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ELIOT 의 '荒蕪地' 읽기 21

 

V. What the Thunder Said 우[雨雷]가 말한 것


땀에 젖은 얼굴 위로 붉은 횃불 비춘 다음
서릿발 같은 침묵 정원 안에 서린 다음
돌밭에서 그 괴로움 겪은 다음
외치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감옥에도 궁궐에도 울려 퍼지면
먼 산 넘어 대답하는 봄날의 천둥소리
살아있던 그분 이제 돌아가셨고
살아있던 우리도 조금 버티다가
이제 죽어가노라

여기는 물이 없고 오직 바위뿐
물도 없는 바위와 모래밭 길
산 속 굽이굽이 도는
물 없는 바위산 돌아 오르는 산길
물만 있다면 멈추어 목축이련만
그 바위틈에선 멈추려는 생각도 못 하네
땀은 마르고 두 발은 모래 속에 박히니
아 바위들 틈에 물만 있다면
하지만 입안엔 썩은 이빨들만 가득해 침도 못 뱉는 죽은 산
여기선 서지도 눕지도 앉지도 못하고
산 속에선 고요조차 없이
비 없이 내리치는 마른 천둥번개들
산 속에선 고독조차 없이
갈라진 흙 담 문간마다 붉은 얼굴들
으르렁대며 빈정대며 시큰둥한 얼굴들

If there were water
물은 있고

And no rock
바위 없다면

If there were rock
바위 있고

And also water
물도 있다면

And water
그리고 그 물이

A spring
그 샘물이

A pool among the rock
바위틈에 고여 있다면

If there were the sound of water only
다만 물소리라도 있다면

Not the cicada
매미가 아니고

And dry grass singing
마른 풀잎들 노래 아니라

But sound of water over a rock
바위 위 흐르는 물소리라면

Where the hermit-thrush sings in the pine trees
하지만 거기 소나무 위 봉작[蜂雀]새

Drip drop drip drop drop drop drop 357
뚜닥 또닥 뚜닥 또닥 또닥 또닥 또닥

But there is no water
울어대지만 물은 없구나


[# 물은 여기서 생명이며, 희망이며, 구원이다. 하지만 물 한 방울
소리조차 없는 이 메마른 황무지. 물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달하면... ]




Who is the third who walks always beside you?
When I count, there are only you and I together 360
But when I look ahead up the white road
There is always another one walking beside you
Gliding wrapt in a brown mantle, hooded
I do not know whether a man or a woman
- But who is that on the other side of you?

항상 그대 곁 걸어가는 제 3의 인물은 누구인가?

헤아려보면 오로지 그대와 나 둘뿐

그러나 저 앞 하얀 길 올려다보면

항상 그대 곁을 걷는 또 한 사람

황토 빛 망토 두르고 두건 가리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지만 미끄러지듯

그대 곁을 가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 당대의 극지 탐험가, Ernest Shackleton의 어느 대원은, 남극 탐험 당시
그들의 기력이 다할 때쯤 실제 인원들보다 한 사람 더 많이 있다는 착각이 꾸준히
일어났다고 기록했으며, 이에서 Eliot이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 Luke 24장 13-16에 있는 구절 :
바로 그 날 거기 모였던 사람들 중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한 삼십 리쯤 떨어진 곳에 있는
엠마오[Emmaus]라는 동네로 걸어가면서
이즈음 일어난 모든 사건에 대하여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토론하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다가가서 나란히
걸어가셨다. 그러나 그들은 눈이 가려져서 그분이 누구신지 알아보지 못하였다.

[# 그러므로 제 3의 인물은 십자가에 처형된 예수의 혼령, 또는 부활한 예수를 암시할
수도 있고, 극심한 환경에서 일어난 착란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시인은 지금 성배 탐색에 나선 기사의 입장이다.



What is that sound high in the air 366
Murmur of maternal lamentation
Who are those hooded hordes swarming
Over endless plains, stumbling in cracked earth
Ringed by the flat horizon only
What is the city over the mountains
Cracks and reforms and bursts in the violet air
Falling towers
Jerusalem Athens Alexandria
Vienna London
Unreal

하늘 높이 울리는 저 소리는 무엇인가

어머니의 탄식 같은 중얼거림

갈라진 대지에선 비틀거리며 끝없는 벌판 넘어,

지평선만으로 둘러싸인 평탄한 땅으로

두건 뒤집어쓰고 우글거리며 몰려오는 저들은 누구인가

산 너머엔 무슨 도시들 있기에

보랏빛 하늘아래 총성과 혁명들 터지는가

무너지는 탑들

예루살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비엔나 런던

허망하여라



[# 366-76. 혼돈으로 치닫고 있는 유럽을 그린 대목.
Hermann Hesse는 “이미 유럽의 절반이, 적어도 동유럽의 절반이 혼돈으로
치닫고 있으며, Dostoyevski의 작품,‘Brothers Karamazov’ 중에 Dmitri Karamazov의
노래처럼 벼랑 끝에서 술에 취한 채 어느 신성한 일에 열중해있는 것이다.
유산계급들은 그 노래를 듣고 비웃지만, 성자들과 선지자들은 눈물 흘린다.”라고 말한 바 있다.

[# 혁명 군중들의 소란 속에 현대 문명의 파멸이 또다시 허무한 보랏빛 하늘아래 펼쳐진다.
문득 예수의 십자가처형 이후 일어난 지진과 소란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필한 [의사, 서울사대부고19회사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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