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등단 50주년 앞둔 최인훈씨
“시대맞게 끊임없이 ‘광장’고쳐써…”
“‘광장’은 내 문학적 능력보다는 시대의 ‘서기’로서 쓴 것입니다.”
1960년 4?19혁명의 공간 속에서 ‘광장’을 낳은 소설가 최인훈(72ㆍ사진)이 내년 등단 50주년을 앞두고 그간의 문학적 성과를 집대성한 ‘최인훈 전집’ 개정판을 냈다. 1980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총 12권으로 완간된 후 18년 만으로 장편 ‘화두’(1994)와 산문집 ‘길에 관한 명상’(1998) 등이 새로 추가됐다. 반세기가 다 되도록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광장’은 해마다 인쇄를 거듭해 지금까지 159쇄(55만부)를 찍었고, 현재 가장 많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수록돼 있다. 2004년에는 문인이 뽑은 ‘한국 최고의 소설’로도 선정됐다.
작가는 “4ㆍ19는 역사가 갑자기 큰 조명등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 생활을 비춰준 계기였기 때문에 덜 똑똑한 사람도 총명해질 수 있었고, 영감이나 재능이 부족했던 예술가도 갑자기 일급 역사관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며 ‘광장’은 그런 시대의 산물이라고 했다.
판을 바꿀 때마다 작품을 고치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는 이번 신판도 개작했다. 늘 현재의 소설로 읽히길 원하는 바람에서다.
“정신력이 살아있는 동안에 한 글자라도 좋은 모습으로 후대의 독자에게 보이고 싶습니다. ‘광장’은 4ㆍ19 직후에 쓰인 것이기 때문에 역사에 무언가를 증언한다는 생각으로 숨가쁘게 썼는데, 이번에는 좀더 문학성을 보강한다는 취지로 새로 썼어요. 구판을 바탕으로 한 해설이 함께 실리는 바람에 이번 전집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다음 판이 나올 때를 위해 중요한 부분을 고친 원고도 마련해 놓았습니다.”
‘태풍’(1973)을 끝으로 20년 넘게 침묵을 지키다 소련의 붕괴를 보고 다시 펜을 잡은 ‘화두’도 손을 봐 이번 전집에 넣었다.
집필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며 앞으로도 한 권 분량의 새 작품집을 낼 만한 원고를 갖고 있다는 작가는 이들은 심미적이고 전위적이라고 귀띔한다.
말로 무언가를 적는 것이 마음대로 가자고 하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실험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언어 예술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역사라는 엄처시하에서 예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삼류 역사가나 역사 전문기자 비슷한 시야를 갖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예술가라는 강박관념도 있습니다. ‘광장’ ‘화두’ 등에서 쓰고 싶은 것은 실컷 썼으니 순결한 미학적 작품도 써보려고 했죠.”
대학 재학 중 일찌감치 등단해 반세기 가까이 작가로서 살아온 작가는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4년을 다니고도 끝내 졸업장을 받지 못한 회한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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