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의 시 1

-유영


날마다 켜지던 창에

오늘도 램프와 네 얼굴은 켜지지 않고

어둑한 황혼이 제 집인 양 들어와 앉았다

피라도 보고 온 듯 선듯선듯한 느낌

램프를, 그 따뜻한 것을 켜자

얼어서 찬 등피여, 호오 입김이 수심되어 갈앉으면

석윳내 서린 골짜구니 뽀얀 안개 속

홀로 울고 가는

갸날픈 네 뒷 모습이 아른거린다

전쟁이 너를 데리고 갔다 한다

내가 갈 수 없는 그 가물가물한 길은 어디냐

안개와 같이

끝내 뒷모습인 채 사라지는 내 그리운 것아

싸늘하게 타는 램프

싸늘하게 흔들리는 내 그림자만 또 남는다

어느 새 다시 오는 밤 검은 창 안에....

[남해 보리암]











'문학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부, 어머니  (1) 2008.07.19
겨울의 첨단 -윤삼하  (1) 2008.07.19
청년 그리스도께 -유안진  (1) 2008.07.19
너 없음으로, 오세영  (0) 2008.07.19
한 잎의 여자 외 -오규원  (0) 2008.07.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