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춘향가' (2) / 김소희









6-방자, 춘향에게 수작하는대목
7-방자, 이도령에게 춘향말 전하는대목
8-책방에서 춘향 생각하는대목
9-천자 뒷풀이대목
10-이도령, 춘향집 ?아가는대목
11-춘향이 출생내력대목


<아니리> "네 말이 무식허다. 형산백옥(荊山白玉)과 여수황금(麗水黃金)이 물각유주(物各有主)라 잔말 말고 불러 오너라!"

<자진모리> 방자 분부듣고 춘향 부르러 건너간다. 맵씨있는 저 방자 태도좋은 저 방자 연입 벙치 눌러쓰고 충충거리고 건너갈 제, 조약돌 덥벅 쥐여 양유앉인 저 꾀꼬리 툭 처 휘여 날려보며 서왕모(西王母)요지연(瑤池宴)의 편지 전튼 청조(靑鳥)같이 이리 저리 건너가 춘향 추천 하는 곳 바드드득 달려들어 아니 옛다 춘향아!

<아니리> "너 무슨 소리를 그렇게 지르느냐? 하마트면 낙상할 뻔 했다." "허 허 시집도 안 간 가시네가 낙태(落胎)했다네." "내가 낙상이라고 했지 언제 낙태라고 하더냐?" "하하하... 그건 잠시 농담이고 여보게 춘향이 , 딱헌 일이 있어 왔네." "무슨 일이란 말이냐?" "사또 자제 도련님이 광한루 구경 나오셨다가 자네 추천하는 것을 보고 불러오라 허시기에 하릴없이 건너 왔으니 어서 바삐 같이 가세." "공부하시는 책방 도련님이 나를 어찌 알고 부르신단 말이냐? 네가 도련님 턱밑 에 앉어ㅓ 춘향이니 난향이니 종조리 새 열씨 까듯 조랑조랑 까 바쳤지?" "? 제 행실 그른 줄 모르고 나보고 일러바쳤다고." "내가 행실 그른 게 무엇이란 말이냐?" "그럼 내가 네 행실 그른 내력을 이를테니 들어봐라."

<중중모리> "그른 내력을 들어를 보아라. 네 그른 내력을 들어보아. 게집아해 행실로서 여봐 라 추천을 헐 양이며는 네 집 후원에다 그네를 매고 남이 알까 모를까 헌데서 은 근히 뛰는 것이 옳지, 광한루 머지 않고 또한 이곳을 논지하면 녹음은 우거지고 방초는 푸르러 앞냇 버들은 초록장(草綠帳) 두르고 뒷 냇 버들은 청포장(靑布帳) 둘러 한 가지는 찌여지고 또 한 가지 펑퍼져 광풍이 불면 흔들 우줄우줄 춤을 출 제 외씨 같은 네 발 맵씨는 백운간의 해뜩 홍상(紅裳) 자락은 펄렁 도련님이 보시 고 너를 불렀지 내가 무슨 말을 하였단 말이냐? 잔말 말고 건너가자!"

<아니리> "못 가겠다." "아니 양반이 부르시는데 천연히 못간다고?" "도련님만 양반이고 나는 양반이 아니란 말이냐?" "흥 너도 회동 성참판(成參判)의 기출이니 양반 아닌 것은 아니로되 너는 절름발 이 양반이니 어서 건너 가자!" "양반이든 아니든 나는 못가!" "여보게 춘향이 오날 이 기회가 시호시호 부재내라. 우리 사또 자제 도련님은 얼 골이 관옥이요, 풍채는 두목지(杜牧之)요 문장이 이 태백, 필법은 왕희지라 세대 충효대가로서 가세는 장안갑부라 남편을 얻을테면 이런 서울 남편을 얻지 시골 남편 얻을텐가?" "아니 남편도 서울남편 시골남편이 다르단 말이냐?" "암 다르고 말고. 사람이라는 것은 서울산세 시골산세 다 다르니라. 그러니 산세 따라서 사람도 타고나는 법이여. 내 이를테니 들어보소."

<자진모리> 경상도 산세는 산이 웅장허기로 사람이 나면 정직허고 전라도 산세는 촉(矗:높이 솟아 뽀족함) 하기로 사람이 나면 재주있고 충청도 산세는 산이 순순허기로 사람 이 나면 인정있고 경기도로 올라 한양터 보면 자른 목이 높고 백운대 섰다. 삼각 산 세가지 북주가 되고 인왕산이 주산이요 종남산이 안산이라. 사람이 나면 선할 때 선하고 악하기로 들면 별악지성(別惡之性)이라 양반근본을 논지컨대 병조판서 가 동성 삼촌이요 부원군대감이 당신 외삼촌이라 시즉(時卽) 남원부사 어르신네 너를 불러 아니오면 내일 아침 조사 끝에 너의 노모를 잡아다가 난장형문(亂杖刑問)에 주릿대 방망이 마줏대 망태거리 학춤을 추면 굵은 뼈 부러지고 잔뼈 어시러 져 얼맹이 쳇궁기(체구멍) 진가루 새듯 그저 살살 샐테니 올테거든 오고 말테면 마라. 떨떨 거리고 나는 간다."

<아니리> 이렇듯 돌아서는데 춘향은 얼골을 들어 누각을 살펴보니 늠름하게 서있는 도련 님이 군자의 거동이요, 맑은 기운이 사람에게 쏘이시니 열사의 기상이라. 방자를 다시 불러, "방자야 글쎄,존중(尊重)하신 도련님이 나를 부르시니 황송허나 여자의 염치 차마 못가겠다. 너 도련님께 여쭙기를 '안수해접수화해수혈'이라 이 말만 전하열." 방자 돌아오니 도련님 보시고, "이놈 어찌 혼자만 오느냐?" "혼자고 무엇이고 안 간다고 안 간다고 허니 가라고 가라고 하시더니 춘향이가 도련님보고 숭은 숭은 다 봅디다." "뭐라고 하드냐?" "안수해접수화 해수혈(上隨海蝶隨花蟹隨穴0이라 합디다." "그래 그 일 잘 되었다. 이 얘 방자야." "예이" "너 춘향집을 아느냐?" "예이 아옵니다." "날더러 찾아오란 뜻이다. 춘향집을 일러라!" "방자가 손을 들어 춘향 집을 가르키난디.

<진양조> 저 건너 저 건너 춘향집 보이난디 양양은 상풍이요. 점점 찾어 들어가면 기화요 초(奇花瑤草) 난 선경을 가르키고 나무나무 앉은 새난 호사를 자랑헌다. 옥동도화 만수춘(玉洞桃花萬樹春)은 유랑(劉郞)의 심은 뜻과 현도관(玄都關)이 분명허고 형 형색색 화초들은 이향(異香)이 대로우(大路迂:큰길 까지 퍼지고)허고 문앞에 세류 지(細柳枝)난 유사무사 양유사요(有絲無絲楊柳絲)요 들출칙백 전나무는 휘휘칭칭 엉그커져서 담장 밖으로 솟아있고 수삼층 화계(花階)상의 모란 작약 영산홍이 접 접이 쌓였난디 송정죽림 두 사이로 은근히 보이난 것이 저것이 춘향이 집이로소 이다.

<아니리> "좋다 좋다. 송죽이 울밀하고 장원이 정결하니 여이지절개(余已知節介)로다. 방자 야 책실로 돌아가자."

<자진모리> 도련님 그 시부터 구경에도 뜻이 없고 글짓기도 생각없어 무엇을 잃은 듯이 섭 섭히 돌아와 동헌에 잠깐 다녀 내아(內衙)에 뵈온 후에 점심상을 받었건만 밥먹기 도 생각없어 책방으로 돌아와 옷을 벗어걸고 침금(枕衾)에 벗겨누니 몸은 광한루 앉인 듯 눈은 선연히 춘향을 대하는 듯 눈감으면 곁에 있고 눈만 뜨면 간 곳 없 다. 깊은 상사(相思) 최심병(催心病) 도련님 어린 촌장 다 끊어져 아이고 나 못 살 겠네!

<아니리> 도련님 실성발광이 되니 마음잡기 위하여 만권서책을 들여놓고 놀이 글로 펄적 펄적 뛰여 읽난 디 "맹자견(孟子見) 양혜왕(梁惠王)허신데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요 솔성지위도 (率性之謂道)라 대학지도(大學之道)는 재명명덕(才明明德)하며 재신민(在新民)하며 재지어지선(在之於至善)이니라. 칠월유화(七月流火) 어든 구월수의(九月授衣)로다. 천고일월명(天高日月明)이요 지후초목생(地厚草木生)이라. 가갸거겨 방자 듣다. "도련님 이게 웬 야단이시오. 도련님이 글난리를 꾸미시오. 글전을 보시오?" "이 자식 듣기 싫다. 주역을 드려라. 건(乾)은 원(元)코 형(亨)코 이(利)코 정(貞) 코 춘향코 내코 한데 데면 좋코 좋코." 방자 듣다. "도련님 그게 무슨 책이요?" "이 게 주역이다." "그 어디 주역이요? 코책이지. 그책 속에 코 많소 그 흔한 코 밑에 소인 코도 넣 어 주시오." "이 놈아 네 코는 상놈의 코라 여기 범치 못한다. 사략(史略)을 읽어보자. 태고라 천황씨는 이(以) 쑥떡으로 왕허시다.(太古天皇氏以木德王)" 방자 어이없어 "태고라 천황씨가 이 목덕으로 황하신단 말은 들었어도 쑥떡으로 왕하신단 말씀 은 금시초문이요. " "네 모르는 말이로다. 태고라 천황씨가 일만팔천세에 나이 오죽 많으시냐 만년 낙치(落齒)하사 목덕은 못 자시고 물신 물신한 쑥떡을 원하시기로 관학(館學)에서 공론하고 사략판(史略版)을 고쳤기로 동도동읍(同道同邑) 향교(鄕校)에서 통문(通文) 났느니라. 이 글도 정신없어 못 읽겄다. 굵직굵직한 천자를 읽어보자. 하늘 천 따지" "허허 양반댁 도련님은 치 된다는 데 우리 도련님은 내려 되시오 그려" "무식한 네가 깊은 뜻을 알겠느냐. 천자라 하는 것이 칠서(七書)의 본문이라 천자 뒷풀이 하는 것을 뜻을 알면 별 맛이라 했느니라. 내 이를테니 들어보아라."

<중중모리> 자시에 생천(生天)하니 불언행사시(不言行四時) 유유창창(悠悠蒼蒼) 하늘 천 축시 에 생지(生地)하여 금목수화를 맡었으니 양생만물(養生萬物) 따 지 유현미묘(幽玄微妙) 흑정색(黑正色) 북방현무(北方玄武) 감을 현 궁(宮) 상(商) 각(角) 치( ) 우 (羽0 동서남북 중앙토색 누루 황 천지사방이 몇만리 하루광활(廈樓廣 ) 집 우 연 대국조(年代國祖) 흥망성쇠 왕고래금 집 우 우치홍수(禹治洪水) 기자추연(箕子推衍) 홍범구주(洪範九疇) 넓을 홍 제제군생(濟濟群生) 수역중(壽域中)에 화급팔황 (化及八荒) 거칠 황 요지성덕(堯之聖德) 장헐시고 취지여일(就之如日) 날 일 억조 창생 격양가(擊壤歌) 강구연월(康衢煙月) 달 월 오거시서(五車詩書) 백가어(百家語)를 적안영상(積案盈箱) 촬 영 이 해가 어이리 더디긴고 일중직측(日中則徐)의 기울 측 이십팔수 하도낙서(河圖洛書) 진우천강(辰宇天岡:북두칠성) 별 진 가련금 야(可憐今夜) 숙창가(宿娼歌)라 원앙금침 잘 숙 절대가인 좋은 풍류 나열준주(羅列 酒) 버릴 열 의희월색(依稀月色) 삼경야의 탐탐정회(耽耽情懷) 베풀 장 부귀공명 꿈밖이라 포의한토(布衣寒土) 찰 한 인생이 유수같아 세월이 절로 올 래 남방천리 불모지대 춘거하래(春去夏來) 더울 서(暑) 공부자의 착한 도덕(道德)이왕지사 갈 왕(往) 상풍(霜風)이 소술(簫瑟) 추서 방지초목(方知草木)이 황락(黃落) 가을 추 (秋) 백발이 장차(將次) 오게 되면 소년풍도(少年風度) 거들 수(收) 낙목한천(落木寒天) 찬바람에 백설강산(白雪江山)의 겨울 동(冬) 오매불망(寤寐不忘) 우리 사랑 규중심처(閨中深處) 감출 장(藏) 부용작약(芙蓉芍藥)의 세우중(細雨中)의 허정석기 (虛庭石氣:정원에 비가 내리어 돌에 비가 적시었다.) 부를 윤(閏) 저러한 좋은 태 도 일생 보아도 남을 여(餘) 이 몸이 훨훨 날아 천사만사 이룰 성(成) 이리저리 노니다 부지세월(不知歲月) 해 세(歲) 조강지처(糟糠之妻)는 박대(薄待) 못하느니 대전통편(大典通編)의 법중율(法重律) 춘향과 나와 단 둘이 앉어 법중 여(呂)자로 놀아보자. 이리 한참 읽어가더니마는, "보고지고 보고지고 우리 춘향 보고지고 추천하든 그 맵시를 어서어서 보고지 거."

<아니리> 이렇게 소리 질러노니 안에서 사또 들으시고 놀래시어, "이리 오너라." "예이." "책방에서 응당 날 만한 글 소리는 아니나고 어느 놈이 생침을 맞느냐. 손아귀 힘센 놈에게 신 다리뼈를 주물리느냐 웬소리가 이리 요란허며 보고지거 소리가 웬일인고! 사실하여 아뢰여라! " 통인이 책방을 나가, "쉬이 도련님은 뭣을 그리 보고지고 소리를 지르셨기에 사또 들으시고 놀래시여 알어오라 야단이 났소." 도련님이 듣더니, "야속한 일이다. 다른 집 노인네는 이롱증(耳聾症)도 계시드구만 우리집 노인네는 늙어 가실사록 귀가 더 밝아지나부다. 이얘 큰일났구나. 이런 때는 거짓말이 약이 니라 내가 논어를 읽다 차호(嗟乎)라 오소야(吾衰也) 몽불견(夢不見) 주공(周公) 이라는 대문을 보다 나도 주공을 보아지다. 흥취로 소리가 높았습니다. 라고 여쭈 어라.!" 통인이 사또전 그대로 여쭈었겄다. 사또 들으시고 공부하는데 취미를 꼭 부친 듯 싶어 자랑을 허실 량으로 책방의 목낭청(睦郎廳)을 청했겄다. 낭청이 사또 턱밑에 바싹 꿇어 앉으며, "불러 계시오니까?" "자네 듣게 !" "들으라니 듣지요." "기특하거든." "기특하지요." "거 묘 헤여." "묘허지요." "재주가 절등(絶等)이여." " 재주가 절등이지요." "저네 뉘 말인 줄 알고 대답을 저리 부지런히 허나?" "사또는 뉘말을 그리 부지런히 하시오?" "아 우리 몽룡이 말이야." "사또님이 몽룡이 말이면 나도 몽룡이 말이지요." 이렇듯 자랑이 낭자(狼藉)헐 제 그렁저렁 십오일이 되니 춘향집 가고 싶은 마음 일각이 여삼추라 해지기를 기다릴제,

<진양조> 이윽고 퇴령(退鈴) 소리 하인 불려라 청령나니 도련님이 좋아라고 방자 불러 앞 세우고 춘향집을 건너갈 제 청조의 편지보고 주문황의 요지 찾듯 차츰차츰 ?어 갈제 춘향집을 당도허여 대문 안을 들어서 좌우로 살펴보니 동편에난 죽림이요 그 앞에 연당있고 연당가에 벽오동은 청풍에 건 듯 맑은 이슬이 뚝 떨어지니 잠 든 학이 놀래깨여 다리쉬엄을 하노라고 한 나래는 사우리고 또 한 나래 반만 펴 고 징검 꾸붓 뚜루 뚜루 낄룩 그도 또한 경이로구나. 가만 들어갈 제 문전의 청삽 사리 ?? 짖고 쫓아 나오니 건넌방 춘향모친 개를 쫓으면 나오는구나.

<아니리> 저 개야 짖지마라. 공산에 잠긴 달 보고 짖느냐. 망월폐견(望月吠犬)이라더니 너를 두고 한 말이로다.

<중중모리> 달도 밝다. 달도 밝다. 휘영청청 밝은 달대 당년의 밝은 달 나도 당ㄴ녀 소시 때 는 남원 골에서 이르기를 월매 월매 허였더니 세월이 여류(如流)허여 춘안호걸(春顔豪傑) 다 되었다. 늙어지니 하릴없네.

<아니리> 방자 쉬 하고 달려드니 춘향모 깜짝 놀래 "쉬라니 웬 놈이냐! 이 밤에 웬 놈이여!" "방자 올시다." "방자면 이 밤에 내 집에 웬일이냐?" "사또자제 도련님 모시고 왔는디 새수없이 이리 떠드시오" "아이고 이 자식아 진즉 말을 헐 것이지!" "도련님 누지(陋地)에 왕림하시기는 천만 의외로소이다. 어서 들어오시지요. 향단 아 ! 등촉에 불키고 화문석 펴라!" 도련님을 상좌로 모시니 도련님은 숫된 양반이라 말을 못하고 방안만 둘러보니 별반 사치없을 망정 뜻있는 서화(書畵) 주련(珠聯)이 걸렸구나.

<평중모리> 방치레가 수수하다. 정결한 이간방의 영창으로 칸을 막고 열선도(列仙圖)를 붙였 구나. 한 편을 바라보니 상산사호(商山四皓: 秦末 난리를 피해 상산에 숨어 지냈다 는 4명의 신선) 네 노인 바둑판을 앞에 놓고 일점 이점 놓아갈 제 어떤 노인은 학 창의(鶴 衣) 입고 윤건(輪巾) 쓰고 백기(白棋)를 손에 들고 또 어떤 노인은 갈건 야복(葛巾野服)의 흑기(黑棋) 들고 하도낙서법(河圖洛書法)을 찾아 놓아갈제 그 옆 의 어떤 노인 훈수하다가 무렴을 보고 요만허고 앉었구나.

<아니리> 알심있는 춘향모 도련님 말문을 열리난디 '귀중하신 도련님 이 누지에 오셨는디 무엇을 대접하오리까? ' 그제야 도련님 말 궁기가 열려, "오날 내가 찾어온 뜻은 수일 전 소풍차로 광한루 구경갔다 늙은이 딸 춘향이가 추천하는 거동을 보고 내마음 산란하야 의논코져 왔으니 늙은이 뜻이 어떨는지?" "무슨 말씀이오신지요?" "춘향과 백년가약 함이 어떨는지?" 춘양모 이 말 듣고, "말씀은 감격하오나"

<엇중모리> "나의 말을 듣조시오. 내 나이 젊었을 제 회동 성참판 영감께서 남원부사로 오 셨을 제 일색명기 다 버리고 소리개를 매로 보았든지 나를 수청케 하옵시니 모신 지 수삭만에 천만의외 잉태하야 십삭이 다 못되어 이조참판(吏曹參判)으로 승차하 신 후 낳은 제 춘향을 낳어 그 연유로 고백하였더니 젖줄 뗄만하면 다려간다 하 시더니 그 댁 운수 불길하여 영감께서 별세하신 후의 춘향을 못 보내고 나혼자 기를 적의 제 근본이 있난 고로 만사가 달통이라 누가 내 딸이라 하오리까 저와 같은 배필을 얻자헌 들 상하사불급(上下寺不及)이라 주야걱정으로 지내는 디 도련 님은 사대부라 탐화봉접(探花蜂蝶)으로 잠깐 보고 바리시면 천문백발 두 목심이 사생이 가련허니 그런 말씀 마옵시고 잠깐 노시다나 가옵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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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춘향가' (1) / 김소희





1-초입(아니리)
2-광한루 아뢰는대목(중중모리)
3-방자, 나귀안장 짓는대목(자진모리)
4-적성가대목(진양조)
5-이도령, 춘향그네타는모습 보는대목(중중모리.아니리)


<아니리> 영웅열사(英雄烈士)와 절대가인(絶對佳人)이 삼겨날 제 강산정기(江山精氣)를 타 고 나는디 군산만학부형문(群山萬壑赴荊門)에 왕소군(王昭君)이 삼겨나고 금강활 이아미수(錦江滑 峨嵋秀)에 설도문군탄생(薛濤文君誕生)이라. 우리나라 호남좌도 (湖南左道) 남원부(南原府)는 동으로 지리산 서으로 적성강(赤城江) 산수정기(山水精氣) 어리어서 춘향이가 삼겼겄다. 숙종대왕(肅宗大王) 직위초(卽位初)에 서울 삼청동(三淸洞) 사는 이 한림(李 翰林)이 계시난디 세대명문지족(世代名門之族)이요, 국가 충신지후예(國家忠臣之後裔)라, 상감께서 충의록(忠義錄)을 보시고 이 생원을 돌령(郭寧) 참봉(參奉) 출육시 켜 과천현감(果川縣監) 두어도목 지낸 후 남원부사(南原府使)로 제수(除授)허시니 도임(到任)한 지 수삭(數朔) 만에 백성에게 선치(善治)하사 거리거리 선정비(善政碑)요 곳곳마다 칭송가(稱頌歌)라 그 사또 자제 한 분을 만득(晩得)으로 두었으되 용몽을 얻어 낳은 고로 이름을 꿈몽(夢)자 용용(龍)자 몽용이라 지었겄다. 부친 따러 골에 와서 책실에서 공부할 제 때마참 오월 단오절이라 일기 화창하 니 남원산세 구경차로 방자를 불러 물으시겄다. " 이 얘 방자야 너의 고을에 볼 만한 승지강산(勝地江山)이 어디 어디 있느냐?" "공부하시는 도련님이 승지는 찾어 무엇하시랴오?" "늬가 모르는 말이로다. 천하제일 명승지 도처(到處)마다 글귀로다. 내 이를게 들 어봐라."

<중중모리> '기산영수별건곤(箕山潁水別乾坤) 소부허유(巢父許由) 놀고 적벽강추야월(赤壁江秋夜月)에 소자첨(蘇子瞻)도 놀았고 채석강명월야(采石江明月夜)의 이적선(李敵仙) 이도 놀았고 등왕각(藤王閣) 봉황대(鳳凰臺) 문장명필(文章名筆)의 자취라. 내 또 한 호협사(豪俠士)로 동원도리(東園挑李) 편시춘(片時春) 낸들 어이 허송(虛送)헐 거나 잔말 말고 일러라'

<아니리> "도련님 분부 그러 하옵시니 낱낱이 여쭈리다."

<중중모리> "동문밖 나가면 금수청풍(錦水淸風)의 백구(白鷗)난 유랑(遊浪)이요. 녹림간(綠林間)의 꾀꼬리 환우성(喚友聲:벗을 부르는 소리) 제서 울어 춘몽을 깨우난 듯 벽파 상(碧派上) 떼오리는 왕왕(往往)이 침몰하여 은릭옥척(銀鱗玉尺)을 입에 물고 오락 가락 노난 거동 평사낙안(平沙落雁)이 분명허고 선원사(禪院寺) 쇠 북소리 풍편에 탕탕 울려 객선의 떨어져 한산사(寒山寺)도 지척인 듯 석춘(惜春)하는 연소들은 혹선 혹후 어깨를 끼고 오락가락 노는 거동 도련님이 보셨으면 외도 할 마음이 날 것이요,남문밖을 나가오면 광한루(廣寒樓) 오작교(烏鵲橋) 영주각(瀛洲閣)이 있 사온디 삼남 제일승지니 처분하여서 가옵소서."

<아니리> "늬 말을 듣더라도 광한루가 제일 좋구나. 광한루 구경가게 나귀 안장 속히 지어 사또님 모르시게 삼문밖에 대령하라." "예이"

<자진모리> 방자 분부듣고 나귀 안장 짓는다. 홍영자공(紅纓紫 :붉은 고삐와 재갈) 산호편 (珊瑚鞭) 옥안금천(玉鞍錦薦) 황금륵(黃金勒) 청홍사 고운 굴레 상모(象毛) 물려 덤벅 달아 앞 뒤 걸쳐 질끈 매 칭칭다래 은엽등자(銀葉 子) 호피도둠이 좋다. 도 련님 호사헐 제 옥골선풍 고운 얼굴 분세수(粉洗手) 정이하야 긴 머리 곱게 따 갑 사(甲紗)댕기 듸렸네. 선천동우주(宣川東羽綢) 겹저고리 당모시 상침바지 외씨 같 은 고운 발 극상세목(極上細木) 보선 지여 남 수갑사(繡甲紗)로 대님매 진안(鎭安) 모수 통행전(通行廛) 쌍문초(雙紋 ) 겹동옷에 청중추막(靑中赤莫)에 도복 받혀 당 분함(唐分含) 띠 맺네. 갑사복건 만석당혜 나귀등 선뜻 올라 뒤를 싸고 앉은 후 채금당선(彩錦唐扇) 좌르르 피어 일광을 가리우니 하릴없는 선동이라. 관도성남(官道城南) 너른 길 기봉하(奇峰下)에 나는 띠끌 광풍 쫓아 펄펄 도화점점 붉은 꼭 보보향풍(步步香風) 뚝 떨어져 쌍옥제변(雙玉蹄邊) 네 발굽 걸음걸음이 생향이라. 일단선풍(日團仙風) 도화색 위절도(魏節度) 적표마(赤驃馬)가 이 걸음을 당할소냐 가련인마(可憐人馬) 상광휘(相光輝)니 만성견자(滿城見子) 수불애(誰不愛)라. 취과 양주(醉過楊洲) 귤만거(橘滿車)의 두목지(杜牧之) 풍채로구나. 호호거리고 나간다.

<아니리> 도련님 나귀나려 풀 띄끼고 사면경치를 살펴보시난디,

<진양조> 적성의 아침날의 늦인 안개는 띄어 있고 녹수의 저문 봄은 화류동풍 둘렀는디 요헌기구(瑤軒綺構) 하최외(何崔嵬)난 임고대(臨高臺)로 일러있고 자각단루(紫閣丹褸) 분조요(紛照耀)난 광한루를 이름이로구나. 광한루도 좋거니와 오작교가 더욱 좋다. 오작교가 분명허면, 견우직녀(牽牛織女) 없을소냐 견우성은 내가 되려니와 직녀성은 게 뉘랴 될고, 오날 이곳 화림중(花林中)에 삼생연분(三生緣分)을 만나를 볼까

<아니리> "좋다 좋다 호남 제일루라 하겠다. 때는 천중지가절이요 또한 이러한 승지 좋은 데 술이 없어 되겠느냐 술상 가져 오너라." 술상 놓고 이 삼배 자시더니 취흥(醉興)이 도도하야 글 한수를 지어 읊었으되 춘 향 상봉할 글이었다.

<시창> 교명오작선인교(橋名烏鵲仙人橋)요 루호광한(樓號廣寒) 옥경루(玉京樓)를 차문전 생(借問前生) 수직녀(誰織女)오 지응금일(知應今日) 아견우(我牽牛)를 글지어 읊은 후에 다시 일어 배회(徘徊)할 제

<중중모리> 앉었다 일어나 두루두루 거닐며 팔도강산 누대경계 손꼽아 헤아린다. 장성일면용 용수 대야동두점점산(長城一面溶溶水大野東頭點點山) 평양감영은 대동문 연광정 (練光亭)일렀고 주렴취각(珠簾翠閣)은 벽공의 늘어져 수호문창(繡戶紋窓)의 덩실솟 아 앞으로난 영주각 뒤로는 무릉도원(武陵桃源)흰 백자 붉은 홍은 숭얼숭얼 꽃피 고 붉은 단 푸른 청은 고물고물이 단청이라 유막황앵환우성(柳幕黃鶯喚友聲) 벗 부르는 소리허고 화초백접쌍쌍무(花草白蝶雙雙舞)는 향기를 찾는 거동이라 물을 보니 은하수요 경(景)은 정녕 옥경인디 옥경이 분명허면 월궁항아(月宮姮娥)가 없 을소냐.

<자진중모리> 백백홍홍 난만중(爛漫中)에 어떠한 미인이 나온다. 해도 같고 달도 같은 어여쁜 미인이 나와 저와 같은 계집아이를 앞을 세우고 나온다. 장장채승(長長彩繩) 그넷줄 휘느러진 벽도(碧桃)까지 휘휘 칭칭 감어매고 섬섬옥 수(纖纖玉手) 번 듯 들어 양 그네줄을 갈라잡고 선뜻올라 발굴러 한번을 툭 구르 니 앞이 번 듯 높았네 두 번을 구르니 뒤가 점점 멀었다. 머리위에 푸른 버들은 올을 따라서 흔들 발밑에 나는 티끌은 바람을 쫓아서 일어나고 해당화 그늘속의 이리가고 저리갈 제 그 때의 도련님 살펴 보시더니 마음이 으쓱 머리끝이 ?빗 어안이 벙벙 흉중이 답답 들숨날숨 꼼짝딸싹을 못허고 눈을 번히 뜨고 방자를 부 르는디,

<아니리> 도련님이 혼은 벌써 춘향에게 가서 있고 등신만 서서 정신없이 방자를 부르겄다. "이 얘 방자야" "예이 " "저기 저 건너 장림숲속의 울긋불긋 오락 가락 하는 저게 무엇이냐?" 눈치빠른 방자놈이 도련님이 춘향보고 넋나간 줄 벌써 알고 시치미를 뚝 따고 하는 말이, "멀 보시고 그러십니껴? 소인놈 눈에는 아무 것도 안보입니다." "이만치 와서 내 부채발로 봐라" "부채발로 아니라 미륵발로 봐도 안 보입니다요" "그럼 너 건너가서 보고 오너라!" 방자 충충 다녀오더니, "소인 다녀왔습니다." "거 무엇이드냐?" "다른 무엇 아니오라 이 고을 퇴기 월매 딸 춘향이라 하옵난디 제 본심 도고하야 기생구실 마다허고 대피넣고 물러나와 백화춘엽의 글귀나 생각하옵난디 오날이 마침 단오절이라 몸종 향단이를 다리고 추천( 韆:그네)하러 나온 줄 아뢰오." "그게 기생의 자식이란 말이냐? 그 일 잘되었구나 이 얘 방자야, 너 건너가서 내 말 전하고 불러 오너라!" "아 도련님 그건 안됩니다." "어째서 안된단 말이냐?" "안될 내력을 소인이 여쭙지요."

<자진모리> "춘향의 설부화용(雪膚花容) 남방에 유명하여 감사(監司) 병사(兵使) 목부사(牧府使) 군수(郡守) 현감(縣監) 관장(官長)님네 무수히 보랴호되 장강(莊姜)의 색과 이 두(李杜:이백과 두보)의 문장이며 태상의 화순심(和順心:온화하고 순한 마음)과 이 비의 정절행을 흉중에다가 품었고 금천하지절색이요 만고여중 군자 옵고 어미는 기생이나 근본이 양반이라 호래(呼來) 청키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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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주]물레방아 바퀴에서 동력이 방아에 전달되어 방아공이가 방아확에서 조금씩 움직여찧는 시늉을 했다. 규모는 작았지만 흔히 보이는 큰 바퀴만 덩그러니 돌고 있는 물레방아보다 훨낀 나았다. 절구의 배치도 제작자의 배려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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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천년만년 거기에서세계의 관광객 구경하며 밤에는 야자수랑 놀게나. 나는 갈라네,

한국의 아이콘 남대문이 불탄 Korea로!

[주] 전의 글이 너무 길어서 둘로 잘라 게재하였습니다.

순서

2.두꺼비의 나이 자랑(爭長설화)

3.별주부전

4.박동진 창 오디오(인터넷 사이트 참조)

2.두꺼비의 나이 자랑(爭長설화)


http://kr.blog.yahoo.com/kjchuel/2325.html


동물들의 나이 자랑에서 두꺼비가 좌장(座長)을 차지한다는 내용의 설화.

동물우화의 하나로 지략담에 속한다. 문헌보다는 구전설화가 많다.

사슴·토끼·두꺼비가 모여서 서로 자기가 나이가 많다고 자랑하게 되었다.

사슴은 천지가 개벽할 때 자신이 그 일을 거들어 주었다 하고,

토끼는 그때 사용한 사닥다리를 만든 나무를 자기 손으로 심었으므로

사슴보다 연장자라고 내세운다.


이 말을 듣고 있던 두꺼비는 훌쩍이면서 말하기를,

“내가 자식 셋을 두었는데, 세 아들이 각각 나무를 한 그루씩 심었다.

큰아들은 그 나무로 하늘에 별을 박을 때에 쓴 망치자루를 만들고,

둘째는 제가 심은 나무로 은하수를 팔 때에 쓴 삽자루를 만들고,

셋째는 제 나무로 해와 달을 박을 때에 쓴 망치자루를 만들어 일을 하였다.


아들 세 명이 모두 그 큰일 때문에 과로하여 죽어 버렸는데 지금 사슴과

토끼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죽은 자식들 생각이 나서 운다.”고 하였다.

결국 두꺼비가 제일 어른으로 판정되어 상좌에 오르게 되었다.


대개의 경우, 나이 자랑의 현장은 많은 동물들이 모인 중에서

어른을 선출하는 회의를 하는 것으로 나오며,

동물은 다양하게 변이되고 있으나 가장 지혜로운 것은

두꺼비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세 동물 중 다른 동물의 이름이나 자랑의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채

두꺼비의 이야기만 드러내는 설화가 많다.


이 설화는 ≪고려대장경≫ 권34의 〈십송률 十誦律〉에도 실려 있는데,

이를 근거로 불전(佛典)에서 영향을 받은 설화로 인정되고 있다.


여기에는 세 동물이 각각 코끼리·원숭이·사막새로 나타나는데,

이들이 우리 나라에 와서 각각 앞의 동물들로 변이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나이 자랑의 설화에서는 최초로 말한 자가 언제나 불리하게 되고

둘째, 셋째로 진전함에 따라 유리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것은 나이 자랑의 의도가 어른 대접을 받고자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경쟁 심리를 일으켜 이미 말한 상태보다

더 이전의 상태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상상력을 동원한 지혜와 지략이 산출되며,

그것은 모두 비현실적인 과장된 사실들이다.

여기에서 웃음이 유발될 소지가 있다.

이 설화는 어리석어 보이는 자가

실제로는 지혜롭다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이 설화는 고전소설 〈두껍전〉을 비롯한 동물우화소설 중에서

특히 쟁장형(爭長型) 소설들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참고문헌≫ 朝鮮民族說話의 硏究(孫晋泰, 乙酉文化社, 1947),

口碑文學槪說(張德順 外, 一潮閣, 1971),

韓國의 民譚(任東權, 瑞文堂, 1979),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8).


3.별주부전

http://tong.nate.com/gaheede/42020908


"내 이름은 자라라 하고 물속 나라에서 의약을 맡아 보는

약방 주부하는 벼슬을 하고 있어 모두들 별 주부라 부른다오.

이제 토 생원을 보니 비록 털끝이 희끗희끗 세고 생원 호칭을 붙였지만

생김새가 작고 몸놀림이 가벼워 나이 먹은 태가 없으니,

앞으로는 점잖은 나를 형님이라 부름이 어떠할꼬?"


별 주부가 짧은 목을 한껏 뽑아 올리고 위엄있게 하는 말에 토 생원 또한

앞발로 몸을 버티고 앉아 뾰족한 입을 삐죽대며 대꾸하였다.


"별 주부의 말도 그럴듯하나 나도 세상에 태어난 지 오래라오.

길고 짧은 것은 대 보아야 안다고, 우선 누가 나이를 더 많이 먹었는지부터

알아보고 나서 형님 동생을 정함이 옳지 않겠소?"


별 주부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눈을 지그시 감아

한참 생각하는 척하다가 대꾸한다.


"아득한 옛날, 땅 위 세상 사람들이 어두운 밤을 무서워한다 하여

옥황상제께서 밤 하늘에 별을 박아 넣으실 때 내가 그 별들을

일일이 은하수 물에 닦아 드리던 생각이 나는도다.

그러니 내 나이가 지금 적어도 수천 살은 될 터이니,

어찌 그대의 형이 되지 못하리오?"


"그때 일이라면 나도 기억이 생생한데,

하늘에 별을 박기 위해 옥황상제께서 딛고 계시던

사다리를 붙잡아 드린 것이 바로 나였도다.

그 때 나는 벌써 코 밑에 흰 수염이 났으니

한갓 물장난 치는 어린애이던 그대보다

서른 살은 더 먹었을 것이로다.

형은커녕 아버지라 하여도 되겠도다."


별주부 역시 지지 않으려고 기를 쓴다.

"그런 말은 그대가 역시 나이 어린 탓에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로다.

사람들도 젊어서는 머리 숱이 많다가

늙으면 빠져 대머리가 되는 법.

나는 그때 이미 수염까지 몽땅 빠진 늙은이라

사다리를 잡는 일은 힘이 들어 못하고 손자들을 도와

물가에서 별이나 닦고 있었던 것이로다."


"산짐승 중에도 남생이나 두꺼비 같은 무리는

날 때부터 수염이 없으니 어찌 그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리오?

그대의 모습이 남생이와 매우 흡사하니 더욱 믿을 수가 없도다."


"그렇게 따진다면, 물 속에 사는 우리 고기 무리 중에도

미꾸라지며 메기며 새우며 허다한 족속들이

태어날 때부터 수염을 달고 있으니

어찌 수염이 있고 없는 것으로 나이를 따질 수 있으리오.

어쨋거나 우리 둘 다 까마득한 옛날에 태아나기는 마찬가지라,

형이 되기도 어렵고 아우 되기도 어렵도다.

그러니 이제부터 동갑내기 친구로 지냄이 어떠한가?"


"나 또한 그러기를 바라노라."



4.박동진 창 오디오(인터넷 사이트 참조)

http://blog.daum.net/chks3137/7078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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