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추구태자품(推求太子品)
佛所行讚 推求太子品 第九
왕의 근심과 슬픔 때문에
왕사(王師)와 대신이 감동하여
마치 좋은 말에 채찍질을 가하듯 하였고
빨리 달리기 급히 흐르는 강물 같았네.
王正以憂悲,
感切師大臣,
如鞭策良馬,
馳駃若迅流。
몸은 피로했으나 괴로움 마다 않고
어느새 고행림에 다다라서는
세속의 다섯 가지 차림새 버리고
모든 마음과 근(根)을 잘 추슬렀다네.
身疲不辭勞,
逕詣苦行林,
捨俗五儀飾,
善攝諸情根。
범지들의 깨끗한 집에 들어가
그 모든 선인들께 경례하였네.
모든 선인들 자리에 앉기 청하여
법을 설명하여 그들을 위로하였네.
入梵志精廬,
敬禮彼諸仙,
諸仙請就座,
說法安慰之。
그들은 곧 선인들에게 말하였네.
“우리는 의논하여 물을 일 있소.
깨끗하여 정반왕(淨飯王)이라 이름한 이
감자(甘蔗) 종족의 훌륭한 후손이라오.
卽白仙人言,
意有所諮問,
淨稱淨飯王,
甘蔗名勝胄。
우리는 그의 스승이요 신하로서
법을 가르치고 중요한 일 맡아 보네.
그 왕은 저 천제석과 같고
그 아들은 사연다(闍延多)와 같네.
我等爲師臣,
法教典要事,
王如天帝釋,
子如闍延多。
늙음ㆍ병듦ㆍ죽음을 벗어나기 위하여
집을 나와 이곳에 몸을 던졌소.
우리들은 그를 위해 여기 왔나니
오직 존귀하신 분 마땅히 알아야 하오.”
爲度老病死,
出家或投此,
我等爲彼來,
惟尊應當知。
그러자 그들은 대답하였네.
“그런 사람 있는데 긴 팔에 큰 사람 모습 하였네.
그는 우리들이 선택해 수행하는 일이
나고 죽는 법을 따른다 하여 버렸네.
答言有此人,
長臂大人相,
擇我等所行,
隨順生死法。
저 아라람(阿羅藍)에 나아가
훌륭한 해탈을 구하고 있네.”
그들은 확실한 소식을 듣고
왕의 신속한 명령을 받들었네.
往詣阿羅藍,
以求勝解脫,
旣得定實已,
遵崇王速命。
감히 그 피로함을 헤아리지 않고
길을 찾아 빨리 달려나갔네.
숲 속에 있는 태자를 보니
세속의 차림새 모두 버렸네.
不敢計疲勞,
尋路而馳進,
見太子處林,
悉捨俗儀飾。
진실한 몸의 광명 빛남이
태양이 검은 구름 벗어난 것 같았네.
나라에서 천신처럼 받드는 스승과
바른 법을 맡아 보는 대신은
眞體猶光曜,
如日出烏雲,
國奉天神師,
執正法大臣。
세속의 차림새 모두 버리고
말에서 내려 나아갔다네.
마치 바마첩(婆摩疊)왕과
바사타(婆私吒) 선인이
捨除俗威儀,
下乘而步進,
猶王婆摩疊,
仙人婆私咤。
숲 속으로 나아가
왕자 라마(羅摩)를 본 것처럼
저마다 본래의 예법을 따라
공경하고 예배하며 인사를 하였네.
往詣山林中,
見王子羅摩,
各隨其本儀,
恭敬禮問訊。
마치 저 숙가라(儵迦羅)와
앙기라(央耆羅)가
정성을 다하고 공경을 더하여
제석천왕을 받드는 것 같았네.
猶如儵迦羅,
及與央耆羅,
盡心加恭敬,
奉事天帝釋。
왕자도 또한 그들을 따라
왕사와 대신을 공경하는 것
마치 저 제석천왕이
숙가라와 앙기라를 위로하듯 하였네.
王子亦隨敬,
王師及大臣,
如帝釋安慰,
儵迦央耆羅。
왕자는 곧 그 두 사람에게 명하여
자기 앞에 앉으라 하였는데
마치 저 부나(富那)와 바수(婆藪) 두 별이
달 곁에서 모시고 있는 듯 했네.
卽命彼二人,
坐於王子前,
如富那婆藪,
兩星侍月傍。
그 왕사와 대신은
마치 사연다(闍延多)에게 말하는
비리파저(毘利波低)처럼
왕자에게 청하여 여쭈었네.
王師及大臣,
啓請於王子,
如毘利波低,
語彼闍延多。
“부왕께서 태자를 생각하시는 마음
예리한 바늘에 심장을 찔린 듯하여
정신을 잃고 광란의 병세 일으켜
하염없이 먼지 속에 누워 계신다네.
父王念太子,
如利刺貫心,
荒迷發狂亂,
臥於塵土中。
낮이나 밤이나 슬픈 생각 더하여
언제나 눈물 비오듯 흘리다가
우리에게 명령한 바 있으니
원컨대 마음 기울여 들어주소서.
日夜增悲思,
流淚常如雨,
勅我有所命,
唯願留心聽。
‘나는 너의 법을 좋아하는 뜻 알아
결정코 의심한 적 없었건만
적절치 못한 시기에 숲으로 들어갔으니
슬픔과 그리움에 내 마음 어지럽구나.
知汝樂法情,
決定無所疑,
非時入林藪,
悲戀嬈我心。
네가 만일 법을 생각한다면
마땅히 나를 가엾게 여겨야 하리.
바라건대 멀리 떠난 정(情)을 늦추어
내 마음 속에 매달린 근심 위로해서
汝若念法者,
應當哀愍我,
望寬遠遊情,
以慰我懸心。
근심과 슬픔의 물[水]로 하여금
내 마음의 언덕을 무너뜨리게 하지 말라.
구름ㆍ물ㆍ풀ㆍ산에
바람ㆍ해ㆍ불ㆍ우박의 재앙처럼
勿令憂悲水,
崩壞我心岸,
如雲水草山,
風日火雹災。
근심과 슬픔은 네 가지 걱정거리 되어
마음을 날리고 말리며 태우고 깨뜨리나니
우선은 돌아와 나라 살림 돌보다
때가 되면 다시 숲에 노닐라.
憂悲爲四患,
飄乾燒壞心,
且還食土邑,
時至更遊仙。
모든 친척들을 돌보지 않고
부모도 또한 버렸는데
그것을 어떻게 자비(慈悲)로써
일체를 덮어 보호한다 하겠는가.
不顧於親戚,
父母亦棄捐,
此豈名慈悲,
覆護一切耶。
법은 반드시 산림(山林)에만 있는 것 아니니
집에 있더라도 한가함 닦고
이치를 깨닫고 힘써 방편 구하면
그것을 곧 출가라 하리라.
法不必山林,
在家亦脩閑,
覺悟勤方便,
是則名出家。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 입고
스스로 산과 숲에 노닐더라도
두려움 품고 살아간다면
어떻게 신선을 배운다 말하리.
剃髮服染衣,
自放山藪閒,
此則懷畏怖,
何足名學仙。
원컨대 한 번 너를 안고서
물을 그 정수리에 쏟고
하늘 관(冠)을 너에게 씌워
일산을 받쳐 그 밑에 두고
願得一抱汝,
以水雨其頂,
冠汝以天冠,
置於傘蓋下。
물끄러미 너를 바라본 뒤에
비로소 나는 출가하리라.
두류마(頭留摩) 선왕(先王)과
아누사아섭(阿★闍阿涉)
矚目一觀汝,
然後我出家,
頭留摩先王,
阿㝹闍阿涉。
발사라바휴(跋闍羅婆休)
바발라안제(毘跋羅安提)
비제하사나(毘提訶闍那)
나라습파라(那羅濕波羅)
跋闍羅婆休,
毘跋羅安提,
毘提訶闍那,
那羅濕波羅。
이와 같은 모든 왕들은
모두 다 하늘 관 쓰고
영락으로 용모를 장엄하는가 하면
손과 발에는 구슬 가락지 끼었네.
如是等諸王,
悉皆著天冠,
瓔珞以嚴容,
手足貫珠環。
채녀 무리들과 즐거움 나눴지만
해탈의 인(因)을 어기지 않았으니
너도 이제 집으로 돌아와
두 가지 일 숭상하고 익혀야 하리라.
婇女衆娛樂,
不違解脫因,
汝今可還家,
崇習於二事。
마음으로 증상법(增上法) 닦는 것과
이 땅의 증상주(增上主) 되는 것이다.’
눈물 흘리면서 우리에게 명령하여
이러한 말을 전하게 하였네.
心修增上法,
爲地增上主,
垂淚約勅我,
令宣如是言。
통합뷰어
이미 이러한 왕의 명령 있었나니
그대는 그 분부 받들어 돌아가야 하리.
부왕께서는 그대로 말미암아
근심과 슬픔의 바다에 빠져 있다네.
旣有此勅旨,
汝應奉教還,
父王因汝故,
沒溺憂悲海。
구원할 이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으며
스스로 헤어날 길 또한 없나니
그대는 마땅히 뱃사공 되어
안온한 곳으로 건네주소서.
無救無所依,
無由自開釋,
汝當爲舩師,
渡著安隱處。
비림마(毘林摩) 왕자와
나미(羅彌)와 발기(跋祇) 두 사람은
아버지의 명령을 공손히 들었나니
그대도 이제 그러해야 하리.
毘林摩王子,
二羅彌跋祇,
聞父勅恭命,
汝今亦應然。
자비하신 어머니 기른 은혜는
한평생 갚더라도 끝이 없건만
마치 소가 송아지를 잃은 듯
애닯게 불러대며 자고 먹는 것 잊었다네.
慈母鞠養恩,
盡壽報罔極,
如牛失其犢,
悲呼忘眠食。
그대는 마땅히 빨리 돌아가
그 생명 구해드려야 하네.
제 무리에서 떨어진 외로운 새의 슬픔과
홀로 노니는 큰 코끼리의 괴로움처럼
汝今應速還,
以救我生命,
孤鳥離群哀,
龍象獨遊苦。
기대고 의지할 그 그늘 잃었나니
마땅히 구호(救護)할 방법 생각해야 하네.
오직 하나 둔 아들 어리고 혼자라
고통을 당하여도 알릴 줄 모른 채
憑依者失蔭,
當思爲救護,
一子孩幼孤,
遭苦莫知告。
그 외로운 괴로움에 애쓰는 것은
마치 월식(月蝕)을 구원하는 사람 같네.
온 나라 안의 모든 남자와 여자
이별의 괴로움 불꽃처럼 치솟네.
勉彼煢煢苦,
如人救月蝕,
擧國諸士女,
別離苦熾然。
탄식하는 연기가 하늘을 찔러
지혜의 눈을 가려 어둡게 하였으니.
오직 그대의 물로 불을 꺼서
눈 열려 밝게 보기를 구하네.”
歎息煙衝天,
熏慧眼令闇,
唯求見汝水,
滅火目開明。
보살은 부왕의 간절한 분부와
하나하나의 괴로움 낱낱이 절실함을 듣고
단정히 앉아 바로 생각하다가
이치를 따라 공손히 대답했네.
菩薩聞父王,
切教苦備至,
端坐正思惟,
隨宜遜順答。
“나도 또한 부왕의
자비로운 생각과 후덕한 마음 알지만
남[生]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두려워서
망극한 그 은혜를 어긴 것이네.
我亦知父王,
慈念心過厚,
畏生老病死,
故違罔極恩。
누군들 낳아준 부모 소중하지 않으랴만
그러나 마침내 이별하고 마는 것을
아무리 살아서 서로를 지킨다 해도
죽음에 이르면 붙들 수 없다네.
誰不重所生,
以終別離故,
正使生相守,
死至莫能留。
그러므로 소중한 줄 뻔히 알면서도
영원히 하직하고 집을 나왔지만
부왕의 근심하고 슬퍼하심 들으니
더욱 그리움에 내 마음 끊어지네.
是故知所重,
長辭而出家,
聞父王憂悲,
增戀切我心。
그러나 꿈 속에서 잠깐 만난 것과 같아
어느새 속절없이 무상(無常)으로 돌아가리니
중생들의 그 성질 같지 않음을
그대들은 확실히 알아야 하리.
但如夢暫會,
倏忽歸無常,
汝當決定知,
衆生性不同。
근심과 괴로움 생기는 것
자식과 어버이 사이에만 있는 것 아니건만
살아서의 이별 괴로워하는 까닭은
모두가 어리석은 미혹 때문이라네.
憂苦之所生,
不必子與親,
所以生離苦,
皆從癡惑生。
마치 사람이 길을 따라 갈 적에
도중에서 잠깐 서로 만났다가
얼마 안가 제각기 갈라지듯이
어긋나는 이치는 원래 그러하다네.
如人隨路行,
中道暫相逢,
須臾各分析,
乖理本自然。
서로 모여 잠깐 동안 친하더라도
인연의 이치를 따라 저절로 헤어지는 법
그러므로 친한 것의 거짓 만남 깊이 깨달아
근심하고 슬퍼하지 않아야 하리.
合會暫成親,
隨緣理自分,
深達親假合,
不應生憂悲。
이 세상에선 친한 이의 사랑을 어기는 것이나
저 세상에선 다시 친한 이 구하는 것
잠깐 동안 친하다가 다시 헤어지는 것을
간 곳마다 친하지 않은 사람 없다네.
此世違親愛,
他世更求親,
蹔親復乖離,
處處無非親。
언제나 만났다간 이별하나니
흩어지고 헤어진들 무엇 슬프리.
어머니 태에서도 차츰차츰 변화하여
시시각각으로 죽고 산다네.
常合而常散,
散散何足哀,
處胎漸漸變,
分分死更生。
일체는 때를 따라 죽음 있나니
산림(山林)인들 어찌 때가 없으리.
때를 기다려 5욕을 누리고
재물 구하는 때도 또한 그러하다네.
一切時有死,
山林何非時,
侍時受五欲,
求財時亦然。
일체는 때를 따라 죽음 있으니
죽는 법 없애면 그런 때로 사라지리.
나를 왕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
사랑하는 그 법을 어기기 어렵다네.
一切時死故,
除死法無時,
欲使我爲王,
慈愛法難違。
병들어 약 아닌 것 먹는 것과 같나니
그러므로 나는 차마 높은 자리의
어리석은 위치에서 방일(放逸)하면서
사랑하고 미워함 따를 수 없네.
如病服非藥,
是故我不堪,
高位愚癡處,
放逸隨愛憎。
몸 마치도록 언제나 두려워하고
여러 생각에 몸과 정신 피로해
대중 마음 따르고 법 어기는 것
지혜로운 사람은 하지 않으리.
終身常畏怖,
思慮形神疲,
順衆心違法,
智者所不爲。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아름다운 궁전
그 속엔 이글이글 불꽃이 타고
하늘 부엌의 온갖 맛있는 음식도
그 속엔 갖가지 독이 있다네.
七寶妙宮殿,
於中盛火然,
天廚百味飯,
於中有雜毒。
연꽃이 피어 있는 맑고 시원한 못도
그 속에는 수많은 독한 벌레 있나니
자리 높아도 재앙 있는 집이라면
지혜로운 사람은 거기 살지 않으리.
蓮華淸涼池,
於中多毒虫,
位高爲災宅,
慧者所不居。
먼 옛날 선조들 중 훌륭한 왕은
임금 자리에 있으며 허물 많고
중생에게 괴로움 주는 것 보고
싫어하고 근심하여 집을 나왔네.
古昔先勝王,
見居國多愆,
楚毒加衆生,
厭患而出家。
그러므로 왕이란 진정 괴로운 자니
법 닦아 편안한 것만 못하네.
산림 속에서 편안히 살면서
차라리 짐승들처럼 풀을 먹으리.
故知王正苦,
不如行法安,
寧處於山林,
食草同禽獸。
깊숙한 구중궁궐 견디지 못해
검은 뱀과 같은 동굴 쓴다네.
왕위와 다섯 가지 탐욕 버리고
괴로움 견디며 산림에 노닌다네.
不堪處深宮,
黑蛇同其穴,
捨王位五欲,
任苦遊山林。
이것은 곧 이치를 그대로 따름이라
즐거운 법은 차츰차츰 밝음을 더하리라.
이제 한적하고 고요한 숲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 다섯 가지 탐욕 누리면
此則爲隨順,
樂法漸增明,
今棄閑靜林,
還家受五欲。
밤낮으로 괴로운 법만 더하리니
그야말로 이치에 맞지 않으리.
이름 있는 종족의 대장부로서
법을 좋아해 집을 떠나서
日夜苦法增,
此則非所應,
名族大丈夫,
樂法而出家。
영원히 이름 있는 종족 등지고
대장부의 그 뜻을 꿋꿋이 세워
모습 허물어 법복(法服)을 입고
법을 좋아해 산림에 노니네.
永背名稱族,
建大丈夫志,
毀形被法服,
樂法遊山林。
이제 다시 이 법복 버리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에 어김 있으면
천왕의 궁전이라도 오히려 불가하거늘
더구나 사람의 좋은 집으로 돌아가겠는가.
今復棄法服,
有違慚愧心,
天王尚不可,
況歸人勝宅。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 이미 뱉었는데
또다시 그것을 도로 먹는 것은
토한 것을 도로 먹는 사람 같나니
그 괴로움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已吐貪恚癡,
而復還服食,
如人反食吐,
此苦安可堪。
마치 세간의 집에 불이 붙었을 적에
방편으로 그곳을 탈출했다가
도로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 같나니
그를 어찌 슬기로운 장부라 하리오.
如世舍被燒,
方便馳走出,
須臾還復入,
此豈爲黠夫。
남[生]ㆍ늙음ㆍ죽음의 허물 깨달아
싫어하고 근심하여 집을 나왔는데
이제 다시 집으로 다시 들어간다면
그 어리석음이 저것과 다름없으리.
見生老死過,
厭患而出家,
今當還復入,
愚癡與彼同。
궁중에 있으면서 해탈을 닦는 것
도저히 그리 될 수 없다네.
해탈은 적정(寂靜)함에서 생기는 것이고
왕이란 혹독한 형벌과 같다네.
處宮修解脫,
則無有是處,
解脫寂靜生,
王者如楚罰。
적정함은 왕의 위엄 떨어지게 하는 것
왕이란 정녕코 해탈과 어긋난다네.
움직임과 고요함은 물과 불 같나니
두 이치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으랴.
寂靜廢王威,
王正解脫乖,
動靜猶水火,
二理何得俱。
정녕 해탈을 닦으려면
왕의 자리에 있지 않아야 하리.
만일 왕의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겸하여 해탈까지 닦는다고 한다면
決定修解脫,
亦不居王位,
若言居王位,
兼修解脫者。
그것은 결정된 것 아니요
결정된 견해 또한 그러하나니
이미 결정한 마음이 아니라면
집을 나왔다가도 다시 들어가리.
此則非決定,
決定解亦然,
旣非決定心,
或出還復入。
그러나 나는 이제 이미 결정한지라
친족들의 갈고리와 미끼를 끊고
바른 방편으로써 집을 나왔나니
어떻게 돌아가 다시 들어가겠는가.”
我今已決定,
斷親屬鉤餌,
正方便出家,
云何還復入。
대신은 가만히 생각하였네.
‘태자는 진정 대장부로서
깊이 알고 덕 있어 이치를 따르니
그가 하는 말에 이유가 있구나.’
大臣內思惟,
太子大丈夫,
深識德隨順,
所說有因緣。
그런데도 다시 태자에게 말하였네.
‘만일 왕자의 말씀과 같다면
법을 구하는 법이 마땅히 그렇겠지만
그러나 지금은 부적절한 시기이네.
而告太子言,
如王子所說,
求法法應爾,
但今非是時。
부왕은 늙고 쇠한 연세이기에
아들을 생각하면 근심과 슬픔 더해지니
아무리 해탈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도리어 법 아님이 될 것이네.
父王衰暮年,
念子增憂悲,
雖曰樂解脫,
反更爲非法。
비록 집 나오는 것 좋아도 지혜롭지 못했으니
깊고 자세한 이치 생각하지 않고
그 인(因)은 보지 않고 과(果)만 구하여
부질없이 현재 즐거움 버리나이까.
雖樂出無慧,
不思深細理,
不見因求果,
徒捨現法歡。
어떤 이는 뒷세상이 있다 말하고
어떤 이는 뒷세상이 없다 말하나
있고 없음을 판단하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현세의 즐거움을 버리나이까.
有言有後世,
又復有言無,
有無旣不判,
何爲捨現樂。
만일 뒷세상이 있다고 하면
기어코 그것을 얻어내야 하겠지만
만일 뒷세상이 없다고 하면
없음 그것이 곧 해탈이 되네.
若當有後世,
應任其所得,
若言後世無,
無卽爲解脫。
어떤 이는 뒷세상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 해탈의 인(因)은 말하지 않나니
마치 땅은 단단하고 불은 따뜻하며
물은 축축하고 바람은 움직이는 것과 같다네.
有言有後世,
不說解脫因,
如地堅火暖,
水濕風飄動。
뒷세상도 또한 그러하여서
이는 곧 본성이 그러할 뿐이네.
어떤 이는 깨끗함과 깨끗하지 않음은
제각기 자성(自性)에서 일어난다네.
後世亦復然,
此則性自爾,
有說淨不淨,
各從自性起。
방편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 말하지만
이것은 곧 어리석은 말이네.
모든 근(根)과 행(行)의 경계는
모두 그 자성이 결정된 것이네.
言可方便移,
此則愚癡說,
諸根行境界,
自性皆決定。
애착하여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
자성의 결정 또한 그러하네.
늙음ㆍ병듦ㆍ죽음 따위의 괴로움
그 누가 방편으로 그렇게 시켰는가.
愛念與不念,
自性定亦然,
老病死等苦,
誰方便使然。
이른바 물은 능히 불을 멸하고
불은 물을 끓여서 잦아지게 하나니
자성이 늘어나면 서로서로 무너지고
자성이 어우러져 중생을 만드네.
謂水能滅火,
火令水煎消,
自性增相壞,
性和成衆生。
사람이 어머니 태 안에 있을 때
손발과 모든 몸이 나누어지고
신식(神識)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이겠는가.
如人處胎中,
手足諸體分,
神識自然成,
誰有爲之者。
가시는 그 누가 뾰족하게 하였는가
그것도 자연 그대로의 성질이라네.
또 갖가지 날짐승과 길짐승들
그렇게 하려고 해서 그런 것 아니네.
蕀刺誰令利,
此則性自然,
及種種禽獸,
無欲使爾者。
모든 존재로서 하늘에 나는 것은
자재천(自在天)이 그렇게 만든 것이요
그 밖의 변화로 만들어진 이는
자기 힘으로서의 방편이 없다네.
諸有生天者,
自在天所爲,
及餘造化者,
無自力方便。
만일 무엇으로 인하여 생겨남이 있다면
그것은 또 그것을 멸하게 하리니
어떻게 반드시 스스로의 방편으로써
해탈을 구할 수 있다고 하겠는가.
若有所由生,
彼亦能令滅,
何須自方便,
而求於解脫。
어떤 이는 ‘나[我]가 있어 생기게 하고
또한 나가 있어 멸하게 한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원인 없이 생겨나는 것이라서
반드시 방편으로써 멸할 수 있다고 말하나니
有言我令生,
亦復我令滅,
有言無由生,
要方便而滅。
마치 사람이 아들 낳아 기를 때
조상들을 저버리지 않고
선인(仙人)의 남긴 법을 배운다거나
하늘을 받들어 큰 제사를 올리는 것
如人生育子,
不負於祖宗,
學仙人遺典,
奉天大祠祀。
이 세 가지에 저버림이 없다면
그것을 곧 해탈이라 한다네.
예부터 지금까지 전(傳)하는 바는
이 세 가지로 해탈을 구하네.
此三無所負,
則名爲解脫,
古今之所傳,
此三求解脫。
만일 달리 방편을 쓰려 한다면
한낱 괴롭기만 하고 실속이 없으리라.
그대 만일 해탈을 구하고자 하거든
오직 위에서 말한 방편을 익혀야 하리.
若以餘方便,
徒勞而無實,
汝欲求解脫,
唯習上方便。
그러면 부왕의 근심과 슬픔 그치게 되고
해탈의 도(道) 또한 이루어지리니
집을 버리고 산림에서 유행하다가
도로 돌아가는 것도 허물 아니리.
父王憂悲息,
解脫道得申,
捨家遊山林,
還歸亦非過。
옛날 엄바리(奄婆梨)왕은
오랫동안 고행림에 머물다가
그 제자들과 권속들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 왕의 자리 이었다네.
昔奄婆梨王,
久處苦行林,
捨徒衆眷屬,
還家居王位。
국왕의 아들 라마(羅摩)는
나라를 버리고 산림에 머물다가
나라 풍속이 어지럽단 말 듣고
다시 돌아가 바른 교화 펼쳤네.
國王子羅摩,
去國處山林,
聞國風俗離,
還歸維正化。
바루바(婆樓婆) 국왕은
이름을 두루마(頭樓摩)라 했는데
부자가 함께 산림에서 머물다가
결국엔 함께 나라로 돌아갔네.
婆樓婆國王,
名曰頭樓摩,
父子遊山林,
終亦俱還國。
바사주(婆私晝) 모니(牟尼)와
안저첩(安低疊)은
산림에 들어가 범행(梵行) 닦다가
아버지만 또한 본국으로 돌아갔네.
婆私晝牟尼,
及與安低疊,
山林修梵行,
父亦歸本國。
이와 같은 훌륭한 조상들
바른 법으로 훌륭한 명성 떨쳤는데
모두 왕이 통치하는 나라로 돌아가니
마치 등불이 세상을 비추는 것 같았네.
그러므로 이 산림을 버리고
바른 법으로 교화함은 허물이 아니라네.”
如是等先勝,
正法善名稱,
悉還王領國,
如燈照世閒,
是故捨山林,
正法化非過。
그때 태자는 그 대신의
다정한 말과 유익한 말을 듣고
마땅한 이치로써 어지럽지 않게
걸림 없고 질서정연하게
太子聞大臣,
愛語饒益說,
以常理不亂,
無閡而庠序。
굳건한 뜻과 안온한 말로써
그 대신에게 대답하였네.
“뒷세상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말에 망설이는
두 가지 마음은 의혹만 더하나니
固志安隱說,
而答於大臣,
有無等猶豫,
二心疑惑增。
있느니 없느니 하는 말에 대해
나는 이미 결정하여 취(取)하지 않네.
깨끗한 지혜로 고행을 닦아
결정코 내 스스로 아느니라.
而作有無說,
我不決定取,
淨智修苦行,
決定我自知。
세간의 설왕설래하는 주장들
자꾸 퍼져 나가 서로 전하고 익히지만
거기에는 진실한 이치 없나니
그러므로 나는 그것 편안해 하지 않네.
世閒猶豫論,
展轉相傳習,
無有眞實義,
此則我不安。
밝은 사람은 참과 거짓 분별하니
믿음이 어찌 남에 의해 생길 건가.
마치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
장님이 사람을 인도하는 것 같네.
明人別眞僞,
信豈由他生,
猶如生盲人,
以盲人爲導。
깜깜한 밤 어둠 속에서
또 어떻게 그 사람 따라야 하리.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법에 대하여
세상 사람들은 의혹을 내지만
於夜大闇中,
當復何所從,
於淨不淨法,
世閒生疑惑。
설령 그 진실을 보지 못한 채
청정한 도(道)를 행하려 한다면
차라리 고행(苦行)으로 깨끗한 법 행할지언정
낙행(樂行)으로 부정함 저지르지 않으리.
設不見眞實,
應行淸淨道,
寧苦行淨法,
非樂行不淨。
서로 전하는 그 주장을 관찰해보니
어느것 하나도 확실한 모습 없네.
진실한 말을 마음 비워 받으면
모든 근심을 영원히 여의네.
觀彼相承說,
無一決定相,
眞言虛心受,
永離諸過患。
잘못된 거짓말 말하는 것
지혜로운 사람은 말하지 않네.
그 이야기처럼 저 라마(羅摩) 등이
집을 버리고 나와 범행 닦다가
語過虛僞說,
智者所不言,
如說羅摩等,
捨家修梵行。
결국엔 본국으로 도로 돌아가
다섯 가지 욕망을 익혔다면
그것들은 곧 더러운 행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의지하지 않는다네.
終歸還本國,
服習五欲者,
此等爲陋行,
智者所不依。
나는 이제 마땅히 그대들 위해
그 중요한 이치를 간략히 말하리라.
저 해와 달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수미산(須彌山)과 설산(雪山)이 변하더라도
我今當爲汝,
略說其要義,
日月墜於地,
須彌雪山轉。
나는 이 몸이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으리.
물러나 나쁜 곳에 들어가기보다는
차라리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리니
그것은 이치[義]가 아니기 때문에
我身終不易,
退入於非處,
寧身投盛火,
不以義不畢。
내 끝내 본국으로 다시 돌아가
5욕의 불구덩이에 들어가지 않으리라.”
이렇게 간절한 서원 말하고 나서
천천히 일어나 아주 작별하였네.
還歸於本國,
入於五欲火,
表斯要誓已,
徐起而長辭。
태자 말씀의 칼날 같은 불꽃은
마치 한낮의 햇빛과 같아
왕사나 대신의 말과 논리로는
도저히 그분을 이겨낼 수 없었네.
太子辯鋒炎,
猶如盛日光,
王師及大臣,
言論莫能勝。
그들은 서로에게 말하였네.
“계획이 끝났으니 하직하고 돌아가세.”
그들은 태자를 매우 공경하고 찬탄하며
감히 억지로 만류하지 못하였네.
相謂計已盡,
唯當辭退還,
深敬嘆太子,
不敢强逼留。
그러나 왕의 명령 받들었기에
감히 서둘러 돌아오지도 못하고
길 가운데에서 머뭇거리며
돌아보고 돌아보며 발걸음 더뎠네.
敬奉王命故,
不敢速疾還,
俳佪於中路,
行邁顧遲遲。
총명하고도 슬기로우며
자상하고 기미를 깨달은 사람 가려 뽑아
몸을 숨기고 은밀히 안부를 살핀 뒤에
그제서야 그를 두고 돌아왔네.
選擇黠慧人,
審諦機悟士,
隱身密伺候,
然後捨而還。
佛所行讚卷第二
丙午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불소행찬』 2권(ABC, K0980 v29, p.646c01-653c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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