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7화 - 세 사람의 소원 (三者所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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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소년이 함께 이야기를 하던 중

각자 후생(後生)의 소원에 대해서 말하기로 했다.

 

먼저 한 소년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후생에 명창(名唱)으로 태어나,

위로는 정승 판서로부터

아래로는 시정잡배에 이르기까지

애간장을 녹여 내 손안에 놀게 하고,

사치와 향락을 마음대로 하여

이름을 일국(一國)에 날린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또 다른 소년이 말했다.

"나는 후생에 원하기를

솔개가 되어

푸른 하늘을 마음껏 높이 날며

사방을 유람하고,

혹시 명가(名家)의 예쁜 여종이

고기 광주리를 이고 가는 것이라도 보면

가볍게 날아 내려가서

그 고기를 가로채어

다시 높이 날고 싶다.

그러면 그 예쁜 여종이 크게 놀라

어머니를 부르다가

나를 우러러 보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그런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통쾌하겠는가!"

 

그러자 남은 한 소년이 말했다.

"나는 후생에 돼지가 되고자 한다" 고 하니

두 소년이 웃으면서,

"이건 정말 별다른 소원이다.

그 이유가 뭐냐?" 하고

물었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소원을 말했던 소년이,

"돼지새끼는 태어난 지 불과 대여섯 달이면

충분히 색(色)을 알게 되기 때문에

그것이 소원이다." 하고 말하니,

 

듣고 있던 두 소년이 크게 웃었다 한다.

 

고금소총 제26화 - 둘 다 그렇고 그렇다 (甲乙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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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甲)과 을(乙) 두 사람이

옥중에 함께 있으면서 서로 위로하여

먼저 갑이,

"우리가 이렇게 감옥에 들어왔으니

그 들어온 연유가 별다른 것이 아닌 듯한데

당신은 무슨 죄로 이렇게 되었소?" 하고

물으니

을이 대답하기를,

"나는 엎드려 잠을 자다가 이렇게 되었소." 하기에

갑이,

"아니 엎드려 잔 것이 왜 죄가 되오?" 하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을이

"내 배 밑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요." 하고는

 

"당신은 어떤 연고로 여기에 들어왔소?" 하고 물었다.

이에 갑이,

"나는 어떤 밧줄의 끝을 잡고 간 이유로

여기 왔지요." 하고 대답하자

을이,

"아니 밧줄을 잡은 것도 죄가 되오?" 하고 물었다.

이에 갑이,

"밧줄의 끝에 어떤 짐승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요." 라고

대답했다.

 

그런즉 갑은 남의 소를 훔치다가 절도죄로 붙잡혀 들어온 것이고,

을은 남의 아내와 놀아나다 간통죄로 붙잡혀 들어온 것이었더라.

 

 

고금소총 제25화 - 모든 것이 내 잘못이요 (皆吾之過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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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인이 있어 글을 잘 알지는 못하나

한번 들으면 꼭 써먹어 보고야 마는데

어느 날 아들이

"오늘밤 몇몇 친구들이 모이게 되었은즉

그냥 보내기가 뭣하니 간단한 주안상을 마련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부인은 아들이 부탁한대로 주안상을 갖추어 내놓고

창밖에서 우연히 아들 친구들의 취중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그리고 이튿날 딸도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아들에게 물었다.

"어제밤 창밖에서 우연히 너희들이 문자 쓰는 것을 듣게 되었는데

모두들 유식하여 들을 만하던데,

용두질, 비력질, 요분질 등에 이르러서는

그 문자의 뜻을 알 수가 없더라.

그것들은 어디에다 쓰는 말들이냐?"

대체로 용두질이라 함은 수음(手淫)을 말하며,

비력질이라 함은 남자들끼리의 교합을 말함이요,

요분질이라 함은 남녀의 교합시

여자가 몸을 움직임을 이르는 말인지라,

아들이 기가 막혀 마땅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다가

할 수 없이 거짓으로 꾸며서,

"용두질 비력질은 친구들끼리

담배를 피우거나 노름을 할 때 쓰는 말이며,

요분질은 바느질을 이를 때 쓰는 말입니다." 하고 둘러대었다.

 

아들의 말을 들은 부인은 그런 줄로만 알고 있던 중,

딸이 출가한 후 사위와 함께 인사차 찾아왔다.

부인은 상을 잘 차려내어 대접하고 나서 사위에게 일러 말하기를,

"사랑방에 나가 처남과 더불어 용두질 비력질을 하면서

종일 잘 놀다 가게나." 하였다.

그러자 딸이 나서면서

"그러면 그 사이에 비록 이렇다 할 솜씨는 없으나

어머니 대신에 요분질만은 제가 능히 해드리고 가겠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사위가 듣고 보니 해괴망측한지라

묵묵히 듣고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를 친정으로 쫓아 버렸다.

딸이 왜 쫓겨 왔는지 그 연유를 알 수 없던 차에

아들이 짚이는 데가 있어 어머니에게,

"어제 매부가 왔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요?" 하고 여쭈니,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을 뿐 다른 말은 없었느니라." 라고 대답하였다.

 

아들이 듣고 보니 참으로 낭패스럽게 되었는지라

매부를 찾아가서,

"이번 일은 여차여차 모두 나의 과실이지

어머니나 누이의 잘못이 아니니 부디 마음에 두지 마시게"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오해가 풀린 매부는 크게 웃으며

곧 가마를 보내어 아내를 데려갔다 한다.

 

 

• 고금소총 제24화 -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다 (知犯者何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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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장년, 그리고 노인이 함께 동행하다가

남편이 출타하고 없는

어떤 촌가(村家)에서 자게 되었는데,

장년이 그 집 부인의 반반한 얼굴에 반하여

캄캄한 밤중에 몰래 주인 방에 침입하여

잠시 잠자리를 같이 하고

객방(客房)으로 되돌아 왔다.

다음날 새벽에 귀가한 남편은

행동이 이상한 아내를 다그쳐

간통한 사실을 자백 받았으나

누구와 간통하였는지 알 수가 없어

세 나그네를 모두 관가에 고발하였다.

 

그런데 사또 또한 진범을 가려내지 못하고

퇴청하여 자기 부인과 상의하자

부인이 말하기를,

"그런 일이 뭐 그렇게 어렵겠습니까?

내일은 그 여인에게 이렇게 물어 보십시오.

몸을 섞을 때에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더냐,

쇠망치로 내려치는 것 같더냐,

아니면 삶은 가지가 들어오는 것 같더냐

하고 물으시면 될 것입니다" 하니,

 

그러자 사또가

"그것으로써 어떻게 진범을 구별할 수 있소?" 하고

물었다.

이에 부인은

"만약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으면 소년이고,

쇠망치로 내려치는 것 같았으면 장년이요,

삶은 가지를 들이미는 것 같았으면

반드시 노인일 것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다음날 사또가 간통한 여인에게

부인이 일러준 말대로 물으니

여인이

"쇠망치로 내리치는 것 같았습니다." 라고

대답하는지라,

장년 나그네를 불러 엄하게 문초하여 보니

과연 자기가 간통하였다는 자백을 받아내어

진범을 가리게 되었다.

 

이에 사또는

자기 부인이 진범을 가려낸 것이 괴이쩍어

퇴청한 후에 부인에게 그 까닭을 묻자,

"우리의 경우도 그렇지 않았습니까?

당신과 소년시절 처음 혼인했을 때에는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더니,

장년이 되어서는 쇠망치로 내리치는 것 같았고,

노경(老境)에 들어선 지금에 와서는

삶은 가지를 들이미는 것과 같으니

이로써 진범을 짐작하게 된 것입니다." 하고

부인이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대답하니,

사또 역시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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