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행찬(佛所行讚) 제1권
-일명 불본행경(佛本行經)-
佛所行讚卷第一
亦云佛本行經
마명보살(馬鳴菩薩) 지음
북량(北凉) 천축삼장(天竺三藏) 담무참(曇無讖)한역
馬鳴菩薩造
北涼天竺三藏曇無 讖譯
1. 생품(生品)
生品第一
감자왕(甘蔗王)의 후손이며
석가(釋迦) 종족의 가장 훌륭한 왕으로서
깨끗한 재물과 순수한 덕 갖추었으니
그러므로 정반(凈飯)이라 이름하였네.
甘蔗之苗裔,
釋迦無勝王,
淨財德純備,
故名曰淨飯。
모든 중생들 즐겁게 우러러 바라봄이
마치 초생달을 대하듯 했네.
왕은 천제석(天帝釋) 같고
부인은 제석의 부인 사지(舍脂) 같았네.
群生樂瞻仰,
猶如初生月,
王如天帝釋,
夫人猶舍脂。
뜻을 잡아 지님은 땅처럼 안온하고
마음 깨끗함 연꽃 같았네
임시로 이름하여 마야(摩耶)라 했나니
그는 실로 세상에 견줄 이 없네.
執志安如地,
心淨若蓮花,
假譬名摩耶,
其實無倫比。
저 코끼리[象]에게
신(神)으로 하강하여 태(胎) 속에 들자
어머니는 온갖 걱정 시름 모두 여의고
허깨비 같은 거짓 마음 내지 않았네.
於彼象天后,
降神而處胎,
母悉離憂患,
不生幻僞心。
시끄러운 세속 일 싫어하고 미워하였고
텅 비고 한적한 숲에 살기 좋아했네.
저 람비니(藍毘尼)의 아름다운 동산
샘물 흐르고 꽃과 열매 무성하네.
厭惡彼諠俗,
樂處空閑林,
藍毘尼勝園,
流泉花果茂。
고요하고 고요하여 선정[禪思] 들기 알맞기에
거기서 노닐기를 왕에게 청하시니
왕은 그 마음 알아차리고
기특한 생각이라 여기셨네.
寂靜順禪思,
啓王請遊彼,
王知其志願,
而生奇特想。
안팎의 권속들에 분부하시어
동산 숲으로 함께 나가게 하니
그때 왕후이신 마야(摩耶) 부인은
아기 낳을 때가 되었음을 스스로 아셨네.
勅內外眷屬,
俱詣彼園林,
爾時摩耶后,
自知產時至。
편안하고 좋은 침상에 눕자
백천 채녀(婇女)들 왕후를 모셨다.
마침 때는 4월 8일이라서
맑고 온화한 기운 고르고 알맞았다네.
偃寢安勝牀,
百千婇女侍,
時四月八日,
淸和氣調適。
재계(齋戒)하고 깨끗한 덕 닦았기에
보살은 오른쪽 옆구리로 탄생하셨네.
큰 자비로 온 세상 건지시려고
어머니를 고생스럽게 하지 않으셨네.
齋戒修淨德,
菩薩右脅生,
大悲救世閒,
不令母苦惱。
우류왕(優留王)은 다리로 태어났고
비투왕(卑偸王)은 손으로 태어났으며
만타왕(曼陀王)은 정수리로 태어났고
가차왕(伽叉王)은 겨드랑이로 태어난 것처럼
優留王股生,
卑偸王手生,
曼陁王頂生,
伽叉王腋生。
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오른쪽 옆구리로 탄생하셨네.
차츰차츰 태에서 나오시자
그 광명 두루 환하게 비추었다네.
菩薩亦如是,
誕從右脅生,
漸漸從胎出,
光明普照耀。
마치 허공에서 떨어진 듯
자궁문을 통해 탄생하지 않으셨네.
한량없는 겁(劫) 동안 덕을 닦으시어
나면서부터 죽지 않는 법 저절로 아셨네.
如從虛空墮,
不由於生門,
修德無量劫,
自知生不死。
조용하고 편안하여 허둥거리지 않고
밝게 드러난 모습 미묘하고 단정했네.
환하게 태(胎)에서 나타나는 모습
마치 처음 떠오르는 태양 같았네.
安諦不傾動,
明顯妙端嚴,
晃然後胎現,
猶如日初昇。
살펴보면 지극히 밝고 빛나지만
바라보는 눈동자에 해롭지 않고
아무리 보아도 눈부시지 않아
마치 공중의 달을 보는 것 같았네.
觀察極明耀,
而不害眼根,
縱視而不耀,
如觀空中月。
자기 몸의 광명 밝게 비춤이
햇빛이 등불 빛을 무색케 하듯
보살의 황금빛 몸의 광명이
두루 비춤도 그러하였네.
自身光照耀,
如日奪燈明,
菩薩眞金身,
普照亦如是。
바르고 참된 마음 흐트러지지 않고
편안하고 조용히 일곱 걸음 걸을 때
발바닥이 편편한 발꿈치는
영롱하게 빛남이 칠성(七星) 같았네.
正眞心不亂,
安庠行七步,
足下安平趾,
炳徹猶七星。
짐승의 왕 사자 같은 걸음으로
사방을 두루 관찰하면서
진실한 이치 환히 깨달았기에
이와 같은 말씀 할 수 있었네.
獸王師子步,
觀察於四方,
通達眞實義,
堪能如是說。
“이 생(生)은 부처 되기 위한 생으로서
최후의 마지막 생(生)이 되리라.
나는 오직 이 한 생에
기어코 모든 중생 제도하리라.”
此生爲佛生,
則爲後邊生,
我唯此一生,
當度於一切。
그때 마침 허공에서
한 줄기는 따뜻하고 한 줄기는 시원한
두 줄기 깨끗한 물 흘러 내려
정수리에 쏟아져 몸을 즐겁게 하였네.
應時虛空中,
淨水雙流下,
一溫一淸涼,
灌頂令身樂。
보배 궁전에 편안히 들어
유리 평상에 누워 계시자
천왕(天王)이 금꽃[金華] 같은 손으로
평상의 네 발을 떠받들었네.
安處寶宮殿,
臥於琉璃牀,
天王金華手,
奉持牀四足。
모든 하늘들 허공에서
보배 일산을 들어 모시고
그 위신(威神)을 찬탄하면서
불도(佛道) 성취하길 권청하였네.
諸天於空中,
執持寶蓋侍,
承威神讚嘆,
勸發成佛道。
모든 용왕(龍王)들 기뻐하면서
뛰어난 그 법을 간절히 우러렀네.
그들은 과거에도 부처님 받들었는데
지금 또 이 보살을 만나게 되었네.
諸龍王歡喜,
渴仰殊勝法,
曾奉過去佛,
今得値菩薩。
만다라(曼陀羅)꽃을 뿌려대면서
오롯한 마음으로 즐겁게 공양했네.
여래가 이 세상에 나타나시자
정거천(淨居天)도 또한 기뻐하였네.
散曼陁羅花,
專心樂供養,
如來出興世,
淨居天歡喜。
애욕(愛欲)의 기쁨 이미 없건만
법을 위해 기뻐하고 좋아했으니
괴로움 바다에 빠진 중생들
해탈케 하기 위함이었네.
已除愛欲歡,
爲法而欣悅,
衆生沒苦海,
令得解脫故。
저 수미보산왕(須彌寶山王)이
이 대지를 굳게 지키고 있다가
보살이 이 세상에 나타나시자
그 공덕(功德)의 바람에 날리게 되어
온 대지가 울리고 흔들림이
마치 풍랑이 뱃전을 두드리듯 하였네.
須彌寶山王,
堅持此大地,
菩薩出興世,
功德風所飄。
普皆大震動,
如風鼓浪舟,
보드라운 가루 전단(栴檀)향
온갖 보배 연꽃들
바람 부는 대로 허공 따라 흐르고
어지럽게 휘날려 흘러내렸네.
栴檀細末香,
衆寶蓮花藏,
風吹隨空流,
繽紛而亂墜。
허공에선 하늘옷 내려와
몸에 닿자 오묘한 음악 생기고
해와 달은 평상시와 다름없건만
그 광명 밝기는 몇 배나 더하였네.
天衣從空下,
觸身生妙樂,
日月如常度,
光耀倍增明。
이 세계의 모든 불빛은
섶이 없어도 저절로 불타오르고
맑고 시원한 우물에선 깨끗한 물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솟아올랐네.
世界諸火光,
無薪自炎熾,
淨水淸涼井,
前後自然生。
중궁(中宮)의 채녀(婇女)들은 이상히 여겨
일찍이 없던 일이라 찬탄하면서
다투어 달려가 마시고 목욕하자
모두 다 안락한 생각이 일어났다네.
中宮婇女衆,
怪歎未曾有,
競赴而飮浴,
皆起安樂想。
한량없는 하늘의 정령[部多天]들
법을 좋아해 다들 구름처럼 모여들어
람비니(藍毗尼) 동산의
나무숲 사이를 빼곡이 메워 섰네.
無量部多天,
樂法悉雲集,
於藍毘尼園,
遍滿林樹閒。
신기하고 특별한 온갖 묘한 꽃들은
제 철도 아니건만 활짝 피었고
흉악하고 사나운 중생 무리도
한꺼번에 자애로운 마음을 내었네.
奇特衆妙花,
非時而敷榮,
凶暴衆生類,
一時生慈心。
이 세상의 모든 질병(疾病)들
고치지 않아도 저절로 없어지고
어지럽게 울부짖던 날짐승과 길짐승들
잠자코 조용해져 아무 소리 없었네.
世閒諸疾病,
不療自然除,
亂鳴諸禽獸,
恬默寂無聲。
온갖 개울물은 모두 흐름을 멎고
흐린 물은 다 맑아졌으며
하늘에는 구름의 가리움 없고
하늘북[天鼓]은 저절로 울렸다네.
萬川皆停流,
濁水悉澄淸,
空中無雲翳,
天鼓自然鳴。
일체의 모든 세간들
모두 다 안온해지고 즐거움 얻었는데
마치 황폐하고 어려운 처지의 나라가
홀연히 현명한 임금을 만난 듯하였네.
一切諸世閒,
悉得安隱樂,
猶如荒難國,
忽得賢明主。
보살이 이 세상에 나오신 까닭은
온갖 고통에서 중생을 건지기 위해서이니,
오직 저 악마의 하늘왕[魔天王]만
부들부들 떨면서 매우 근심하였네.
菩薩所以生,
爲濟世衆苦,
唯彼魔天王,
震動大憂惱。
부왕(父王)은 태어난 아드님을 보고
일찍이 없었던 기이하고 특별한 일이라
본래 성품은 평안하고 신중했으나
너무 놀라 보통 때의 얼굴 바뀌었네.
父王見生子,
奇特未曾有,
素性雖安重,
驚駭改常容。
두 숨결 가슴에 번갈아 일어나고
한편으론 기쁘고 한편으론 두려웠다네.
부인은 그 아드님이
평범한 방법으로 태어나지 않음을 알아차렸네.
二息交胸起,
一喜復一懼,
夫人見其子,
不由常道生。
여인의 성품에 겁 많고 나약하여
얼음이나 숯불을 품은 듯 두려워져
좋고 나쁜 얼굴상을 분별하지 못하고
도리어 근심하고 무서워하였네.
女人性怯弱,
怵惕懷冰炭,
不別吉凶相,
反更生憂怖。
오래 보살피던 여러 유모들
서로들 어지러이 신명(神明)께 기도하고
‘원컨대 우리 태자를 편안하게 해주소서.’
제각기 늘 섬기던 신을 청하였네.
長宿諸母人,
互亂祈神明,
各請常所事,
願令太子安。
그때 그 숲 속에는
관상을 잘 보는 바라문(婆羅門)이 있었는데
위의(威儀)와 많은 지식 갖추었고
훌륭한 말솜씨에 높은 명성 자자했다네.
時彼林中有,
知相婆羅門,
威儀具多聞,
才辯高名稱。
그는 이 태자의 상을 보고는
일찍 없었던 일이라 기뻐 뛰다가
놀라고 두려워하는 왕의 마음을 알고
진실한 내용을 왕에게 아뢰었다네.
見相心歡喜,
踊躍未曾有,
知王心驚怖,
白王以眞實。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나
특별하고 훌륭한 아들을 구하는데
왕이시여 태자는 뚜렷한 보름달과 같으니
마땅히 크게 기뻐하셔야 합니다.
人生於世閒,
唯求殊勝子,
王今如滿月,
應生大歡喜。
지금 나으신 특별하고 훌륭한 이 아드님은
반드시 종족(宗族)을 드러내 빛내리니
마음을 편히 하여 스스로 기뻐해 경하하고
아무런 의심이나 염려치 마십시옵소서.
今生奇特子,
必光顯宗族,
安心自欣慶,
莫生餘疑慮。
신령스런 상서가 이 나라에 모여
지금부터 갈수록 흥하고 성하리니
지금 나으신 이 특별하고 훌륭한 아들
반드시 이 세상을 구원할 것입니다.
靈祥集家國,
從今轉休盛,
所生殊勝子,
必爲世閒救。
생각건대 이 상사(上士)의 몸은
황금빛 오묘한 광명이 있으니
이와 같이 특별하고 훌륭한 상(相)은
틀림없이 등정각(等正覺) 이루오리다.
惟此上士身,
金色妙光明,
如是殊勝相,
必成等正覺。
만일 세상의 즐거움 익히면
반드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드넓은 이 대지의 주인으로서
바른 법으로 강건히 다스릴 것입니다.
若習樂世閒,
必作轉輪王,
普爲大地主,
勇猛正法治。
4천하를 다스리는 왕이 되어
모든 왕들을 통솔하고 제어함이
마치 이 세상의 모든 광명 중에서
햇빛이 가장 으뜸인 것 같을 것이오.
王領四天下,
統御一切王,
猶如世光明,
日光爲最勝。
또한 이 분이 만일 산림(山林)에 머문다면
오롯한 마음으로 해탈(解脫) 구하고
진실한 지혜를 성취하여
이 세상을 널리 비출 것이오.
若處於山林,
專心求解脫,
成就實智慧,
普照於世閒。
비유하면 수미산(須彌山)은
모든 산 가운데 왕이듯이
온갖 보배 중엔 황금이 제일이듯이
숱한 개울 중엔 바다가 제일이듯이
譬如須彌山,
普爲諸山王,
衆寶金爲最,
衆流海爲最。
모든 별 중엔 달이 제일이듯이
모든 광명 중엔 해가 제일이듯이
여래(如來)가 세상에 존재하시면
모든 사람 중에 제일이 될 것입니다.
諸宿月爲最,
諸明日爲最,
如來處世閒,
兩足中爲最。
길고도 넓은 청정한 눈
아래위로 깜빡일 땐 긴 눈썹 드러나며
바라보는 눈동자는 검푸른 빛으로서
밝고도 빛남이 반달 모양 같으니
이 상(相)을 어떻게
평등하고 특별하게 뛰어난 눈이 아니라 하리.”
淨目脩且廣,
上下瞬長睫,
瞪矚紺靑色,
明煥半月形。
此相云何非,
平等殊勝目,
그때 왕이 이생(二生)에게 말하였다.
“만약 그대 말한 것과 같다면
이와 같이 기이하고 특별한 상은
어떠한 인연 담겨 있기에
선왕 때에는 감응하지 않다가
내 대에 이르러 나타났는가?”
時王告二生,
若如汝所說。
如此奇特相,
以何因緣故,
不應於先王,
乃現於我世,
바라문은 왕에게 아뢰었다.
“부디 그런 말씀하지 마소서.
많은 지식과 밝은 지혜
명칭(名稱)과 그리고 갖가지 사업 등
이와 같은 네 가지 일들은
선후(先後)를 따져서 감응하는 것 아닙니다.
婆羅門白王,
不應如是說,
多聞與智慧,
名稱及事業,
如是四事者,
不應顧先後。
사물이 생겨나는 이치는
제각기 인연 따라 일어납니다.
이제 모든 비유를 들어 설명하리니
왕께서는 우선 자세히 들어 보소서.
物性之所生,
各從因緣起,
今當說諸譬,
王今且諦聽。
비구(毘求)와 앙기라(央耆羅)
이 두 선인(仙人) 종족은
오랜 세월이 지나고서야
제각기 뛰어난 아들을 낳았소.
毘求央耆羅,
此二仙人族,
經歷久遠世,
各生殊異子。
하나는 비리하발저(毘利訶鉢低)이고
또 다른 사람은 숙가라(儵迦羅)였소.
그들이 제왕론(帝王論)을 지었지만
그들은 조상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오.
毘利訶鉢低,
及與儵迦羅,
能造帝王論,
不從先族來。
살라살(薩羅薩) 선인은
오랫동안 경론(經論)을 단절했었지만
그가 낳은 바라바(婆羅婆)는
그 뒤를 이어 경론을 밝혔으니
현재 지견(知見)이 태어난 것은
반드시 그 조상 때문이 아니라오.
薩羅薩仙人,
經論久斷絕,
而生婆羅婆,
續復明經論,
現在知見生,
不必由先胄。
비야사(毘耶娑) 선인은
온갖 경론을 많이 지었지만
그의 후손 발미(跋彌)는
게송(偈頌)의 장구(章句)를 널리 모았소.
毘耶娑仙人,
多造諸經論,
末後胤跋彌,
廣集偈章句。
아저리(阿低利) 선인은
의서(醫書)를 해득하지 못했지만
그의 후손 아저리(阿低離)는
온갖 병을 잘 치료했다오.
阿低利仙人,
不解醫方論,
後生阿低離,
善能治百病。
이생(二生) 구시(駒尸) 선인은
외도의 논서(論書) 익히지 않았지만
그의 후손 가제나왕(伽提那王)은
외도의 법을 모두 알았소.
二生駒尸仙,
不閑外道論,
後伽提那王,
悉解外道法。
감자왕(甘蔗王)의 시조는
바다의 조수(潮水)를 막지 못했지만
사가라왕(娑伽羅王)에 이르러서는
천 명의 왕자를 낳아 길렀소.
甘蔗王始族,
不能制海潮,
至娑伽羅王,
生育千王子。
큰 바다 조수까지 죄다 막아
정해놓은 경계를 넘지 못하게 했소.
사나구(闍那駒) 선인은
스승 없이 선도(禪道)를 터득했다오.
能制大海潮,
使不越常限,
闍那駒仙人,
無師得禪道。
명예와 칭송을 얻는 것이
다 제 힘에서 생기는 것이니
선조는 훌륭한데 후손이 못난 경우도 있고
후손은 훌륭한데 선조가 못난 경우도 있다오.
凡得名稱者,
皆生於自力,
或先勝後劣,
或先劣後勝。
모든 제왕(帝王)이나 모든 신선들
반드시 그 조상을 이어받지는 않는다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는
그 선후를 돌아보고 감응하는 것 아닙니다.
帝王諸神仙,
不必承本族,
是故諸世閒,
不應顧先後。
대왕이시여, 이제 이와 같나니
마땅히 기쁜 마음 내소서.
기쁜 마음을 내신다면
영원히 의혹을 여의게 될 것입니다.”
大王今如是,
應生歡喜心,
以心歡喜故,
永離於疑惑。
왕이 선인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공양을 더하면서 말했네.
“내 이제 훌륭한 아들을 낳았으니
전륜왕의 자리를 물려주리라.
王聞仙人說,
歡喜增供養,
我今生勝子,
當紹轉輪位。
내 나이 어느새 늙어버렸으니
나는 집을 나가 범행(梵行)을 닦으라.
그리하여 성스런 왕자가 세상을 버리고
숲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게 하리라.”
我年已朽邁,
出家修梵行,
無令聖王子,
捨世遊山林。
마침 그때 그 근처 동산에는
아사타(阿私陀)라 이름하는
고행(苦行)을 실천하는 선인이 있었는데
관상 보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었네.
時近處園中,
有苦行仙人,
名曰阿私陁,
善解於相法。
그는 왕궁의 문 앞에 와서 왕에게 말했다.
“범천(梵天)이 응(應)한 상이며
고행으로 바른 법 닦기를 좋아할 상으로서
이 두 가지 상을 모두 나타낸다오.”
來詣王宮門,
王謂梵天應,
苦行樂正法,
此二相俱現。
범행의 상을 두루 갖추었으니
그때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곧 궁궐 안으로 맞아들여서
공경하고 또 공양을 베풀었다네.
梵行相具足,
時王大歡喜,
卽請入宮內,
恭敬設供養。
그가 궁(宮) 안으로 들어가서는
오직 왕자만 보는 것을 좋아할 뿐
아무리 아름다운 채녀들 있다 해도
텅 빈 숲에 머물 듯하였네.
將入內宮中,
唯樂見王子,
雖有婇女衆,
如在空閑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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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법좌(法座)에 편안히 앉아
더욱 공경하여 받들어 섬기니
그 모습 마치 안저첩왕(安低牒王)이
바시타(波尸吒)를 섬기듯 하였네.
安處正法座,
加敬尊奉事,
如安低牒王,
奉事波尸咤。
그때 왕은 선인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서야 큰 이익을 얻었소.
큰 선인을 괴롭혀 수고롭게 하였더니
황송하게도 와서 나의 청을 들어주었소.
時王白仙人,
我今得大利,
勞屈大仙人,
辱來攝受我。
마땅히 해야 할 모든 일 있으면
원컨대 그때그때 분부하시오.”
이렇게 권하여 청하기를 마치자
선인은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네.
諸有所應爲,
唯願時教勅,
如是勸請已,
仙人大歡喜。
“훌륭하십니다. 상승왕(常勝王)으로서
온갖 덕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와서 구하기 좋아하는 자에게는
은혜 베풀고 바른 법 높이며
어질고 지혜로운 뛰어난 종성으로서
겸손하고 공손하며 잘 따라 순종했네.
善哉常勝王,
衆德悉皆備,
愛樂來求者,
惠施崇正法,
仁智殊勝族,
謙恭善隨順。
과거에 온갖 묘한 인연을 심어
훌륭한 그 열매 지금에야 나타났으니
지금 여기에 온 인연을 말하리니
왕께선 마땅히 내 말을 들어보소서.
宿殖衆妙因,
勝果現於今,
汝當聽我說,
今者來因緣。
나는 일도(日道:태양의 길)를 따라 오다가
공중에서 하늘의 말을 들었소.
지금 저 왕이 태자를 낳았는데
분명코 정각(正覺)의 도(道)를 이루리라고.
我從日道來,
聞空中天說,
言王生太子,
當成正覺道。
아울러 아까 상서로운 상을 보고
이제 일부러 여기에 이르렀나니
저 석가왕의 바른 법 깃대를
세우는 것 보고자 해서입니다.”
幷見先瑞相,
今故來到此,
欲觀釋迦王,
建立正法幢。
왕은 선인의 말을 듣고
결정코 의심의 그물을 없애버리려
태자를 데리고 나오도록 명하여
그 선인에게 상을 보였네.
王聞仙人說,
決定離疑網,
命持太子出,
以示於仙人。
선인이 태자의 상을 보았더니
발바닥엔 일천 개의 살 바퀴 있고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엔 그물막이 있으며
눈썹 사이에는 흰 털이 감돌아 났네.
仙人觀太子,
足下千輻輪,
手足網縵指,
眉閒白毫跱。
양근(陽根)은 말[馬]처럼 감추어져 있으며
얼굴빛은 불빛처럼 빛났으니
도인은 일찍 없었던 일이란 생각 내어
눈물 흘리면서 크게 탄식하였네.
馬藏隱密相,
容色炎光明,
見生未曾想,
流淚長嘆息。
통합뷰어
왕은 그 선인이 우는 것 보고
아들 생각하는 마음에 전율(戰慄)하여
기운이 맺혀 가슴에 응어리지고
놀라고 두근거려 편안하지 못하였다네.
王見仙人泣,
念子心戰慄,
氣結盈心胸,
驚悸不自安。
얼떨결에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선인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선인에게 아뢰어 말하였다.
“이 아이는 기이하고 특별하게 났고
不覺從坐起,
稽首仙人足,
而白仙人言,
此子生奇特。
얼굴도 지극히 단정하고 엄숙하여
하늘 사람이나 거의 다름이 없소.
사람 중에 제일이라 그대가 말해놓고
무슨 일로 근심하고 슬퍼하는가?
容貌極端嚴,
天人殆不異,
汝言人中上,
何故生憂悲。
혹 이 아이가 수명이 짧아
내가 근심하고 슬퍼할까 그러는 것 아닌가?
오랫동안 목마르다 감로(甘露) 얻었지만
다시 도로 그것을 잃지나 않을까 해서인가?
將非短壽子,
生我憂悲乎,
久渴得甘露,
而反復失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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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장차 재물 잃어 집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지나 않을까 해서인가?
만일 내게 훌륭한 아들이 있어
이 나라를 맡길 수만 있다면
將非失財寶,
喪家亡國乎,
若有勝子存,
國嗣有所寄。
나는 죽을 때에도 마음 기뻐서
안락하게 저 세상에 태어나리라.
비유하면 사람의 두 눈이
한 쪽은 감겨 있고 한 쪽은 뜬 듯 하리라.
我死時心悅,
安樂生他世,
猶如人兩目,
一眠而一覺。
가을 서리 내릴 때 꽃 피워
꽃을 피었으나 열매 없게 하지 말라.
세상 사람 친족들 중에
아들보다 더 깊은 사랑 없나니
마땅히 지금 미래를 예언하여
나의 근심 덜어 주소서.”
莫如秋霜花,
雖敷而無實,
人於親族中,
愛深無過子,
宜時爲記說,
令我得蘇息。
선인은 그의 부왕(父王)이
마음 속에 품은 큰 근심을 알아차리고
곧 그 대왕에게 말해 알렸다.
“대왕이여, 너무 두려워하지 마소서.
아까 대왕께 이미 다 말씀드렸으니
부디 스스로 의심을 내지 마소서.
仙人知父王,
心懷大憂懼,
卽告言大王,
王今勿恐怖,
前已語大王,
愼勿自生疑。
지금의 상(相)도 전과 다름없나니
다시 다른 생각을 품을 것 없습니다.
그저 내 나이 늙은 것 생각하고
슬프고 애달퍼 울며 탄식할 뿐입니다.
今相猶如前,
不應懷異想,
自惟我年暮,
悲慨泣歎耳。
이제 내 목숨 끝나려 하는 즈음에
이 아드님 세상에 응(應)하여 나셨으나
다시 나지 않기 위해 세상에 나셨으니
이 분을 다시는 만나기 어려우리.
今我臨終時,
此子應世生,
爲盡生故生,
斯人難得遇。
거룩한 왕의 자리 던져 버리고
5욕(欲)의 경계에 집착하지 않으며
열심히 애써 고행 닦아서
진실한 이치를 깨달으신 뒤에는
當捨聖王位,
不著五欲境,
精勤修苦行,
開覺得眞實。
언제나 일체 중생을 위하여
어리석고 어두운 장애를 없애주고
이 세상을 영원히 환하게 밝히리니
지혜의 광명 태양 빛과 같으리.
常爲諸群生,
滅除癡冥障,
於世永熾燃,
智慧日光明。
중생이 괴로움의 바다에 빠져
갖가지 병으로 물거품 삼고
쇠하고 늙음으로 큰 물살 삼으며
죽음으로 바다의 큰 물결 삼을 때
衆生沒苦海,
衆病爲聚沫,
衰老爲巨浪,
死爲海洪濤。
이 분은 가벼운 지혜의 배를 타고
온갖 흐름의 어려움을 건너리라.
지혜로 흐르는 물 거슬러 오르고
깨끗한 계(戒)로써 언덕을 삼으며
乘輕智慧舟,
渡此衆流難,
智慧泝流水,
淨戒爲傍岸。
삼매(三昧)는 청량(淸凉)한 못이 되고
정수(正受)는 온갖 기이한 새가 되리라.
이와 같이 매우 깊고도 넓은
바른 법의 큰 강물이 되리라.
三昧淸涼池,
正受衆奇鳥,
如此甚深廣,
正法之大河。
애욕에 목마른 모든 중생들
그것을 마심으로써 되살아나게 하리.
5욕의 경계에 물들어 집착하다가
온갖 괴로움에 핍박당하고
渴愛諸群生,
飮之以蘇息,
染著五欲境,
衆苦所驅迫。
나고 죽는 넓은 벌판 헤매면서
아득히 돌아갈 곳 알지 못하네.
보살이 이 세상에 나오신 까닭은
해탈의 길 터놓기 위해서라네.
迷生死曠野,
莫知所歸趣,
菩薩出世閒,
爲通解脫道。
이 세상 탐욕의 불길이
경계의 섶을 맹렬히 태울 때
대자비의 구름 일으켜
법비 내려 꺼지게 하리라.
世閒貪欲火,
境界薪熾燃,
興發大悲雲,
法雨雨令滅。
어리석음과 어둠은 두 겹 문이요
탐욕은 그 문의 자물쇠 되어
모든 중생들을 막아 가두지만
나고 죽음 초월하는 해탈의 문은
금강(金剛) 지혜가 못 빼는 도구 되어
은애와 애정의 화살촉을 뽑아낸다네.
癡闇門重扇,
貪欲爲關鑰,
閉塞諸群生,
出要解脫門,
金剛智慧鑷,
拔恩愛逆鑽。
어리석음의 그물에 스스로 묶여
곤궁하고 괴로워도 의지할 곳 없더니
법왕(法王)이 세상에 나타나시어
능히 중생의 결박 풀어주시네.
愚癡網自纏,
窮苦無所依,
法王出世閒,
能解衆生縛。
왕이여, 부디 이 아드님 때문에
스스로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마시고
그보다는 저 중생들 욕심에 집착하여
바른 법 어김이나 근심하소서.
王莫以此子,
自生憂悲患,
當憂彼衆生,
著欲違正法。
저는 이제 늙음과 죽음에 시달려
성인의 공덕에서 멀어지고 말아
갖가지 선정(禪定)을 닦는다 해도
그 이익 얻지 못하리이다.
我今老死壞,
遠離聖功德,
雖得諸禪定,
而不獲其利。
현재 이 보살이 계신 곳에서
끝내 바른 법 듣지 못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 끝난 뒤에는
반드시 3난천(難天)에 태어날 것입니다.”
於此菩薩所,
竟不聞正法,
身壞命終後,
必生三難天。
왕과 모든 권속들
이 선인의 말을 듣고는
그 스스로의 근심 깨달았으니
그 때문에 두려움 모두 없어졌다네.
“이 기이하고 특별한 아기 태어나
내 마음 매우 편안하게 되었다네.
王及諸眷屬,
聞彼仙人說,
知其自憂嘆,
恐怖悉以除,
生此奇特子,
我心得大安。
만일 그가 집을 떠나 세상 영화 버리고
선인(仙人)의 도(道)를 닦고 익힌다면
마침내 왕의 자리 이을 이 없어
다시 나로 하여금 언짢게 하리라.”
出家捨世榮,
修習仙人道,
遂不紹國位,
復令我不悅。
그러자 그때 그 선인은
왕을 향해 진실을 말하였다.
“틀림없이 왕께서 걱정하는 것처럼
장차 정각도(正覺道)를 이룰 것입니다.”
爾時彼仙人,
向王眞實說,
必如王所慮,
當成正覺道。
선인은 왕의 권속들 가운데에서
모든 사람의 마음 위로한 뒤에
스스로 자기의 신력(神力)으로써
허공을 날아 멀리 떠나 버렸다.
於王眷屬中,
安慰衆心已,
自以己神力,
騰虛而遠逝。
그때 백정왕(白淨王)은
아들의 기이하고 특별한 상호를 보고
또 이 아사타(阿私陀) 선인의
결정된 사실에 대한 말을 듣고는
爾時白淨王,
見子奇特相,
又聞阿私陁,
決定眞實說。
아들을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며
보배처럼 보호하고 언제나 생각하여
천하에 큰 사면령을 내리고
감옥의 죄수들까지 모두 풀어 주었다네.
於子心敬重,
珍護兼常念,
大赦於天下,
牢獄悉解脫。
세상 사람들 아들 났을 때의 법을 따라
마땅히 취하고 버릴 일을 따랐다.
모든 경전(經典)의 방론(方論)에 의거하여
온갖 할 일을 모두 다했네.
世人生子法,
隨宜取捨事,
依諸經方論,
一切悉皆爲。
아들 낳은 지 만 열흘이 되면
안온하여 마음 이미 태평해지니
모든 천신(天神)께 모두 제사드리고
도(道) 있는 이에게 널리 보시한다네.
生子滿十日,
安隱心已泰,
普祠諸天神,
廣施於有道。
사문(沙門)이나 바라문(婆羅門)들은
주원(呪願)으로 길한 복 비네.
모든 신하들에게 은혜 베풀고
가난한 이들에게도 재물 주었네.
沙門婆羅門,
呪願祈吉福,
嚫施諸群臣,
及國中貧乏。
촌이나 도성의 채녀(婇女)들에게
소ㆍ말ㆍ코끼리ㆍ재물 따위를
저마다의 필요에 따라
모든 사람들에게 다 베풀어주었다네.
村城婇女衆,
牛馬象財錢,
各隨彼所須,
一切皆給與。
좋은 날짜를 점쳐 가려
아들을 데리고 본궁(本宮)으로 돌아갈 때
정반왕(淨飯王)ㆍ백반왕(白飯王)의 흰 코끼리와
7보(寶)로 장엄한 수레는
卜擇選良時,
遷子還本宮,
二飯白淨牙,
七寶莊嚴輿。
갖가지 빛깔의 구슬로 얽어
밝고 고와 지극히 찬란했네.
부인은 태자를 안고
두루 돌면서 천신께 예배하였네
雜色珠絞絡,
明焰極光澤,
夫人抱太子,
周帀禮天神。
그런 다음 보배 수레에 오르니
아릿다운 채녀들이 따라 모시고
왕은 여러 신하들과 더불어
모두 다 함께 그 뒤를 따랐네.
然後昇寶輿,
婇女衆隨侍,
王與諸臣民,
一切俱導從。
마치 저 제석천이
여러 하늘들에 둘러싸인 것 같았네.
또 저 마혜수라천(摩醯首羅天)이
갑자기 육면(六面)의 아들 낳으면
猶如天帝釋,
諸天衆圍遶,
如摩醯首羅,
忽生六面子。
갖가지 제구를 베풀어 공급하고
또 그를 위해 복을 청하는 것처럼
이제 이 왕도 태자를 낳고서
온갖 제구 베푸는 것 또한 그러했네.
設種種衆具,
供給及請福,
今王生太子,
設衆具亦然。
또 비사문(毘沙門) 천왕이
나라구바(那羅鳩婆)를 낳았을 때
저 모든 하늘 무리들
다 함께 매우 기뻐했는데
毘沙門天王,
生那羅鳩婆,
一切諸天衆,
皆悉大歡喜。
왕도 이제 태자를 낳자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의
온 나라 모든 백성들
자못 기뻐함이 그와 같았네.
王今生太子,
迦毘羅衛國,
一切諸人民,
歡喜亦如是。
2. 처궁품(處宮品)
佛所行讚 處宮品第二
그때 백정왕(白淨王)의 집은
거룩한 아들 낳았으므로
친족 자제들과 모든 신하들
모두 다 충성스럽고 어질게 되었다네.
時白淨王家,
以生聖子故,
親族名子弟,
群臣悉忠良。
코끼리ㆍ말ㆍ보배수레와
나라의 재물과 7보 그릇 등은
날이 갈수록 더욱 늘어나
쓰임에 따라 모여 생겼네.
象馬寶車輿,
國財七寶器,
日日轉增勝,
隨應而集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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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졌던 한량없는 보배도
저절로 땅에서 솟아 나왔고
맑고 깨끗한 설산(雪山)에 사는
모질고 사나운 흰 코끼리들도
無量諸伏藏,
自然從地出,
淸淨雪山中,
兇狂群白象。
부르지 않았는데 저절로 오고
길들여 다루지 않아도 스스로 항복했네.
갖가지 온갖 빛깔의 말들은
지극히 단정하고 엄숙한 생김새 갖추었네.
不呼自然至,
不御自調伏,
種種雜色馬,
形體極端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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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갈기에 가늘고 긴 꼬리를 가진
마치 날 듯이 뛰어오르고
또 들에서 자란 것들도
때맞추어 저절로 모여들었네.
朱髦纖長尾,
超騰駿若飛,
又野之所生,
應時自然至。
순수한 빛깔로 잘 길들여졌고
살쪄서 건강하고 잘생긴 생김새에다
바른 걸음의 순수한 향내나는 젖소들
때에 맞춰 모두들 구름처럼 모여 왔네.
純色調善牛,
肥壯形端正,
平步淳香乳,
應時悉雲集。
원한을 품은 사람 마음이 가라앉고
공평하고 바른 사람 더욱 순후해지며
평소에 친한 사람 한층 더 친밀해지고
어지럽고 거스름은 모두 다 사라졌네.
怨憎者心平,
中平益淳厚,
素篤增親密,
亂逆悉消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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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바람에 때 맞춰 비 내리고
천둥도 울지 않고 벼락도 치지 않으며
농사는 그 때를 기다리지 않아도
몇 갑절 풍성한 수확 거두었다네.
微風隨時雨,
雷霆不震裂,
種殖不待時,
收實倍豐積。
신선한 5곡 향기롭고 감미로우며
가볍고 부드러워 잘 소화되네.
잉태한 모든 존재들
몸이 편하고 또한 화적(和適)했다네.
五穀鮮香美,
輕軟易消化,
諸有懷孕者,
身安體和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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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성종(聖種)을 받은 사람 말고도
그 밖의 모든 세상 사람들
살림살이 저마다 저절로 넉넉하여
남에게 구할 생각 조금도 없었네.
除受四聖種,
諸餘世閒人,
資生各自如,
無有他求想。
교만도 없고 간탐도 질투도 없으며
또한 성내거나 해칠 마음도 없어
세상의 모든 남자나 여자는
고요하기 태고(太古) 적 사람들 같았네.
無慢無慳嫉,
亦無恚害心,
一切諸士女,
玄同劫初人。
하늘 사당[天廟]과 모든 사찰들
동산과 수풀과 우물과 연못들
그 모두가 하늘 물건 같았고
때맞추어 저절로 생겨났다네.
天廟諸寺舍,
園林井泉池,
一切如天物,
應時自然生。
모든 경계 합쳐져 굶주림 없고
전쟁도 없으며 몹쓸 병도 그치고
온 나라의 모든 백성들
친족끼리 사랑하고 공경하였네.
合境無飢餓,
刀兵疾疫息,
國中諸人民,
親族相愛敬。
법애(法愛)로 서로들 좋아하고
더러운 욕심 내지 않았으며
다만 정의로 재물 구하고
이익 탐하는 마음도 없었네.
法愛相娛樂,
不生染污欲,
以義求財物,
無有貪利心。
법을 위하여 은혜 베풀되
그 보답을 받을 생각 없었고
네 가지 범행(梵行)을 닦고 익혀서
성내고 해칠 마음 멸해 없앴네.
爲法行惠施,
無求反報想,
脩習四梵行,
滅除恚害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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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마누(摩★)왕은
일광(日光) 태자 낳았을 때
온 나라는 좋은 상서를 입어
온갖 나쁜 것 일시에 그쳤었네.
過去摩㝹王,
生日光太子,
擧國蒙吉祥,
衆惡一時息。
이제 대왕이 태자를 낳자
그 덕 또한 그와 같아서
갖가지 덕을 갖췄다는 뜻으로
실달라타(悉達羅他)라 이름했네.
今王生太子,
其德亦復爾,
以備衆德義,
名悉達羅他。
그때 마야(摩耶)부인은
그가 낳은 아들 모습이
하늘 아기처럼 단정하고
온갖 아름다움 갖춘 것 보고
지나친 기쁨을 스스로 이기지 못하여
그만 목숨 마치고 천상에 태어났네.
時摩耶夫人,
見其所生子,
端正如天童,
衆美悉備足,
過喜不自勝,
命終生天上。
대애(大愛) 구담미(瞿曇彌)는
태자 모습이 하늘 아기와 같고
덕스러운 모습 세상에서 빼어나며
이미 친어머니 목숨 마친 것 보고는
大愛瞿曇彌,
見太子天童,
德貌世奇挺,
旣生母命終。
친아들 같이 사랑하며 길렀고
아들 또한 친어머니 같이 공경하기를
마치 해나 달이나 불의 광명이
적은 데서부터 점점 넓어지는 것처럼 하였고
태자 자라는 것 날로 새롭고
덕스러운 모습도 또한 그러하였네.
愛育如其子,
子敬亦如母,
猶日月火光,
從微照漸廣,
太子長日新,
德貌亦復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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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매길 수 없는 전단향(栴檀香)과
염부단향(閻浮檀香)처럼 이름난 보배와
몸을 보호하는 신선(神仙)의 약과
영락(瓔珞) 따위로 몸을 장엄하였네.
無價栴檀香,
閻浮檀名寶,
護身神仙藥,
瓔珞莊嚴身。
속국이었던 모든 이웃 나라는
왕이 태자를 낳았다는 말 듣고
온갖 모든 진귀한 보배와
소ㆍ염소ㆍ사슴ㆍ말ㆍ수레와
보배 그릇과 장엄한 거리를 바쳐
태자 마음 기쁘게 하였네.
附庸諸鄰國,
聞王生太子,
奉獻諸珍異,
牛羊鹿馬車,
寶器莊嚴具,
助悅太子心。
비록 갖가지 온갖 장신구와
호사스런 아기 노리개 있었지만
태자의 성품은 태연하고 묵직하며
몸은 어렸으나 마음은 원숙했네.
雖有諸嚴飾,
嬰童玩好物,
太子性安重,
形少而心宿。
마음은 높고 수승한 경계에 깃들어
세상 영화에 물들지 않았고
모든 학술과 기예[術藝]를 배울 때는
한 번 들으면 스승을 뛰어넘었네.
心拪高勝境,
不染於榮華,
修學諸術藝,
一聞超師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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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왕은 그의 총명함과 깊은 생각이
세상 사람들보다 뛰어난 것을 보고
명망 있고 권세 높은 종족과
풍교(風敎)와 예의 있는 가문을 두루 찾았네.
父王見聰達,
深慮踰世表,
廣訪名豪族,
風教禮義門。
아름다운 용모와 몸가짐 단정한 여인이 있었으니
그 이름 야수다라(耶輸陀羅)였네.
마땅히 태자의 아내로 맞아
태자의 마음 잡도록 이끌었다네.
容姿端正女,
名耶輪陁羅,
應娉太子妃,
誘導留其心。
태자의 뜻은 고상하고 원대하여
덕이 성하고 그 모습 맑고 밝아
마치 저 범천(梵天)의 맏아들인
사나구마라(舍那鳩摩羅)와 같았네.
太子志高遠,
德盛貌淸明,
猶梵天長子,
舍那鳩摩羅。
그의 어진 아내 아름다운 용모와
조신하고 맑고 묘한 자태는
곱고 아름답기 천후(天后)와 같았기에
함께 있으면서 밤낮으로 즐겼네.
賢妃美容貌,
窈窕淑妙姿,
瑰艶若天后,
同處日夜歡。
그들을 위해 청정궁(淸淨宮)을 세우니
굉장히 화려하고도 매우 장엄했다.
높이 솟아 허공 속에 있는 듯하고
아득히 멀어 가을 구름 같았네.
爲立淸淨宮,
宏麗極莊嚴,
高峙在虛空,
迢遰若秋雲。
따뜻하고 시원함이 네 철에 알맞아
때를 따라 좋은 곳 가려 살 때
기녀(伎女)들은 언제나 빙 둘러 있고
하늘 음악 소리 어울려 연주었네.
더러운 소리나 빛깔 가까이하여
세상을 싫어하는 생각나지 않게 하였네.
溫涼四時適,
隨時擇善居,
伎女衆圍遶,
奏合天樂音,
勿鄰穢聲色,
令生厭世想。
마치 저 하늘 건달바(犍撻婆)의
자연(自然)으로 된 보배 궁전에
악녀(樂女)가 하늘 음악 연주하듯이
소리와 빛깔이 마음과 눈을 부시게 하였네.
如天犍撻婆,
自然寶宮殿,
樂女奏天音,
聲色耀心月。
보살이 높은 궁전에 살 때
그 음악도 또한 그와 같았네.
그 부왕은 태자를 위해
고요히 살면서 순수한 덕을 닦았네.
菩薩處高宮,
音樂亦如是,
父王爲太子,
靜居修純德。
어질고 자애롭게 정법(正法)으로 교화하되
어진 이와 친하고 나쁜 벗 멀리했네.
그 마음 은애(恩愛)에 물들지 않아
욕심 일으키는 독(毒)한 생각에 대해서는
仁慈正法化,
親賢遠惡友,
心不染恩愛,
於欲起毒想。
마음을 추스르고 모든 감관 단속하여
가볍고 급한 마음 없애 버렸네.
온화한 얼굴로 분쟁을 잘 듣고서
만족 모르는 중생의 마음 사랑으로 가르쳤다네.
攝情撿諸根,
滅除輕躁意,
和顏善聽訟,
慈教厭衆心。
모든 외도(外道)들에게 펴서 교화하여
거스름을 도모하는 모든 꾀를 끊었네.
학문을 가르쳐 세상을 구제하여
만 백성 모두 안락을 얻게 하였네.
宣化諸外道,
斷諸謀逆術,
教學濟世方,
萬民得安樂。
내 아들을 안락하게 하는 것처럼
만 백성에 대해서도 그러하였네.
불을 섬기고 모든 신(神)을 받들며
손 모아 합장한 채 달빛을 마시고
如令我子安,
萬民亦如是,
事火奉諸神,
叉手飮月光。
항하강[恒水] 물 속에 몸을 씻으며
법의 물로써 그 마음 씻어 내어
복을 비는 것 자기 위함 아니고
오직 그 아들과 백성 위함이었네.
恒水沐浴身,
法水澡其心,
祈福非存己,
唯子及萬民。
사랑하는 말이라 하여 의(義) 없음이 아니고
의(義)로운 말이라 하여 사랑 아님 아니며
사랑하는 말이라 하여 진실 아님 아니고
진실한 말이라 하여 사랑 아님 아니었네.
愛言非無義,
義言非不愛,
愛言非不實,
實言非不愛。
부끄러워하는 마음 있기 때문에
능히 참답게 말하지 못했을 뿐이니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도
탐하고 성내는 생각 의지하지 않았네.
以有慚愧故,
不能如實說,
於愛不愛事,
不依貪恚想。
고요하고 묵묵함에 마음을 두어
공평하고 올발라서 다툼을 멈추게 하고
구태여 하늘에 제사하지 않았으나
살생(殺生)하지 않은 복이 그보다 나았네.
志存於寂默,
平正止諍訟,
不以祠天會,
勝於斷事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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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는 것 많은 저 중생들 보면
풍족하게 베풀어 바라는 것보다 넘치게 하고
마음에는 전쟁할 생각이 없어
덕으로 원수(怨敵)을 항복받았네.
見彼多求衆,
豐施過其望,
心無戰爭想,
以德降怨敵。
하나를 조복받아 일곱을 보호하고
일곱을 떠나보내 다섯을 억제하며
셋을 얻어서 셋을 깨닫고
둘을 알아서 둘을 버렸네.
調一而護七,
離七防制五,
得三覺了三,
知二捨於二。
정(情)을 구하다가 죄를 저질러
죽음에 다다르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되
추하고 나쁜 말로 억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말로써 가르쳐 훈계하였네.
求情得其罪,
應死垂仁恕,
不加麤惡言,
軟語而教勅。
재물을 힘써 베풀어
살아갈 길을 제시해 주고
신선의 도(道)를 받아 배워서
원망하고 성내는 마음 멸해 없앴네.
務施以財物,
指授資生路,
受學神仙道,
滅除怨恚心。
명예와 덕망 널리널리 퍼졌으니
세상은 망하여 없어져도
그 왕으로서 밝은 덕 닦으면
온 천하의 백성들 받들어 배우는 것이
마치 사람의 마음 편하고 고요하면
온몸과 모든 감관[根]이 따르는 것 같네.
名德普流聞,
世閒永消亡,
主匠修明德,
率土皆承習,
如人心安靜,
四體諸根從。
그때 백정왕(白凈王)의 태자와
어진 아내 야수다라가
나이 점점 들어가자
라후라(羅睺羅)를 낳게 되었네.
時白淨太子,
賢妃耶輸陁,
年竝漸長大,
孕生羅睺羅。
백정왕은 스스로 생각하였네.
‘태자는 이미 아들을 낳았으니
대대로 계속해서 후사를 이어
올바른 교화 끝이 없으리라.
태자는 이미 아들을 낳았으니
그 아들에 대한 사랑 나와 같다네.
白淨王自念,
太子已生子,
歷世相繼嗣,
正化無終極,
太子旣生子,
愛子與我同。
다시는 출가(出家)할 생각 않고
다만 힘써 선(善)을 닦을 것이니
이제 내 마음 너무 편안해
하늘에 난 즐거움과 다름없구나.’
不復慮出家,
但當力脩善,
我今心大安,
無異生天樂。
마치 저 겁초(劫初) 때에
선왕(仙王)이 도에 머문 것처럼
청정한 업(業)을 즐겨 행하고
제사 때에도 살생(殺生)하지 않았네.
猶若劫初時,
仙王所住道,
愛行淸淨業,
祠祀不害生。
마치 불꽃처럼 성하게 훌륭한 업을 닦아
왕도 훌륭하고 범행도 훌륭하며
종족도 훌륭하고 재보(財寶)도 훌륭하며
용맹도 훌륭하고 기예(技藝)도 훌륭하다네.
熾然修勝業,
王勝梵行勝,
宗族財寶勝,
勇健伎藝勝。
밝음을 나타내어 온 세상 비춤이
마치 천 개의 태양 빛과 같았네.
무릇 왕이 된 까닭은
장차 아들을 나타내기 위함이라네.
明顯照世閒,
如日千光耀,
所以爲王者,
將爲顯其子。
아들을 나타냄은 종족을 위함이며
명성(名聲)으로 종족을 빛나게 함이네.
명성이 높으면 하늘에 태어날 수 있고
하늘에 태어남은 즐거움을 위함이라네.
顯子爲宗族,
榮族以名聞,
名高得生天,
生天爲樂已。
이미 즐거우면 지혜 늘어나
도를 깨달아 바른 법 펼 수 있으리
그래서 먼저 훌륭한 명성이 있는 곳에
온갖 묘한 도를 받아 행하는 것이네.
已樂智慧增,
悟道弘正法,
先勝名聞所,
受行衆妙道。
오직 바라는 것은 그 태자가
아들을 사랑하여 집 버리지 않는 것이네.
일체의 모든 나라 왕들은
낳은 아들이 아직 나이 어리다네.
唯願令太子,
愛子不捨家,
一切諸國王,
生子年尚小。
나라를 다스리게 할 수도 없을 것이요
그 마음이 방탕해지고
욕심을 따라 세상 즐거움에 집착하여
왕의 종족 있지 못할까 염려하였네.
不令王國土,
慮其心放逸,
縱情著世樂,
不能紹王種。
이제 이 왕이 태자를 낳고는
마음대로 5욕(欲)을 누리면서
다만 세상 영화만 즐기기 바랄 뿐
도를 배우게 하려 하지 않았네.
今王生太子,
隨心恣五欲,
唯願樂世榮,
不欲令學道。
과거의 보살왕도
비록 도(道)가 견고하였어도
반드시 세상의 영화와 즐거움 익혔나니
아들을 낳아 왕의 대를 잇게 하고
그런 뒤에야 산 숲으로 들어가
적묵(寂黙)의 도를 수행했다네.
過去菩薩王,
其道雖深固,
要習世榮樂,
生子繼宗嗣,
然後入山林,
修行寂默道。
3. 염환품(厭患品)
佛所行讚厭患品第三
밖에는 온갖 동산 숲 있고
흐르는 샘물과 맑고 시원한 못
갖가지 꽃들과 과일 나무들
늘어서서 그윽한 그늘을 드리웠네.
外有諸園林,
流泉淸涼池,
衆雜華果樹,
行列垂玄蔭。
이상하고 기이한 온갖 새들은
훨훨 날면서 그 속에서 노닐었고
물과 육지의 네 가지 꽃들은
불타는 빛깔로 묘한 향기 풍겼네.
異類諸奇鳥,
奮飛戲其中,
水陸四種花,
炎色流妙香。
기녀(伎女)들은 그 따라 풍악 울리고
노래 불러 태자에게 아뢰었네.
태자는 음악 소리를 듣고
동산 숲의 아름다움 찬탄하였네.
伎女因奏樂,
絃歌告太子,
太子聞音樂,
嘆美彼園林。
마음속에 기쁨 못 이겨
거기 나가 놀 생각 간절했나니
그것은 마치 매어 있는 난폭한 코끼리가
언제나 넓은 들을 그리워하듯 했네.
內懷甚踊悅,
思樂出遊觀,
猶如繫狂象,
常慕閑曠野。
통합뷰어
부왕은 그 태자가
동산에 놀러나가고 싶어한다는 소식 듣고
곧 모든 신하에게 분부를 내려
우의(羽儀)를 마련해 장식하라 명령하였네.
父王聞太子,
樂出彼園遊,
卽勅諸群臣,
嚴飾備羽儀。
왕이 다니는 길 다시 손보고
또 여러 가지 추하고 더러운 것과
늙고 병들고 쇠약한 이나
빈궁함에 괴로워하는 이들 모두 물리쳐
平治正王路,
幷除諸醜穢,
老病形殘類,
羸劣貧窮苦。
즐거움 없는 태자가 그것을 보고
불쾌한 마음 일으키지 않게 하였네.
그 모든 장엄이 갖추어지자
태자는 왕께 나아가 떠날 인사 아뢰었다네.
無令少樂子,
見起厭惡心,
莊嚴悉備已,
啓請求拜辭。
왕은 태자가 오는 것 보고
머리를 쓰다듬고 얼굴 들여다보며
슬프고 기쁜 마음 한데 얽혀
입으로는 허락하나 마음놓지 못하였다네.
王見太子至,
摩頭瞻顏色,
悲喜情交結,
口許而心留。
온갖 보배로 장식한 앞 높은 수레에는
훤칠하고 잘생긴 네 마리 말 매고
어질고도 착하며 재주 능하고
용모와 자태 아름다운 소년이
衆寶軒飾車,
結駟駿平流,
賢良善術藝,
年少美姿容。
통합뷰어
깨끗하고 고운 꽃옷을 입고
수레에 함께 타서 고삐 잡았네.
거리마다 온갖 꽃 흩뿌리고
보배 장막으로 길가를 가렸다네.
妙淨鮮花服,
同車爲執御,
街巷散衆華,
寶縵蔽路傍。
길 곁에 늘어선 가로수는
온갖 보배로 장엄하게 꾸몄고
비단 일산과 모든 깃발은
바람을 따라 어지러이 나부꼈다네.
垣樹列道側,
寶器以莊嚴,
繒蓋諸幢幡,
繽紛隨風揚。
길가에 늘어선 구경꾼들은
몸을 기울이고 눈빛 끊임없이 빛났고
물끄러미 바라보되 깜박이지 않나니
마치 푸른 연꽃을 벌여 놓은 것 같았네.
觀者挾長路,
側身目連光,
瞪矚而不瞬,
如竝靑蓮花。
뭇별이 큰 별을 따르듯
백성들 다 함께 호위하며 뒤따르며
입은 다르나 같은 소리로 찬탄하여
세상 드문 일이라 칭송했네.
臣民悉扈從,
如星隨宿王,
異口同聲嘆,
稱慶世希有。
귀한 이나 천한 이, 부유한 이나 가난한 이
어른이나 어린이 또한 젊은이들도
모두 다 공경하고 예배하면서
다만 행복하기만을 빌고 원했네.
貴賤及貧富,
長幼及中年,
悉皆恭敬禮,
唯願令吉祥。
도시 사람이나 촌사람이나
지금 태자가 행차한단 말 듣고
높은 이건 낮은 이건 할 것 없이
깨어 있던 이 잠자던 이에게 서로 알릴 새 없었네.
郭邑及田里,
聞太子當出,
尊卑不待辭,
寤寐不相告。
육축(六畜)을 몰아들일 겨를도 없이
미처 돈과 재물 받아들일 새도 없이
사립문 닫고 잠글 여가도 없이
서로 다투어 길가로 달려갔네.
六畜不遑收,
錢財不及斂,
門戶不容閉,
奔馳走路傍。
다락집 위에서나 언덕 나무에서나
열린 창가에서나 골목길 사이에서
몸을 기울이고 눈을 다투어
뚫어져라 바라봐도 싫증 없었네.
樓閣堤塘樹,
窗牖衢巷閒,
側身競容目,
瞪矚觀無厭。
높은 데서 보던 사람 땅으로 내려간 듯하고
땅에서 보던 사람 허공에 오르듯 하였으니
마음이 함빡 쏠려 자신을 망각한 채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나는 듯 하였네.
高觀謂投地,
步者謂乘虛,
意專不自覺,
形神若雙飛。
공손하고 정성스레 그 모습 보고
함부로 허튼 마음 내지 않았네.
뚜렷한 몸매 통통한 지절(支節)
빛깔은 마치 연꽃이 핀 것 같았네.
虔虔恭形觀,
不生放逸心,
圓體傭支節,
色若蓮花敷。
이제 나와서 이 동산 숲에 계시니
부디 거룩한 선인(仙人)법을 이루소서.
태자는 새로 닦아 놓은 길과
장엄하게 많은 사람 따르고
今出處園林,
願成聖法仙,
太子見修塗,
莊嚴從人衆。
옷과 수레의 선명한 빛 보고서
마음 흐뭇해져 기쁨이 가득했네.
온 나라 백성들은 그 태자의
근엄한 자태와 승우(勝羽)의 행렬을 뵙자
服乘鮮光澤,
欣然心歡悅,
國人瞻太子,
嚴儀勝羽從。
마치 저 하늘의 모든 사람들과
하늘 태자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았네.
그때 정거천왕(淨居天王)이
홀연히 내려와 길옆에 있으면서
亦如諸天衆,
見天太子生,
時淨居天王,
忽然在道側。
쇠약한 노인의 모습으로 변하여
이 세상 싫어하는 마음 내게 하였네.
태자는 그 노인의 모습 보고
놀랍고 괴이하여 마부에게 물었네.
變形衰老相,
勸生厭離心,
太子見老人,
驚怪問御者。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머리는 희고 등은 굽으며
눈은 어둡고 온몸을 떨면서
지팡이에 의지하여 비틀걸음 걷는가.
젊었던 몸이 갑자기 변해 저런가
본래 받은 성질이 스스로 그러한 것인가?”
此是何等人,
頭白而背僂,
目冥身戰搖,
任杖而羸步,
爲是身卒變,
爲受性自爾。
마부는 마음에 망설임 생겨
감히 사실대로 답하지 못하자
정거천왕이 신통력을 부려
그로 하여금 진실을 고백하게 하였네.
御者心躊躇,
不敢以實答,
淨居加神力,
令其表眞言。
“육신은 변하고 기운마저 허약해져서
근심만 가득하고 즐거움은 적으며
기쁨을 잊고 모든 감관[根] 무너지나니
이것을 늙고 쇠한 모습이라 합니다.
色變氣虛微,
多憂少歡樂,
喜忘諸根羸,
是名衰老相。
저 사람도 본래는 어린애로서
어미 젖 먹으며 자라났으며
소년 시절엔 장난기 가득하였고
단정한 모습으로 5욕(欲)도 즐겼는데
세월이 흘러 몸뚱이 쭈그러들고
지금은 늙게 되어 무너져갑니다.”
此本爲嬰兒,
長養於母乳,
及童子嬉遊,
端正恣五欲,
年逝形枯朽,
今爲老所壞。
태자가 이 말 듣고 길게 탄식하면서
다시 그 마부에게 물어 보았네.
“저 사람만 혼자 쇠하고 늙는 것인가
우리들도 다같이 저렇게 되는 것인가?”
太子長嘆息,
而問御者言,
但彼獨衰老,
吾等亦當然。
마부가 다시 대답하였다.
“태자님께도 그런 운명 있으니
세월이 지나면 몸이 저절로 변하여
반드시 닥칠 것임은 의심할 여지없네.
젊은 이 누군들 늙지 않음 없건만
온 세상 알면서도 기대한다오.”
御者又答言,
尊亦有此分,
時移形自變,
必至無所疑,
少壯無不老,
擧世知而求。
보살은 오랜 세월을
청정한 지혜의 업(業) 닦아 익히고
온갖 덕의 씨를 널리 심었다가
이제야 그 소원 꽃 피고 열매 맺게 되었네.
菩薩久修習,
淸淨智慧業,
廣殖諸德本,
願果華於今。
태자는 늙고 쇠함의 괴로움 듣고
전율하여 온몸의 털이 곤두섰으니
마치 번개 치고 천둥치는 소리를 듣고
뭇 짐승 놀라서 치달리듯 하였네.
聞說衰老苦,
戰慄身毛豎,
雷霆霹靂聲,
群獸怖奔走。
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두려움에 떨면서 길게 한숨짓고
늙음의 괴로움에 마음 얽매여
머리를 떨군 채 똑바로 눈뜨고
菩薩亦如是,
震怖長噓息,
繫心於老苦,
頷頭而瞪矚。
노쇠해지는 고통 생각하면서
세상 사람들 무엇을 애착하고 즐기는가.
모든 것은 늙음 앞에 허물어져서
거기에 부딪치면 분간할 것 없다네.
念此衰老苦,
世人何愛樂,
老相之所壞,
觸類無所擇。
비록 젊음의 육체와 힘 있어도
어느 것 하나 변치 않는 것 없나니
눈앞에서 그 모양 뻔히 보면서
어찌 싫어하여 떠나지 않는가.
雖有壯色力,
無一不遷變,
目前見證相,
如何不厭離。
보살이 곧 마부에게 분부했다.
“어서 빨리 수레 돌려 돌아가자.
생각생각에 늙고 쇠함 닥쳐오나니
이 동산 구경이 무엇이 즐거우랴.”
菩薩謂御者,
宜速迴車還,
念念衰老至,
園林何足歡。
마부는 분부 받고 바람처럼 달리니
수레바퀴 날려 본궁으로 돌아왔네.
태자 마음은 황혼 속에 헤맴이
마치 빈 묘지 사이로 돌아드는 것 같네.
受命卽風馳,
飛輪旋本宮,
心存朽暮境,
如歸空塚閒。
부딪치는 일마다 정 붙지 않고
사는 곳은 잠깐도 편안하지 않았네.
왕은 태자가 기뻐하지 않는단 말 듣고
다시 나가 놀기를 태자에게 권했네.
觸事不留情,
所居無蹔安,
王聞子不悅,
勸令重出遊。
그리고는 신하들에게 분부 내려서
전보다 더 훌륭하게 꾸미게 했네.
정거천은 다시 병자로 변화하여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길가에 나타났네.
卽勅諸群臣,
莊嚴復勝前,
天復化病人,
守命在路傍。
몸은 깡마르고 배는 부풀어올랐으며
호흡 헐떡이고 길게 내쉬며
팔다리 뒤틀려 바싹 마르고
구슬피 울면서 신음하고 있었네.
身瘦而腹大,
呼吸長喘息,
手腳攣枯燥,
悲泣而呻吟。
태자는 다시 마부에게 물었네.
“이는 또 무엇 하는 사람인가?”
“이는 병에 걸린 사람인데
4대(大)가 모두 뒤틀리고
여위고 기운 빠져 견딜 수 없어
이리뒤척 저리뒤척 남의 신세 진답니다.”
太子問御者,
此復何等人,
對曰是病者,
四大俱錯亂,
羸劣無所堪,
轉側恃仰人。
태자가 마부의 대답 듣고
불쌍하고 가엾은 마음 생겨 물었네.
“오직 이 사람만 병에 걸렸는가.
다른 사람도 또한 저러한가?”
太子聞所說,
卽生哀愍心,
問唯此人病,
餘亦當復爾。
“이 세상 사람이면 누구나 다
저러하지 않은 이 없습니다.
몸이 있으면 반드시 병 생겨나건만
어리석은 사람들 잠깐의 환락 즐길 뿐입니다.”
對曰此世閒,
一切俱亦然,
有身必有患,
愚癡樂朝歡。
태자는 마부의 대답 듣고
너무도 두렵고 무서운 마음 생겨
몸과 마음 한꺼번에 떨려오니
마치 물결 속의 달과 같았다네.
太子聞其說,
卽生大恐怖,
身心悉戰動,
譬如揚波月。
‘이 큰 괴로운 세계 속에 살면서
어떻게 스스로 편안할 수 있으리.
아아, 슬프다. 세상 사람들
어리석어 미혹(迷惑)되고 어둠에 가려
병의 도적 기약 없이 이르거늘
그런데도 기뻐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네.’
處斯大苦器,
云何能自安,
嗚呼世閒人,
愚惑癡闇障,
病賊至無期,
而生喜樂心。
수레 돌려 다시 돌아와서는
시름에 잠겨 병의 고통 생각하면서
마치 어떤 사람이 매를 맞을 때
몸을 움츠리고 매를 기다릴 것 같네.
於是迴車還,
愁憂念病苦,
如人被打害,
捲身待杖至。
한적한 궁전 속에 조용히 틀어 박혀서
세상의 즐거움 등지기만 바랐다네.
왕은 다시 태자가 돌아왔단 말 듣고
무슨 일 있었는지 명령하여 물었다네.
靜息於閑宮,
專求反世樂,
王復聞子還,
勅問何因緣。
“길 가다가 병든 사람 보았습니다.”
이에 왕은 몸을 잃은 듯 두려워
길을 담당했던 사람을 심하게 꾸짖고
가슴이 막혀 더 이상 말을 못했네.
對曰見病人,
王怖猶失身,
深責治路者,
心結口不言。
다시 기녀(伎女)의 무리 늘리고
음악연주는 전보다 배나 뛰어났네.
이렇게 눈과 귀를 기쁘게 하여
세속 즐거움에 가정을 싫어하지 않게 하였네.
復增伎女衆,
音樂倍勝前,
以此悅視聽,
樂俗不厭家。
밤낮으로 여인과 음악 바쳤으나
그 마음은 조금도 기뻐하지 않자
왕은 스스로 나가 돌아다니며
보다 아름답고 좋은 동산 구했다네.
晝夜進聲色,
其心未始歡,
王自出遊歷,
更求勝妙園。
온갖 채녀(婇女) 가려 뽑으니
자태와 용모 아름답고 요염하였네.
얄미운 아양으로 받들 줄 알고
아리따운 얼굴로 사람 홀렸네.
簡擇諸婇女,
美艶極姿顏,
諂黠能奉事,
容媚能惑人。
왕은 행차하는 길 더 잘 손보고
더러운 모든 것을 다 치우게 한 뒤
좋은 마부에게 특별히 명령하여
잘 살피며 길을 가려서 가라 하였네.
增修王御道,
防制諸不淨,
幷勅善御者,
瞻察擇路行。
그때 정거천왕이
다시 죽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네 사람이 함께 상여를 메고
보살의 앞에 나타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보지 못하고
보살과 마부만 그것 보았네.
時彼淨居天,
復化爲死人,
四人共持輿,
現於菩薩前,
餘人悉不覺,
菩薩御者見。
“이것은 또 무슨 가마이기에
꽃과 깃발로 장엄하여 꾸미고
따르는 사람들 모두 근심하고 슬퍼하며
머리풀어 헤치고 울부짖는가?”
問此何等輿,
幡花雜莊嚴,
從者悉憂慼,
散髮號哭隨。
천신(天神)은 마부 시켜 대답케 했네.
“이것은 죽은 사람인데
모든 감관[根]이 무너지고 목숨이 끊어지면
마음은 흩어지고 염식(念識) 떠나며
정신은 가고 몸뚱이는 말라빠져
마른 나무처럼 뻣뻣이 굳어집니다.
天神教御者,
對曰爲死人,
諸根壞命斷,
心散念識離,
神逝形乾燥,
挺直如枯木。
일가 친척과 모든 친구들
본래부터 은애(恩愛)로 얽혔었건만
이제는 모두 다 보기 싫어해
빈 무덤 사이에 내다 버립니다.”
親戚諸朋友,
恩愛素纏緜,
今悉不喜見,
遠棄空塚閒。
태자는 죽음이란 말을 듣고
슬프고 아픈 마음 한데 맺혀 물었네.
“오직 이 사람만 죽는 것인가
천하 사람도 다 그런 것인가?”
太子聞死聲,
悲痛心交結,
問唯此人死,
天下亦俱然。
“온 천하가 다 그러하나니
대개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법
어른이나 어린이나 또 젊은이나
몸이 있고 무너지지 않는 법 없습니다.”
對曰普皆爾,
夫始必有終,
長幼及中年,
有身莫不壞。
태자는 마음으로 놀라고 슬퍼하여
수레 앞 가로 댄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숨길이 끊어질 듯 탄식했네.
“세상 사람 어찌 하나같이 잘못하는가.
太子心驚怛,
身垂車軾前,
息殆絕而嘆,
世人一何誤。
이 몸이 없어질 줄 뻔히 알면서도
오히려 생각 없이 방탕하게 살아가는가.
마음은 말라빠진 나무나 돌이 아니거늘
일찍이 무상함을 걱정하지 않는구나.”
公見身磨滅,
猶尚放逸生,
心非枯木石,
曾不慮無常。
곧 수레 돌려 돌아가자 명령하였네.
“다시 이와 같이 놀 때가 아니니
목숨 끊겨 죽는 것 기약 없거늘
어떻게 함부로 마음대로 놀겠는가.”
卽勅迴車還,
非復遊戲時,
命絕死無期,
如何縱心遊。
마부는 왕의 명령 받들었기에
그것이 두려워 수레를 돌리지 못하고
앞으로 수레 몰아 빨리 달려
어느덧 그 동산에 이르렀다네.
御者奉王勅,
畏怖不敢旋,
正御疾驅馳,
徑往至彼園。
숲 속의 물 맑게 넘쳐흐르고
아름다운 나뭇잎 다 피어 한창인데
갖가지 기이한 새와 짐승들
날고 달리면서 즐겁게 노래할 때
모든 것 빛나 귀와 눈을 즐겁게 함이
저 하늘 위의 난타(難陀) 동산 같았네.
林流滿淸淨,
嘉木悉敷榮,
靈禽雜奇獸,
飛走欣和鳴,
光耀悅耳目,
猶天難陁園。
4. 이욕품(難欲品)
佛所行讚離欲品第四
태자가 동산 숲에 들어갔을 때
많은 여자 나와서 받들어 맞이하네.
모두들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 내어
다투어 생글대며 그윽한 정 바쳤네.
太子入園林,
衆女來奉迎,
竝生希遇想,
競媚進幽誠。
제각기 아양떠는 맵시를 다해
받들어 모시면서 그가 좋아하는 것 따라
어떤 이는 손발을 잡고
혹은 그 몸을 두루 주무르네.
各盡伎姿態,
供侍隨所宜,
或有執手足,
或遍摩其身。
혹은 웃음으로 수작을 걸고
혹은 근심스러운 표정 지었네.
어찌했던 태자를 즐겁게 하여
사랑하고 즐기는 맘 내게 하려 하였네.
或復對言笑,
或現憂慼容,
規以悅太子,
令生愛樂心。
많은 여자들 태자를 보자
빛나는 얼굴 하늘 사람 몸 같아서
갖가지 장식으로 꾸미지 않더라도
본바탕의 몸이 치장한 것보다 나았네.
衆女見太子,
光顏狀天身,
不假諸飾好,
素體踰莊嚴。
모두들 우러러 쳐다보며
월천자(月天子)가 왔다고 하네.
갖가지 방편을 베풀었으나
보살의 마음 움직이지 못했네.
一切皆瞻仰,
謂月天子來,
種種設方便,
不動菩薩心。
그러자 서로들 돌아보며
부끄러워 말못했는데
우타이(優陀夷)라 이름하는
어떤 바라문의 아들이 있다가
更互相顧視,
抱愧寂無言,
有婆羅門子,
名曰優陁夷。
여러 채녀들에게 말했네.
“너희들 모두는 단정하기 그지없고
총명하고 또 재주도 뛰어나다.
색(色)의 힘도 또한 보통 아니며
謂諸婇女言,
汝等悉端正,
聰明多技術,
色力亦不常。
게다가 일체 세간의 애욕에 대한
은밀(隱密)한 방법까지 알고 있으며
자태와 얼굴은 세상에 드물고
모양은 옥녀(玉女)의 얼굴과 같네.
兼解諸世閒,
隱秘隨欲方,
容色世希有,
狀如王女形。
하늘이 보면 그들 아내 버리고
신선도 그 때문에 무너지리니
어떻게 인간의 왕자가
능히 그 정(情)을 느끼지 못하리.
天見捨妃后,
神仙爲之傾,
如何人王子,
不能感其情。
이제 이 왕의 태자는
비록 튼튼하고 굳은 마음 지니고
청정한 덕 순수하게 갖추었더라도
여자의 힘은 이기지 못하리라.
今此王太子,
持心雖堅固,
淸淨德純備,
不勝女人力。
옛날에 손타리(孫陀利)는
능히 큰 선인(仙人)을 무너뜨렸고
그로 하여금 애욕을 익히게 하여
발로써 그 정수리 밟았다 하였네.
古昔孫陁利,
能壞大仙人,
令習於愛欲,
以足蹈其頂。
오랫동안 고행한 구담(瞿曇) 선인도
또한 천후(天后)에게 무너졌으며
승거(勝渠) 선인의 아들은
애욕을 익힘으로 그 흐름 따랐다네.
長苦行瞿曇,
亦爲天后壞,
勝渠仙人子,
習欲隨沿流。
비시바(毘尸婆) 선인은
도(道)를 십천 년 동안 닦았으나
천후(天后)에게 깊이 집착하여
하루 사이에 갑자기 무너졌다네.
毘尸婆梵仙,
修道十千歲,
深著於天后,
一日頓破壞。
저와 같은 여러 아름다운 여자들은
그 힘으로 모든 범행(梵行) 이겼거늘
하물며 너희들과 같은 기술로
왕자를 감동시키지 못한단 말인가.
如彼諸美女,
力勝諸梵行,
況汝等技術,
不能感王子。
마땅히 다시금 모든 방편 동원하여
왕가의 대물림 끊이지 않게 하라.
여자의 본 바탕 비록 미천하나
승천(勝天)을 따라 존귀하고 영화롭거늘
어찌하여 그 기술 다 부려
그로 하여금 더러운 마음 나게 하지 못하는가.”
當更勤方便,
勿令絕王嗣,
女人性雖賤,
尊榮隨勝天,
何不盡其術,
令彼生染心。
그때 여러 채녀들
우타이의 말을 즐겁게 듣고
용기와 기쁜 마음 더했으니
좋은 말에 채찍을 가하는 것 같았네.
爾時婇女衆,
慶聞優陁說,
增其踊悅心,
如鞭策良馬。
그들은 곧 태자 앞으로 나아가
저마다 갖가지 애교 부렸네.
노래하고 춤추며 혹은 농담 붙이고
눈썹을 찡긋하고 흰 이빨 드러내며
往到太子前,
各進種種術,
歌儛或言笑,
揚眉露白齒。
아름다운 눈매로 살짝 엿보고
얇은 옷에 하얀 살 아련히 드러내어
요염하게 흔들며 천천히 걸어
거짓으로 친밀하게 점점 가까이 갔네.
美目相眄睞,
輕衣現素身,
妖搖而徐步,
詐親漸習近。
정욕이 그 마음에 무르익은 데다
겸하여 대왕의 뜻 받들었으니
함부로 비밀한 곳 추잡하게 드러내며
어느새 부끄러워하는 마음 잊어버렸네.
情欲實其心,
兼奉大王旨,
慢形媟隱陋,
忘其慚愧情。
그러나 태자 마음 견고하여
의젓한 그 모습 변하지 않았나니
마치 저 큰 용상(龍象)이
수많은 코끼리에게 둘러싸여도
그 마음 어지럽지 않는 것처럼
그런 무리 속에서도 언제나 한가로웠네.
太子心堅固,
傲然不改容,
猶如大龍象,
群象衆圍遶,
不能亂其心,
處衆若閑居。
또 마치 제석(帝釋)천왕이
뭇 천녀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태자가 동산 수풀에 있을 때
채녀들에게 둘러싸임도 그와 같았네.
猶如天帝釋,
諸天女圍遶,
太子在園林,
圍繞亦如是。
혹은 그를 위해 옷맵시 내고
혹은 그를 위해 손발 씻으며
혹은 향수를 몸에 바르고
혹은 꽃으로 장엄하게 꾸몄네.
或爲整衣服,
或爲洗手足,
或以香塗身,
或以華嚴飾。
혹은 그를 위해 영락(瓔珞)을 걸고
혹은 태자 몸을 부여 안기도 하며
혹은 그를 위해 베개나 자리가 되어 주고
혹은 몸을 기대어 소곤거리기도 하였네.
或爲貫瓔珞,
或有扶抱身,
或爲安枕席,
或傾身密語。
혹은 세속의 유희로 꼬드기고
혹은 갖가지 애욕의 일 이야기하며
혹은 모든 애욕의 몸짓을 해내어
그 마음을 움직이려 꾀하였네.
或世俗調戲,
或說衆欲事,
或作諸欲形,
規以動其心。
그러나 보살 마음 깨끗하고 맑으며
견고하여 움직이기 어려웠으니
보살은 모든 채녀 지껄이는 말 듣고
근심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은 채
菩薩心淸淨,
堅固難可轉,
聞諸婇女說,
不憂亦不喜。
곱절이나 싫어하는 생각을 내어
이것은 참으로 기괴하다 탄식했네.
모든 여자들 음욕의 마음
이와 같음을 비로소 알았네.
倍生厭思惟,
嘆此爲奇怪,
始知諸女人,
欲心盛如是。
젊고 싱싱한 여색도 잠깐이어서
어느새 늙음ㆍ병듬ㆍ죽음으로 무너지는 것 모르나니
슬프다, 크게 미혹(迷惑)됨이여
어리석음이 그 마음 덮었구나.
不知少壯色,
俄頃老死壞,
哀哉此大惑,
愚癡覆其心。
늙고ㆍ병들고ㆍ죽음을 마땅히 생각하여
밤낮으로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라.
칼날이 내 목에 다다라 있거늘
어떻게 오히려 웃으며 즐기랴.
當思老病死,
晝夜勤勖勵,
鋒刃臨其頸,
如何猶嬉笑。
남이 늙고 병들고 죽는 것 보고도
제 몸을 돌아보아 살펴볼 줄 모르면
이는 곧 흙이나 나무로 만든 사람이니
어찌 마음에 생각인들 있으랴.
見他老病死,
不知自觀察,
是則埿木人,
當有何心慮。
빈 벌판의 두 그루 나무가
꽃과 잎이 다 함께 무성하다가
한 그루 이미 베어져 나가도
다른 하나는 두려움을 모르듯
如空野雙樹,
華葉俱茂盛,
一已被斬伐,
第二不知怖。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
생각 없음 또한 그와 같구나.
그때에 우타이가
태자 앞에 이르렀다네.
此等諸人輩,
無心亦如是,
爾時優陁夷,
來至太子所。
고요히 앉아 선정[禪思]에 들어
마음에 5욕(欲)의 생각 없는 것 보고
곧 태자에게 말하였네.
“일찍이 아들의 좋은 벗 되어 달라는
대왕의 명령을 받았기에
이제 마땅히 정성된 말 올립니다.
見宴默禪思,
心無五欲想,
卽白太子言,
大王先見勅,
爲子作良友,
今當奉誠言。
참된 벗에는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이익되지 않는 것 없애 주고
둘째는 남에게 이익된 일 만들어 주며
셋째는 어려울 때 버리지 않는 것이네.
朋友有三種,
能除不饒益,
成人饒益事,
遭難不遺棄。
나는 이미 착한 벗이라 불렸으니
장부의 의리를 저버리고
품은 생각 다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세 가지 유익한 친구라 하리라.
我旣名善友,
棄捨丈夫義,
言不盡所懷,
何名爲三益。
그러므로 이제 참된 말 설하여
충성스런 내 마음을 나타내려 하네.
나이는 한창 젊은 때이고
얼굴과 몸도 덕을 충분히 갖추었거늘
今故說眞言,
以表我丹誠,
年在於盛時,
容色德充備。
이제 여자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그것은 훌륭한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설령 진실로 그런 마음 없더라도
마땅히 방편으로 받아들여야 하리.
不重於女人,
斯非勝人體,
正使無實心,
宜應方便納。
부드럽고 겸손한 마음을 내어
그 생각을 수용해 따르라.
애욕으로 교만만 늘리는 것
여자보다 더한 것 전혀 없다네.
當生軟下心,
隨順取其意,
愛欲增憍慢,
無過於女人。
우선 지금은 마음에 어긋난다 해도
법의 방편을 따라야 하리.
여자를 따르면 마음이 즐겁고
따르는 것 자체가 장엄거리 된다네.
且今心雖背,
法應方便隨,
順女心爲樂,
順爲莊嚴具。
만일 사람으로서 순리를 거스르면
꽃과 열매 없는 나무와 같으리니
어찌하여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그 일을 거두어 받으려 함이라네.
若人離於順,
如樹無花果,
何故應隨順,
攝受其事故。
얻기 힘든 경계를 이미 얻었거늘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네.
애욕은 가장 제일가는 것으로
하늘도 그것을 잊지 못했고
저 제석왕(帝釋王)도
구담(瞿曇) 선인의 아내와 사통(私通)했네.
已得難得境,
勿起輕易想,
欲爲最第一,
天猶不能忘,
帝釋尚私通,
瞿曇仙人妻。
아가타(阿伽陀) 선인이
오랜 세월 고행을 닦았던 것은
천후(天后)를 구하기 위함이었으나
끝내 그 소원의 결실을 이루지 못하였으며
阿伽陁仙人,
長夜脩苦行,
爲以求天后,
而遂願不果。
바라타(婆羅墮) 선인이나
저 월천자(月天子)나
바라사(婆羅舍) 선인
그리고 가빈사라(迦賓闍羅)들
婆羅墮仙人,
及與月天子,
婆羅舍仙人,
與迦賓闍羅。
이러한 많은 무리들도
모두 여자 때문에 무너졌나니
하물며 지금은 자기의 경계이거늘
어떻게 능히 즐기지 않으리.
如是比衆多,
悉爲女人壞,
況今自境界,
而不能娛樂。
과거 세상에 덕(德)의 종자 심었기에
이제 이 묘한 많은 갖춤 얻었네.
세상 사람들 모두 즐겨 집착하건만
그대 마음은 도리어 반기지 않는구나.”
宿世殖德本,
得此妙衆具,
世閒皆樂著,
而心反不珍。
그때에 왕의 태자(太子)는
친구 우타이(優陀夷)의
달콤한 말과 능란한 말솜씨로
세간의 모습을 말하는 것 들었네.
爾時王太子,
聞友優陁夷,
甜辭利口辯,
善說世閒相。
우타이에게 대답하였네.
“그대 성심으로 말하는 것 들었다.
내가 이제 너에게 설명하리니
우선 유의하여 자세히 들으라.
答言優陁夷,
感汝誠心說,
我今當語汝,
且復留心聽。
내 묘한 경계를 업신여긴다거나
또한 세상 즐거움 모르는 것 아니다.
다만 저 덧없는 모양 보았기에
근심스런 마음 내는 것이다.
不薄妙境界,
亦知世人樂,
但見無常相,
故生患累心。
만일 그 법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라서
늙음ㆍ병듦ㆍ죽음의 괴로움 없다면
나도 또한 마땅히 그 즐거움을 누려
끝내 싫어하여 떠나려는 마음 없으리.
若此法常存,
無老病死苦,
我亦應受樂,
終無厭離心。
만일 모든 여색(女色)으로 하여금
끝까지 쇠하거나 변함 없게 한다면
애욕이 비록 허물이 되더라도
오히려 사람 정(情)을 머물 수 있으리라.
若令諸女色,
至竟無衰變,
愛欲雖爲過,
猶可留人情。
사람에게는 늙음ㆍ병듦ㆍ죽음이 있어
자기 자신도 즐거울 것 없겠거늘
어찌 하물며 다른 사람에 대해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을 내랴.
人有老病死,
彼應自不樂,
何況於他人,
而生染著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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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함 없는 5욕의 경계는
자기 자신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런데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마음 내면
그것은 곧 짐승과 다름없으리.
非常五欲境,
自身俱亦然,
而生愛樂心,
此則同禽獸。
네가 모든 신선들을 끌어들여
5욕 익혀 집착하게 하였더라도
그들은 곧 싫어하고 근심해야만 했거늘
애욕을 익힘으로 멸망하고 말았다네.
汝所引諸仙,
習著五欲者,
彼卽可厭患,
習欲故磨滅。
또 훌륭한 선비라고 칭송 듣는 이들도
5욕의 경계에 집착하여 좋아하다가
그들도 또한 함께 멸망하고 말았나니
저들은 실로 훌륭하지 못한 줄 알아야 하네.
又稱彼勝士,
樂著五欲境,
亦復同磨滅,
當知彼非勝。
만일 거짓으로 방편을 말해
그들을 따르고 가까이하게 하면
그 익힘은 곧 진실로 물들어 집착한 것
어떻게 방편이라 이름하겠는가.
若言假方便,
隨順習近者,
習則眞染著,
何名爲方便。
허망하고 거짓됨 따르는 일들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나니
진실로 그대로 따르는 사람은
그것을 곧 그릇된 법이라 하네.
虛誑僞隨順,
是事我不爲,
眞實隨順者,
是則爲非法。
이 마음을 억제하기 어려워
일을 따르면 곧 집착 생기고
집착하면 허물을 보지 못하나니
어떻게 방편이라 하여 따를 것인가.
此心難裁抑,
隨事卽生著,
著則不見過,
如何方便隨。
순리를 따르다가 마음이 어그러졌다는
이런 이치를 나는 보지 못하였네.
이와 같이 늙음ㆍ병듦ㆍ죽음은
큰 괴로움이 쌓인 덩어리이니.
處順而心乖,
此理我不見,
如是老病死,
大苦之積聚。
나를 그 가운데 떨어지게 하는 것
그것은 착한 벗의 말이 아니다.
아아, 불쌍하구나. 우타이여
참으로 간담이 크다 하겠구나.
令我墜其中,
此非知識說,
嗚呼優陁夷,
眞爲大肝膽。
남[生]ㆍ늙음ㆍ병듦ㆍ죽음의 근심
그 괴로움 너무도 두려운 것이어서
눈에 보이는 것 모두 다 썩는 데도
거기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좇는구나.
生老病死患,
此苦甚可畏,
眼見悉朽壞,
而猶樂追逐。
나는 이제 고달프고 힘도 빠졌고
마음 또한 옹졸하고 비좁아졌네.
늙음ㆍ병듦ㆍ죽음을 가만히 생각하면
언제 들이닥칠지 예측할 수가 없어
밤낮으로 잠자는 일도 잊고 있나니
무슨 경황에 5욕을 즐길 건가.
今我至儜劣,
其心亦狹小,
思惟老病死,
卒至不預期,
晝夜忘睡眠,
何由習五欲。
늙음ㆍ병듦ㆍ죽음은 불꽃 같아서
결정코 이를 것임은 뻔한 일이거늘
오히려 걱정할 줄 모른다면
참으로 목석(木石)의 마음이라 하리라.”
老病死熾然,
決定至無疑,
猶不知憂慼,
眞爲木石心。
태자는 우타이를 위하여
여러 가지 교묘한 방편으로써
애욕의 깊은 근심 설명하느라
어느새 날 저문 줄 알지 못하였네.
太子爲優陁,
種種巧方便,
說欲爲深患,
不覺至日暮。
그때 모든 채녀들은
풍류며 갖가지 장엄거리들
그 모든 것 아무 데도 쓸 데 없어
부끄러워하며 성(城)으로 되돌아갔다네.
時諸婇女衆,
伎樂莊嚴具,
一切悉無用,
慚愧還入城。
태자가 그 동산 수풀을 보자
갖가지 장신구들은 못쓰게 되고
기녀들도 모두 다 되돌아가니
그 장소 텅텅 비어 적막하였다.
덧없다는 생각 갑절이라 더하여
머리 숙인 채 본궁(本宮)으로 돌아갔다네.
太子見園林,
莊嚴悉休廢,
伎女盡還歸,
其處盡虛寂,
倍增非常想,
俛仰還本宮。
아버지인 왕은 그 태자가
5욕에 대한 마음 끊어졌단 말 듣고
못내 걱정하고 괴로워함이
예리한 칼날이 심장을 도려내는 듯 했네.
父王聞太子,
心絕於五欲,
極生大憂苦,
如利刺貫心。
모든 신하를 곧바로 불러들여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묻자
모두들 말하기를 5욕의 즐거움으론
태자 마음 붙들 수 없다 하였네.
卽召諸群臣,
問欲設何方,
咸言非五欲,
所能留其心。
5. 출성품(出城品)
佛所行讚出城品第五
왕은 다시 갖가지의
묘하고 훌륭한 5욕거리 더하여
낮이나 밤이나 오락으로써
태자 마음 즐겁게 하려 하였네.
王復增種種,
勝妙五欲具,
晝夜以娛樂,
冀悅太子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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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태자는 더욱 싫어해
끝끝내 사랑하고 즐길 마음 없어지고
다만 나고 죽는 괴로움 생각하기
마치 화살 맞은 사자(師子) 같았네.
太子深厭離,
了無愛樂情,
但思生死苦,
如被箭師子。
왕은 모든 대신과
귀족의 명문 자제들로서
나이 젊고 출중한 용모에
총명하고 슬기롭고 예의를 아는 자로
王使諸大臣,
貴族名子弟,
年少勝姿顏,
聰慧執禮儀。
낮이나 밤이나 같이 놀고 머물며
태자의 마음 잡게 하였는데
이렇게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왕에게 다시 나가 놀기 아뢰었네.
晝夜同遊止,
以取太子心,
如是未幾時,
啓王復出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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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길들인 준마(駿馬)를 타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 갖추고
모든 귀족 자제들에 둘러싸여
다 함께 성밖으로 달려나갔네.
服乘駿足馬,
衆寶具莊嚴,
與諸貴族子,
圍遶俱出城。
비유하면 마치 네 가지 꽃이
햇빛 비출 때 만발한 것처럼
태자의 싱그러운 풍경에
따르는 행렬들 그 광명 입었어라.
譬如四種華,
日照悉開敷,
太子耀神景,
羽從悉蒙光。
성을 나가 동산으로 행차할 때
새로 낸 길 넓고도 편편했네.
나무마다 꽃과 열매 무성하니
마음이 즐거워 돌아가는 것도 잊었네.
出城遊園林,
修路廣且平,
樹木花菓茂,
心樂遂忘歸。
그러다 길가에서 밭가는 농부가
흙을 뒤칠 때 온갖 벌레 죽어감을 보고
태자 마음에 가엾은 생각 들어
바늘로 찌르는 듯 가슴 아팠네.
路傍見耕人,
墾壤殺諸虫,
其心生悲惻,
痛踰刺貫心。
게다가 그 밭가는 농부를 보니
일에 시달려 몸은 여의고
흐트러진 머리칼에 땀을 흘리며
온몸은 흙먼지를 뒤집어썼고
밭가는 소도 또한 지쳐서
혀를 빼물고 헐떡거렸네.
又見彼農夫,
勤苦形枯悴,
蓬髮而流汗,
塵土坌其身,
耕牛亦疲困,
吐舌而急喘。
자비한 성품 지닌 태자는
가엾게 여기는 마음 지극하여서
개연(慨然)히 길게 탄식하며
말에서 몸을 내려 맨땅에 앉으셨네.
太子性慈悲,
極生憐愍心,
慨然興長歎,
降身委地坐。
이러한 온갖 괴로움 관찰하시고
나고 멸하는 법 생각할 때
슬프다, 모든 세상 사람들
어리석고 미련하여 깨닫지 못하다니.
觀察此衆苦,
思惟生滅法,
嗚呼諸世閒,
愚癡莫能覺。
여러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제각기 마음대로 앉게 하시고
스스로는 염부(閻浮) 나무 그늘에
단정히 앉아 바른 생각하였네.
安慰諸人衆,
各令隨處坐,
自蔭閻浮樹,
端坐正思惟。
나고 죽음과 생하고 멸함
덧없이 변하는 것 관찰할 때
마음이 안정되어 동요 없으며
5욕은 구름처럼 사라져 버렸네.
觀察諸生死,
起滅無常變,
心定安不動,
五欲廓雲消。
거친 생각과 미세한 생각 있는
첫 번째 무루선(無漏禪)에 들어가
욕심 여의자 기쁨과 즐거움 생겨
삼마제(三摩提)를 정수(正受)했네.
有覺亦有觀,
入初無漏禪,
離欲生喜樂,
正受三摩提。
늙음ㆍ병듦ㆍ죽음으로, 무너지는 것
이 세간은 참으로 고달프고 괴롭다.
몸이 맞도록 큰 괴로움 받건마는
사람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서
남의 늙음ㆍ병듦ㆍ죽음만 싫어하나니
이야말로 커다란 근심거리 아닌가.
世閒甚辛苦,
老病死所壞,
終身受大苦,
而不自覺知,
厭他老病死,
此則爲大患。
내 이제 훌륭한 법 찾고 있나니
마땅히 세상 사람과는 같지 않아서
스스로 늙음ㆍ병듦ㆍ죽음에 얽매인 채
도리어 다른 사람 미워하네.
我今求勝法,
不應同世閒,
自嬰老病死,
而反惡他人。
이것은 진실한 관찰이니
젊은 육체와 힘과 또 목숨
새록새록 바뀌어 잠시도 머물지 않고
마침내 멸해 없어지는 존재로 돌아간다네.
如是眞實觀,
少壯色力壽,
新新不蹔停,
終歸磨滅法。
기뻐하거나 근심하지도 않고
의심하거나 어지럽지도 않으며
빠져들거나 욕심에 집착하지도 않고
무너지거나 그것을 혐오하지 않으며
고요하고 편안해 모든 번뇌를 여의니
지혜의 광명 갈수록 밝아지네.
不喜亦不憂,
不疑亦不亂,
不眠不著欲,
不壞不嫌彼,
寂靜離諸蓋,
慧光轉增明。
그때 저 정거천왕(淨居天王)은
비구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태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태자는 일어나 공손히 맞이하며 물었네.
爾時淨居天,
化爲比丘形,
來詣太子所,
太子敬起迎。
“그대는 누구시오.”
“나는 출가한 사문(沙門)인데
늙음ㆍ병듦ㆍ죽음을 싫어하여
출가하여 해탈(解脫)을 구한답니다.
問言汝何人,
答言是沙門,
畏厭老病死,
出家求解脫。
중생들 늙고 병들고 또 죽으며
변하여 무너짐이 잠시도 쉬지 않나니
그러므로 나는 항상하고 즐거우며
남[生]도 없고 멸함[滅]도 없음 구하고 있습니다.
衆生老病死,
變壞無蹔停,
故我求常樂,
無滅亦無生。
원수든 친한 이든 평등한 마음으로 대하고
재물이나 색(色)을 구하는 일에 애쓰지 않네.
편안한 곳은 오직 산림(山林)뿐으로
텅 비고 고요하여 경영할 것 없다네.
怨親平等心,
不務於財色,
所安唯山林,
空寂無所營。
티끌 같은 생각 이미 쉬었고
쓸쓸히 공한(空閑)한 곳에 의지하여
정밀하거나 거친 것 가리지 않고
구걸한 것으로 이 몸을 지탱합니다.”
塵想旣已息,
蕭條倚空閑,
精麤無所擇,
乞求以支身。
그리고 그는 곧 태자 앞에서
허공을 날아 멀리 사라져 버렸다.
태자는 못내 마음으로 기뻐하여
오직 과거의 부처만을 생각하였네.
卽於太子前,
輕擧騰虛逝,
太子心歡喜,
惟念過去佛。
그런 위의(威儀)를 건립(建立)하더니
그가 남겨준 모습 그제서야 보았네.
그는 단정히 앉아 깊이 생각하다가
곧 바른 법에 대한 생각 얻었다네.
建立此威儀,
遺像見於今,
端坐正思惟,
卽得正法念。
‘마땅히 어떤 방편을 써야
소원대로 집을 나갈 수 있을까.’
정(情)을 거두고 모든 감관[根]을 억제하고
천천히 일어나 성으로 들어갔다네.
當作何方便,
遂心長出家,
斂情抑諸根,
徐起還入城。
모든 권속들 뒤를 따르며
부디 머물러 멀리 가지 말라 하니
마음속에 가엾은 생각 일어나
장차 세상 밖으로 벗어나려 하였네.
眷屬悉隨從,
謂止不遠逝,
內密興愍念,
方欲超世表。
몸은 비록 길을 따라 돌아가지만
마음은 실로 산림(山林)에 머무르니
마치 매어 있는 미친 코끼리가
늘 넓은 들판만 생각하듯 하였네.
形雖隨路歸,
心實留山林,
猶如繫狂象,
常念遊曠野。
그때 태자가 성으로 들어가니
남자와 여자들은 길가에서 맞이했네
노인들은 아들 삼기 희망하고
젊은 여자들 아내 되기 희망했네.
太子時入城,
士女挾路迎,
老者願爲子,
少願爲夫妻。
혹은 형이나 아우 되기 바라고
모든 친척이나 권속 되기 소원했네.
만일 소원대로 따라 주면
모든 집착과 희망을 끊으리라 했네.
或願爲兄弟,
諸親內眷屬,
若當從所願,
諸集悕望斷。
태자는 마음으로 매우 기뻐했으니
문득 집착 끊는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네.
만일 소원대로 따라 준다면
이 원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이렇게 쌓인 즐거움 끊기를 깊이 생각하면서
열반을 향한 마음 더욱 더했네.
太子心歡喜,
忽聞斷集聲,
若當從所願,
斯願要當成,
深思斷集樂,
增長涅槃心。
몸은 금산(金山) 봉우리 같고
통통한 팔은 코끼리 코와 같으며
그 음성은 봄날의 우렛소리 같고
검푸른 눈은 커다란 소 눈에 비길레라.
身如金山峯,
傭臂如象手,
其音若春雷,
紺眼譬牛王。
다함 없는 법으로 마음을 삼고
보름달 빛처럼 빛나는 얼굴에
사자왕의 걸음걸이로
천천히 걸어 본궁으로 들어갔네.
無盡法爲心,
面如滿月光,
師子王遊步,
徐入於本宮。
마치 제석의 아들과 같이
마음으로 공경하고 몸도 공손히
부왕의 처소로 나아가
머리 조아려 문안 올리고
다시 나고 죽음의 두려움 아뢰어
출가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청하였네.
猶如帝釋子,
心敬形亦恭,
往詣父王所,
稽首問和安,
幷啓生死畏,
哀請求出家。
“이 모든 세간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나니
그러므로 원컨대 이 집을 떠나
진정한 해탈을 구하려 하나이다.”
一切諸世閒,
合會要別離,
是故願出家,
欲求眞解脫。
부왕은 출가한다는 말을 듣고서
마음이 크게 두려워 벌벌 떠니
마치 커다란 미친 코끼리가
작은 나뭇가지를 흔드는 것 같았네.
父王聞出家,
心卽大戰懼,
猶如大狂象,
動搖小樹枝。
곧 앞으로 나아가 태자 손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타일러 말하였다네.
“부디 그런 말 그만 두어라.
아직 법에 귀의할 때가 아니다.
젊을 때엔 마음이 항상 흔들려
행하는 일마다 잘못 많단다.
前執太子手,
流淚而告言,
且止此所說,
未是依法時,
少壯心動搖,
行法多生過。
기특한 저 5욕의 경계에
마음이 아직 떠나지 못했다면
비록 집을 나가 고행을 닦더라도
능히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리라.
奇特五欲境,
心尚未厭離,
出家修苦行,
未能決定心。
텅 비고 고요한 넓은 들에서
마음이 아직 적멸(寂滅)하지 못했다면
네 마음에 비록 법을 좋아하더라도
나의 이 시기만은 아직 못하리니.
空閑曠野中,
其心未寂滅,
汝心雖樂法,
未若我是時。
너는 마땅히 나라 일 맡아 다스리고
나로 하여금 먼저 출가케 하라.
아비를 버리고 후사를 끊는 것
그것은 곧 올바른 법이 아니라네.
汝應領國事,
令我先出家,
棄父絕宗嗣,
此則爲非法。
부디 출가할 마음을 접고
세간 법 받아 익혀서
안락하고 좋은 이름 널리 퍼뜨리고
그런 뒤에 출가함이 마땅하리라.”
當息出家心,
受習世閒法,
安樂善名聞,
然後可出家。
태자는 다시 공손한 말로
그 부왕에게 아뢰었다네.
“오직 네 가지 일만 보전할 수 있다면
마땅히 출가할 마음을 접겠습니다.
太子恭遜辭,
復啓於父王,
惟爲保四事,
當息出家心。
저의 목숨 보전하여 영원히 살고
병 없고 또 늙어 쇠하지 않으며
모든 살림살이 모자라지 않는다면
명령대로 출가를 그만두겠습니다.”
保子命常存,
無病不衰老,
衆具不損減,
奉命停出家。
부왕이 태자에게 타일렀다.
“너는 부디 그런 말하지 말라.
그와 같은 네 가지 일을
누가 능히 보전해 없앨 수 있겠는가.
父王告太子,
汝勿說此言,
如此四事者,
誰能保令無。
네가 만일 네 가지 원 구한다면
정녕 남의 웃음거리 될 것이니
우선 집을 떠날 마음 그치고
다섯 가지 욕락을 받아 즐기라.”
汝求此四願,
正爲人所笑,
且停出家心,
服習於五欲。
태자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네 가지 원을 보전할 수 없다면
아들의 집 떠남을 허락하시고
부디 만류하여 그만두게 하지 마소서.
太子復啓王,
四願不可保,
應聽子出家,
願不爲留難。
아들은 지금 불붙은 집에 있거늘
어찌하여 나가는 것 허락하지 않습니까.
헤어져 갈라짐은 평범한 이치이거늘
어찌하여 구함을 허락하지 않습니까?
子在被燒舍,
如何不聽出,
分析爲常理,
孰能不聽求。
행여 저절로 닳아 없어질 것이라면
법으로써 여윔만 못하리니
만약 법으로써 여의지 못한다면
죽음이 닥쳐올 때 뉘 능히 보전하리라.”
脫當自磨滅,
不如以法離,
若不以法離,
死至孰能持。
부왕은 아들의 마음이
결정코 움직일 수 없는 것 알고
단지 온 힘을 다해 만류해볼 뿐
더 이상 여러 말을 하지 않았네.
父王知子心,
決定不可轉,
但當盡力留,
何須復多言。
다시 모든 채녀들을 늘려
묘한 5욕의 즐거움을 더하고
낮이나 밤이나 힘써 막고 감시해
기어이 집을 나가지 못하게 하였네.
更增諸婇女,
上妙五欲樂,
晝夜苦防衛,
要不令出家。
온 나라의 모든 신하들
태자 있는 곳에 나아가
널리 모든 예법을 본보기로 들어
왕의 명령 따르기를 권유하였네.
國中諸群臣,
來詣太子所,
廣引諸禮律,
勸令順王命。
태자는 그 부왕이
비통해 눈물짓는 것 보고
우선 본궁으로 돌아와서
단정히 앉아 묵묵히 생각했네.
太子見父王,
悲感泣流淚,
且還本宮中,
端坐默思惟。
궁중의 모든 채녀들
가까이서 둘러싸 모시고
안색을 엿보아 살피면서
잠깐도 한 눈 팔지 않았네.
宮中諸婇女,
親近圍遶侍,
伺候瞻顏色,
矚目不蹔瞬。
마치 가을 숲 속의 사슴이
사냥꾼을 처연히 지켜보듯 하였으니
저 태자의 단정한 얼굴은
마치 진금산(眞金山)과 같았네.
猶若秋林鹿,
端視彼獵師,
太子正容貌,
猶若眞金山。
기녀들 모두 우러러 살피면서
분부 받들어 말과 얼굴 엿보며
조심하여 그 마음 살핌이
마치 저 숲 속의 사슴 같았네.
伎女共瞻察,
聽教候音顏,
敬畏察其心,
猶彼林中鹿。
그리하여 차츰차츰 날이 저물어
태자가 어두운 방 안에 있으면
그 광경 더욱더 빛나고 밝아
해가 수미산(須彌山)을 비추는 것 같았네.
漸已至日暮,
太子處幽夜,
光明甚輝耀,
如日照須彌。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자리에 앉아
오묘한 전단(栴檀)향을 피우고
채녀들은 그를 둘러싸고
건달바(犍撻婆)는 음악을 연주하니
마치 저 비사문자(毘沙門子)의
온갖 묘한 하늘 음악 소리 같았네.
坐於七寶座,
薰以妙栴檀,
婇女衆圍繞,
奏犍撻婆音,
如毘沙門子,
衆妙天樂聲。
그러나 태자의 마음 속 생각은
멀리 떠나는 즐거움이 제일이라
아무리 묘한 음악 연주해 봐도
태자 마음엔 관심 없었네.
太子心所念,
第一遠離樂,
雖作衆妙音,
亦不在其懷。
그때 저 정거천자(淨居天子)는
마침내 태자가 때가 되면
결정코 집을 떠날 줄 알고
갑자기 사람으로 변해 내려와
時淨居天子,
知太子時至,
決定應出家,
忽然化來下。
그 모든 기녀들을 제압하여
깊은 잠에 빠지게 하였으니
온몸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여
저마다 추한 꼴을 제멋대로 드러냈네.
厭諸伎女衆,
悉皆令睡眠,
容儀不斂攝,
委縱露醜形。
정신 없이 잠이 들어 엎어지고 자빠졌고
악기는 가로 세로 어지럽게 흩어졌으며
혹은 곁에 기대고 혹은 뒤척이며
더러는 또 못물에 던져진 듯하였네.
惛睡互低仰,
樂器亂縱撗,
傍倚或反側,
或復似投深。
영락(瓔珞)은 끌리는 사슬 같았고
치마 저고리는 온몸을 얽었으며
거문고 안고 땅에 쓰러진 모습
마치 형벌을 받는 사람 같았네.
纓絡如曳鎖,
衣裳絞縛身,
抱琴而偃地,
猶若受苦人。
누렇고 푸른 옷 여기저기 흩어져
마치 가니(迦尼)꽃이 꺾여진 듯하였고
선 채로 벽에 기대 잠자는 모양
마치 각궁(角弓)을 걸어 놓은 듯하였네.
黃綠衣流散,
如摧迦尼華,
縱體倚壁眠,
狀若懸角弓。
혹은 손으로 바라지창[牕牖] 부여잡으니
마치 목매 죽은 송장 같았고
신음소리 자주 내고 길게 하품하며
가위눌려 소리치고 침과 눈물 흘리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추한 꼴 드러냄이
마치 미친 사람 보는 듯하였네.
或手攀窗牖,
如似絞死尸,
頻呻長欠㰦,
魘呼涕流涎,
蓬頭露醜形,
見若顚狂人。
화만(華鬘)은 드리워져 얼굴 가리고
혹 얼굴을 땅에 묻으며
몸 일으켜 흔들어대는 모습
마치 저 독요조(獨搖鳥)와 같았네.
華鬘垂覆面,
或以面掩地,
或擧身戰掉,
猶若獨搖鳥。
몸을 맡겨 서로 베게로 삼고
손발을 서로 포갠 채
얼굴 찡그리고 미간 찌푸리며
눈은 감았으되 입은 벌어지고
갖가지로 흩어진 몸 어지러움이
마치 송장이 널린 듯 낭자하였네.
委身更相枕,
手足互相加,
或嚬慼皺眉,
或合眼開口,
種種身散亂,
狼藉猶撗尸。
그때 태자는 단정히 앉아
모든 채녀(婇女)를 관찰하였다.
‘아까는 그렇게 단정하고 엄숙하며
지껄이고 웃으며 마음으로 아첨하고
時太子端坐,
觀察諸婇女,
先皆極端嚴,
言笑心諂黠。
아리따운 자태로 아양떨더니
지금은 모두 추하고 더럽기 그지없다.
여자의 본 성품이 이러하거늘
어떻게 친하고 가까이 하리라.
妖豔巧姿媚,
而今悉醜穢,
女人性如是,
云何可親近。
목욕하고 거짓으로 꾸미고 단장하여
남자 마음 속이고 유혹하는 것
나는 벌써 깨달아 알았나니
결정코 출가할 일 망설일 것 없으리.’
沐浴假緣飾,
誑惑男子心,
我今已覺了,
決定出無疑。
그때 정거천왕이
하늘에서 내려와 대문을 활짝 여니
태자는 그제서야 천천히 일어나
모든 채녀 사이를 빠져나갔네.
爾時淨居天,
來下爲開門,
太子時徐起,
出諸婇女閒。
안 궁전에서 머뭇거리다가
차닉(車匿)을 불러 분부하였네.
“지금 내 마음 너무도 간절해
감로의 샘물 마시려 하나니
말에 안장 얹어 시급히 끌고 오라
죽지 않는 곳으로 가려 하노라.”
踟躕於內閣,
而告車匿言,
吾今心渴仰,
欲飮甘露泉,
被馬速牽來,
欲至不死鄕。
스스로 깨달아 마음을 결정하니
튼튼하고 굳은 맹세 장엄하였네.
채녀들 본래는 단아하고 바르더니
지금은 모두 추한 모습 보이네.
自知心決定,
堅固誓莊嚴,
婇女本端正,
今悉見醜形。
아까는 대문도 잠겨 있더니
지금은 어느새 활짝 열렸네.
이렇게 모든 상서로운 모양 보나니
제일의(第一義)의 통발[筌]이어라.
門戶先關閉,
今已悉自開,
觀此諸瑞相,
第一義之筌。
차닉은 속으로 생각하였네.
‘마땅히 태자 명령 받들어야 하나
혹시라도 부왕이 알게 되면
분명 심하게 죄의 책임 물을 것이다.’
車匿內思惟,
應奉太子教,
脫令父王知,
復應深罪責。
모든 하늘들 신통력[神力] 내어
어느새 말을 끌고 대령하였고
평평한 수레에 뛰어나게 좋은 말
온갖 보배로 아로새긴 안장을 갖추었네.
諸天加神力,
不覺牽馬來,
平乘駿良馬,
衆寶鏤乘具。
높고 푸른 갈기와 긴 꼬리
굽은 등덜미에 짧은 털과 귀
사슴 가슴에 거위 모가지
넓고 둥근 이마에 표주박 코
高翠長髦尾,
局背短毛耳,
鹿腹鵝王頸,
額廣圓瓠鼻。
용(龍) 목구멍에 가슴은 네모져
인기(驎驥)의 모양을 죄다 갖추었네.
태자는 말 목을 어루만지고
몸을 문지르면서 타일렀네.
龍咽髖臆方,
具足驎驥相,
太子撫馬頸,
摩身而告言。
“부왕께서는 언제나 너를 타고
적군에게 나아가면 적군을 이겼는데
나는 이제 네 힘에 의지하여
저 멀리 감로(甘露) 나루 건너고자 하노라.
父王常乘汝,
臨歒輒勝怨,
吾今欲相依,
遠涉甘露津。
싸움터에는 수많은 군사 있고
영광스런 사람에겐 친구들 많으며
장사들이 보배를 구했을 때에는
즐겁게 따르는 이 또한 많지만
戰鬪多衆旅,
榮樂多伴遊,
商人求珍寶,
樂從者亦衆。
괴로움을 당해서는 좋은 벗 만나기 어렵고
법을 구할 때에는 친한 벗 적은 법.
만일 이 둘을 감당해낼 수 있는 벗이라면
마침내 이로움과 안락을 얻으리라.
遭苦良友難,
求法必寡朋,
堪此二友者,
終獲於吉安。
내 이제 집을 떠나려는 것은
괴로워하는 중생들 건지기 위함이니
너도 지금 자신도 이익되게 하고
아울러 모든 중생들 건져야 하리.
吾今欲出遊,
爲度苦衆生,
汝今欲自利,
兼濟諸群萌。
마땅히 있는 힘 남김없이 다하여
오래 달리되 피곤해 하지 말라.”
이렇게 타이른 뒤 천천히 말에 올라
고삐를 걷어잡고 이른 새벽 길 떠났네.
宜當竭其力,
長驅勿疲惓,
勸已徐跨馬,
理轡儵晨征。
사람의 모습은 햇빛이 흐르는 듯하고
말의 모습은 흰 구름 떠오르는 듯하다.
몸단속하여 떨쳐 흔들리지 않고
기운을 막아 부르짖어 울지 않았네.
人狀日殿流,
馬如白雲浮,
束身不奮迅,
屛氣不噴鳴。
네 신(神)이 달려와 발을 받치니
은밀하기 짝이 없어 소리가 없고
겹겹이 잠긴 단단한 저 궐문도
하늘신 신통력에 저절로 열렸네.
四神來捧足,
潛密寂無聲,
重門固關鑰,
天神令自開。
경중(敬重)하기 아버지보다 더한 이 없고
사랑이 깊기로는 자식보다 더한 이 없으며
안이나 밖이나 모든 권속들
은애(恩愛)로 얽히고 얽혔으나
敬重無過父,
愛深莫踰子,
內外諸眷屬,
恩愛亦纏緜。
정을 버리고 남겨둔 생각 없이
표연히 떨치고 성안을 빠져나가
더러운 진흙 속에서 피어난
맑고 깨끗한 연꽃 같은 눈으로
遣情無遺念,
飄然超出城,
淸淨蓮花目,
從淤泥中生。
부왕이 계신 궁전을 바라보며
하직을 아뢰는 말을 하였네.
“남[生]ㆍ늙음ㆍ죽음을 벗어나지 못하면
영원히 이런 인연 속에서 노닐지 않으리.”
顧瞻父王宮,
而說告離篇,
不度生老死,
永無遊此緣。
그러자 모든 하늘의 무리들과
허공의 용(龍)들과 귀신까지도
덩달아 기뻐하며 칭찬하였네.
“장하구나. 오로지 이것만이 참 진리라네.”
一切諸天衆,
虛空龍鬼神,
隨喜稱善哉,
唯此眞諦言。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 무리들
얻기 어려운 마음 얻은 것 경하하고
제각기 자기 힘의 광명으로써
앞에서 인도해 그 밝음 도와주었네.
諸天龍神衆,
慶得難得心,
各以自力光,
引導助其明。
사람이나 말의 마음 모두가 예리해
달려감이 유성(流星)과 같았네.
동녘 하늘 동트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어느새 3유순(由旬)을 나아갔다네.
人馬心俱銳,
奔逝若流星,
東方猶未曉,
已進三由旬。
佛所行讚卷第一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불소행찬』 1권(ABC, K0980 v29, p.638b01-646b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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