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방우기(夏夜訪友記)- 이서구

 

[은자주]연암집에는 답글 아래 실었으나 글이 씌어진 순서에 따라 이 글을 먼저 소개하고 뒤꼭지에 연암의 답글을 싣는다 .

 

낙서의 기(記)는 다음과 같다.

유월 상현(上弦 7 ~ 8일경)에 동쪽 이웃 마을로부터 걸어가서

연암 어른 을 방문했다. 이때 하늘에는 구름이 옅게 끼고 숲속의 달은 희끄무레했다.

종소리가 처음 울렸는데  시작할 때에는 우레처럼 은은(殷殷)하더니, 끝날 때에는 물거품이 막 흩어지는 것처럼 여운이 감돌았다.

 

[주D-023]연암 어른 : 원문은 ‘燕岩丈人’인데, 이서구의 《자문시하인언》에는 ‘燕巖朴丈人’으로 되어 있다.


[주D-024]종소리가 처음 울렸는데 
  서울 종루(鐘樓 : 종각〈鐘閣〉)에서 초경(初更 : 저녁 7시 ~ 9시)을 알리는 타종을 했다는 뜻이다.

 

어른이 집에 계시려나 생각하며 골목에 들어서서 먼저 들창을 엿보았더니 등불이 비쳤다. 그래서 대문에 들어섰더니, 어른은 식사를 못한 것이 이미 사흘이나 되었다. 바야흐로 버선도 신지 않고 망건도 쓰지 않은 채 창문턱에

다리를 걸쳐 놓고

행랑것과 문답하고 있다가, 내가 온 것을 보고서야 드디어 옷을 갖추어 입고 앉아서, 고금의 치란(治亂) 및 당세의 문장과

명론(名論) 의 파별(派別) · 동이(同異)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하므로, 나는 듣고서 몹시 신기하게 여겼다.

 

[주D-025]다리를 걸쳐 놓고 : 원문은 ‘加股’인데, 《자문시하인언》에는 ‘加膝’로 되어 있다.


[주D-026]명론(名論) 
  여기서는 노론 · 소론 · 남인 등의 당론(黨論)을 가리킨다.

 

이때 밤은 하마 삼경이 지났다. 창밖을 쳐다보니 하늘 빛은 갑자기 밝아졌다 갑자기 어두워졌다 하고, 은하수는 하얗게 뻗쳐 더욱 가볍게 흔들리며 제 자리에 있지 않았다.

내가 놀라서,

“저것이 어째서 그러는 거지요?”했더니, 어른은 빙그레 웃으시며,“자네는 그 곁을 한번 보게나.”하셨다.

대개  촛불이 꺼지려 하면서 불꽃이 더욱 크게 흔들린 것이었다. 그제서야 조금 전에 본 것은 이것과 서로 어리비쳐 그렇게 된 것임을 알았다.

잠깐 사이에 촛불이 다 되어, 마침내 둘이 어두운 방안에 앉아서 오히려 태연자약하게 담소를 나누었다.

 

[주D-027]내가 놀라서 : 원문은 ‘余驚曰’인데, 《자문시하인언》에는 ‘余顧謂丈人曰’로 되어 있다.


[주D-028]대개 
 원문은 ‘蓋’인데, 《자문시하인언》에는 ‘余驚視之’로 되어 있다.


[주D-029]잠깐 …… 되어 
  원문은 ‘須臾燭盡’인데, 《자문시하인언》에는 그 다음에 ‘余欲歸待僕 卒不至 且檠上無膏燭可以繼者’가 추가되어 있다.

 

내가 말하기를,“예전에 어른이 저와 한마을에 사실 적에 눈 내리는 밤에 어른을 찾아뵌 적이 있었지요. 어른께서는 저를 위해 손수 술을 데웠고, 저 또한 떡을 손으로 집고 질화로에서 구웠는데,

불기운이 훨훨 올라와  손이 몹시 뜨거운 바람에 떡을 잿속에 자주 떨어뜨리곤 하여, 서로 쳐다보며 몹시 즐거워했었지요. 그런데 지금 몇 년 사이에 어른은 머리가 이미 허옇게 되고 저 역시 수염이 거뭇거뭇 돋았습니다.”하고는,

한참 동안 서로 슬퍼하며 탄식하였다.

이날 밤 이후 13일 만에 이 기(記)가 완성되었다.

 

[주D-030]불기운이 훨훨 올라와 : 원문은 ‘火氣烘騰’인데, 국립중앙도서관 승계문고 필사본에는 ‘騰’ 자가 ‘動’ 자로 되어 있다.
[주D-031]한참 …… 탄식하였다 :
원문은 ‘因相與悲歎者久之’인데, 《자문시하인언》에는 ‘久之’가 ‘良久 夜半始歸家’로 되어 있다.

 



https://kydong77.tistory.com/18202

 

박지원 - 이서구(李書九)의 하야방우기(夏夜訪友記)에 화답하다

[注]연암의 아래글 조회수가 많아 이 글을 소개합니다. 이 글의 주석을 보면 연암선생의 박학다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의 명문장은 그의 독서량에 뿌리를 둔 지식에서 연원함을 쉽게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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