.14
김수영 - 그 방을 생각하며 (1) 2015.12.14
kydong77.tistory.com/14637?category=485846
김수영 - 폭포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0) 2015.12.12
김수영 - 시 (1) 2015.12.12
김수영 - 연꽃 (0) 2015.12.12
kydong77.tistory.com/14627?category=485846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8337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www.youtube.com/watch?v=o5npP7joudE
http://blog.daum.net/ccando007/5306918
김수영 시 해설/ <나는 문학이다> {민음사, 2009)
https://terms.naver.com/list.nhn?cid=60538&categoryId=60538
https://terms.naver.com/list.nhn?cid=60538&categoryId=60538
위 책은 근대문학의 선구자인 이광수로부터 2,000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 문인들을 8시기로 나눠 정리함.
이글 명단의 이름을 클릭하면 비평가들이 쓴, 작가 이해에 도움이 되는 많은 정보를 만날 수 있음.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8337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문학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空超 吳相淳, 방랑의 마음& 롱펠로, 인생찬가 (0) | 2021.03.09 |
---|---|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 박정대,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0) | 2021.01.08 |
김창범 제3시집, 노르웨이 연어, 보림, 2020. (0) | 2020.12.23 |
14시 윤석열 집행정지 심문, 24일 15시 재심문 / 윤석열 회갑 떡잔치 (0) | 2020.12.22 |
李陸史, 절정·광야·청포도/ 정호승, 수선화에게·산산조각 (0) | 2020.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