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7b3-4xkihF4
甲戌생 개띠 인생
ㅡ 김동호
甲戌생 내 인생
나이 들면서 개를
많이 닮아가는 것 같다
열린 공간보다 닫힌 공간에
더 관심이 간다
밝은 곳보다 후미진 곳에
더 호기가 발동한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용변
아무 데서나 해소하지만
산야가 한 번도 나를
푸대접한 적이 없다
―『다시올문학』(2022년 겨울호)에서
개와 인간이 차이가 있다?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604
야옹!
ㅡ 문봄
우리 집 기계들은 일요일에도 쉴 줄 몰라
소파에서 감자처럼 눠 있는 삼촌만 보는 티비
지수 게임 등급 올리느라 거북 목이 된 컴퓨터
지우 만화 그리느라 손이 바쁜 태블릿
집사와 함께 막춤에 빠진 블루투스 이어폰
배달 엡 쿠폰으로 치킨 주문하는 스마트폰
기계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사람들 좀 봐!
이젠 인간이 기계의 반려동물 아니냐.
야옹!
―『동시마중』(2022년 9ㆍ10월호)
출처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
사랑합니다
ㅡ 진은영
내 모든 게 마음에 든다고
너는 말했다
남색과 노랑의 대비처럼
사막을 걷는 중이라고
너는 말했다
환상의 바다를 쏟으면서
너는 말했다
시간은 가득한 거야
달콤한 과일 속에 검은 벌레들로
내 심장은 밀랍사과
약속의 심지가
네가 뱉은 모래의 입속에서 타오른다
너는 말했다
아름다운 밤들이 모래처럼 쌓인
사막이 있을 거야
밤이 에나멜 구두처럼 반짝거렸다
맨발로 어디든ㅡ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문학과지성사, 2022)에서
출처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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