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고전’으로 자리매김

1960~70년대 소설 여전한 생명력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81120010319300230090

한국 현대문학의 고전 리스트들이 만들어져가고 있다. 1960∼70년대에 발표된 우리 소설들 중 몇몇이 긴 시간을 통과해 새로운 독자들에게 조용히, 하지만 맹렬히 읽히면서 한국 현대문학의 고전들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물론 이들 작품은 꾸준히 읽혀 왔지만, 흔히 한 세대라고 말하는 30년을 넘어 여전히 대중적 생명력을 견지함으로써 한국 현대소설의 본격적인 고전화 과정이 시작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먼저 올해 출간 30주년이 된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성과 힘)은 지금도 여전히 매년 3만부 이상 팔려나가, 출판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독자들 앞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조씨는 ‘난쏘공’의 힘으로 최근 한 인터넷 서점에서 우리 시대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몇 년 전 국내 문인들이 뽑은 ‘한국 최고의 소설’로 선정된 소설가 최인훈씨의 1960년 작품 ‘광장’(문학과지성사) 역시 50년 가까운 세월을 건너 지금도 매년 1만~2만부 판매되고 있다. ‘광장’은 현재 159쇄를 기록하고 있다. 인기 작가들의 신간들도 몇 천부 소화되기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의 저력은 대단하다.


1976년 출간된 이청준씨의 ‘당신들의 천국’(문학과지성사)도 2003년 100쇄를 돌파한 뒤 현재 115쇄에 이르렀고 지금도 매년 꾸준히 1만∼2만부 팔려나가고 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이데올로기의 비극을 담은 소설가 윤흥길씨의 1973년 작품 ‘장마’와 평범한 소시민이 현실에서 철저히 패배해가는 과정을 담은 윤씨의 1977년 작품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역시 매년 3∼4쇄를 거듭하며 1만명 이상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들과 함께 발표된 지 30년 이상된 소설 중에서 매년 1만부 안팎이 팔려나가는 작품으로는 소설가 이문구씨의 대표 연작 ‘관촌수필’(1977년·문학과지성사), 황석영씨의 ‘객지’(1974년·창비) 등이 있다. 이어 이문열씨의 ‘사람의 아들’(1997년), 전상국씨의 ‘우상의 눈물’(1980년·이상 민음사) 등이 30년 이상된 현대문학 고전의 끝부분을 장식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난 30여년동안 다양한 사회적, 문학적 기제와 평가를 통과해 우리 사회의 고전으로 인정받았고, 그 증거로 교과서에 수록됐으며 이로 인해 다시 끊임없이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과 만나는 읽기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한 사회에서 고전이나 문학적 정본이 되면, 다음 세대를 위한 공식 교과서에 오르고, 이를 통해 다음 세대 독자에게 이어지는 고전의 보편적인 읽기 구조이다. 이 때문에 이들 작품은 일반 소설들과 달리 아주 어린 독자부터 나이 많은 독자까지 독자층이 두터운데, 이 역시 고전의 전형적인 독자 유형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들 작품은 30년이라는 한 세대를 넘어 여전히 뜨겁게 읽히고 있다는 것과 함께 4·19혁명을 기점으로 한글로 생각하고, 한글로 문학작업을 한 이른바 한글 세대의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즉 현재 우리 문학의 기본 틀을 형성한 한글 세대 이후 문학들로 우리 현대문학 고전 리스트가 짜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수영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1960~70년대는 한글 세대들이 등단해 본격적으로 문학적 성과를 내기 시작한 기점”이라며 “이런 점에서 이들의 베스트 혹은 스테디셀러화는 문화적 영속성 속에서 한국 현대 문학이 고전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처럼 변화가 심한 사회에서 30년 이상을 견뎠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는 장은수 민음사 편집인은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들이 제기한 분단, 빈민, 종교 등의 문제와 테마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유효하고, 우리 사회에 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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