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의 시 1
-유영
날마다 켜지던 창에
오늘도 램프와 네 얼굴은 켜지지 않고
어둑한 황혼이 제 집인 양 들어와 앉았다
피라도 보고 온 듯 선듯선듯한 느낌
램프를, 그 따뜻한 것을 켜자
얼어서 찬 등피여, 호오 입김이 수심되어 갈앉으면
석윳내 서린 골짜구니 뽀얀 안개 속
홀로 울고 가는
갸날픈 네 뒷 모습이 아른거린다
전쟁이 너를 데리고 갔다 한다
내가 갈 수 없는 그 가물가물한 길은 어디냐
안개와 같이
끝내 뒷모습인 채 사라지는 내 그리운 것아
싸늘하게 타는 램프
싸늘하게 흔들리는 내 그림자만 또 남는다
어느 새 다시 오는 밤 검은 창 안에....
[남해 보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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