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 루이스에서 태어났다. 이후 1906년부터 1909년 하버드 대학에 재학 하는 가운데 상징주의와 라포르그에 빠져들었다. 1909년에는 하버드 대학 대학원으로 들어가 프루프록의 사랑 노래를 쓰는데 착수했으며, 프랑스와 독일에서 유학을 하면서 프루프록의 사랑 노래를 완성했다.[4] 이 당시, 하버드 대학교에서 철학강의를 하고 있던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지도를 받았다고 한다.
1921년부터는 잡지사와 신문사에서 각종 특파원으로 여러나라를 돌아다녔다.
1922년에 황무지를 썼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에 나온 이 시는 앞서 언급한-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란 구절과 관련해 인간성이 피폐화된 현실을 드러낸 작품이다.
1927년에 영국 국적을 얻었다. 즉 프루프록의 사랑 노래와 황무지는 미국인일 때에 쓴 시이다.
간간이 평론도 쓰면서 시 또한 썼다. 이 시기 작품들은 대부분이 엄청나게 힘을 쏟아부어 썼다. 그랬기에 1948년에는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다.
참고로 이 사람이 쓴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 는 나중에 뮤지컬 캣츠의 구성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황무지》는 모더니즘 시인인 T. S. 엘리엇이 1922년에 출간한 434줄의 시이다. 이것은 “20세기 시 중 가장 중요한 시중의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AZwOCBzPWbA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47311/the-waste-land
The Waste Land
‘Nam Sibyllam quidem Cumis ego ipse oculis meis vidi in ampulla pendere, et cum illi pueri dicerent: Σίβυλλα τί θέλεις; respondebat illa: άποθανεîν θέλω.’
For Ezra Pound
il miglior fabbro.
I. The Burial of the Dead
II. A Game of Chess
III. The Fire Sermon
IV. Death by Water
V. What the Thunder Said
https://kydong77.tistory.com/19655
The Wasteland by T. S. Eliot [荒蕪地 전문]
나는 ‘쿠마에’라는 곳에서 내 눈으로 직접 무녀[巫女, Sibyl]를 보았소, 그녀는 독안에
매달려 있었는데, 소년들이, “당신은 무얼 원하느냐?”라고 물으니 “나는 죽고 싶어.”라고
대답하더이다.
더욱 훌륭한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 (Ezra Pound) 에게
I.The Burial of the Dead, 死者의 埋葬
4월은 더없이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써 잠든 뿌리를 뒤흔드노라.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노라,
망각의 눈은 대지를 뒤덮고,
메마른 구근[球根]들로 가냘픈 목숨 이어주었노라.
여름은 소나기를 몰고 ‘슈타른버거’호수를 건너와,
우리를 놀래주었지, 그래서 우리는 회랑[回廊]에 머물렀다가,
다시 햇빛 속을 걸어 공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을 이야기했지.
나는 러시아 사람 아니에요, 리투아니아 출생이지만, 나는 순수 독일인이에요.
우리가 어린 시절, 사촌 태공의 집에 머물 때,
사촌이 썰매를 태워주었는데, 나는 겁이 났어요,
‘마리, 마리 꼭 잡아’ 라고 말하며 그는 쏜살같이 내려갔어요.
산속에선 자유로워요.
밤이면 책 읽으며 보내고, 겨울이면 남쪽으로 가지요.
저 얽힌 뿌리들은 무엇이며, 이 돌무더기에서
무슨 가지들이 자라난단 말인가? 인간의 아들이여,
너는 알기는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이란
망가진 우상들 무더기뿐, 거기 해가 내리쬐어도
죽은 나무엔 그늘이 없고, 귀뚜리도 위안 주지 못하며,
메마른 돌 틈엔 물소리조차 없노라. 오로지
이 붉은 바위 아래에만 그늘 있노라,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라)
그리하면 나는 네게 보여주리라,
아침에 너를 뒤따르는 네 그림자와 다르고
저녁에 너를 마중 나온 네 그림자와 다른 것을;
한 줌 먼지 속 두려움을 네게 보여주리라.
상큼한 바람
고향으로 부는데
아일랜드의 내 님이시여
어디쯤 계시나요?
‘일 년 전 당신은 내게 처음으로 히야신스를 주셨어요,’
‘사람들은 나를 히야신스 아가씨라고 불렀어요.’
- 하지만 우리가 히야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돌아왔을 때,
한 아름 꽃을 안은 너, 머리칼도 젖어있었지,
나는 말도 못하고 내 두 눈은 보이지도 않았지,
나는 살지도 죽지도 않은 채, 아무 것도 모른 채,
빛의 핵심을, 그 고요를 들여다보았지.
바다는 텅 비었고 쓸쓸합니다.
명성 자자한 천리안, ‘소소트리스’부인은
독감에 걸리기도 했지만, 그 영특한 카드 한 벌로
유럽에서 제일 현명한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말했다, 여기 당신의 카드가 나왔어요,
물에 빠져죽은 페니키아 뱃사람이에요,
(보세요! 그의 두 눈은 진주로 변했잖아요.)
이 카드는 미녀 벨라도나, 암굴의 여인인데, 중요할 때면 등장하지요.
이것은 세 지팡이와 함께 있는 사나이, 이것은 수레바퀴,
그리고 이것은 외눈박이 장사꾼, 또 이것은
텅 빈 카드, 그가 무언가 등에 짊어지고 가지만
나는 볼 수 없는 것이지요. 매달린 사나이는
보이지 않는군요. 물을 조심하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군요.
또 오세요. 혹시 ‘에퀴톤’ 부인을 만나거든
천궁도[天宮圖]는 내가 직접 가져간다고 전해주세요.
요즈음은 세상이 하도 험악하니까요.
허황한 도시,
겨울 새벽녘 누런 안개 속에,
런던 다리 위 흘러가는 사람들, 많기도 해라,
죽음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 망친 줄 나는 생각도 못했다.
어쩌다 짧은 한숨들 내쉬며
저마다 제 발끝만 내려다보며 간다.
언덕길을 올라 ‘윌리엄’왕 거리로 내려서면
‘성 메어리 울로스’ 성당에서 들려오는
아홉 시의 마지막 아홉 점 죽어가는 소리.
거기서 나는 친구를 만나 그를 붙잡고 소리쳤다, ‘스테트슨’!
‘밀라에’ 해전에서 나와 한 배 탔던 자네!
지난 해 자네가 뜰에 심었던 그 시체 말일세,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이 피겠나?
혹시 서리가 느닷없이 묘상[苗床, Bed]을 뒤흔들진 않았었나?
아, 그 인간의 친구라는 개를 멀리하게,
그렇지 않으면 그놈이 발톱으로 다시 파헤칠 걸세!
그대들 위선의 독자여! 나의 동류, 나의 형제여!
II.A GAME OF CHESS, 장기 한 판
여인이 앉은 의자는 번쩍이는 옥좌 같이
대리석 위에서 빛나고, 거울은,
열매 열린 포도덩굴들, 그리고 그 틈으로 밖을 내다보는
황금빛 큐피드들이 - 그 중 하나는 제 날개로 제 눈 가렸지 -
만든 기둥들 의지해 서있는 거울은
일곱 가지 촉대 불빛 두 배로 부풀려 테이블 밝히며
공단 보석함에 담긴 채 아낌없이 내뿜는
그녀 보석들의 광채와 마주친다.
상아 약병들 색유리 향수병들 마개 열리니,
물로, 가루로, 연고로 된
신비로운 향기들 잠행하며
감각은 괴롭게, 어지럽게, 취하노라,
창으로 들어온 산뜻한 바람에
향기는 일렁이며 촛불불길 잡아당겨
화려한 천정까지 연기 끌어올리며
격자천정 장식들 흔들어 깨운다.
구리를 먹고 자란 거대한 바다나무
색색 대리석 벽난로 속에 녹색 주황색으로 타오르면,
그 슬픈 빛 속을 헤엄치는 돌고래 상[像] 하나.
고풍 벽난로 선반 위에는, 창문으로 숲속 극장 보여주듯
무지막지한 왕에게 끔찍한 욕을 당하고 새가 된
‘필로멜라’ 이야기가 걸려있는데,
그 나이팅게일의 신성한 울음소리 온 사막에 가득하고
여전히 울고 있건만, 여전히 음란한 세상
더러운 귀엔 ‘쩍 쩍’이라고 들릴 뿐.
그리고 시든 세월의 그루터기들을 이야기하는
벽면의 또 다른 얼굴들은
밖으로 쓰러질듯 노려보며 방안을 에워싸 고요히 만든다.
계단을 질질 끄는 발자국소리.
불빛아래, 빗질된 여인의 머리칼은 퍼지며
불꽃처럼 끝이 서서
말할 듯 타오르다가, 성난 듯 고요해진다.
‘오늘밤은 내 기분이 좋지 않군요. 그래요, 좋지 않아요. 가지 마세요.
‘내게 이야기 해주세요. 왜 도대체 이야기를 안 하시나요. 하시라니까요.
‘당신은 무슨 생각하고 있나요? 무엇을 생각하나요? 무엇을?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나는 도대체 알 수 없어요. 생각해보세요.’
나는 우리가 쥐구멍에 있다고 생각하오,
죽은 사람들이 뼈다귀들 잃는 곳 말이요.
‘저 소리는 무엇이에요?
문밖의 바람이오.
‘지금 저 소리는 뭐에요? 바람이 무얼 한단 말이에요?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아니요.
‘당신은
아무 것도 모르나요? 아무 것도 보지 않나요? 당신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않나요?’
나는 기억하오,
그의 두 눈은 진주로 변했소.
‘당신은 살아있나요, 죽었나요? 당신 머릿속엔 아무 것도 없단 말에요?
오로지
오 오 오 오 저 셰익스피어 식의 가락뿐 -
그토록 맵시 있고
그토록 재치 있는
‘나는 이제 무얼 할까요? 나는 무얼 할까요?’
‘나는 이대로 뛰쳐나가, 거리를 걸을 테요
‘머리칼은 이렇게 산발한 채. 우린 내일 무얼 할까요?
‘우리는 두고두고 무얼 할까요?’
열 시엔 더운 물 쓰고.
비가 오면 네 시엔 지붕 덮인 차를 타고.
그리고 우리는 장기 한 판 둔 다음,
초조한 눈 치켜뜨며, 문 두드리는 소리 기다릴 거요.
릴의 남편이 제대했을 때, 내가 말했지 -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었지,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이제 앨버트가 돌아오니까, 네 몸도 좀 꾸며라.
이 해 박으라고 준 돈은 무엇에 썼느냐고 물어볼 거야,
그는 분명히 주었어, 나도 봤는걸.
릴, 죄다 빼버리고 참한 걸로 해 박아요,
그는 분명 이렇게 말했어, 나는 당신 꼴을 차마 볼 수 없어.
나도 참을 수 없어, 나도 말했지, 불쌍한 앨버트를 생각해봐,
4년 동안이나 군대에서 살았으니, 이제 재미도 좀 보고 싶겠지,
그런데 네가 그걸 해주지 않으면 남이 할 거야, 내가 말했어.
아, 그렇구나, 그녀가 말했지. 뭐 그런 거지, 내가 말했어.
그렇다면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 알겠어, 그리 말하며 그녀는 나를 노려보았지.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그게 싫다고 해도 너는 참을 수 있을 거야, 내가 말했지,
네가 못한다면 남들이 골라잡을 거야.
앨버트가 정말 떠난다면, 그건 대화가 부족해서가 아닐 거야.
너는 그렇게 늙게 보이는 걸 부끄러워해야 해, 내가 말했어.
(그녀는 이제 겨우 서른 한 살이니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시무룩한 얼굴로 그녀가 말했지,
그것을 지우려고 먹은 알약들 때문이야, 그녀가 말했어.
(그녀는 벌써 다섯이나 낳았고, 막내 조지 때는 거의 죽을 뻔했지.)
약사는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나는 도무지 전 같질 않아.
너는 정말 바보로구나, 내가 말했어.
만약 앨버트가 가만 두지 않는다면 어떡할래,
아기도 안 낳을 거면 뭐 하러 결혼은 한 거야? 라고 했지.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그런데 앨버트가 집에 온 일요일, 그들은 뜨거운 돼지고기요리를 장만해놓고,
나를 만찬에 초대했지, 더울 때 맛보라고 했지 -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잘 자요, 빌, 잘 자요, 루, 잘 자요, 메이, 잘 자라, 애들아,
잘 자요, 안녕히.
안녕히 주무세요, 부인네들, 안녕히 주무세요, 아가씨들, 안녕히 주무세요, 안녕히.
III.The Fire Sermon, 불의 설교
강을 덮었던 천막 걷히고, 간당거리던 마지막 잎새들
축축한 강둑으로 가라앉는다. 바람은 소리 없이
황토벌판을 건넌다. 강물의 정령들도 떠났다.
고이 흘러다오, 정든 ‘템즈'여, 내 노래 끝날 때까지.
강물은 빈 병도, 샌드위치 포장지도,
비단 손수건도, 마분지 상자도, 담배꽁초도,
그 어떤 여름밤의 증거물도 품지 않았다. 강물의 정령들은 떠났다.
그리고 그들의 친구, 도회지 중역들의 빈둥대는 자제들도
떠나버렸다, 주소조차 남기지 않고.
‘레만’ 물가에 앉아 나는 울었노라...
정든 ‘템즈'여, 고이 흘러다오, 내 노래 끝날 때까지,
정든 ‘템즈'여, 고이 흘러다오, 내 노래 크지도 길지도 않으리니.
그러나 내 등에 부딪치는 한 줄기 찬바람 속에 나는 듣노라,
뼈다귀들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입이 찢어져라 낄낄대는 웃음을.
쥐 한 마리 강둑 풀밭사이로
진흙투성이 배때기 문지르며 슬쩍 지나가는
어느 겨울날 저녁 나는 가스탱크 뒤로
탁한 운하에 낚시 드리우며
나의 형왕[兄王]이 난파당한 것을 묵상했고
그에 앞선 부왕[父王]의 죽음을 슬퍼했다.
하얀 알몸들은 낮은 습지에 뒹굴고
백골들은 비좁고 메마른 다락방에 버려져
해마다 쥐들 발길에만 뒤채이며 덜그럭거린다.
하지만 내 등 뒤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엔진소리, 경적소리, 그들은
‘스위니’를 샘터의 '포터'부인에게 데려다 주리라.
'포터'부인과 그 딸을 비추는
오, 휘영청 밝은 달이여
소다수로 발을 씻는 그들에게
오, 둥근 천정아래 아이들 합창소리여!
짹 짹 짹
쩍 쩍 쩍 쩍 쩍 쩍
그리도 무지막지 욕보았구나.
테레우
허황된 도시
한 겨울 한낮의 누런 안개 속에서
‘스미르나’의 상인 ‘유게니데스’씨는
수염도 깎지 않고, 주머니엔
런던 입항 운임 및 보험료 매주(賣主)부담인
건포도와 일람불(一覽拂)증서들 잔뜩 지닌 채,
‘캐논’ 가 호텔에서 점심을 들자고
주말에는 ‘메트로폴’에서 놀자고
상스런 불어로 내게 청하더군.
보랏빛 시간, 인간의 두 눈과 등짝이 책상머리 떠나
위를 향하고, 인간의 엔진도 털털거리며
대기하는 택시처럼 기다리는 시간,
나, 쭈그러진 여인의 젖가슴 달린 늙은이, 비록 눈멀었으나
남녀 사이를 고동치는 ‘티레시아스’는 볼 수 있노라,
이 보랏빛 시간을, 귀가를 재촉하는 이 한때를,
뱃사람을 바다에서 집으로 데려오고
타이피스트도 돌아와 아침 설거지하며,
난로에 불붙이고 통조림 음식들 늘어놓게 하는 이 저녁을.
창 밖에는 위태로이 널린
콤비네이션 팬티들 마지막 햇살 받고 ,
밤이면 침대 되는 소파 위에는
양말과 슬리퍼, 속옷과 코르세트들 쌓여있다.
쭈그러진 젖가슴 달린 늙은이, 나 ‘티레시아스’는
그 광경을 보고 그다음 일 예언하며 -
나 또한 예약된 손님 기다렸노라.
그가, 여드름투성이 젊은이가 도착했다,
눈매 당돌한 그는 소형주택업자의 서기이며,
‘브래드퍼드’ 전쟁졸부의 실크해트처럼
자신만만한 하류계층이었다.
딱 알맞은 시간이로군, 그는 헤아린다,
식사도 끝났고 여자는 나른하니
그녀를 껴안으려 애를 쓴다면
바라지 않았더라도 뿌리치지 않으리라.
얼굴 붉히며 작정하고 단숨에 덤벼든다,
더듬는 손길은 아무 방어도 만나지 않는다.
사나이의 허영은 반응을 원치 않으며,
여자의 무관심을 도리어 반기고 있다.
(그리고 나 - ‘티레시아스’는 침대건 소파건
이런 데서 행해지는 일들은 모두 겪어봤노라,
‘테베’의 성벽아래 앉아있기도 했고,
가장 천한 천민들 주검사이를 걷기도 했노라.)
사내는 마지막 생색내는 키스를 하고,
불 없는 계단을 더듬어 내려간다...
그녀는 돌아서서 거울을 잠시 들여다보며
떠나버린 애인 따위는 지워버리고
되다만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운다,
‘그래, 이제 그건 끝났어, 끝나서 시원하구나.’
아름다운 여자가 어리석음에 빠져
홀로 자기 방을 거닐 땐,
그녀 손은 자동적으로 머리칼 매만지며,
축음기에 레코드를 거는 것이리니.
‘이 음악은 내 곁을 미끄러지며 강물 따라’
‘스트랜드’ 거리 따라 ‘빅토리아’ 여왕 대로로 기어갔노라.
오, 도시, 도시여, 나는 이따금 듣노라,
하류 ‘템즈’ 강변 거리 싸구려 술집 지나노라면
기분 좋게 흐느끼는 만돌린 소리와
빈둥거리며 낮술 먹는 어부들 떨거덕거리며
떠들어대는 소리를: 그러나 거기
순교자 마그누스 성당 벽, 이오니아식의
흰빛 금빛은 말할 수 없이 찬란했노라.
강물은 기름과 ‘타르’로
땀 흘리고
거룻배들은 썰물과 더불어
떠서 흐르며
붉고 넓은 돛폭들은
육중한 원목 돛대 돌며
바람맞이 한다.
거룻배들은
통나무들 물결에 씻으며
‘개들의 섬’을 지나
‘그리니치’에 다다른다.
웨이얼랄라 레이아
월랄라 레이알랄라
엘리자베스와 레스터
노를 젓는데
뱃머리는
붉은빛과 황금빛
금박 입힌 조개
활기찬 물결들은
양쪽 기슭 찰랑이고
남서풍은
하얀 탑들을
종소리를
불러 내린다
웨이얼랄라 레이아
월랄라 레이알랄라
‘전차들과 먼지 덮인 나무들.
하이버리는 나를 낳았어요. 리치몬드와 큐는
나를 망쳤어요. 리치몬드에서 나는
비좁은 카누 바닥에 등 붙이고 누워 두 무릎 세웠어요.’
‘나의 두 발은 무어게이트에 있었고 내 가슴은
내 발아래 짓밟혔지요. 그 일을 치룬 다음
남자아이는 울었어요. 그 애는 ‘새 출발’을 약속했고
나는 잠자코 있었지요. 내가 무얼 탓하겠어요?’
‘마르게이트’모래밭.
나는 이어갈 뿐이에요
허무와 허무를.
더러운 손들 찢어진 손톱들을.
기대할 것 하나 없는
불쌍한 내 동포를.’
라 라
카르타고에 나는 왔노라
탄다 탄다 탄다 탄다
오 주여 그대 나를 건지시이다
오 주여 그대 나를 건지시이다
탄다
IV.Death by Water, 수사[水死] 수장[水葬]
죽은 지 보름지난 ‘페니키아’ 상인 ‘플레바스’는
갈매기 울음도, 깊은 바다 물결도
남고 밑지는 것까지도 잊어버렸다.
바다 속 물결은
속삭이며 그의 뼈 발라냈다. 그가 물맴이로 들어와
그 속을 오르내릴 때마다
그는 청춘과 노년의 고비 고비를 다시 겪었다.
그대가 기독교도이든 유대인이든
오 그대가 바람과 맞서는 키잡이라면
'플레바스'도 한때 그대처럼 멋지고 웅대했다는 것을 잊지 말라.
V.What the Thunder Said, 우레[雨雷]가 말한 것
땀에 젖은 얼굴 위로 붉은 횃불 비춘 다음
서릿발 같은 침묵이 정원 안에 서린 다음
돌밭에서 그 괴로움 겪은 다음
외치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감옥에도 궁궐에도 울려 퍼지면
먼 산 넘어 대답하는 봄날의 우뢰소리
살아있던 그분 이제 돌아가셨고
살아있던 우리도 조금 버티다가
이제 죽어가노라
여기는 물이 없고 오직 바위뿐
물도 없는 바위와 모래밭 길
산 속 굽이굽이 돌아
물 없는 바위산 돌아 오르는 산길
물만 있다면 멈추어 목 축이련만
그 바위틈에선 멈추려는 생각도 못 하네
땀은 마르고 두 발은 모래 속에 박히니
아 바위들 틈에 물만 있다면
하지만 입안엔 썩은 이빨들만 가득해 침도 못 뱉는 죽은 산
여기선 서지도 눕지도 앉지도 못 하네
산 속에선 고요조차 없으니
비 없이 내리치는 마른 천둥번개들
산 속에선 고독조차 없으니
갈라진 흙 담 문간마다 붉은 얼굴들
으르렁대며 빈정대며 시큰둥한 얼굴들
여기는 물이 없고 오직 바위뿐
물도 없는 바위와 모래밭 길
산 속 굽이굽이 돌아
물 없는 바위산 돌아 오르는 산길
물만 있다면 멈추어 목 축이련만
그 바위틈에선 멈추려는 생각도 못 하네
땀은 마르고 두 발은 모래 속에 박히니
아 바위들 틈에 물만 있다면
하지만 입안엔 썩은 이빨들만 가득해 침도 못 뱉는 죽은 산
여기선 서지도 눕지도 앉지도 못 하네
산 속에선 고요조차 없으니
비 없이 내리치는 마른 천둥번개들
산 속에선 고독조차 없으니
갈라진 흙 담 문간마다 붉은 얼굴들
으르렁대며 빈정대며 시큰둥한 얼굴들
물은 있고
바위 없다면
바위 있고
물도 있다면
그리고 그 물이
그 샘물이
바위틈에 고여 있다면
다만 물소리라도 있다면
매미 아니고
마른 풀잎들 노래 아니라
바위 위 흐르는 물소리라면
하지만 거기 소나무 위 봉작[蜂雀]새
뚜닥 또닥 뚜닥 또닥 또닥 또닥 또닥
울어대지만 물은 없구나
항상 그대 곁 걸어가는 제 3의 인물은 누구인가?
헤아려보면 오로지 그대와 나 둘뿐
그러나 저 앞 하얀 길 올려다보면
항상 그대 곁을 걷는 또 한 사람
황토 빛 망토 두르고 두건 가리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지만 미끄러지듯
그대 곁을 가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하늘 높이 울리는 저 소리는 무엇인가
어머니의 탄식 같은 중얼거림
갈라진 대지에선 비틀거리며 끝없는 벌판 넘어,
지평선만으로 둘러싸인 평탄한 곳으로
두건 뒤집어쓰고 우글거리며 몰려오는 저들은 누구인가
산 너머엔 무슨 도시들 있기에
보랏빛 하늘아래 총성과 혁명 터지는가
무너지는 탑들
예루살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비엔나 런던
허망하여라
한 여인이 그녀의 긴 머리 팽팽히 잡아당겨
머리칼 현[絃]을 켜서 음악을 속삭이니
아기 얼굴 박쥐들 보랏빛 어스름 속에
휘파람소리 내고 날개들 퍼덕이며
머리들 아래로 시커먼 벽 기어내리고
허공중에 물구나무선 탑들은
추억의 종을 울려 때를 알리니
빈 물독 메마른 우물에서 쏟아지는 노래 소리
첩첩산중 이 폐허 골짜기
아련한 달빛아래 풀잎들은 노래하네,
허물어진 무덤들을, 그리고 예배당
다만 바람의 숙소일 뿐인 텅 빈 예배당을.
거기엔 창문 없고 문도 절로 여닫히지만
바짝 마른 백골이 누구를 해치리오.
오로지 수탉 한 마리 지붕위에서
꼬 꼬 리꼬 꼬 꼬 리꼬
번쩍이는 번갯불 속에 울뿐. 그러자
습한 바람은 비를 몰고 온다.
갠지스 강은 바닥보이고, 축 처진 나뭇잎들은
비를 기다리는데, 먹장구름은
저 멀리 히말라야 너머로 모여들었다.
밀림은 말없이 웅크리며 도사렸다.
그러자 우뢰가 말했다
다
다타: 우리는 무엇을 주었는가?
친구여, 내 가슴 뒤흔드는 피를
늙은이 분별로도 결코 움츠려들지 않고
찰라에 내맡기는 그 무서운 대담성을
바로 이것, 오직 이것으로, 우린 살아왔지만
우리 죽음 알리는 기사에서 행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착한 거미가 그물 덮어주는 碑銘에도 기록되지 않으며
우리의 빈 방에서 깡마른 변호사가
개봉하는 유언장에 남길 것도 아니다
다
다야드밤: 열쇠소리를 나는 들었노라
단 한번 문에 꼽혀 단 한번 돌아가는 소리를
우리는 그 열쇠를 생각하고, 저마다 제 감방에서
그 열쇠를 생각하며 감옥을 확인하노라
오직 밤이 와야만 허공에 뜬 소문들은 잠시 동안
몰락한 '코리오레이너스'를 회상시킨다
다
담야타: 돛과 노 능란히 다루는 손길에
배는 즐거이 따라왔노라
잔잔한 바다에 그대 초대 되었다면
그대 마음 또한 다스리는 손길에 순종하여
고동치며 즐거이 따랐으리라
나는 기슭에 앉아
그 메마른 들판 뒤로 하고 낚시를 드리웠다
하다못해 내 땅들만이라도 바로 잡아야겠지?
런던 다리 무너져요, 무너져요, 무너져요
그리고 그는 정화되는 불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나는 언제쯤에야 제비처럼 될까 - 오 제비여 제비여
폐탑에 갇힌 아끼뗀느의 왕자
이 단편들로 나는 내 폐허를 버텨왔노라
아 그렇다면 분부대로 하옵지요. ‘히어로니모’는 또다시 발광했다.
다타. 다야드밤. 담야타.
샨티 샨티 샨티
이필한 [의사, 서울사대부고19회사이트에서]
'문학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경선, 하루에 한마디 하는 여자/ 인구 절벽의 시대 (0) | 2023.02.25 |
---|---|
오탁번, 겨울강 & 죽음에 관하여 外 (0) | 2023.02.24 |
윤동주,새로운 길/P. B. Shelley, 西風賦 ⊙종달새에게(To a Skylark) (1) | 2023.02.17 |
김동호, 甲戌생 개띠 인생 & 문봄, 야옹! & 진은영, 사랑합니다 (1) | 2023.02.06 |
한용운, 파리 ⊙ 님의 침묵 外/ 동안상찰,<十玄談> 김시습,요해 > 한룡운,주해 (4) | 2023.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