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 유문-춘향의 말1

-서정주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오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여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부을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에요.


다시 밝은 날에 - 춘향의 말2

-서정주

신령님,

처음 내 마음은 수천만 마리

노고지리 우는 날의 아지랭이 같았습니다.

번쩍이는 비늘을 단 고기들이 헤엄치는

초록의 강 물결

어우러져 날으는 아기구름 같았습니다.

신령님,

그러나 그의 모습으로 어느 날 당신이 내게 오셨을 때

나는 미친 회오리바람이 되었습니다.

쏟아져 내리는 벼랑의 폭포,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령님,

바닷물이 작은 여울을 마시듯

당신이 다시 그를 데려가시고

그 훠―ㄴ한 내 마음에

마지막 타는 저녁 노을을 두셨습니다.

그리고는 또 기인 밤을 두셨습니다.

신령님,

그리하여 또 한번 내 위에 밝는 날

이제

산골에 피어나는 도라지꽃 같은

내 마음의 빛깔은 당신의 사랑입니다.


춘향 유문-춘향의 말3
-
서정주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兜率天)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어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불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여요.

[예식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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