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路夫人은 얼마나 이뻤는가?

-徐 廷 柱

 

 

그네가 봄날에 나그네길을 가고 있노라면, 천지의 수컷들을 모조리 뇌새(惱殺)하는 그 미(美)의 서기(瑞氣)는 하늘 한복판 깊숙이까지 뻗쳐,

거기서 노는 젊은 신선들은 물론,

솔 그늘에 바둑 두던 늙은 신선까지가 그 인력(引力)에 끌려 땅위로 불거져 나와

끌고 온 검은 소나 뭐니

다 어디다 놓아 두어 뻐리고 철쭉꽃이나 한 가지 꺾어 들고 덤비며 청을 다해 노래 노래 부르고 있었네.

또 그네가 만일

바닷가의 어느 정자에서

도시락이나 먹고 앉었을라치면, 쇠붙이를 빨아들이는 자석 같은 그 미의 인력은 천 길 바다 속까지 뚫고 가 뻗쳐, 징글 징글한 용왕이란 놈 까지가 큰 쇠기둥 끌려 나오듯 해면으로 이끌려 나와 이판사판 그네를 들쳐업고 물 속으로 깊이 깊이 깊이 잠겨버리기라도 해야만 했었네.

 

그리하여 그네를 잃은 모든 산야의 남정네들은 저마마 큰 몽둥이를 하나씩 들고 나와서 바다에 잠긴 그 아름다움 기어코 다시 뺏어내려고 해안선이란 해안선은 모조리 난타(亂打)해 대며 갖은 폭력의 데모를 다 벌이고 있었네.

― 《삼국유사》제2권, ‘수로부인’ 조.

 

*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미당 서정주 시집(서정주, 소설문학사, 1982)의 135~137쪽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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