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포롱*

- 이상(李箱) 그가 떠난 날에-

-박인환

 

오늘은 3월 열 이렛날

그래서 나는 망각의 술을 마셔야 한다

여급 마유미가 없어도

오후 세시 이십오분에는

벗들과 제비의 이야기를 하여야 한다

 

그날 당신은

동경 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천당과 지옥의 접경으로 여행을 하고

허망한 서울의 하늘에는 비가 내렸다

 

운명이여 얼마나 애태운 일이냐

권태와 인간의 날개

당신은 싸늘한 지하에 있으면서도

성좌를 간직하고 있다

 

정신의 수렵을 위해 죽은

랭보와도 같이

당신은 나에게

환상과 흥분과

열병과 흥분과

열병과 착각을 알려주고

그 빈사의 구렁텅이에서

우리 문학에

 

따뜻한 손을 빌려준

정신의 황제

 

무한한 수명

반역과 영광

임종의 눈물을 흘리며 결코

당신은 하나의 증명을 갖고 있었다

이상(李箱)이라고

 

*아포롱(Apollon):제우스와  레토 사이에 태어난 아들로 태양의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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