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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행찬 제2권
-일명 불본행경(佛本行經)-
佛所行讚卷第二
亦云佛本行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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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명보살 지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馬鳴菩薩造
北涼天竺三藏曇無讖譯


6. 차닉환품(車匿還品)
車匿還品第六


잠시 뒤에 밤은 이미 지나고
중생들 눈빛이 비추어 나오는 곳
숲 나무 사이를 돌아보니
발가(跋伽) 선인이 사는 곳이었네.
須臾夜已過,
衆生眼光出,
顧見林樹閒,
跋伽仙人處。


넓은 숲속 흐르는 물 너무도 맑고
짐승들은 사람을 가까이 따르니
태자는 그것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온몸의 고달픔 저절로 풀렸네.
林流極淸曠,
禽獸親附人,
太子見心喜,
形勞自然息。


‘이것은 곧 상서로운 일이리니
반드시 일찍이 없었던 이익 얻으리라.‘
다시 또 저 선인을 보니
그는 마땅히 공양할 만한 사람이었네.
此則爲祥瑞,
心獲未曾利,
又見彼仙人,
是所應供養。


그 선인 스스로 위의(威儀)를 지키고
잘난 체 교만스런 자취조차 없었네.
말에서 내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는 이제 이미 나를 건져 주었다”고 하고
자비스런 눈으로 차닉(車匿)을 바라보니
마치 청량한 물로 씻은 듯했네.
幷自護其儀,
滅除高慢迹,
下馬手摩頭,
汝今已度我,
慈目視車匿,
猶淸涼水洗。


“준마가 나는 듯 치달릴 때
너는 언제나 말 뒤를 따랐지.
너의 깊은 공경과 부지런함과
게으름 없는 노력에 감동하노라.
駿足馳若飛,
汝常係馬後,
感汝深敬勤,
精勤無懈惓。


다른 일이야 더 이상 따질 것 없고
오직 너의 참 마음만 취할 뿐이지.
마음으로 공경하고 몸으로 애썼으니
이 두 가지를 이제야 비로소 보았노라.
餘事不足計,
唯取汝眞心,
心敬形堪勤,
此二今始見。


사람은 마음에 지극한 정성 있더라도
몸의 힘이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고
힘이 견딘다 해도 마음이 따르지 못하거늘
너는 이제 그 둘을 다 갖추었구나.
세간의 영화와 이익 던져 버리고
발을 내딛어 나를 따라 왔구나.
人有心至誠,
身力無所堪,
力堪心不至,
汝今二俱備,
捐棄世榮利,
進步隨我來。


어떤 사람인들 이익을 향하지 않으랴.
이익이 없으면 친척도 떠나는데
너는 이제 부질없이 나를 따라서
현재 세상의 이익을 구하지 않았구나.
何人不向利,
無利親戚離,
汝今空隨我,
不求現世報。


대개 사람이 자식 낳아 기르는 것
조상의 대(代) 잇기 위함이며
왕을 받들어 공경하는 까닭은
길러준 은혜를 갚으려 함이니라.
夫人生育子,
爲以紹宗嗣,
所以奉敬王,
爲以報恩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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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두들 이익을 구하는데
너만 홀로 이익을 등지고 노는구나.
지극한 말은 번잡하지 않나니
내 이제 간략히 너에게 말하리라.
一切皆求利,
汝獨背利遊,
至言不煩多,
今當略告汝。


너는 나를 섬기는 일 이미 끝났으니
오늘 아침에 이 말 타고 돌아가거라.
나는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구하던 것 이제야 얻었느니라.”
汝事我已畢,
今且乘馬還,
自我長夜來,
所求處今得。


곧 바로 보배 영락을 풀어
차닉에게 주면서 말하였네.
“너에게 주나니 잘 간직하라.
이것으로 너의 슬픔 위로하노라.”
卽脫寶瓔珞,
以授於車匿,
具持是賜汝,
以慰汝憂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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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관 꼭대기의 마니(摩尼) 보석
그 빛나는 광명은 온몸을 비추었네.
곧 그것을 벗어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마치 해가 수미산(須彌山)을 비추듯 했네.
寶冠頂摩尼,
光明照其身,
卽脫置掌中,
如日曜須彌。


“차닉이여, 너는 이 구슬 가지고
곧 나의 부왕 계신 곳으로 돌아가라.
이 구슬 가져다 왕의 발에 예배하고
나의 정성된 마음을 나타내다오.
車匿持此珠,
還歸父王所,
持珠禮王足,
以表我虔心。


부디 사랑하고 그리는 정 버리시라고.
나를 대신해 왕에게 청하여라.
남[生]ㆍ늙음ㆍ죽음을 벗어나기 위하여
일부러 고행림(苦行林)에 들어왔을 뿐
爲我啓請王,
願捨愛戀情,
爲脫生老死,
故入苦行林。


하늘에 태어나기 구하는 것 아니니
우러러 그리는 맘 없는 건 아니지만
또한 어떤 원한 품은 것도 아니니라.
오직 근심과 슬픔을 버리고자 할 뿐이네.
亦不求生天,
非無仰戀心,
亦不懷結恨,
唯欲捨憂悲。


오랜 세월 동안 은혜와 애욕 쌓아봐야
반드시 언젠가는 이별해야 하나니
언젠가는 갈라져야 하기 때문에
해탈할 그 인(因)을 구하는 것이라네.
長夜集恩愛,
要當有別離,
以有當離故,
故求解脫因。


만일 해탈을 얻은 사람이라면
영원히 어버이 떠나는 일 없을 것이고
근심 끊기 위해 집 나왔나니
아들 위해 근심하지 말라 하여라.
若得解脫者,
永無離親期,
爲斷憂出家,
勿爲子生憂。


5욕이란 근심의 근본이 되니
마땅히 5욕에 대한 집착을 근심하라.
우리 조상으로서 모든 훌륭한 왕은
뜻이 굳고 단단하여 흔들리지 않았네.
五欲爲憂根,
應憂著欲者,
乃祖諸勝王,
堅固志不移。


이제 나는 그 재산 물려받았지만
오직 법뿐이요 법 아닌 것 버렸다네.
대개 사람은 목숨이 끝날 때
그 재산 모두 아들에게 넘기는데
아들들 대부분 세속의 이익 탐하지만
나는 그보다 법의 재물 좋아한다네.
今我襲餘財,
唯法捨非宜,
夫人命終時,
財產悉遺子,
子多貪俗利,
而我樂法財。


만일 나이가 젊고 건장할 때는
공부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마땅히 알라. 바른 법 구함에는
때이건 때 아니건 가릴 것 없다네.
若言年少壯,
非是遊學時,
當知求正法,
無時非爲時。


무상하여 정해진 기약 없는데
죽음의 원수는 항상 따르며 엿보나니
그러므로 나는 오늘 이때야말로
결정코 법을 구할 때라 생각한다네.
無常無定期,
死怨常隨伺,
是故我今日,
決定求法時。


위에서 내가 말한 모든 것
너는 나를 위해 모두 아뢰고
오직 바라는 건 부왕으로 하여금
다시는 나를 돌이켜 생각 말라 하라.
如上諸所啓,
汝悉爲我宣,
唯願今父王,
不復我顧戀。


일부러 나를 헐어 비방함으로써
왕에게 애정을 끊게 할 수 있다면
너는 얼마든지 내 말을 하여
왕께서 그리 생각게 하라.”
若以形毀我,
令王割愛者,
汝愼勿惜言,
使王念不絕。


차닉은 태자의 분부 받들고
슬픔에 겨워 정신이 아득해져
두 손을 합장하고 무릎 꿇고 앉아
태자의 말에 다시 대답하였네.
車匿奉教勅,
悲塞情惛迷,
合掌而䠒跪,
還答太子言。


“분부대로 갖추어 말씀드리면
대왕의 근심과 슬픔 더할 것이요
근심과 슬픔이 더욱더 심해지면
코끼리가 진흙탕에 빠진 것 같으리이다.
如勅具宣言,
恐更增憂悲,
憂悲增轉深,
如象溺深泥。


결정코 은혜와 애욕을 등진다면
마음 있는 이 누군들 슬퍼하지 않으리오.
금석(金石)도 오히려 부서지겠거늘
하물며 슬픈 감정에 빠진 이리오.
決定恩愛乖,
有心孰不哀,
金石尚摧碎,
何況溺哀情。


태자는 깊은 궁중에서 자라나
젊고 호강하여 몸이 부드럽나니
가시덤불 숲 속에 부드러운 몸 던져
그 고행 어떻게 견딜 수 있으리오.
太子長深宮,
少樂身細軟,
投身刺蕀林,
苦行安可堪。


처음에 나에게 명하여 말 준비케 하셨을 때
제 마음 매우 불안하였지만
천신이 저를 못 견디게 재촉해
저로 하여금 빨리 장엄하게 하였네.
初命我索馬,
下情甚不安,
天神見驅逼,
命我速莊嚴。


내 무슨 뜻이 있어 태자로 하여금
결정코 깊은 궁전 버리게 하였으랴.
이 가비라위(迦毘羅衛) 나라의
온 백성 모두 다 비통해 하네.
何意令太子,
決定捨深宮,
迦毘羅衛國,
合境生悲痛。


부왕께서는 이미 나이 늙으셨고
아들 생각하는 사랑 또한 깊나니
결정코 집 버리고 나간다면
그것은 합당한 일이 아니라오.
父王年已老,
念子愛亦深,
決定捨出家,
此則非所應。


삿된 견해 지녀 부모도 없다 하면
그것이야 더 이상 말할 것 없지만
구담미(瞿曇彌)는 오랫동안 기르면서
젖 먹여 키우느라 육신이 쪼그라들었네.
그 자비와 사랑 잊기 어렵나니
부디 은혜를 등지는 이 되지 마소서.
邪見無父母,
此則無復論,
瞿曇彌長養,
乳哺形枯乾,
慈愛難可忘,
莫作背恩人。


어린 아이 기르는 어머니의 공덕은
훌륭한 종족이라면 받들어 섬기나니
뛰어난 것 얻었다가 다시 버리면
그것은 곧 훌륭한 이 아니옵니다.
嬰兒功德母,
勝族能奉事,
得勝而復棄,
此則非勝人。


야수다라(耶輸陀羅)의 훌륭한 아들은
나라를 이어받고 바른 법 맡았으나
그 나이 아직은 어리디 어리니
그도 또한 버릴 수 없는 것이네.
耶輸陁勝子,
嗣國掌正法,
厥年尚幼少,
是亦不應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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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치 어기고 부왕을 버리고
종친과 권속들을 모두 다 버렸으나
부디 더 이상 나만은 버리지 마오.
나는 결코 존귀한 분 떠나지 않을 것이오.
已違捨父王,
及宗親眷屬,
勿復遺棄我,
要不離尊足。


내 마음은 뜨거운 불 품은 듯하여
혼자서는 궁중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제 텅텅 빈 저 들판에다
태자를 버리고 돌아간다면
마치 저 수만제(須曼提)가
라마(羅摩)를 버린 것과 다름없으리.
我心懷湯火,
不堪獨還國,
今於空野中,
棄捐太子歸,
則同須曼提,
棄捨於羅摩。


지금 만일 나 홀로 궁으로 돌아가면
왕께 무엇이라 아뢸 것이며
온 궁중 사람에게 꾸중 들을 때
또 다시 무슨 말로 대답하리까.
今若獨還宮,
白王當何言,
合宮同見責,
復以何辭答。


아까 태자께서 저에게 말씀하시길
방편으로 태자를 헐어 비방하라 하셨으나
어떻게 모니(牟尼)의 공덕 앞에서
거짓으로 꾸며 여쭙겠습니까.
太子向告我,
隨方便形毀,
牟尼功德所,
云何而虛說。


저는 너무도 부끄럽고 부끄러워
혀가 있어도 말하지 못하리니
설사 무슨 할 말이 있다 한들
천하에 어느 누가 그 말을 믿으리오.
我深慚愧故,
舌亦不能言,
設使有所說,
天下誰復信。


만일 달빛이 뜨겁다 말할 때
세상에서 그 말을 믿는 이 있다면
그는 혹 태자가 행하는 것이
법다운 행 아니어도 믿을 것이오.
若言月光熱,
世間有信者,
脫有信太子,
所行非法行。


태자의 마음은 부드럽고 연약하여
언제나 모든 것을 자비롭게 대하시니
깊이 사랑하면서 버린다는 것
그것은 본 마음에 어긋나는 것이라네.
원컨대 태자께서는 궁으로 돌아가시어
어리석은 제 정성을 위로하소서.”
太子心柔軟,
常慈悲一切,
深愛而棄捨,
此則違宿心,
願可思還宮,
以慰我愚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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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차닉의 애처롭고 간절하여
입이 쓰도록 간하는 말 들었지만
마음은 편안하고 더욱 굳고 단단해져
다시 그에게 타일러 말하였다네.
太子聞車匿,
悲切苦諌言,
心安轉堅固,
而復告之曰。


“너는 이제 나를 위한 까닭에
이별의 고통이 생겼으나
마땅히 그러한 슬픈 생각 버리고
스스로 그 마음 달래야 하느니라.
汝今爲我故,
而生別離苦,
當捨此悲念,
且自慰其心。


중생들은 제각기 다른 갈래로
어그러져 떠나는 것 평범한 이치이니
내가 아무리 지금에 있어
모든 친족 버리지 않는다 해도
죽음에 이르러 몸과 정신 갈라짐을
장차 어떻게 머물게 하겠는가.
衆生各異趣,
乖離理自常,
縱令我今日,
不捨諸親族,
死至形神乖,
當復云何留。


자비스런 어머니 나를 가졌을 때
못내 사랑했으나 언제나 괴로움 품었고
나를 낳은 뒤에는 곧 목숨이 끝나
마침내 자식의 봉양 받아보지 못하였다.
삶과 죽음 각각 길이 다르나니
지금 어디 가서 다시 만나리.
慈母懷妊我,
深愛常抱苦,
生已卽命終,
竟不蒙子養,
存亡各異路,
今爲何處求。


넓은 들 우거진 높은 나무에
뭇 새들 떼지어 깃들 적에
저녁에 모였다가 새벽이면 흩어지듯
이 세간의 이별도 그와 같다네.
曠野茂高樹,
衆鳥群聚拪,
暮集晨必散,
世閒離亦然。


높은 산에 걸려 있는 뜬구름
사방에서 모여들어 허공을 메웠다가도
어느새 다시금 사라지고 흩어져 버리니
사람 사는 이치도 또한 그러하니라.
浮雲興高山,
四集盈虛空,
俄而復消散,
人理亦復然。


세간은 본래 저절로 어그러지는 것이니
잠시 만나 은애(恩愛)로 얽히지만
꿈 속에서 만나고 흩어지는 것 같아
나의 친한 사람을 헤아릴 수 없다네.
世閒本自乖,
暫會恩愛纏,
如夢中聚散,
不應計我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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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면 봄철에 살아나는 나무가
점점 자라 가지와 잎 우거졌다가
가을 서리에 말라 떨어지는 것처럼
한 몸도 오히려 나뉘고 말거늘
하물며 잠깐 동안 회합한 사람들이라도
그 친척이 어찌 언제나 함께하랴.
譬如春生樹,
漸長柯葉茂,
秋霜遂零落,
同體尚分離,
況人暫合會,
親戚豈常俱。


너는 우선 근심과 고통을 쉬고
내 분부 받들어 궁전으로 돌아가라.
돌아갈 뜻 없어 나와 있고 싶거든
우선은 돌아갔다 나중에 다시 오라.
汝且息憂苦,
順我教而歸,
歸意猶存我,
且歸後更還。


저 가비라위국(迦毗羅衛國) 사람들
내 마음의 결정을 듣고도
돌아보아 나를 생각는 자 있거든
너는 마땅히 내 말을 일러주라.
迦毘羅衛人,
聞我心決定,
顧遺念我者,
汝當宣我言。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고 나서
그런 다음에야 마땅히 돌아가리라.
만일 이 소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몸은 산림에서 죽고 말 것이라고.”
越度生死海,
然後當來還,
情願若不果,
身滅山林閒。


그때 흰 말은 이 태자의
이런 진실한 말을 듣고는
무릎 꿇고 태자의 발을 핥으며
길이 한숨쉬며 눈물을 흘렸네.
白馬聞太子,
發斯眞實言,
屈膝而舐足,
長息淚流連。


수레바퀴[輪] 있는 손바닥과 막(膜)이 있는 손으로
흰 말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타일렀네.
“너는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나는 이제 너에게 감사한다.
輪掌網鞔手,
順摩白馬頂,
汝莫生憂悲,
我今懺謝汝。


훌륭한 말로서 수고하고 애썼으니
네가 도울 일은 이제 이미 끝났다.
나쁜 세상 괴로움 길이 그치고
현세에 묘한 결과 나타나리라.”
良馬之勤勞,
其功今已畢,
惡道苦長息,
妙果現於今。


온갖 보배로 장엄한 검(劒)은
늘 차닉이 들고 따랐는데
태자가 날카로운 그 검을 뽑았을 때
마치 용(龍)의 빛나는 광명 같았네.
衆寶莊嚴劍,
車匿常執隨,
太子拔利劍,
如龍曜光明。


보배 관(冠)을 썼던 검은머리를
모아 쥐고 끊어 공중에 던지니
위로 날아가 허공의 경계에 엉겨
나부낌이 난(鸞)새가 나는 것 같았네.
寶冠籠玄髮,
合剃置空中,
上昇凝虛境,
飄若鸞鳥翔。


도리(忉利)의 모든 하늘 사람들
그 머리털 잡고 천궁(天宮)으로 돌아갔나니
언제나 그 발자취를 받들어 섬기고자 했거늘
하물며 이제 그 머리털을 얻음에 있어서랴.
올바른 법이 다할 때까지
마음을 다해 공양 드렸다네.
忉利諸天下,
執髮還天宮,
常欲奉事足,
況今得頂髮,
盡心加供養,
至於正法盡。


그때 태자는 스스로 생각했다네.
‘모든 장신구는 이제 다 없애고
다만 흰 비단 옷만이 남아 있는데
이것도 집 떠난 자의 행색 아니다.’
太子時自念,
莊嚴具悉除,
唯有素繒衣,
猶非出家儀。


그때 저 정거천자(淨居天子)는
태자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알고
사냥꾼 모습으로 변하여
활을 지니고 예리한 화살을 차고
몸에는 가사(袈裟)를 걸치고
곧 태자 앞으로 나아갔다네.
時淨居天子,
知太子心念,
化爲獵師像,
持弓佩利箭,
身被袈裟衣,
徑至太子前。


태자는 생각하기를
‘이 옷이야말로 물들인 청정한 옷이구나.
선인(仙人)의 훌륭한 차림새이나
사냥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곧 사냥꾼을 부르면서 앞으로 나아가
부드러운 말씨로 타일러 말하였다네.
太子念此衣,
染色淸淨服,
仙人上標飾,
獵者非所應,
卽呼獵師前,
軟語而告曰。


“그대는 그 옷에 대하여
애착이 그리 깊지 않은 것 같소.
내가 입은 이 옷을 드릴 테니
그대 옷과 맞바꾸면 어떻겠소.”
汝於此衣服,
貪愛似不深,
以我身上服,
與汝相貿易。


그 사냥꾼이 태자에게 말하였다.
“이 옷을 아끼지 않는 건 아니니
이것으로써 모든 사슴 떼를 속여
그들을 유인해 잡기 때문이라오.
獵師白太子,
非不惜此衣,
用謀諸群鹿,
誘之令見趣。


그러나 그대에게 정말 필요하다면
지금 입고 있는 옷과 바꿔 주겠소.”
사냥꾼은 그 옷을 바꿔 입고
저절로 하늘 몸이 되어 되돌아갔다네.
茍是汝所須,
今當與交易,
獵者旣貿衣,
還自復天身。


그때 태자와 차닉은
그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선인의 옷[無事衣]이요
정녕 이 세상 옷이 아니로구나.’
太子及車匿,
見生奇特想,
此必無事衣,
定非世人服。


태자는 내심(內心) 크게 기뻐해
그 옷에 대하여 배나 더 공경하고
곧바로 차닉과 이별한 뒤에
그가 준 가사(袈裟)로 갈아입었다네.
內心大歡喜,
於衣倍增敬,
卽與車匿別,
被著袈裟衣。


그것은 마치 푸르고 붉은 구름이
해나 달을 에워싼 것 같았는데
편안하고 가벼워 가벼운 걸음으로
선인의 굴 속으로 들어갔네.
猶若靑絳雲,
圍繞日月輪,
安詳而諦步,
入於仙人窟。


가물가물 멀리 사라져 가는 모습
차닉은 하염없이 바라보았네.
태자는 그 부왕을 버렸고
그 권속들과 또 이 몸까지 버렸네.
車匿自隨矚,
漸隱不復見,
太子捨父王,
眷屬及我身。


물들인 가사옷 좋아하며 입고는
드디어 고행림(苦行林)으로 들어가 버렸네.
머리 들고 하늘 보며 울부짖다가
정신이 아득하여 땅바닥에 쓰러졌네.
愛著袈裟衣,
入於苦行林,
擧首仰呼天,
迷悶而躄地。


다시 일어나 흰 말의 목을 껴안고
절망하여 길을 따라 돌아올 때에
어정어정 거리며 자꾸만 돌아보니
몸은 가나 마음은 뒤로 달렸네.
起抱白馬頸,
望絕隨路歸,
俳佪屢反顧,
形往心反馳。

혹은 생각에 잠겨 정신을 잃기도 하고
혹은 머리 들었다 숙여 몸에 떨구며
혹은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등
슬피 울며 길 따라 돌아왔다네.
或沈思失魂,
或俯仰垂身,
或倒而復起,
悲泣隨路還。

 



7. 입고행림품(入苦行林品)
佛所行讚  苦行林品 第七


태자는 차닉을 보내고 나서
선인이 계신 굴로 들어갔는데
단정하고 엄숙한 몸 밝은 빛으로
고행림을 두루두루 비추었다네.
太子遣車匿,
將入仙人處,
端嚴身光曜,
普照苦行林。


모든 이치를 두루 갖춘 사람
그 이치 따라서 거기로 갔네.
비유하면 마치 큰 사자왕이
짐승들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네.
具足一切義,
隨義而之彼,
譬如師子王,
入于群獸中。


속세의 모습은 이미 다 버리고
오직 도(道)의 참 모양만 보았으니
수행하던 저 모든 선인들
일찍이 보지 못했던 것 갑자기 보았네.
俗容悉已捨,
唯見道眞形,
彼諸學仙士,
忽睹未曾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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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고 놀라운 마음 품고서
합장한 채 단정히 바라보았네.
제각기 일하던 남자와 여자들도
바로 바라보면서 한눈팔지 않았네.
懍然心驚喜,
合掌端目矚,
男女隨執事,
卽視不改儀。


마치 하늘 사람들 제석을 관찰할 때
물끄러미 보면서 눈 깜박이지 않듯
모든 선인들 한 발짝도 옮기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봄도 그러하였네.
如天觀帝釋,
瞪視目不瞬,
諸仙不移足,
瞪視亦復然。


무거운 짐 손으로 받치고서
우러러 공경하며 일 놓지 않음이
마치 소가 멍에를 메고 있듯
몸은 묶였으나 마음만은 여전하네.
任重手執作,
瞻敬不釋事,
如牛在轅軛,
形來而心依。


함께 공부하는 모든 신선(神仙)들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이라 말하였네.
공작 따위의 온갖 새들은
어지럽게 소리내어 울면서 날아가고
사슴의 계(戒) 지닌 범지들은
사슴과 어울려 숲에서 노닐었네.
俱學神仙者,
咸說未曾見,
孔雀等衆鳥,
亂聲而翔鳴,
持鹿戒梵志,
隨鹿遊山林。


힐끗힐끗 눈치 주던 거친 사슴들도
태자를 한 번 보자 단정히 바라보았고
사슴을 따라 노닐던 모든 범지들
단정히 보는 것도 또한 그러하였네.
麤性鹿睒睗,
見太子端視,
隨鹿諸梵志,
端視亦復然。


감자족(甘蔗族)의 등불이 거듭 밝기는
아침에 떠오르는 햇빛과 같아
능히 많은 젖소에게 감동을 주고
달고 향기로운 우유를 더 많이 내었네.
甘蔗燈重明,
猶如初日光,
能感群乳牛,
增出甜香乳。


저 모든 범지들
놀라고 기뻐하며 서로 전해 말하였네.
“여덟 가지 바수천(婆藪天)인가
두 가지 아습파(阿濕波)인가
彼諸梵志等,
驚喜傳相告,
爲八婆藪天,
爲二阿濕波。


여섯째 하늘의 마왕(魔王)인가
범가이천(梵迦夷天)인가
해와 달의 천자(天子)인가
이 세계에 그들이 내려왔는가.
爲第六魔王,
爲梵迦夷天,
爲日月天子,
而來下此耶。


이 분을 마땅히 공경해야 한다.”
그리고 다투어 달려와서 공양하였고
태자는 또한 겸손하게 낮추어
공손한 말씨로 안부를 전하였네.
要是所應敬,
奔競來供養,
太子亦謙下,
敬辭以問訊。


보살은 숲 속에 있는
모든 범지를 두루 관찰해보니
갖가지로 복업(福業)을 닦으면서
모두 하늘에 나는 즐거움 구하였네.
菩薩遍觀察,
林中諸梵志,
種種修福業,
悉求生天樂。


그 중에서 나이 많은 범지에게
닦아야 할 진실한 도(道)를 물었다네.
“나는 지금 이곳에 처음 왔기에
어떤 법을 행해야 할지 알지 못하오.
필요한 일을 따라 청해 물으리니
원컨대 나를 위해 설명해 주오.”
問長宿梵志,
所行眞實道,
今我初至此,
未知行何法,
隨事而請問,
願爲我解說。


그때 거기 두 범지는
모든 고행에 대한 것과
그 고행의 과보에 대해
차근차근 물음에 맞추어 대답해 주었네.
爾時彼二生,
具以諸苦行,
及與苦行果,
次第隨事答。


“사람 사는 마을에서 나오는 것 아닌
깨끗하고 맑은 물을 마시고
혹은 나무뿌리와 잎을 먹으며
때로는 꽃과 열매도 따는 등
갖가지로 그 방법을 달리하나니
옷과 음식도 같지 않다오.
非聚落所出,
淸淨水生物,
或食根莖葉,
或復食花果,
種種各異道,
服食亦不同。


때로는 날짐승의 습성을 익혀서
두 발로 먹을 것을 움키거나
혹은 사슴을 따라 풀도 먹으며
바람을 마시는 망사(蟒蛇) 선인들
나무나 돌로 찧은 음식 먹지 않네.
或習於鳥生,
兩足鉗取食,
有隨鹿食草,
吸風蟒蛇仙,
木石舂不食。


두 이빨로 물어 자국을 내며
밥을 빌어 남에게 베풀어주고는
거기서 남은 것 제가 먹는다네.
항상 물에 머리를 감고
때로는 불을 받들어 섬기며
물에 살면서 고기의 습성을 익히는 선인 등
兩齒嚙爲痕,
或乞食施人,
取殘而自食,
或常水沐頭,
或復奉事火,
水居習魚仙。


이와 같은 온갖 일들로
범지들 고행을 닦아
목숨을 마치면 하늘에 나며
또 그러한 고행으로 말미암아
반드시 안락한 결과를 얻는다네.
如是等種種,
梵志修苦行,
壽終得生天,
以因苦行故,
當得安樂果。


두 가지 구족하신 어진 선비는
이러한 갖가지 고행을 듣고
거기서는 참된 이치 발견할 수 없어
마음속이 도무지 기쁘지 않았네.
兩足尊賢士,
聞此諸苦行,
不見眞實義,
內心不欣悅。


생각하다 그들을 가엾게 여겨
마음속에 품은 생각 스스로 말하였네.
“불쌍하기 그지없다. 저렇게 큰 고행하여
오로지 인천(人天)의 과보만을 구하다니
나고 죽음을 따라 윤회하며
괴로움은 많으나 결과가 적구나.
思惟哀念彼,
心口自相告,
哀哉大苦行,
唯求人天報,
輪迴向生死,
苦多而果少。


어버이를 등지고 좋은 경계 버리고
결정코 하늘의 즐거움을 구하다니
비록 작은 괴로움은 면하더라도
결국엔 큰 괴로움에 얽매이리라.
違親捨勝境,
決定求天樂,
雖免於小苦,
終爲大苦縛。


스스로 제 몸뚱이 여위게 하면서
모든 고행을 닦아 행하며
다시 태어나길 구하지만
5욕의 종자만 자라나게 할 뿐이니
그는 나고 죽음을 보지 못하므로
괴로움으로써 또 다른 괴로움을 구하네.
自枯槁其形,
修行諸苦行,
而求於受生,
增長五欲因,
不觀生死故,
以苦而求苦。


일체 중생의 무리들은
마음으로 언제나 죽음을 두려워하여
열심히 애쓰며 태어나기 구하지만
이미 나면 반드시 죽음과 맞닥뜨린다네.
一切衆生類,
心常畏於死,
精勤求受生,
生已會當死。


비록 다시 괴로움을 두려워한다 해도
괴로움의 바다에 영원히 빠지리니
이런 삶은 지극히 괴롭기만 한 것
다음에 태어나도 또한 그치지 않네.
雖復畏於苦,
而長沒苦海,
此生極疲勞,
將生復不息。


괴로움 참아가며 현세의 즐거움 구하고
하늘에 나기를 구하지만 또한 괴롭다네.
즐거움을 구하는 마음은 하천한 것이니
그들은 다 함께 옳지 않은 곳에 떨어지리라.
任苦求現樂,
求生天亦勞,
求樂心下劣,
俱墮於非義。


지극히 비루한 것과 비교하면
열심히 애씀은 훌륭하다 하겠으나
지혜를 닦는 것만 못하나니
둘을 함께 버리면 영원히 함[爲]이 없으리.
方於極鄙劣,
精勤則爲勝,
未若修智慧,
兩捨永無爲。


몸을 괴롭히는 것을 법이라 하면
안락한 것은 법이 아닐 것이요
법을 행해 나중에 즐겁다면
인(因)은 법이나 과(果)는 법 아니리.
苦身是法者,
安樂爲非法,
行法而後樂,
因法果非法。


몸의 행을 일으키고 멸하게 함은
모두 마음의 힘을 말미암나니
만일 사람이 마음을 여의면
이 몸은 고목(枯木) 같으리.
그러므로 마땅히 마음 길들여
마음이 조복되면 몸은 절로 바르게 되리.
身所行起滅,
皆由心意力,
若離心意者,
此身如枯木,
是故當調心,
心調形自正。


깨끗한 것 먹는 게 복이 된다면
짐승과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열매와 잎만 먹나니
그들은 분명 복이 있어야 하리.
食淨爲福者,
禽獸貧窮子,
常食於果葉,
斯等應有福。


만일 착한 마음 일어나기 때문에
고행이 복의 원인 된다고 하면
저 모든 편하고 즐거운 행에서는
어째서 착하지 않은 마음 일어나는가.
즐거움이 착한 마음 일으키는 것도 아니요
착함 또한 괴로움을 원인으로 하는 것 아니네.
若言善心起,
苦行爲福因,
彼諸安樂行,
何不善心起,
樂非善心起,
善亦非苦因。


만일 저 모든 외도(外道)들
물 때문에 깨끗해진다 한다면
물에 살기 좋아하는 저 중생들
나쁜 업(業) 또한 늘 깨끗해지리.
若彼諸外道,
以水爲淨者,
樂水居衆生,
惡業能常淨。


저 원래 공덕 있는 선인이
거기 머물러 살았던 곳이라네.
공덕 있는 선인이 살았었기에
온 세상이 모두 소중하게 하는데
彼本功德仙,
所可住止處,
功德仙住故,
普世之所重。


그의 공덕을 존경해야 할 것이요
장소를 존중히 여김은 옳지 못하네.”
이와 같이 자세히 법을 설하자
어느새 해 저물어 황혼 되었네.
應尊彼功德,
不應重其處,
如是廣說法,
遂至日云暮。


불을 섬기는 사람들 보니
어떤 이는 비벼대고 혹은 불 불며
어떤 이는 소유(酥油)를 뿌리고
혹은 소리 내어 주문(呪文) 외웠네.
見有事火者,
或鑽或吹然,
或有酥油灑,
或擧聲呪願。


이렇게 하여 밤낮이 다하도록
그들이 행하는 일 관찰해 봐도
진실한 이치 보이지 않아
그들 버리고 떠나려고 하였네.
如是竟日夜,
觀察彼所行,
不見眞實義,
則便欲捨去。


그때 저 그 모든 범지(梵志)들
모두 와서 머물기 간청했는데
보살의 덕 사모하고 우러러
권하고 청하지 않는 사람 없었네.
時彼諸梵志,
悉來請留住,
眷仰菩薩德,
無不勤勸請。


“그대는 본래 법답지 않은 곳으로부터
여기 바른 법 숲에 이르렀는데
이제 또 저버리고 가려하므로
머물기 권하고 간청한다네.”
汝從非法處,
來至正法林,
而復欲棄捨,
是故勸請留。


나이 많고 덕 높은 모든 범지들
흐트러진 머리에 풀옷을 입고
보살의 뒤를 따라오면서
잠깐 마음 돌리기 청원하였네.
諸長宿梵志,
蓬髮服草衣,
追隨菩薩後,
願請小留神。


보살은 그 여러 늙은이들 보니
뒤따라오느라 몸이 지쳐 있었네.
어떤 나무 밑에 멈추어 서서
그들을 위로하여 돌려보내려 했네.
菩薩見諸老,
隨逐身疲勞,
止住一樹下,
安慰遣令還。


범지 어른이나 어린이들
보살을 에워싸고 합장하고 청하였네.
“그대가 갑자기 여기 왔을 때
이 동산 숲은 아름다움 가득했었지.
梵志諸長幼,
圍繞合掌請,
汝忽來至此,
園林妙充滿。


그런데 이제 와서 버리고 가면
결국엔 거칠고 텅 빈 들판 되리라.
마치 사람이 제 목숨 사랑하여
그 몸을 버리려고 하지 않듯이
而今棄捨去,
遂成丘曠野,
如人愛壽命,
不欲捨其身。


우리들도 또한 그와 같으니
부디 조금만 더 머물러주오.
이곳에 있는 모든 범지와
왕족(王族) 선인과 또 하늘 선인은
我等亦如是,
唯願小留住,
此處諸梵志,
王仙及天仙。


모두 다 이곳을 의지하여 머물고
또 이곳은 설산(雪山)과 이웃해 있어
사람의 고행을 증장하게 하는 곳
이곳보다 나은 곳 다시 없다네.
皆依於此處,
又鄰雪山側,
增長人苦行,
其處莫過此。


그러므로 공부하는 많은 선인들
모두 이 길을 말미암아 하늘에 났고
복을 구하고 신선을 공부하는 사람들
모두들 이곳의 북쪽에 머물며
衆多諸學士,
由此路生天,
求福學仙者,
皆從此已北。


올바른 법을 거두어 받나니
지혜 있는 사람은 남쪽에 노닐지 않네.
만일 그대가 우리들이
게을러서 정진하지 않고
攝受於正法,
慧者不遊南,
若汝見我等,
懈怠不精進。


온갖 부정한 법 행하는 것 보고서
여기에 머무는 것 좋아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우리들이 떠나야 하고
그대는 여기에 머물러야 하리.
行諸不淨法,
而不樂住者,
我等悉應去,
汝可留止此。


이 모든 범지들
항상 고행할 도반 구했는데
그대는 고행자들의 어른으로서
어떻게 서로를 저버릴 수 있나.
此諸梵志等,
常求苦行伴,
汝爲苦行長,
云何相棄捨。


만일 그대가 여기에 머문다면
제석처럼 받들어 섬길 것이고
또한 하늘의 비리하발저(毘梨訶鉢底)처럼
받들어 섬기리이다.”
若能止住此,
奉事如帝釋,
亦如天奉事,
毘梨訶鉢低。


보살은 모든 범지들 향해서
자기 마음으로 기대하는 것 말하였네.
“나는 이제 바른 방편을 닦아
다만 모든 유(有)를 멸하고자 하네.
菩薩向梵志,
說己心所期,
我修正方便,
唯欲滅諸有。


그대들은 마음이 질박하고 곧으며
행하는 법 또한 고요하고 묵묵한 데다
오는 손님을 친절하게 맞아 주니
내 마음 진실로 기쁘고 즐거웠네.
汝等心質直,
行法亦寂默,
親念於來賓,
我心實愛樂。


아름다운 말씨는 사람 마음 감동시켜
듣는 사람마다 씻은 듯 유쾌했네.
나는 그대들이 하는 말 듣고
법 좋아하는 마음 더욱 늘어났네.
美說感人懷,
聞者皆沐浴,
聞汝等所說,
增我樂法情。


그대들은 모두 내게 돌아와
서로가 법에서 좋은 벗 되었나니
그런데 이제 그대들을 버리자니
내 마음 진실로 슬프고 애통하다네.
汝等悉歸我,
以爲法良朋,
而今棄捨汝,
其心甚悵然。


먼저는 나의 친척을 배반했고
이제는 또 그대들과 등지네.
한 번 만났다 이별하는 괴로움
그 고통 누구나 같아 다름없다네.
先違本親屬,
今與汝等乖,
合會別離苦,
其苦等無異。


내 마음 즐겁지 않아서도 아니요
또한 남의 잘못 보아서도 아니라네.
다만 그대들이 닦는 고행은
모두가 하늘에 태어나는 즐거움 구하지만
나는 삼유(三有) 멸하기를 구하나니
그 형상도 다르지만 마음도 다르다네.
非我心不樂,
亦不見他過,
但汝等苦行,
悉求生天樂,
我求滅三有,
形背而心乖。


지금 그대들이 수행하는 법은
스승의 업(業)을 몸소 익히지만
나는 모든 모임[集]을 멸함으로써
모임이 없는 법을 구하려 하나니
汝等所行法,
自習先師業,
我爲滅諸集,
以求無集法。


그러므로 나는 이 숲 속에
오래 머물 이유가 없다네.”
그때 모든 범지들은
보살이 하는 말 들었네.
是故於此林,
永無久停理,
爾時諸梵志,
聞菩薩所說。


진실하고 이치 있다 말하였네.
이치를 설함이 고상하고 뛰어나
그 마음 너무도 즐겁고 기뻐서
몇 배나 깊이 존경을 더하였네.
眞實有義言,
辭辯理高勝,
其心大歡喜,
倍深加宗敬。


그때 어떤 범지가 있었는데
언제나 티끌 속에 누워 있고
헝클어진 머리에 나무 껍질 걸치고
누런 눈에 코는 우뚝하고 높았네.
時有一梵志,
常臥塵土中,
縈髮衣樹皮,
黃眼脩高鼻。


그는 보살게 여쭈어 말하였네.
“뜻은 굳세고 지혜는 밝아
결정코 남[生]에 대한 허물을 알고
남[生]을 여윈 편안함도 잘 알았네.
而白菩薩言,
志固智慧明,
決定了生過,
善知離生安。


하늘신에게 제사 지내 빌며
갖가지로 고행을 수행하는 일
모두 하늘에 나는 즐거움을 구함이니
아직도 탐욕의 경계 떠나지 못해서이네.
祠祀祈天神,
及種種苦行,
悉求生天樂,
未離貪欲境。


그대는 능히 탐욕과 더불어 다투면서
마음으로 참된 해탈 구하나니
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로서
결정코 바르게 깨친 장부 되리라.
能與貪欲爭,
志求眞解脫,
此則爲丈夫,
決定正覺士。


여기는 족히 머물 곳 못되니
마땅히 빈타산(頻陀山)으로 가시오.
거기엔 아라람(阿羅藍)이라 하는
큰 모니(牟尼) 계실 것이오.
斯處不足留,
當至頻陁山,
彼有大牟尼,
名曰阿羅藍。


오직 그만이 최후의 경지 깨달아
제일가는 뛰어난 눈 얻었나니
그대 장차 그 사람 찾아가면
진실한 도 들을 수 있으리라.
唯彼得究竟,
第一增勝眼,
汝當往詣彼,
得聞眞實道。


만일 능히 그대 마음을 기쁘게 하거든
반드시 그 법을 따라 행하라.
내 그대 좋아하는 마음을 보니
거기서도 혹 편안하지 않을까 염려되오.
能使心悅者,
必當行其法,
我觀汝志樂,
恐亦非所



마땅히 또 거기서 머무는 것 버리고
다시 많이 아는 다른 이 찾아 구할 것이오.
우뚝한 코에 서글서글하고 긴 눈
빨간 입술에 예리하고 하얀 이빨
當復捨彼遊,
更求餘多聞,
隆鼻廣長目,
丹脣素利齒。


엷은 피부에 빛나는 얼굴
붉은 혀는 길고 연하고 엷어라.
이와 같은 갖가지 묘한 상호는
이염수(爾炎水)를 죄다 마시고
薄膚面光澤,
未舌長軟薄,
如是衆妙相,
悉飮爾炎水。


헤아릴 수 없이 깊은 물도 건널 것이요.
이 세간에 견줄 만한 사람 없을 것이니
저 늙어 빠진 모든 선인들
저들이 못 얻은 것 반드시 얻으리라.”
當度不測深,
世閒無有比,
耆舊諸仙人,
不得者當得。


보살은 그가 하는 말 깨달아 알고
모든 선인들과 이별할 때
저 모든 선인 대중들은
오른쪽으로 돌고 제각각 돌아갔네.
菩薩領其言,
與諸仙人別,
彼諸仙人衆右繞各辭還。

 

 



8. 합궁우비품(合宮憂悲品)
佛所行讚  合宮憂悲品 第八


차닉이 말을 끌고 돌아올 때
절망한 심정 슬픔에 막혀
길을 따라 울부짖고 걸어가는데
스스로 능히 눈을 뜰 수 없었네.
車匿牽馬還,
望絕心悲塞,
隨路號泣行,
不能自開割。


지난번에 태자를 모시고 가다가
하룻밤 지새운 길이었는데
지금은 태자 버리고 혼자서 돌아가니
살아서 천음(天蔭:太子)을 빼앗겼다네.
先與太子俱,
一宿之徑路,
今捨太子還,
生奪天蔭故。


배회하는 그 마음 달랠 길 없어
여드레 만에야 겨우 성문에 이르렀네.
좋은 말은 원래 몸체가 뛰어나
기운 떨치는 위엄스런 모습 있었네.
俳佪心顧戀,
八日乃至城,
良馬素體駿,
奮迅有威相。


주저하면서 돌아보고 우러르나
그 태자의 모습 보이지 않네.
눈물을 흘리고 온몸은 늘어져
초췌한 모습 윤기마저 잃었네.
躑躅顧瞻仰,
不睹太子形,
流淚四體垂,
憔悴失光澤。


빙빙 돌면서 한숨쉬고 슬피 울어
밤낮으로 물이나 풀 먹는 것조차 잊었네.
세상 구제할 주인을 잃고
가비라(迦毘羅) 성으로 되돌아 왔다네.
旋轉慟悲鳴,
日夜忘水草,
遺失救世主,
還歸迦毘羅。


나라는 모두 텅 비어 있어
마치 빈 마을로 들어가는 듯
또 해가 수미산(須彌山)에 가려
온 세상이 모두 어두워진 것 같았네.
國土悉廓然,
如入空聚落,
如日隱須彌,
擧世悉曛冥。


샘이나 못물은 맑음을 잃고
꽃과 열매는 무성하지 못하며
거리마다 모든 남자와 여자들
근심 걱정에 웃는 모습 잃었네.
泉池不澄淸,
華果不榮茂,
巷路諸士女,
憂慼失歡容。


차닉은 흰 말과 더불어
비통하고 억울함에 걸음 더디네.
무슨 말을 물어도 대답하지 않은 채
느릿느릿 걷는 발길 상여꾼 걸음일세.
車匿與白馬,
悵怏行不前,
問事不能答,
遲遲若尸行。


차닉은 돌아오는데
태자의 모습 보이지 않자
많은 사람들 소리내어 크게 울부짖음이
마치 라마(羅摩) 버리고 돌아올 때 같았네.
衆見車匿還,
不見釋王子,
擧聲大號泣,
如棄羅摩還。


어떤 사람은 길가로 와서
몸 기울여 차닉에게 물었네.
“왕자는 온 세상이 사랑하는 분
온 나라 백성들의 목숨 같다네.
有人來路傍,
傾身問車匿,
王子世所愛,
擧國人之命。


너 혼자 남 몰래 모시고 가더니
지금은 어느 곳에 머물고 계신가.”
차닉이 슬픈 마음 억누르고
많은 사람들에게 대답하였네.
汝輒盜將去,
今爲何所在,
車匿抑悲心,
而答衆人言。


“간절히 생각하고 뒤쫓으면서
나는 왕자를 버리지 않았으나
왕자는 도리어 나를 버리고
또 세속의 위의마저 내던지셨네.
我眷戀追逐,
不捨於王子,
王子捐棄我,
幷捨俗威儀。


머리 깎고 법복(法服)을 입더니
마침내 고행림으로 들어가셨소.”
많은 사람 태자의 출가 소식 듣고서
뜻밖의 생각에 너무 놀랐네.
剃頭被法服,
遂入苦行林,
衆人聞出家,
驚起奇特想。


오열하고 흐느끼며 슬피 울 적에
콧물과 눈물 뒤섞여 흘러내렸네.
그들은 저마다 서로 물었네
우리는 장차 어찌 하면 좋은가.
嗚咽而啼泣,
涕淚交流下,
各各相告語,
我等作何計。


여러 사람들 다함께 의논해 말했네.
“우리들 모두 뒤쫓아가자.
마치 사람의 몸과 목숨 끊어지면
몸과 정신 갈라짐과 같다네.
衆人咸議言,
悉當追隨去,
如人命根壞,
身死形神離。


저 왕자는 우리의 목숨일진대
목숨을 잃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리.
그 없으면 이 도시는 쓸쓸한 언덕
그 있으면 저 수풀도 도시 이루리.
王子是我命,
失命我豈生,
此邑成丘林,
彼林城郭邑。


이 성(城)은 이제 위엄과 덕 잃어서
마치 비리다(毘梨多)를 죽인 것 같다네.”
성 안에 사는 모든 남녀들
왕자가 돌아온다는 헛소문 들었네.
此城失威德,
如殺毘梨多,
城內諸士女,
虛傳王子還。


서로 다투어 길 위로 나왔으나
말만 속절없이 돌아온 것 보고
그의 살고 죽음 알 길이 없어
슬피 우는 그 소리 다양하였네.
奔馳出路上,
唯見馬空歸,
莫知其存亡,
悲泣種種聲。


차닉은 말을 끌고 돌아와서는
흐느껴 슬피 울며 눈물지었네.
태자를 놓쳐 버린 걱정과 슬픔에다
두려운 마음 그 위에 더했네.
車匿步牽馬,
歔欷垂淚還,
失太子憂悲,
加增怖懼心。


마치 군사가 적군에게 패했을 때
붙잡혀 왕의 앞에 끌려가듯 하였네.
성문에 들어서자 눈물은 비오듯
눈에 글썽거려 아무 것도 보이는 것 없었네.
如戰士破敵,
執怨送王前,
入門淚雨下,
滿目無所見。


하늘을 우러러 크게 통곡할 때
흰 말도 또한 슬피 울었네.
궁중에 있던 온갖 새와 짐승들
마구간에 있던 모든 말들도
仰天大啼哭,
白馬亦悲鳴,
宮中雜鳥獸,
內廏諸群馬。


흰 말이 슬피 우는 소리를 듣고
길게 울어 응답하였네.
태자 돌아온 줄 알고 부르짖었다가
그가 보이지 않자 소리 그쳤네.
聞白馬悲鳴,
長鳴而應之,
謂呼太子還,
不見而絕聲。


후궁(後宮)과 모든 채녀(婇女)들
말 ㆍ새ㆍ짐승의 우는 소리 듣고는
머리는 산발한 채 낯빛은 누렇게 뜨고
얼굴은 여윈 데다 입술은 바싹 마르며
後宮諸婇女,
聞馬鳥獸鳴,
亂髮面萎黃,
形瘦脣口乾。


옷이 더러웠으나 빨 생각조차 않고
몸은 때로 얼룩져도 목욕하지 않았네.
치장하던 도구도 모두 버리고
헐고 여위어 선명하지 않았네.
弊衣不浣濯,
垢穢不浴身,
悉捨莊嚴具,
毀悴不鮮明。


온몸은 전혀 광택이 없어
마치 스러져 가는 별과 같았네.
옷은 낡고 헐어 남루하기가
도적 맞은 사람과 다름없었네.
擧體無光耀,
猶如細小星,
衣裳壞襤縷,
狀如被賊形。


차닉과 흰 말이 눈물 흘리며
절망하고 돌아온 것 보고는
슬픔에 겨워 울부짖는 모습이
금방 어버이 잃은 사람 같았네.
見車匿白馬,
涕泣絕望歸,
感結而號咷,
猶如新喪親。


미쳐 치닫고 어지럽게 날뜀이
소가 제 갈 길을 잃은 듯했네.
대애(大愛) 구담미(瞿曇彌)는
태자가 돌아오지 않았단 말 듣고
狂亂而搔擾,
如牛失其道,
大愛瞿曇彌,
聞太子不還。


몸을 솟구쳤다 스스로 땅에 던져
온몸이 다 상하고 부서졌네.
비유하면 마치 사납게 몰아친 바람에
황금빛 파초나무 찢겨진 것 같았네.
竦身自投地,
四體悉傷壞,
猶如狂風摧,
金色芭蕉樹。


그는 또 태자의 출가 소식 듣고는
길게 탄식하며 슬픈 정 더하였네.
오른 쪽으로 감아 돈 가늘고 연한 털은
한 털구멍에 털 하나씩 났는데.
又聞子出家,
長歎增悲感,
右旋細軟髮,
一孔一髮生。


검고 깨끗하여 반짝반짝 빛나고
바르게 서 있으면 땅에까지 치렁거렸네.
무슨 마음으로 천관(天冠)과 함께
풀 우거진 땅바닥에 벗어 던졌나.
黑淨鮮光澤,
平住而灑地,
何意合天冠,
剃著草土中。


통통한 팔과 사자 걸음걸이에
눈은 소 눈처럼 길고 넓었고
황금 불꽃인 듯 빛나는 몸에
가슴은 네모지고 음성은 범천(梵天) 같았네.
傭臂師子步,
脩廣牛王目,
身光黃金炎,
方臆梵音聲。


이렇게 훌륭하고 묘한 모습 지닌 분이
저 고행림으로 들어가셨네.
이 세간은 얼마나 복이 엷기에
이렇게도 거룩한 왕을 잃었나.
持是上妙相,
入於苦行林,
世閒何薄福,
失斯聖地主。


묘한 망(網) 있는 부드럽고 연한 발은
맑디맑은 연꽃 빛을 지녔거늘
맨 땅이며 돌이며 가시덤불을
어떻게 그 발로 밟을 것인가.
妙網柔軟足,
淸淨蓮花色,
土石刺蕀林,
云何而可蹈。


깊은 궁중에 태어나 자라날 때엔
곱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옷 입고
향내나는 더운물에 목욕하고는
가루향을 온몸에 발랐었는데
生長於深宮,
溫衣細軟服,
沐浴以香湯,
末香以塗身。


이제는 바람 불고 이슬 내리니
저 추위와 더위를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빛나는 종족에서 대장부로 태어나
우뚝하고 훌륭하며 아는 것도 많네.
今則置風露,
寒暑安可堪,
華族大丈夫,
摽挺勝多聞。


덕 갖춘 이름 높이 칭송 받고
항상 베풀면서 바라는 것 없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하루아침에
걸식하는 생활로 연명하는가.
德備名稱高,
常施無所求,
云何忽一朝,
乞食以活身。


맑고 깨끗한 보배 침대에 눕히고
음악을 연주하여 잠을 깨웠는데
어떻게 거친 숲 속에서
풀과 흙으로 자리를 하신단 말인가.
淸淨寶牀臥,
奏樂以覺惛,
豈能山樹閒,
草土以藉身。


아들 생각하는 마음 슬프고 가슴 아파
괴로움에 혼절하여 땅바닥에 쓰러지자
모시는 사람들 붙들어 일으켜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네.
念子心悲痛,
悶絕而躄地,
侍人扶令起,
爲拭其目淚。


그밖에 다른 여러 부인들
근심과 괴로움에 온몸은 늘어지고
복받치는 슬픈 감정에 마음이 응어리져
꼼짝하지 않는 것 그림 속 사람 같았네.
其餘諸夫人,
憂苦四體垂,
內感心慘結,
不動如畫人。


그때 부인 야수다라(耶輸陀羅)는
차닉을 심하게 꾸짖으며 말했네.
“내 사랑하는 이 생이별하였구나.
지금 그 이는 어디 있는가.
時耶輸陁羅,
深責車匿言,
生亡我所欽,
今爲在何所。


사람과 말 셋이 함께 갔는데
이제는 겨우 둘만 돌아오다니
내 마음 지극히 놀랍고 두려움에
벌벌 떨려 스스로 걷잡을 수 없구나.
人馬三共行,
今唯二來歸,
我心極惶怖,
戰慄不自安。


너는 끝내 바르지 못한 사람으로
친하지도 않으며 착한 벗도 아니다.
흉악하게 사나움을 함부로 부려
웃음으로 대했건만 울음으로 갚는가.
終是不正人,
不昵非善友,
不吉縱强暴,
應笑用啼爲。


웃으며 데려 갔다가 울면서 돌아왔으니
엎치락뒤치락 서로 어긋나기만 하네.
사랑하는 생각과 스스로 짝하더니
욕심이 일어나자 방자한 맘 생겼구나.
將去而啼還,
反覆不相應,
愛念自在伴,
隨欲恣心作。


그러므로 성스러운 왕자로 하여금
한번 가고 돌아오지 못하게 해놓고
너는 지금 매우 기뻐하지만
나쁜 짓 지었으니 이미 과보 이루어졌네.
故使聖王子,
一去不復歸,
汝今應大喜,
作惡已果成。


차라리 지혜로운 원수와 친할지언정
어리석은 벗과는 사귀지 말 것을
거짓으로 착한 벗이라 이름하면서
속으로는 원한을 품었었구나.
寧近智慧怨,
不習愚癡友,
假名爲良朋,
內實懷怨結。


이제 이 훌륭한 왕가(王家)가
하루아침에 모두 무너지고 말았네.”
그리고 저 모든 귀부인들도
근심에 시달려 곱던 얼굴 망가졌다네.
今此勝王家,
一旦悉破壞,
此諸貴夫人,
憂悴毀形好。


슬피 울부짖다 정신 잃을 땐
눈물 비오듯 하염없이 쏟아진다네.
지아비 세상에 있을 때에는
설산(雪山)처럼 의지하였네.
涕泣氣息絕,
雨淚撗流下,
夫主尚在世,
依止如雪山。


마음 편하여 대지(大地)와 같았는데
이제는 근심과 슬픔에 거의 죽게 되었구나.
더구나 이 우리 같은 방 속에서
구슬피 울부짖는 이 사람이랴.
安意如大地,
憂悲殆至死,
況此窗牖中,
悲泣長叫者。


살아서 지아비 잃어 버렸으니
그 고통 어떻게 감당하리오.
흰 말아, 너는 의리(義理)도 없구나.
남의 마음 속 소중한 이를 빼앗아 갔네.
生亡其所天,
是苦何可堪,
告馬汝無義,
奪人心所重。


마치 깜깜한 어둠 속에서
도적이 보물을 겁탈해간 것 같네.
그 이가 너를 타고 싸움할 때
칼이나 창이나 또 예리한 화살까지도
猶如闇冥中,
怨賊劫珍寶,
乘汝戰鬪時,
刀刃鋒利箭。


너는 일체를 다 견뎌냈거늘
지금은 어찌하여 참지 못했나.
이 온 겨레의 훌륭한 그 분을
내 마음 버려둔 채 억지로 빼앗아 갔다네.
一切悉能堪,
今有何不忍,
一族之殊勝,
强奪我心去。


너는 더럽고 나쁜 짐승
바르지 못한 짓 다 짓고 말았구나.
오늘은 너무도 크게 울부짖어
그 소리 이 궁중에 가득하였네.
汝是弊惡虫,
造諸不正業,
今日大嗚呼,
聲滿於王宮。


내 소중한 분 빼앗아 갈 때
그 때는 어찌하여 벙어리 되었던가.
만일 그때 소리라도 질렀더라면
온 궁중 사람 모두 다 깨었을 텐데
先劫我所念,
爾時何以瘂,
若爾時有聲,
擧宮悉應覺。


그때 만일 깨나기만 했더라도
지금 이런 고통 없었을 텐데.”
차닉이 이같이 괴로운 말 듣고
맥이 빠지고 숨이 막혔네.
爾時若覺者,
不生今苦惱,
車匿聞苦言,
飮氣而息結。


눈물 거두고서 합장하고 대답하되
“원컨대 제 설명을 들어보소서.
저 흰 말을 나무라지 마시고
또한 저를 꾸짖지 마십시오.
收淚合掌答,
願聽我自陳,
莫嫌責白馬,
亦莫恚於我。


우리들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그것 모두 다 하늘신의 짓이었으니
저는 너무나 왕법이 두려웠지만
하늘신에게 핍박당하여
我等悉無過,
天神之所爲,
我極畏王法,
天神所驅逼。


어느새 말을 끌어다 내게 잡히고
날아가는 것처럼 함께 달릴 때
기운 눌러 소리도 못 치게 하고
발 또한 땅에 닿지 않았답니다.
速牽馬與之,
俱去疾如飛,
厭氣令無聲,
足亦不觸地。


잠겼던 성문은 저절로 열렸고
어둡던 허공도 저절로 밝아졌습니다.
이것은 모두가 하늘신의 힘이니
어찌 이것이 우리가 한 짓이겠습니까.”
城門自然開,
虛空自然明,
斯皆天神力,
豈是我所爲。


야수다라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이상하단 생각 들었다.
그것이 다 하늘신이 한 짓이라면
이것은 저들의 잘못이 아닌 것을.
耶輸陁聞說,
心生奇特想,
天神之所爲,
非是斯等咎。


꾸짖던 마음 어느새 사라지고
불길 같던 심한 괴로움도 이내 그쳐
땅바닥에 쓰러져 원망 어린 탄식할 때
한 쌍의 원앙새가 이별한 듯하였네.
嫌責心消除,
熾然大苦息,
躄地稱怨歎,
雙輸鳥分乖。


“나는 이제 의지할 곳 잃었구나.
같은 법 행하다 살아서 이별했네.
그는 법만 좋아해 동행(同行)을 버렸으니
나는 어디서 다시 법을 구하리.
我今失依怙,
同法行生離,
樂法捨同行,
何處更求法。


옛날의 모든 훌륭한 이들 중에
대쾌견왕(大快見王) 같은 이들은
모든 다 부처(夫妻)가 함께
도(道)를 배우면서 숲 속에 놀았거늘
古昔諸先勝,
大快見王等,
斯皆夫妻俱,
學道遊林野。


이제 그이는 나를 버린 채
어떤 법을 구하려 한단 말인가.
범지들 제사 지내는 법에는
부처가 반드시 같이 행하게 되어 있었네.
而今捨於我,
爲求何等法,
梵志祠祀典,
夫妻必同行。


함께 법을 행하여 그 인(因)을 짓고
죽으면 똑같은 과보 받거늘
그대는 어찌 혼자만 법을 아껴
나를 버리고 혼자서 노니는가.
同行法爲因,
終則同受報,
汝何獨法慳,
棄我而隻遊。


혹은 내가 시샘하는 것 보고
다시 시샘 없는 여자 구하려 함인가.
혹은 또 나를 싫어하기 때문에
깨끗한 하늘아씨 구하려 함인가.
或見我嫉惡,
更求無嫉者,
或當嫌薄我,
更求淨天女。


어떤 훌륭하고 덕 있는 여자 위해
그런 고행을 닦고 익히는가.
나는 기박한 운명이기에
부부로서 살아서 이별했지만
爲何勝德色,
修習於苦行,
以我薄命故,
夫妻生別離。


라후라(羅睺羅)는 무슨 까닭에
부모 슬하에서 사랑 받지 못하는가
아아, 이 원망스런[不吉] 사람이여
얼굴은 부드럽고 마음은 굳세어라.
羅睺羅何故,
不蒙於膝下,
嗚呼不吉士,
貌柔而心剛。


훌륭한 이 겨레의 광영(光榮)으로서
원수들도 오히려 높이고 우러렀네.
아기 나서 아직 걸음마도 못하는데
그것마저 영원히 버릴 수 있었는가.
勝族盛光榮,
怨憎猶宗仰,
又子生未孩,
而能永棄捨。


나 또한 심장도 창자도 없는 사람
지아비 날 버리고 숲 속에 노닐건만
이 목숨 차마 끊지 못하다니
이 몸은 나무나 돌 같은 사람인가.”
我亦無心腸,
夫棄遊山林,
不能自泯沒,
此則木石人。


이런 넋두리 끝에 마음이 혼미하여
혹은 웃기도 하고 혹은 미친 말하며
혹은 물끄러미 바라보고 생각에 잠기며
흐느껴 울면서 자신을 가누지 못하다가
言已心迷亂,
或哭或狂言,
或瞪視沈思,
哽咽不自勝。


근심 깊어 숨결이 거의 끊겨
그만 땅바닥에 쓰러져 누워 있었네.
그밖에 다른 모든 채녀들
그것을 보자 슬프고 아픈 마음 일었네.
惙惙氣殆盡,
臥於塵土中,
諸餘婇女衆,
見生悲痛心。


마치 한창 피어나는 고운 연꽃이
바람이나 우박에 쓰러지는 것 같았네.
그 부왕(父王)은 태자를 잃은 뒤에
밤이나 낮이나 슬프고 그리운 마음에
猶如盛蓮花,
風雹摧令萎,
父王失太子,
晝夜心悲戀。


재계(齋戒)하고 하늘신께 빌기를
원컨대 자식이 빨리 돌아오게 해달라 했네.
이렇게 발원하고 기도한 뒤에
하늘신을 모신 사당 문을 나오다가
齋戒求天神,
願令子速還,
發願祈請已,
出於天祠門。


사람들 울부짖는 소리 듣고서
놀라고 두려운 맘 혼란스러워
마치 하늘에서 천둥치고 번개 일 때
코끼리떼 어지럽게 달리듯 하였네.
聞諸啼哭聲,
驚怖心迷亂,
如天大雷震,
群象亂奔馳。


또 차닉과 흰 말을 보고
두루 물어 태자가 집 떠난 줄 알고
온몸을 땅에 던져 쓰러졌으니
마치 제석의 깃대가 무너지듯 하였네.
見車匿白馬,
廣問知出家,
擧身投於地,
如崩帝釋幢。


여러 신하들 부축해 일으키고
법으로써 권하며 위로하였네.
얼마쯤 지나자 정신이 조금 깨어나
먼저 흰 말을 보고 하소연하였네.
諸臣徐扶起,
以法勸令安,
久而心小醒,
而告白馬言。


“나는 자주 너를 타고 나가 싸울 때
언제나 너의 공을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네가 미운 것이
사랑할 그 때보다 배나 더하다.
我數乘汝戰,
每念汝有功,
今者憎惡汝,
倍於愛念時。


내 사랑하는 공덕이 있는 아들
네가 태우고 멀리 달려가
깊은 숲 속에 던져 버린 뒤
그를 두고 너 혼자 돌아오다니.
所念功德子,
汝輒運令去,
擲著山林中,
猶自空來歸。


너는 빨리 나를 데려다 주던가
아니면 네가 가서 데리고 오너라.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하지 않으면
내 목숨은 장차 살아 남지 못하리.
汝速持我往,
不爾往將還,
不爲此二者,
我命將不存。


이 병은 다른 방법으론 고칠 길 없나니
오직 기다리는 아들만이 약이 될 뿐이니라.
마치 저 산자(珊闍) 범지가
제 아들 죽자마자 목숨을 끊었듯이
나도 행과 법 있는 아들을 잃었으니
스스로 죽어 내 몸을 없애리라.
更無餘方治,
唯待子爲藥,
如珊闍梵志,
爲子死殺身,
我失行法子,
自殺令無身。


저 중생의 임금 마누(魔★)도 또한
그 아들을 위해 항상 근심했거늘
하물며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이야
아들을 잃고 어찌 스스로 편할 수 있으리.
摩㝹衆生主,
亦當爲子憂,
況復我常人,
失子能自安。


또 옛날의 저 아사(阿闍)왕은
사랑하는 아들이 숲속에서 유행할 때
너무 슬퍼하다 목숨을 마친 뒤에
저 하늘세계에 태어나게 되었네.
古昔阿闍王,
愛子遊山林,
感思而命終,
卽時得生天。


그런데 내가 지금 죽지 못하면
긴긴 밤을 근심하고 괴로워하리.
온 궁중도 모두 내 아들 생각함이
몹시 목마른 아귀(餓鬼) 같으리.
吾今不能死,
長夜住憂苦,
合宮念吾子,
虛渴如餓鬼。


목마른 사람이 물을 얻어
마시려 하다가 빼앗긴 것처럼
목마름 지키다가 목숨 마치면
반드시 아귀 세계에 태어나리라.
如人渴探水,
欲飮而奪之,
守渴而命終,
必生餓鬼趣。


나는 지금 몹시 목말라 하다가
물같은 아들 얻은 뒤에 다시 잃어 버렸네.
그런데도 나는 아직껏 살아 있으니
내 아들 있는 곳 빨리 말하라.
今我至虛渴,
得子水復失,
及我未命終,
速語我子處。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목마른 채 죽어
저 아귀 세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라.
나는 본래부터 뜻과 힘이 굳세어
대지(大地)와 같이 움직이기 어려웠네.
勿令我渴死,
墮於餓鬼中,
我素志力强,
難動如大地。


아들 잃은 마음이 급하고 어지러워
저 옛날 십차왕(十車王) 같네.
많이 들어 아는 것 많은 왕사(王師)와
또 지혜롭고 총명한 대신들
失子心躁亂,
如昔十車王,
王師多聞士,
大臣智聰達。


그 두 사람이 왕에게 간(諫)하되
느리지도 않았고 격렬하지도 않았네.
“원컨대 스스로 너그럽게 마음 가져
근심하다 스스로 몸 상하지 마소서.
二人勸諌王,
不緩亦不切,
願自寬情念,
勿以憂自傷。


옛날의 모든 훌륭한 왕들은
나라 버리기 흩어지는 꽃처럼 했네.
이제 아드님은 도를 수행하거늘
어찌하여 괴롭게 근심하고 슬퍼하십니까?
古昔諸勝王,
棄國如散花,
子今行學道,
何足苦憂悲。


마땅히 저 아사타(阿私陀)의 예언 기억해보면
이치와 분수 스스로 그러했을 뿐이라오.
하늘 음악도 저 전륜성왕(轉輪聖王)도
숙연해져 청정한 마음 방해하지 못했네.
當憶阿私記,
理數自應然,
天樂轉輪聖,
蕭然不累淸。


어떻게 저 세계의 왕이
금옥 같은 그 마음 움직일 수 있으리오.
그러나 지금 우리들을 시켜
그분 계신 곳을 뒤좇아 찾게 해주시면
豈曰世界王,
能移金王心,
今當使我等,
推求到其所。


방편으로써 애써 간(諫)해
우리들의 붉은 정성 나타내서
반드시 그 뜻을 굽히게 하여
대왕의 근심과 슬픔 위로하리다.
方便苦諌諍,
以表我丹誠,
要望降其志,
以慰王憂悲。


그러자 왕은 기뻐하며 곧바로 답하였네.
“바라건대 그대들은 속히 가시오.
마치 저 사군타(舍君陀) 새가
새끼를 위해 공중을 맴돌 듯
王喜卽答言,
唯汝等速行,
如舍君陁鳥,
爲子空中旋。


이제 내 태자를 생각하여
걱정하는 마음도 또한 그러하다오.”
두 사람 명령 받고 떠나가자
왕과 또 그 모든 권속들도
그 마음 조금은 시원해지고
기운이 펴져 음식도 먹혔네.
我今念太子,
便悁心亦然,
二人旣受命,
王與諸眷屬,
其心小淸涼,
氣宣飡飮通。

 

 



9. 추구태자품(推求太子品)
佛所行讚推求太子品第九



왕의 근심과 슬픔 때문에
왕사(王師)와 대신이 감동하여
마치 좋은 말에 채찍질을 가하듯 하였고
빨리 달리기 급히 흐르는 강물 같았네.
王正以憂悲,
感切師大臣,
如鞭策良馬,
馳駃若迅流。


몸은 피로했으나 괴로움 마다 않고
어느새 고행림에 다다라서는
세속의 다섯 가지 차림새 버리고
모든 마음과 근(根)을 잘 추슬렀다네.
身疲不辭勞,
逕詣苦行林,
捨俗五儀飾,
善攝諸情根。


범지들의 깨끗한 집에 들어가
그 모든 선인들께 경례하였네.
모든 선인들 자리에 앉기 청하여
법을 설명하여 그들을 위로하였네.
入梵志精廬,
敬禮彼諸仙,
諸仙請就座,
說法安慰之。


그들은 곧 선인들에게 말하였네.
“우리는 의논하여 물을 일 있소.
깨끗하여 정반왕(淨飯王)이라 이름한 이
감자(甘蔗) 종족의 훌륭한 후손이라오.
卽白仙人言,
意有所諮問,
淨稱淨飯王,
甘蔗名勝胄。


우리는 그의 스승이요 신하로서
법을 가르치고 중요한 일 맡아 보네.
그 왕은 저 천제석과 같고
그 아들은 사연다(闍延多)와 같네.
我等爲師臣,
法教典要事,
王如天帝釋,
子如闍延多。


늙음ㆍ병듦ㆍ죽음을 벗어나기 위하여
집을 나와 이곳에 몸을 던졌소.
우리들은 그를 위해 여기 왔나니
오직 존귀하신 분 마땅히 알아야 하오.”
爲度老病死,
出家或投此,
我等爲彼來,
惟尊應當知。


그러자 그들은 대답하였네.
“그런 사람 있는데 긴 팔에 큰 사람 모습 하였네.
그는 우리들이 선택해 수행하는 일이
나고 죽는 법을 따른다 하여 버렸네.
答言有此人,
長臂大人相,
擇我等所行,
隨順生死法。


저 아라람(阿羅藍)에 나아가
훌륭한 해탈을 구하고 있네.”
그들은 확실한 소식을 듣고
왕의 신속한 명령을 받들었네.
往詣阿羅藍,
以求勝解脫,
旣得定實已,
遵崇王速命。


감히 그 피로함을 헤아리지 않고
길을 찾아 빨리 달려나갔네.
숲 속에 있는 태자를 보니
세속의 차림새 모두 버렸네.
不敢計疲勞,
尋路而馳進,
見太子處林,
悉捨俗儀飾。


진실한 몸의 광명 빛남이
태양이 검은 구름 벗어난 것 같았네.
나라에서 천신처럼 받드는 스승과
바른 법을 맡아 보는 대신은
眞體猶光曜,
如日出烏雲,
國奉天神師,
執正法大臣。


세속의 차림새 모두 버리고
말에서 내려 나아갔다네.
마치 바마첩(婆摩疊)왕과
바사타(婆私吒) 선인이
捨除俗威儀,
下乘而步進,
猶王婆摩疊,
仙人婆私咤。


숲 속으로 나아가
왕자 라마(羅摩)를 본 것처럼
저마다 본래의 예법을 따라
공경하고 예배하며 인사를 하였네.
往詣山林中,
見王子羅摩,
各隨其本儀,
恭敬禮問訊。


마치 저 숙가라(儵迦羅)와
앙기라(央耆羅)가
정성을 다하고 공경을 더하여
제석천왕을 받드는 것 같았네.
猶如儵迦羅,
及與央耆羅,
盡心加恭敬,
奉事天帝釋。


왕자도 또한 그들을 따라
왕사와 대신을 공경하는 것
마치 저 제석천왕이
숙가라와 앙기라를 위로하듯 하였네.
王子亦隨敬,
王師及大臣,
如帝釋安慰,
儵迦央耆羅。


왕자는 곧 그 두 사람에게 명하여
자기 앞에 앉으라 하였는데
마치 저 부나(富那)와 바수(婆藪) 두 별이
달 곁에서 모시고 있는 듯 했네.
卽命彼二人,
坐於王子前,
如富那婆藪,
兩星侍月傍。


그 왕사와 대신은
마치 사연다(闍延多)에게 말하는
비리파저(毘利波低)처럼
왕자에게 청하여 여쭈었네.
王師及大臣,
啓請於王子,
如毘利波低,
語彼闍延多。


“부왕께서 태자를 생각하시는 마음
예리한 바늘에 심장을 찔린 듯하여
정신을 잃고 광란의 병세 일으켜
하염없이 먼지 속에 누워 계신다네.
父王念太子,
如利刺貫心,
荒迷發狂亂,
臥於塵土中。


낮이나 밤이나 슬픈 생각 더하여
언제나 눈물 비오듯 흘리다가
우리에게 명령한 바 있으니
원컨대 마음 기울여 들어주소서.
日夜增悲思,
流淚常如雨,
勅我有所命,
唯願留心聽。


‘나는 너의 법을 좋아하는 뜻 알아
결정코 의심한 적 없었건만
적절치 못한 시기에 숲으로 들어갔으니
슬픔과 그리움에 내 마음 어지럽구나.
知汝樂法情,
決定無所疑,
非時入林藪,
悲戀嬈我心。


네가 만일 법을 생각한다면
마땅히 나를 가엾게 여겨야 하리.
바라건대 멀리 떠난 정(情)을 늦추어
내 마음 속에 매달린 근심 위로해서
汝若念法者,
應當哀愍我,
望寬遠遊情,
以慰我懸心。


근심과 슬픔의 물[水]로 하여금
내 마음의 언덕을 무너뜨리게 하지 말라.
구름ㆍ물ㆍ풀ㆍ산에
바람ㆍ해ㆍ불ㆍ우박의 재앙처럼
勿令憂悲水,
崩壞我心岸,
如雲水草山,
風日火雹災。


근심과 슬픔은 네 가지 걱정거리 되어
마음을 날리고 말리며 태우고 깨뜨리나니
우선은 돌아와 나라 살림 돌보다
때가 되면 다시 숲에 노닐라.
憂悲爲四患,
飄乾燒壞心,
且還食土邑,
時至更遊仙。


모든 친척들을 돌보지 않고
부모도 또한 버렸는데
그것을 어떻게 자비(慈悲)로써
일체를 덮어 보호한다 하겠는가.
不顧於親戚,
父母亦棄捐,
此豈名慈悲,
覆護一切耶。


법은 반드시 산림(山林)에만 있는 것 아니니
집에 있더라도 한가함 닦고
이치를 깨닫고 힘써 방편 구하면
그것을 곧 출가라 하리라.
法不必山林,
在家亦脩閑,
覺悟勤方便,
是則名出家。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 입고
스스로 산과 숲에 노닐더라도
두려움 품고 살아간다면
어떻게 신선을 배운다 말하리.
剃髮服染衣,
自放山藪閒,
此則懷畏怖,
何足名學仙。


원컨대 한 번 너를 안고서
물을 그 정수리에 쏟고
하늘 관(冠)을 너에게 씌워
일산을 받쳐 그 밑에 두고
願得一抱汝,
以水雨其頂,
冠汝以天冠,
置於傘蓋下。


물끄러미 너를 바라본 뒤에
비로소 나는 출가하리라.
두류마(頭留摩) 선왕(先王)과
아누사아섭(阿★闍阿涉)
矚目一觀汝,
然後我出家,
頭留摩先王,
阿㝹闍阿涉。


발사라바휴(跋闍羅婆休)
바발라안제(毘跋羅安提)
비제하사나(毘提訶闍那)
나라습파라(那羅濕波羅)
跋闍羅婆休,
毘跋羅安提,
毘提訶闍那,
那羅濕波羅。


이와 같은 모든 왕들은
모두 다 하늘 관 쓰고
영락으로 용모를 장엄하는가 하면
손과 발에는 구슬 가락지 끼었네.
如是等諸王,
悉皆著天冠,
瓔珞以嚴容,
手足貫珠環。


채녀 무리들과 즐거움 나눴지만
해탈의 인(因)을 어기지 않았으니
너도 이제 집으로 돌아와
두 가지 일 숭상하고 익혀야 하리라.
婇女衆娛樂,
不違解脫因,
汝今可還家,
崇習於二事。


마음으로 증상법(增上法) 닦는 것과
이 땅의 증상주(增上主) 되는 것이다.’
눈물 흘리면서 우리에게 명령하여
이러한 말을 전하게 하였네.
心修增上法,
爲地增上主,
垂淚約勅我,
令宣如是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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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러한 왕의 명령 있었나니
그대는 그 분부 받들어 돌아가야 하리.
부왕께서는 그대로 말미암아
근심과 슬픔의 바다에 빠져 있다네.
旣有此勅旨,
汝應奉教還,
父王因汝故,
沒溺憂悲海。


구원할 이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으며
스스로 헤어날 길 또한 없나니
그대는 마땅히 뱃사공 되어
안온한 곳으로 건네주소서.
無救無所依,
無由自開釋,
汝當爲舩師,
渡著安隱處。


비림마(毘林摩) 왕자와
나미(羅彌)와 발기(跋祇) 두 사람은
아버지의 명령을 공손히 들었나니
그대도 이제 그러해야 하리.
毘林摩王子,
二羅彌跋祇,
聞父勅恭命,
汝今亦應然。


자비하신 어머니 기른 은혜는
한평생 갚더라도 끝이 없건만
마치 소가 송아지를 잃은 듯
애닯게 불러대며 자고 먹는 것 잊었다네.
慈母鞠養恩,
盡壽報罔極,
如牛失其犢,
悲呼忘眠食。


그대는 마땅히 빨리 돌아가
그 생명 구해드려야 하네.
제 무리에서 떨어진 외로운 새의 슬픔과
홀로 노니는 큰 코끼리의 괴로움처럼
汝今應速還,
以救我生命,
孤鳥離群哀,
龍象獨遊苦。


기대고 의지할 그 그늘 잃었나니
마땅히 구호(救護)할 방법 생각해야 하네.
오직 하나 둔 아들 어리고 혼자라
고통을 당하여도 알릴 줄 모른 채
憑依者失蔭,
當思爲救護,
一子孩幼孤,
遭苦莫知告。


그 외로운 괴로움에 애쓰는 것은
마치 월식(月蝕)을 구원하는 사람 같네.
온 나라 안의 모든 남자와 여자
이별의 괴로움 불꽃처럼 치솟네.
勉彼煢煢苦,
如人救月蝕,
擧國諸士女,
別離苦熾然。


탄식하는 연기가 하늘을 찔러
지혜의 눈을 가려 어둡게 하였으니.
오직 그대의 물로 불을 꺼서
눈 열려 밝게 보기를 구하네.”
歎息煙衝天,
熏慧眼令闇,
唯求見汝水,
滅火目開明。


보살은 부왕의 간절한 분부와
하나하나의 괴로움 낱낱이 절실함을 듣고
단정히 앉아 바로 생각하다가
이치를 따라 공손히 대답했네.
菩薩聞父王,
切教苦備至,
端坐正思惟,
隨宜遜順答。


“나도 또한 부왕의
자비로운 생각과 후덕한 마음 알지만
남[生]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두려워서
망극한 그 은혜를 어긴 것이네.
我亦知父王,
慈念心過厚,
畏生老病死,
故違罔極恩。


누군들 낳아준 부모 소중하지 않으랴만
그러나 마침내 이별하고 마는 것을
아무리 살아서 서로를 지킨다 해도
죽음에 이르면 붙들 수 없다네.
誰不重所生,
以終別離故,
正使生相守,
死至莫能留。


그러므로 소중한 줄 뻔히 알면서도
영원히 하직하고 집을 나왔지만
부왕의 근심하고 슬퍼하심 들으니
더욱 그리움에 내 마음 끊어지네.
是故知所重,
長辭而出家,
聞父王憂悲,
增戀切我心。


그러나 꿈 속에서 잠깐 만난 것과 같아
어느새 속절없이 무상(無常)으로 돌아가리니
중생들의 그 성질 같지 않음을
그대들은 확실히 알아야 하리.
但如夢暫會,
倏忽歸無常,
汝當決定知,
衆生性不同。


근심과 괴로움 생기는 것
자식과 어버이 사이에만 있는 것 아니건만
살아서의 이별 괴로워하는 까닭은
모두가 어리석은 미혹 때문이라네.
憂苦之所生,
不必子與親,
所以生離苦,
皆從癡惑生。


마치 사람이 길을 따라 갈 적에
도중에서 잠깐 서로 만났다가
얼마 안가 제각기 갈라지듯이
어긋나는 이치는 원래 그러하다네.
如人隨路行,
中道暫相逢,
須臾各分析,
乖理本自然。


서로 모여 잠깐 동안 친하더라도
인연의 이치를 따라 저절로 헤어지는 법
그러므로 친한 것의 거짓 만남 깊이 깨달아
근심하고 슬퍼하지 않아야 하리.
合會暫成親,
隨緣理自分,
深達親假合,
不應生憂悲。


이 세상에선 친한 이의 사랑을 어기는 것이나
저 세상에선 다시 친한 이 구하는 것
잠깐 동안 친하다가 다시 헤어지는 것을
간 곳마다 친하지 않은 사람 없다네.
此世違親愛,
他世更求親,
蹔親復乖離,
處處無非親。


언제나 만났다간 이별하나니
흩어지고 헤어진들 무엇 슬프리.
어머니 태에서도 차츰차츰 변화하여
시시각각으로 죽고 산다네.
常合而常散,
散散何足哀,
處胎漸漸變,
分分死更生。


일체는 때를 따라 죽음 있나니
산림(山林)인들 어찌 때가 없으리.
때를 기다려 5욕을 누리고
재물 구하는 때도 또한 그러하다네.
一切時有死,
山林何非時,
侍時受五欲,
求財時亦然。


일체는 때를 따라 죽음 있으니
죽는 법 없애면 그런 때로 사라지리.
나를 왕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
사랑하는 그 법을 어기기 어렵다네.
一切時死故,
除死法無時,
欲使我爲王,
慈愛法難違。


병들어 약 아닌 것 먹는 것과 같나니
그러므로 나는 차마 높은 자리의
어리석은 위치에서 방일(放逸)하면서
사랑하고 미워함 따를 수 없네.
如病服非藥,
是故我不堪,
高位愚癡處,
放逸隨愛憎。


몸 마치도록 언제나 두려워하고
여러 생각에 몸과 정신 피로해
대중 마음 따르고 법 어기는 것
지혜로운 사람은 하지 않으리.
終身常畏怖,
思慮形神疲,
順衆心違法,
智者所不爲。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아름다운 궁전
그 속엔 이글이글 불꽃이 타고
하늘 부엌의 온갖 맛있는 음식도
그 속엔 갖가지 독이 있다네.
七寶妙宮殿,
於中盛火然,
天廚百味飯,
於中有雜毒。


연꽃이 피어 있는 맑고 시원한 못도
그 속에는 수많은 독한 벌레 있나니
자리 높아도 재앙 있는 집이라면
지혜로운 사람은 거기 살지 않으리.
蓮華淸涼池,
於中多毒虫,
位高爲災宅,
慧者所不居。


먼 옛날 선조들 중 훌륭한 왕은
임금 자리에 있으며 허물 많고
중생에게 괴로움 주는 것 보고
싫어하고 근심하여 집을 나왔네.
古昔先勝王,
見居國多愆,
楚毒加衆生,
厭患而出家。


그러므로 왕이란 진정 괴로운 자니
법 닦아 편안한 것만 못하네.
산림 속에서 편안히 살면서
차라리 짐승들처럼 풀을 먹으리.
故知王正苦,
不如行法安,
寧處於山林,
食草同禽獸。


깊숙한 구중궁궐 견디지 못해
검은 뱀과 같은 동굴 쓴다네.
왕위와 다섯 가지 탐욕 버리고
괴로움 견디며 산림에 노닌다네.
不堪處深宮,
黑蛇同其穴,
捨王位五欲,
任苦遊山林。


이것은 곧 이치를 그대로 따름이라
즐거운 법은 차츰차츰 밝음을 더하리라.
이제 한적하고 고요한 숲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 다섯 가지 탐욕 누리면
此則爲隨順,
樂法漸增明,
今棄閑靜林,
還家受五欲。


밤낮으로 괴로운 법만 더하리니
그야말로 이치에 맞지 않으리.
이름 있는 종족의 대장부로서
법을 좋아해 집을 떠나서
日夜苦法增,
此則非所應,
名族大丈夫,
樂法而出家。


영원히 이름 있는 종족 등지고
대장부의 그 뜻을 꿋꿋이 세워
모습 허물어 법복(法服)을 입고
법을 좋아해 산림에 노니네.
永背名稱族,
建大丈夫志,
毀形被法服,
樂法遊山林。


이제 다시 이 법복 버리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에 어김 있으면
천왕의 궁전이라도 오히려 불가하거늘
더구나 사람의 좋은 집으로 돌아가겠는가.
今復棄法服,
有違慚愧心,
天王尚不可,
況歸人勝宅。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 이미 뱉었는데
또다시 그것을 도로 먹는 것은
토한 것을 도로 먹는 사람 같나니
그 괴로움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已吐貪恚癡,
而復還服食,
如人反食吐,
此苦安可堪。


마치 세간의 집에 불이 붙었을 적에
방편으로 그곳을 탈출했다가
도로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 같나니
그를 어찌 슬기로운 장부라 하리오.
如世舍被燒,
方便馳走出,
須臾還復入,
此豈爲黠夫。


남[生]ㆍ늙음ㆍ죽음의 허물 깨달아
싫어하고 근심하여 집을 나왔는데
이제 다시 집으로 다시 들어간다면
그 어리석음이 저것과 다름없으리.
見生老死過,
厭患而出家,
今當還復入,
愚癡與彼同。


궁중에 있으면서 해탈을 닦는 것
도저히 그리 될 수 없다네.
해탈은 적정(寂靜)함에서 생기는 것이고
왕이란 혹독한 형벌과 같다네.
處宮修解脫,
則無有是處,
解脫寂靜生,
王者如楚罰。


적정함은 왕의 위엄 떨어지게 하는 것
왕이란 정녕코 해탈과 어긋난다네.
움직임과 고요함은 물과 불 같나니
두 이치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으랴.
寂靜廢王威,
王正解脫乖,
動靜猶水火,
二理何得俱。


정녕 해탈을 닦으려면
왕의 자리에 있지 않아야 하리.
만일 왕의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겸하여 해탈까지 닦는다고 한다면
決定修解脫,
亦不居王位,
若言居王位,
兼修解脫者。


그것은 결정된 것 아니요
결정된 견해 또한 그러하나니
이미 결정한 마음이 아니라면
집을 나왔다가도 다시 들어가리.
此則非決定,
決定解亦然,
旣非決定心,
或出還復入。


그러나 나는 이제 이미 결정한지라
친족들의 갈고리와 미끼를 끊고
바른 방편으로써 집을 나왔나니
어떻게 돌아가 다시 들어가겠는가.”
我今已決定,
斷親屬鉤餌,
正方便出家,
云何還復入。


대신은 가만히 생각하였네.
‘태자는 진정 대장부로서
깊이 알고 덕 있어 이치를 따르니
그가 하는 말에 이유가 있구나.’
大臣內思惟,
太子大丈夫,
深識德隨順,
所說有因緣。


그런데도 다시 태자에게 말하였네.
‘만일 왕자의 말씀과 같다면
법을 구하는 법이 마땅히 그렇겠지만
그러나 지금은 부적절한 시기이네.
而告太子言,
如王子所說,
求法法應爾,
但今非是時。


부왕은 늙고 쇠한 연세이기에
아들을 생각하면 근심과 슬픔 더해지니
아무리 해탈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도리어 법 아님이 될 것이네.
父王衰暮年,
念子增憂悲,
雖曰樂解脫,
反更爲非法。


비록 집 나오는 것 좋아도 지혜롭지 못했으니
깊고 자세한 이치 생각하지 않고
그 인(因)은 보지 않고 과(果)만 구하여
부질없이 현재 즐거움 버리나이까.
雖樂出無慧,
不思深細理,
不見因求果,
徒捨現法歡。


어떤 이는 뒷세상이 있다 말하고
어떤 이는 뒷세상이 없다 말하나
있고 없음을 판단하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현세의 즐거움을 버리나이까.
有言有後世,
又復有言無,
有無旣不判,
何爲捨現樂。


만일 뒷세상이 있다고 하면
기어코 그것을 얻어내야 하겠지만
만일 뒷세상이 없다고 하면
없음 그것이 곧 해탈이 되네.
若當有後世,
應任其所得,
若言後世無,
無卽爲解脫。


어떤 이는 뒷세상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 해탈의 인(因)은 말하지 않나니
마치 땅은 단단하고 불은 따뜻하며
물은 축축하고 바람은 움직이는 것과 같다네.
有言有後世,
不說解脫因,
如地堅火暖,
水濕風飄動。


뒷세상도 또한 그러하여서
이는 곧 본성이 그러할 뿐이네.
어떤 이는 깨끗함과 깨끗하지 않음은
제각기 자성(自性)에서 일어난다네.
後世亦復然,
此則性自爾,
有說淨不淨,
各從自性起。


방편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 말하지만
이것은 곧 어리석은 말이네.
모든 근(根)과 행(行)의 경계는
모두 그 자성이 결정된 것이네.
言可方便移,
此則愚癡說,
諸根行境界,
自性皆決定。


애착하여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
자성의 결정 또한 그러하네.
늙음ㆍ병듦ㆍ죽음 따위의 괴로움
그 누가 방편으로 그렇게 시켰는가.
愛念與不念,
自性定亦然,
老病死等苦,
誰方便使然。


이른바 물은 능히 불을 멸하고
불은 물을 끓여서 잦아지게 하나니
자성이 늘어나면 서로서로 무너지고
자성이 어우러져 중생을 만드네.
謂水能滅火,
火令水煎消,
自性增相壞,
性和成衆生。


사람이 어머니 태 안에 있을 때
손발과 모든 몸이 나누어지고
신식(神識)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이겠는가.
如人處胎中,
手足諸體分,
神識自然成,
誰有爲之者。


가시는 그 누가 뾰족하게 하였는가
그것도 자연 그대로의 성질이라네.
또 갖가지 날짐승과 길짐승들
그렇게 하려고 해서 그런 것 아니네.
蕀刺誰令利,
此則性自然,
及種種禽獸,
無欲使爾者。


모든 존재로서 하늘에 나는 것은
자재천(自在天)이 그렇게 만든 것이요
그 밖의 변화로 만들어진 이는
자기 힘으로서의 방편이 없다네.
諸有生天者,
自在天所爲,
及餘造化者,
無自力方便。


만일 무엇으로 인하여 생겨남이 있다면
그것은 또 그것을 멸하게 하리니
어떻게 반드시 스스로의 방편으로써
해탈을 구할 수 있다고 하겠는가.
若有所由生,
彼亦能令滅,
何須自方便,
而求於解脫。


어떤 이는 ‘나[我]가 있어 생기게 하고
또한 나가 있어 멸하게 한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원인 없이 생겨나는 것이라서
반드시 방편으로써 멸할 수 있다고 말하나니
有言我令生,
亦復我令滅,
有言無由生,
要方便而滅。


마치 사람이 아들 낳아 기를 때
조상들을 저버리지 않고
선인(仙人)의 남긴 법을 배운다거나
하늘을 받들어 큰 제사를 올리는 것
如人生育子,
不負於祖宗,
學仙人遺典,
奉天大祠祀。


이 세 가지에 저버림이 없다면
그것을 곧 해탈이라 한다네.
예부터 지금까지 전(傳)하는 바는
이 세 가지로 해탈을 구하네.
此三無所負,
則名爲解脫,
古今之所傳,
此三求解脫。


만일 달리 방편을 쓰려 한다면
한낱 괴롭기만 하고 실속이 없으리라.
그대 만일 해탈을 구하고자 하거든
오직 위에서 말한 방편을 익혀야 하리.
若以餘方便,
徒勞而無實,
汝欲求解脫,
唯習上方便。


그러면 부왕의 근심과 슬픔 그치게 되고
해탈의 도(道) 또한 이루어지리니
집을 버리고 산림에서 유행하다가
도로 돌아가는 것도 허물 아니리.
父王憂悲息,
解脫道得申,
捨家遊山林,
還歸亦非過。


옛날 엄바리(奄婆梨)왕은
오랫동안 고행림에 머물다가
그 제자들과 권속들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 왕의 자리 이었다네.
昔奄婆梨王,
久處苦行林,
捨徒衆眷屬,
還家居王位。


국왕의 아들 라마(羅摩)는
나라를 버리고 산림에 머물다가
나라 풍속이 어지럽단 말 듣고
다시 돌아가 바른 교화 펼쳤네.
國王子羅摩,
去國處山林,
聞國風俗離,
還歸維正化。


바루바(婆樓婆) 국왕은
이름을 두루마(頭樓摩)라 했는데
부자가 함께 산림에서 머물다가
결국엔 함께 나라로 돌아갔네.
婆樓婆國王,
名曰頭樓摩,
父子遊山林,
終亦俱還國。


바사주(婆私晝) 모니(牟尼)와
안저첩(安低疊)은
산림에 들어가 범행(梵行) 닦다가
아버지만 또한 본국으로 돌아갔네.
婆私晝牟尼,
及與安低疊,
山林修梵行,
父亦歸本國。


이와 같은 훌륭한 조상들
바른 법으로 훌륭한 명성 떨쳤는데
모두 왕이 통치하는 나라로 돌아가니
마치 등불이 세상을 비추는 것 같았네.
그러므로 이 산림을 버리고
바른 법으로 교화함은 허물이 아니라네.”
如是等先勝,
正法善名稱,
悉還王領國,
如燈照世閒,
是故捨山林,
正法化非過。


그때 태자는 그 대신의
다정한 말과 유익한 말을 듣고
마땅한 이치로써 어지럽지 않게
걸림 없고 질서정연하게
太子聞大臣,
愛語饒益說,
以常理不亂,
無閡而庠序。


굳건한 뜻과 안온한 말로써
그 대신에게 대답하였네.
“뒷세상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말에 망설이는
두 가지 마음은 의혹만 더하나니
固志安隱說,
而答於大臣,
有無等猶豫,
二心疑惑增。


있느니 없느니 하는 말에 대해
나는 이미 결정하여 취(取)하지 않네.
깨끗한 지혜로 고행을 닦아
결정코 내 스스로 아느니라.
而作有無說,
我不決定取,
淨智修苦行,
決定我自知。


세간의 설왕설래하는 주장들
자꾸 퍼져 나가 서로 전하고 익히지만
거기에는 진실한 이치 없나니
그러므로 나는 그것 편안해 하지 않네.
世閒猶豫論,
展轉相傳習,
無有眞實義,
此則我不安。


밝은 사람은 참과 거짓 분별하니
믿음이 어찌 남에 의해 생길 건가.
마치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
장님이 사람을 인도하는 것 같네.
明人別眞僞,
信豈由他生,
猶如生盲人,
以盲人爲導。


깜깜한 밤 어둠 속에서
또 어떻게 그 사람 따라야 하리.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법에 대하여
세상 사람들은 의혹을 내지만
於夜大闇中,
當復何所從,
於淨不淨法,
世閒生疑惑。


설령 그 진실을 보지 못한 채
청정한 도(道)를 행하려 한다면
차라리 고행(苦行)으로 깨끗한 법 행할지언정
낙행(樂行)으로 부정함 저지르지 않으리.
設不見眞實,
應行淸淨道,
寧苦行淨法,
非樂行不淨。


서로 전하는 그 주장을 관찰해보니
어느것 하나도 확실한 모습 없네.
진실한 말을 마음 비워 받으면
모든 근심을 영원히 여의네.
觀彼相承說,
無一決定相,
眞言虛心受,
永離諸過患。


잘못된 거짓말 말하는 것
지혜로운 사람은 말하지 않네.
그 이야기처럼 저 라마(羅摩) 등이
집을 버리고 나와 범행 닦다가
語過虛僞說,
智者所不言,
如說羅摩等,
捨家修梵行。


결국엔 본국으로 도로 돌아가
다섯 가지 욕망을 익혔다면
그것들은 곧 더러운 행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의지하지 않는다네.
終歸還本國,
服習五欲者,
此等爲陋行,
智者所不依。


나는 이제 마땅히 그대들 위해
그 중요한 이치를 간략히 말하리라.
저 해와 달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수미산(須彌山)과 설산(雪山)이 변하더라도
我今當爲汝,
略說其要義,
日月墜於地,
須彌雪山轉。


나는 이 몸이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으리.
물러나 나쁜 곳에 들어가기보다는
차라리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리니
그것은 이치[義]가 아니기 때문에
我身終不易,
退入於非處,
寧身投盛火,
不以義不畢。


내 끝내 본국으로 다시 돌아가
5욕의 불구덩이에 들어가지 않으리라.”
이렇게 간절한 서원 말하고 나서
천천히 일어나 아주 작별하였네.
還歸於本國,
入於五欲火,
表斯要誓已,
徐起而長辭。


태자 말씀의 칼날 같은 불꽃은
마치 한낮의 햇빛과 같아
왕사나 대신의 말과 논리로는
도저히 그분을 이겨낼 수 없었네.
太子辯鋒炎,
猶如盛日光,
王師及大臣,
言論莫能勝。


그들은 서로에게 말하였네.
“계획이 끝났으니 하직하고 돌아가세.”
그들은 태자를 매우 공경하고 찬탄하며
감히 억지로 만류하지 못하였네.
相謂計已盡,
唯當辭退還,
深敬嘆太子,
不敢强逼留。


그러나 왕의 명령 받들었기에
감히 서둘러 돌아오지도 못하고
길 가운데에서 머뭇거리며
돌아보고 돌아보며 발걸음 더뎠네.
敬奉王命故,
不敢速疾還,
俳佪於中路,
行邁顧遲遲。


총명하고도 슬기로우며
자상하고 기미를 깨달은 사람 가려 뽑아
몸을 숨기고 은밀히 안부를 살핀 뒤에
그제서야 그를 두고 돌아왔네.
選擇黠慧人,
審諦機悟士,
隱身密伺候,
然後捨而還。


佛所行讚卷第二
丙午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불소행찬』 2권(ABC, K0980 v29, p.646c01-653c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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