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작가 최인훈씨가 19일 낮 기자들과 만나 신판 ‘최인훈 전집’과 ‘최인훈 문학 50년 기념 심포지엄’에 관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등단 50주년 앞두고
새로 손질한 전집 15권 내
고치고 또 고치고…‘광장’은 계속 넓어진다
최인훈씨 판 갈 때마다 손질
“고친 부분 찾아보시라”
최재봉 기자 이정아 기자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23033.html
“정치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1960년은 학생들의 해이었지만, 소설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것은 <광장>의 해이었다고 할 수 있다.”(김현)
“<광장>의 위대성은, 그것이 단지 분단 현실에 대한 의미 있는 문학적 증언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광장>은 완료형으로서의 역사를 기술하기보다는 역사의 고고학적 심층을 사유하고, ‘다른 역사’를 꿈꾸는 힘으로서의 정치적 상상력을 보여준다.”(이광호)
최인훈(72)씨의 소설 <광장>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말이 나와 있다. 1960년에 발표되고 이듬해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 소설은 그로부터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잊혀지거나 문학사의 뒤안으로 물러나 앉기는커녕 여전히 생생한 현재형의 질문으로 독자에게 육박해 온다. 어떤 의미에서 분단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조국의 불행한 현실은 이 소설에는 역설적인 ‘행운’으로 작용한 것도 같다.
작가 최씨는 1959년 <자유문학>에 단편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이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러니까 내년은 그의 등단 50주년이 된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최인훈 전집’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76년, 그의 나이 마흔이었을 때다.
문학과 지성사가 작가의 등단 50주년을 앞두고 전집을 새롭게 손질해 내놓았다. <광장/구운몽> <회색인> <서유기> <화두> 1·2 등 먼저 나온 1차분 다섯 권(사진)은 새로운 판형과 표지로 젊은 세대의 감각에 호소하려 한 점이 눈에 뜨인다. 전집 구성에서도 기존의 12권에다 1994년에 나온 장편 <화두> 1·2권과 1989년에 낸 산문집 <길에 관한 명상>이 추가되어 모두 15권으로 확장됐다. 새 전집은 내년 상반기에 완간될 예정이다. 문학과 지성사는 신판 전집 발간을 기념해 21일 오후 1시30분~6시 서울 신촌 ‘문지 문화원 사이’에서 ‘최인훈 문학 50년을 읽는다’는 제목의 심포지엄을 연다.
“아시아적 전제의 의자를 타고 앉아서 민중에겐 서구적 자유의 풍문만 들려줄 뿐 그 자유를 ‘사는 것’을 허락지 않았던 구정권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
1960년 11월 잡지 <새벽>에 <광장>을 발표하면서 작가가 쓴 서문의 말미는 4·19가 열어젖힌 자유와 해방의 공간에서 숨을 쉬고 글을 쓰는 감격을 숨가쁜 복문으로 표출한다. 신판 전집 발간과 심포지엄을 앞두고 19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광장>을 처음 발표하던 때의 심정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역사를 사는 하찮은 증인으로서 문학이라는 유리하고 강력한 수단을 가지고 생활인의 소회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을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장>은 판을 거듭할 때마다 작가가 크고작은 손질을 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960년 첫 발표 이후 1976년 전집 초판 발행 때까지만 쳐도, 중편 분량을 장편으로 늘린 것을 비롯해 무려 다섯 번의 개작을 거쳤다. 한자어를 비한자어로 바꾼 것, 그리고 주인공 명준이 중립국행 배에서 바다로 뛰어내린 행위를 사랑을 향한 적극적인 몸짓으로 해석되도록 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바뀐 1989년판 전집에서도 개작은 이어졌으며, 이번 신판 전집에서도 “한 부분을 고쳤다.” 작가는 “4·19 직후, 사태를 증언하겠다는 숨가쁜 느낌을 앞세웠던 부분을 좀 더 문학성을 보강하는 쪽으로 고쳤다”며 “추리소설의 범인을 찾는 기분으로 직접 찾아들 보시라”고 주문했다. 그는 “<화두> 역시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상당히 중요한 한 군데를 고쳤다”고 덧붙였다.
<화두> 이후 침묵을 지켜 오던 작가는 2003년 <황해문화>에 단편 <바다의 편지>를 발표하면서 자신의 문학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과시한 바 있다. 그는 “단행본 한 권 분량이 될 만한 미발표 단편 원고를 가지고 있으며, 좀 더 보태서 책으로 내려 한다”고 밝혔다. “이 원고들은 말을 가지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한번 시도해 본, 매우 전위적인 작품들”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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