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少日。見鄭百鍊。

젊었을 적에 정백련(鄭百鍊)을 만나 본 일이 있었다.

自言病而遇鬼。能作絶句。

그때 그가 병이 들어 귀신을 만났는데 귀신이 절구를 지을 줄 알더라고 말했다.

其最警絶曰。

그의 시 중 가장 좋은 것으로,

酒滴春眠後。주적춘면후。

花飛簾拳前。화비렴권전。

人生能幾許。인생능기허。

悵望雨中天。창망우중천。

봄 잠을 자고 나서 술을 따르니

발 걷은 앞에서 꽃은 날리네

인생이 얼마나 된단 말가

비 내리는 하늘 슬피 바라보노라

又曰。

또한 말하길,

萬里鯨波海日昏。만리경파해일혼。

碧桃花影照天門。벽도화영조천문。

鸞驂一息空千載。란참일식공천재。

緱嶺靈簫半夜聞。구령령소반야문。

만리라 거센 파도에 바다 해는 저무는데

벽도꽃[碧桃花] 그림자는 하늘 문에 비치네

난새 수레 한 번 가서 천년이나 고요터니

후령(緱嶺)의 영소(靈簫) 소리 한밤중에 들리네

其音韻瀏幽。自非人間語。

그 음운이 맑고 그윽하여 인간 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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