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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커스 한국 신화 개관 - 1 한국 신화의 체계와 전개 1. 한국 신화의 체계 한국의 신화는 다양하며, 다층적이다. 신화의 편수도 많지만 이 신화들의 체계 또한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일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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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신화의 체계

한국의 신화는 다양하며, 다층적이다. 신화의 편수도 많지만 이 신화들의 체계 또한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일반적으로 신화는 신(神)에 대한 이야기 내지 신성한 존재나 사태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신화의 본질은 '신' 내지 '신성함'이라 할 수 있는데, 한국인들이 생각한 신성함을 갖춘 존재는 세상을 창조한 절대자 신에서부터 국가를 세운 영웅, 마을의 수호신, 풍작이나 풍어를 관장하는 신, 아이를 점지해 주는 신 등,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다.

또한 한국의 신화는 어떤 방식으로 전승해 왔는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문헌에 기록된 것과 구술(口述)로 전승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구술로 전승할 경우에도 특별한 제전(祭典)이나 종교적 의식을 통해 구연되는 것도 있고 그러한 전승 맥락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 신화는 문헌에 정착한 건국신화(建國神話)와 민간의 무속 문화 속에서 구술 전승되는 무속신화(巫俗神話)가 가장 대표적이다. 건국신화는 국가가 주관하는 공식 제사에서 재연되었으며, 무속신화는 민간에서 연행되는 각종 굿에서 재연되었다. 건국신화가 고대 국가의 첫머리 역사로서 안정적으로 정착하였다면, 무속신화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무속 문화 속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신화의 내용을 보면, 세상을 열고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신과 그 행적을 다룬 신화, 신성한 존재가 출현하여 새롭게 나라를 세운 신화, 마을의 수호신이나 조상신의 행적을 다룬 신화, 무속의 신들이 어떻게 신이 되었는지를 다룬 신화 등으로 나눌 수 있다.

2. 한국 신화의 역사와 전개

(1) 건국신화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의 가장 오래된 신화는 고조선의 건국을 이야기한 '단군신화'이다. 한반도의 북쪽 지역은 한반도보다 먼저 금속 문화를 받아들이고 고대 국가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단군신화'는 4,000여 년 전 한반도 북쪽에 세워진, 한국 민족이 최초의 국가로 여기는 고조선의 건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건국신화는 한반도 주변에서 세워진 한국 민족의 고대 국가 설립 과정과 그 주인공을 다루기 때문에 시간적 배경이 비교적 잘 드러난다.

고조선 이후 설립된 고대 국가로 한반도 북쪽 지역에는 부여가 가장 유명하다. 부여는 기원전 4세기에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 부여와 관련된 신화로는 '해모수신화', '해부루신화', '금와신화'가 있다. 북부여를 건국한 해모수의 등장과 즉위 내용을 다룬 것이 '해모수신화'이며, 해모수를 이어 왕이 된 인물을 다룬 것이 '해부루신화'이다. 해부루 다음 대의 신이한 왕을 다룬 것이 '금와신화'이다.

기원 전 한 세기를 기점으로 한반도에는 신라(BC.57), 고구려(BC.37), 백제(BC.18)가 건국하여 이른바 삼국시대를 이루게 된다. 세 나라의 건국과 관련해서 비교적 상세한 신화가 전한다. 삼국이 한반도의 북쪽 지역과 한반도를 완전히 3분하여 통치하기 이전에는 수많은 소규모 국가가 있었고 관련 신화도 있었다. 이 중에서 대표적인 것으로 가야와 탐라를 들 수 있다.

기원전 57년 신라의 초대 왕 혁거세가 즉위하는데, 혁거세의 탄생과 즉위를 다룬 신화가 '혁거세신화'이다. 신라는 혁거세의 박(朴)씨 왕조 외에 석(昔)씨와 김(金)씨에서도 왕이 배출되었다. 석씨 왕조의 시조를 다룬 '탈해신화'가 있고, 김씨 왕조의 초대 조상을 다룬 '알지신화'가 있다.

기원전 37년, 부여에서 탈출한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는데, 이 이야기가 '주몽신화'로 전한다. 주몽의 아들 비류와 온조가 남하(南下)하여 백제를 세우는 이야기도 전한다.

1세기 초에 가야 엽합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금관가야의 초대왕 수로가 즉위하는데, 이때의 이야기가 '수로신화'로 전한다. 과거에는 제주도를 탐라라고 불렀는데 탐라국은 고(高)씨, 양(良)씨, 부(夫)씨 세 왕조가 분할 통치하였다. 이 세 시조의 출현을 다룬 것이 '삼성(三姓)신화'이다.

삼국시대를 거쳐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이후 고려, 조선으로 이어진다. 고려가 918년에 세워졌는데 이 시기에는 앞선 고대 국가의 건국신화처럼 시조왕의 건국을 신이(神異)한 이야기를 만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초대왕의 정통성과 건국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신성한 장치를 활용하여 건국에 관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고려의 시조인 왕건의 신성한 조상들의 계보를 다룬 '고려세계(高麗世系)'가 있는데 이는 고려의 건국신화라고 칭할 수 있다.
 

(2) 무속신화
한국에는 문자로 기록되어 전하는 신화보다 구술 전승되는 신화가 훨씬 더 많다. 이 경우 무속제의(굿)에서 무당이 구연하는 신화도 있고, 특별한 연행 맥락 없이 혹은 그러한 것들을 상실한 채 이야기로만 전하는 신화도 있다. 건국신화가 공식적인 국가의 역사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와 구별되는 구전(口傳) 신화는 민간의 종교와 문화와 관련된 것으로 무속신화로 통칭할 수 있다.

문헌신화인 건국신화 달리 구술신화인 무속신화는 만들어진 시기나 순서를 정확하게 매길 수 없다. 하지만 신화의 내용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시간대나 선후 관계를 추론할 수 있다. 인간사회가 질서 잡힌 공동체를 형성하기 이전 단계에는 자연물이나 자연현상이 인간의 주된 관심사였다. 어떻게 하늘과 땅이 만들어지고 별이 생겨났는지, 그리고 언제 어떻게 인간이 처음 만들어졌는지와 같은 근원적인 의문에 대한 답이 신화로 형성된다. 이른바 창세신화(創世神話)는 세상과 인간의 출처를 다룬 것이다. 거인에 의해 섬이나 산, 강, 호수와 같은 지형이 만들어진다는 내용을 다룬 '설문대할망', 태초에 신이 등장하여 천지 창조와 인간 창조를 다룬 '창세가', 천상세계ㆍ인간세계ㆍ사후세계의 구획과 그 통치자들의 등장을 다룬 '천지왕본풀이' 등이 있다. 또한 홍수로 인해 기존의 인간세계가 멸망하고 이후 새로운 인류의 시조를 다룬 홍수신화도 있다.

인간이 등장하고 인간사회가 꾸려짐에 따라 질서를 수립하고 문화를 창조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질서와 문화를 인간 공동체에 전해주고 정착시킨 영웅이 필요하다. 무속신화에는 수많은 영웅 신화들이 있다. 생산신과 사람의 탄생을 주관하는 삼신을 다룬 '제석본풀이', 병을 치유하고 망자를 천도하는 역할을 최초로 맡은 인물의 이야기인 '바리공주'가 있다. 이 두 신화는 한국의 전 지역에서 전승되는 가장 널리 알려진 신화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 삶에 있어서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다룬 신화이다.

이밖에 집과 터의 신들을 다룬 '성주풀이', 집안의 각종 공간을 차지한 신들의 내력을 담은 '문전본풀이'가 있다. 천상에 올라가 곡식의 씨앗을 얻어 인간에게 전해준 농경신 이야기인 '세경본풀이'가 있다.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신들에 관한 '칠성본풀이'가 있다. 망자를 명부로 인도하는 저승사자의 이야기 '차사본풀이'가 있다. 이 외에도 한국에는 인간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다양한 신들이 존재하며 신화를 남기고 있다. 한국인들은 말 그대로 신들과 함께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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