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주]
선운사 동구에서 <선운사 동구>라는 시를 대하니 미당 선생이 살아계신 듯 반가웠다. 대학 재학시절 동악로 기슭에 세워두었던 시화전에 출품되었던 이 작품도 어렴풋이 상기되었다. 강의시간에 양복 조끼 주머니에서 자주 회중시계를 꺼내 보시던 미당 선생의 모습도 떠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언어의 마술사로 시를 창작하시는 분이 시론, 문예사조사 등을 강의하시기엔 좀 따분하셨던 것 같았다. 그냥 돌아서기가 아쉬워 친필 글씨체로 새겨진 시비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거듭 눌렀다.
시비의 기록을 감안하면 이 비는 1973년에 건립되었다. 한때 이 비석은 그 분에 대한 5공옹호와 친일시에 대한 거센 비난으로 인하여 어디론가 피신하기도 했었다.
참고로 시비의 표기와 <미당서정주시전집>(민음사,1983) 표기를 함께 싣는다.
이 작품은 제5시집 <동천>(민중서관,1968) 에 수록된 작품이므로 그 무렵에 지으신 것으로 추정된다.
아래 주소창의 사진은 지난 해 방문 때 시비 사진임다.
禪雲寺 洞口
ㅡ 서정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
禪雲寺 洞口
禪雲寺 골째기로
禪雲寺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백이 가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여 남았습디다.
<미당서정주시전집>(민음사,1983)
https://www.youtube.com/watch?v=OoFf724Hsog
https://kydong77.tistory.com/17830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011215&cid=42856&categoryId=42856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8262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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