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사 화
-이해인
사무치는 그리움
한으로 맺혀
한송이 붉은 꽃으로 피었습니다
모진 그리움에
시름시름 앓다가
이 한 몸 죽어서야
핏빛 붉은 울음을 울어 버린 꽃
그리움의 당신을
한 번 만이라도 뵙고 싶어
그리움에 목이 타는 밤에는
이슬 한 모금으로 목을 적셨고
보고픔에 몸살 나는 밤에는
길어진 꽃술만 갈기갈기 찢다가
가슴은 온통 피멍이 들었지요
진정 당신이 누구시길래
얼굴 한 번 뵈여 준 적 없나요
그리움에 목말라 하면서도
아직은 단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지만
먼 발치에서라도
당신을 뵙고 좋아한다는
이 말 한 마디 전했으면..
단 한 번 만이라도 좋으니
당신을 만날 수만 있다면
수 많은 세월
한으로 맺힌 그리움
눈 녹듯 녹아 내릴텐데 말입니다
그 누가 알겠습니까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그 누가 알겠습니까
만나고 싶어도 서로 엇갈리는
서럽도록 안타까운 이 인연을...
가슴 아파보지 못한 이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잘 모릅니다
기다려 보지 못한 이들은
기다림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잘 모릅니다
어긋나 보지 못한 이들은
엇갈리는 운명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에 붉어진 꽃술
갈라지는 아픔에
핏빛으로 물들어 버린
이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하나요?
눈물이 나도록 복받치는
이 그리움을 어찌해야 하나요 ?
침묵속에서도 나는
당신 그리워하는 법을 배웠고
위로 없이도 나는
허기진 그리움 달랠 수는 있지만
보고품만은 달랠 수가 없었습니다
내게 진정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당신을 한 번 뵙고 싶습니다
이승이 아니면 죽어서라도
꼭 한 번은 당신을 만나야지요
죽음보다 강한 것이 사랑이라는 걸
오늘은 어제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욱 굳게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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