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qJ8OUxq7svA 

 

 

 고금소총 제298화 - 듣는 건 마음에 달렸다 (聾聽隨意)

 

조선 시대에는 '지가죄인(止家罪人)'이란 것이 있어

백성들이 매우 곤욕을 치렀다.

 

지체 높은 고관이 출입할 때

행차 앞에서 길을 침범하는 사람이나

벌목이 금지된 산에서 나무를 자르는 사람,

그리고 길가에서 남의 물건을 훔치는 좀도둑 등

가벼운 범죄인을 군노나 포졸들이 잡았을 때,

다른 업무 처리가 남아 있어

관청으로 즉시 압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때에는 군노나 포졸들이 그 죄인을 근처 민가에 맡기고,

도망가지 못하게 지키라고 명령하는 것이 '지가 제도(止家制度)'이다.

 

이렇게 죄인을 일단 민가에 맡겨 두었다가,

처리해야 할 업무를 끝낸 다음

군노나 포졸들이 그 집에 와서

다시 죄인을 압송해 가는 제도인데,

죄인을 맡았다가 도망이라도 가게 되면

그 집에서 대신 벌을 받아야 하니,

민가에서는 그 피해가 적지 않았다.

 

한 재상이 멀리 출타를 하면서 가마를 타고 가는데,

앞에서 '길을 비키라'고 소리치는 벽제(僻除)를 계속 외쳤지만,

한 사람이 실수로 피하지 못하고 그만 행차를 침범하여

재상 집 하인들에게 붙잡혔다.

 

그런데 지금 행차를 멈출 수 없으니,

그 사람을 바로 치죄할 겨를이 없었다.

곧 하인들은 이 사람을 근처의 민가에 맡겼는데,

그 집은 팥죽을 쑤어 파는 노파의 집이었다.

 

이에 재상의 행차가 지나간 뒤 

노파는 그 사람에게 말했다.

"당신은 이따가 잡혀 가면 곤장을 맞게 되는데,

가진 돈이 있으면 나에게 뇌물로 주구려.

그러면 내 풀어주리다."

 

이리하여 그 사람은주머니의 돈을 모두 털어 주니,

노파는 그 사람을 풀어 주며 달아나라고 했다.

 

그리고 노파는 태연히 팥죽을 팔고 있었다.

얼마 후 그 재상 댁 하인들이 나타나서는

맡겨 놓은 죄인이 없자

화를 내면서 노파에게 소리쳐 물었다.

 

"맡겨 놓은 지가 죄인은 어디로 갔느냐? 죄인을 내놓아라!"

"아, 팥죽을 사먹겠다고요? 몇 그릇을 드릴까요?"

노파는 귀가 들리지 않는 귀머거리 행세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죄인을 내놓으라고 호통을 치는 소리를

팥죽 사먹겠다는 말로 알아들은 척 꾸며서 한 말이었다.

 

이에 하인들은,

"팥죽이 아니라 지가죄인(止家罪人) 말이야, 지가 죄인!"

하고 더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노파는 조금 들린다는 듯,

이렇게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아, 우리 집은 남자들이 없고,

특히 '지가(池哥)' 성을 가진 사람도 없답니다.

그런 사람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이렇게 귀머거리 행세를 하면서

죄인을 맡고 있으라 한 말을 전혀 듣지 못한 것처럼 행동하니,

하인들은 이 노파를 재상 집 집사 앞으로 끌고 가서

사실을 고했다.

 

하인들의 보고를 받은 집사가 소리를 높여 노파에게 물었다.

"너는 왜 잡고 있으라는 죄인을 마음대로 놓아 보냈느냐?"

"예, 나리! 쇤네는 나이 80세로 아무 것도 모릅니다."

 

"너는 왜 묻는 말에 대답은 않고 횡설수설하느냐?"

"아, 나리! 쇤네는 오로지 팥죽을 팔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파가 이같이 들리지 않는 척 하니,

집사는 화가 나서 죄인을 맡겼던 그 하인을 엎어 놓고

곤장을 치면서 말했다.

"길가에 허다한 집들이 있는데, 하필 귀머거리 노파의 집에다

죄인을 맡겼단 말이냐? 네가 대신 곤장을 맞아라!"

 

이러고 집사는 모두들 물러가라고 명령했다.

노파가 풀려 나오니 노파를 따라갔던 이웃 사람들이 물었다.

 

"할멈은 어찌 저 죄 없는 하인에게 곤장을 맞게 합니까?"

"아, 젊은 사람은 곤장 몇 대 맞아 봐야 아프지도 않다우."

 

이 때 곤장을 맞고 엉덩이를 만지면서 밖으로 나오던 하인이,

귀머거리 행세를 한 노파의 말을 듣고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눈을 부릅뜨면서 소리쳤다.

 

"할멈은 지금까지 줄곧 귀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굴더니,

지금은 어떻게 말소리가 들리오? 그 무슨 조화요?"

 

"내 귀는 말이지, 매우 신통해서

듣지 않아야 할 때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들어야 할 때는 분명하게 잘 들린단 말이야.

그리고 남의 귀가 들리고 안 들리는 것을 왜 시비하는가?"

 

이러고 노파가 홱 돌아서 가버리니,

보는 사람들이 모두 머리를 흔들면서 무서워하고 미워하더라.

 

 

 

https://kydong77.tistory.com/15611

 

제298화 - 듣는 건 마음에 달렸다 (聾聽隨意)

• 고금소총 제298화 - 듣는 건 마음에 달렸다 (聾聽隨意) 조선 시대에는 '지가죄인(止家罪人)'이란 것이 있어 백성들이 매우 곤욕을 치렀다. 지체 높은 고관이 출입할 때 행차 앞에서 길을 침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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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는 말이지,

매우 신통해서

듣지 않아야 할 때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들어야 할 때는

분명하게 잘 들린단 말이야.

 

https://www.youtube.com/watch?v=BLhpG8_TwV8&list=RDBLhpG8_TwV8&start_radio=1 

 

시편 제 23 편

[다윗의 시]

1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2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3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4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5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6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 1-2절 배경: 유대 땅은 목축업에 적합한 척박한 토양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란 사막지역인 아랍지역과 비교한 상대적 우위의 토질에 대한 표현임.

 

https://www.youtube.com/watch?v=0ntn3Q28BD4 

 

*위 주문(呪文)의 산스크리트어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본토말 : 가떼 가떼 빠라가떼 빠라상가떼 보디 스와하
            가테 가테 파라가테 파라상가테 보디 스와하 <=== 억양을 부드럽게 했을 때

{한자 음역)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한국말 :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영   어 : Gate Gate paragate parasamgate bodhi svaha
 해   석 : 
Gate Gate  
paragate
parasamgate
bodhi svaha

가라. 가라. 
피안으로 건너가라. 
피안으로 완전히 건너가라. 
깨달음에 뿌리를 내려라.

 

[첨언]

[다냐타]....... "그리고" 혹은 "그리하여"라는 뜻이다.
[옴]...진언마다 나오는 말인데 "찬탄하다" "극찬하다" 등의 뜻이다.

[아리다라].....관세음보살의 다른 이름이다.
[사바하]....."성취하다" "원만" "이룩하다" 등의 뜻이다.

 

*[옴]은 기독교의 '할렐루야'와 유사하다.

할렐루야(Halleluj(y)ah)는 히브리어 단어인 הַלְּלוּיָהּ 의 음차(표준 히브리어: Halləluya, 티베리 히브리어: Halləlûyāh)인데, 이 단어는 '찬양하다', '영광스럽게 하다', '부르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동사의 2인칭 복수 명령형인 הַלְּלוּ(hallelu)와 'YHWH'의 축약형인 יָהּ(Yah)의 합성단어이다. "'Yah'를 찬양하라"로 직역할 수 있다.

라틴어 형태인 알렐루야(Alleluia)는 또 다시 그리스어의 음차인 알릴루이아(Αλληλούια)에서 유래했다. 

그리스어의 알파벳에는 'h'에 해당하는 문자가 없어서 'ἁ'를 사용한다.

영어권 성경에서는 할렐루야를 주로 "Praise (ye) the LORD."로 번역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NGt0gjFT6P8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21185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티스토리]

 

대선여론조사&박근혜전대통령 사면/옴 아모까 살바다라 사다야 시베 훔(3회)

https://www.youtube.com/watch?v=hxr0T1kQJ-s 소원성취진언 (所願成就眞言) 소원하는 바가 원만히 성취되기를 바라는 진언(眞言} 「옴 아모까 살바다라 사다야 시베 훔」 (세번) https://www.youtube.com/watch..

kydong77.tistory.com

 

 

https://www.youtube.com/watch?v=AcFqfsLNcb0

 

 

 

고금소총 제622- 백문선의 뒷 일 보기 (文先放糞)

 

백문선이 하루는 종로 거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뒤가 마려웠다.

그래서 어디 뒷일 볼 만한 데가 없을까 하고 두리번거리니,

마침 거리 모퉁이에서 왕골자리를 팔고 있는 상인이 눈에 띄었다.

'옳거니, 저 자리 장수를 이용하면 일을 볼 수 있겠구먼.'

이렇게 생각한 백문선은 그 상인 앞으로 나아갔다.

"이보시오, 자리 폭이 좀 넓은 것도 있습니까?"

"아, 있지요. 여기서 찾아보면 얼마든지 넓은 것을 고를 수 있답니다.

어디 하나 골라 보시겠습니까?"

"아, 그렇군요.

그런데 이 자리를 둥글게 말아 세워서 그 안에 들어앉았을 때,

내 갓이 밖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라야 합니다.

그런 것이 있을까요?"

"물론 있지요. 내가 한번 둥글게 말아 세워볼 테니,

안에 들어가 앉아 보겠습니까? 

이렇게 하면 들어갈 수 있지요?"

상인은 자리 하나를 둥글게 말아 세우면서,

그 안에 들어가 앉아 보라고 했다.

곧 백문선은 그 자리 안에 들어가 앉아 일을 보면서 상인을 불러 말했다.

"내가 이 자리의 치수를 재서 방에 맞춰 봐야겠으니,

막대기 하나만 찾아다 주시오."

상인이 근처에 있는 나무 막대기 한 토막을 주워서 넣어 주자,

백문선은 얼른 일을 보고 그 막대기를 욕목(浴木)1)으로 삼아

밑을 닦은 뒤 일어서서 나왔다.

1)욕목(浴木) : 밑씻개.

옛날에는 뒤를 보고 난 후 밑을 닦을 종이가 없었으므로, 나무 막대기를 대고 돌리면서 닦았음.

이 막대기를 측목(厠木) 또는 욕목이라 하였음.

 

그리고는 조금 멀리 걸어 나와 상인에게 물었다.

"이봐요, 자리 주인! 이 지역은 중부자내(中部字內)입니까?

서부자내(西部字內)입니까?"2)

2)서울을 몇 개 지역으로 나누어 병영에서 경비를 맡았었는데, 그렇게 구분한 경비 구역을 '자내'라고 했음.

 

"이보시오, 손님! 자리를 사는데 '자내'는 왜 묻는 게요?'

상인은 엉뚱한 질문에 짜증스러워하면서 되묻는 것이었다.

이에 백문선은 의젓하게 말했다.

"아, 다름이 아니고 이렇게 불결해서야

어찌 왕골자리 장사를 하겠소?

속히 관할 병영의 관원을 불러다가, 

저 안에 있는 불결한 것을 치우도록 하시오.

나는 갑니다."

그리하여 둥글게 세워진 자리 안을 들여다보자

대변이 있기에 화를 내고 돌아보니,

백문선은 벌써 저만치 가고 있었다.

상인은 속은 것이 분해 화를 참지 못했더라 한다.

 

고금소총 제621- 관원을 속이는 백문선 (文先挾糟)

조선 순조 연간에

도감포수(都監砲手)인 백문선(白文先)은,

계책을 꾸며 사람을 잘 속이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당시 백문선에게 걸리면

속지 않은 사람이 없어

모두 그를 피하면서,

어떤 일이든 걸려들지 않으려고

무척 조심을 했다.

한편, 백문선은

교묘히 법을 피하기 때문에

큰 죄를 짓지 않아

포도청에 잡혀 들어가는 일도 없었다.

 

당시 남대문 근처에 사는

한 민가에서 몰래 소를 잡아,

은밀히 쇠고기를

팔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이 한 번은 소를 한 마리 잡아

밤중에 몰래 집으로 싣고 들어왔는데,

누군가 이 사실을 알고

관가에 밀고했다.

그리하여 포졸 몇 명이

이 사람 집 근처에 숨어서는,

쇠고기를 사 가지고

나가는 사람을 잡아

증거를 확보하려고

대문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편, 이 집에서도

은밀히 쇠고기를 팔고 있는지라

항시 사람을 시켜 감시하고 있었으니,

포졸들이 근처에 숨어

대문을 엿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몰래 사러 오는 사람들에게

고기를 팔지 못했고,

주인은 날짜가 지날수록

고기가 상할까 하여 마음을 졸였다.

곧 이 사람은 좋은 계책을

마련해야겠다 생각하고는,

도감포수 백문선을 찾아가 상의했다.

"이런 사정이 있으니,

당신이 무슨 수를 써서

내가 밀도살의 죄를 면하게 해주면

쇠고기를 많이 줄 것이며,

사례 또한 후히 하겠소.

어떤 계책을 강구해 보기 바라오."

이 제의에 백문선은

선뜻 허락하고,

이 사람을 따라 그 집으로 갔다.

그리고 일부러 사람들 눈에 띄도록

드러나게 그 집으로 들어갔다가,

한참 만에 기름을 입힌

유지(油紙)에 술지거미를 포장하여1)

마치 쇠고기를 싼 것처럼 보이며

겨드랑이에 끼었다.

1)당시에는 쇠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기름기가 있는 고기는 유지에 쌌음.

그런 다음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에 대문을 감시하던 포졸들이

겨드랑이에 낀 꾸러미가

쇠고기인 줄 알고,

재빨리 그 뒤를 쫓았다.

백문선은 원래 도감포수라

달리기를 잘했다.

쫓아오는 포졸들과의 거리를

적당히 조절해 가며 유인하여,

뒤를 돌아보면서

남대문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는 반송지(盤松池)에 이르러

연못을 끼고 달리니,

포졸들 역시 계속 따라왔다.

이 때 백문선이 보니

연못에 살얼음이 얼어 있어,

살짝 밟고 뛰어

못 안에 있는 작은 섬으로 건너갔다.

이에 따르던 포졸들도 얼음을 밟으니

금방 꺼질 듯하여 건너가지 못한 채

바라보고만 서서

빨리 건너오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백문선은

그대로 섬에 서 있으니,

포졸들은 할 수 없이

신을 벗고는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속을 걸어 섬으로 건너갔다.

그리고는 백문선을 붙잡아

겨드랑이에 끼고 있는

유지 뭉치를 빼앗아 펴보니,

그것은 쇠고기가 아니라

술지거미였다.

이에 포졸들은

실망하여 투덜대면서,

"아니, 쇠고기가 아니고

술지거미잖아?

그런데 왜 이것을 가지고

그렇게 달려왔단 말이냐?"

이 말에 백문선은

시치미를 딱 떼고

이렇게 대답했다.

"쇠고기라니요?

그러면 당신들은

금도(禁屠)2) 단속

포졸들이란 말이요?

2)금도(禁屠) : 밀도살 금지

나는 또 금주(禁酒)

단속을 하는 줄 알고

열심히 달아났지요.

괜한 고생만 했구먼요."

이에 포졸들은 허탈해 했고,

밀도살을 한 사람은

그 사이 집에 있던 쇠고기를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 놓았다.

대체로 백문선의 사기 행각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더라 한다.

 

고금소총 제620- 겁탈하려다 봉변을 당하다 (毆打家長)

어느 마을에 한 선비가 제법 부유하게 살고 있었다.

그 선비 집 이웃에는 포수가 살고 있었는데,

포수 아내가 매우 참하고 고운지라

선비가 늘 마음에 두고 한번 접근하여

정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선비가 포수 아내를 대할 때마다 항상 눈길을 주곤 하니,

포수 아내도 눈치를 채고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다.

이에 포수 역시 선비의 행동을 살펴보아,

그 음흉한 마음을 알고는 좀처럼 집을 비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선비는 포수에게 물었다.
"자네는 왜 근래 사냥갈 생각을 않는고?"

"아, 선비어른! 사냥을 가려면 여비가 많이 있어야 하는데,

그 돈을 마련할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못 간답니다."

포수는 선비가 자신을 사냥하러 보내 놓고 자기 아내에게 접근하려는 그 음흉한 심보를 알고 있어,

슬쩍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여비가 없어 못 간다는 말에 선비는 다시 물었다.

"이 사람아! 한번 사냥에 경비는 얼마나 드는고?"

"예, 선비어른. 경비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요.

하지만 아무리 적게 든다고 해도 10냥은 있어야 한답니다."

"10냥이나 든다고?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든단 말이지?"

"예, 사냥을 가게 되면 여러 날 먹고 지내야 하는 경비도 물론 많이 들지만,

산신제(山神祭)도 정성껏 지내야 하거든요."

"그러면 말일세. 내 그 돈 10냥을 줄 테니,

사냥을 가서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짐승을 잡아 오게나.

그래서 그 짐승들을 나하고 반반씩 나누도록 하세. 그러면 되겠지."

선비는 이와 같이 말하면서 돈 10냥을 포수에게 건네는 것이었다.

 

이에 포수는 선비의 마음을 알기에, 그 돈 10냥을 받아가지고

아내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 선비가 당신에게 마음이 있어, 날더러 사냥을 가라고 돈 10냥을 주었소.

내 짐짓 사냥하러 가는 것처럼 떠날 테니, 당신은 여차여차하면서 유혹하기 바라오."

이렇게 아내와 약속한 포수는 사냥 도구를 갖추고

선비에게 가서 떠난다는 작별 인사를 했다.

"선비어른! 소인이 오늘 사냥 길에 오릅니다.

소인이 떠나고 나면 아내 혼자 집에 있으니 수시로 돌봐 주소서."

"이 사람, 그런 걱정일랑 하지 말고 잘 다녀오게나."

이렇게 포수가 인사를 하고 떠나니,

 

그 날 저녁 선비는 긴 담뱃대를 물고 어슬렁어슬렁 포수 집에 나타났다.

"오늘 남편도 사냥하러 떠났으니, 독수공방에 적적할 것 같아 내 이렇게 찾아왔다네.

혼자 외롭지 아니한가?"

"예, 선비어른! 선비어른 같은 분이 옆에 있어 주신다면 적적하지 않고

너무나 좋을 것 같습니다. 어서 방으로 올라오십시오."

포수 아내는 선비에게 아양을 떠는 척하며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 부드러운 말로 잘 응대해 주니,

선비는 슬그머니 손을 잡고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이에 포수 아내도 적당히 응해 주자,

선비는 이 여인이 정말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곧 선비가 끌어안고 옷을 벗기려 하자,

포수 아내는 좋아하는 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비어른, 저기 있는 탈을 얼굴에 쓰지 않으시면

소인은 옷을 벗을 수가 없습니다. 저 탈을 얼굴에 써보시겠습니까?"

"탈이라니? 그 탈이 어떤 것인데, 왜 쓰라고 하는고?"

곧 포수 아내는 일어나서 시렁 위에 얹혀 있는 탈을 내려 선비에게 보여 주었다.

탈을 살펴본 선비가 이것을 쓰면 무엇이 좋으냐고 묻자, 포수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비어른, 소인의 남편이 소인과 잠자리를 할 때면 늘 이 탈을 쓴답니다.

그리되면 정감이 두 배로 높아지고 너무나 좋거든요. 그래서 쓰시라는 겁니다."

"자네 말대로라면 내 안 쓸 수가 없구먼.

어떻게 쓰는 것인지 자네가 한번 내 얼굴에 씌워 봐주게."

선비는 이와 같이 말하면서 얼굴을 내밀었다.

곧 포수 아내는 선비의 얼굴에 탈을 대고, 거기 달린 끈으로

풀어지지 않게 머리 뒤쪽에서 단단히 동여맸다.

그런 다음 포수 아내는 선비의 옷을 벗기는 척하고 장난을 치면서 시간을 끌고 있었다.

 

바로 그 때였다.

뒤 뜰에서 마치 우뢰가 치듯 큰 고함 소리가 들리는데,

"어떤 놈이 남의 집에 침입하여 내 아내를 겁탈하려 하느냐?

이런 놈은 당장 잡아 죽여야 한다. 어디 보자!

어떤 놈이냐?" 하면서 막대기로 벽과 창틀을 두드리며

앞으로 돌아와, 방문을 박차고 들이닥치는 것이었다.

이 때 선비는 얼굴의 탈을 벗으려 했지만, 워낙 단단히 묶여 있어 벗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탈을 쓴 채 피해 달아나 얼른 자기 집으로 들어가니,

포수는 따라오면서 일부러 큰소리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도적놈이 선비 집으로 숨어 들어갔다.

동네 사람들!

도적놈이 선비 집으로 들어갔으니 속히 나와 잡으시오!" 하면서

선비 집으로 따라 들어가니,

동네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우르르 달려왔다.

선비 집 식구들도 도적이 자기 집으로 들어왔다는 소리에 문을 열고 나와서는,

몽둥이를 들고 사방을 찾아 헤맸다.

이 때 선비는 뜰 옆 모퉁이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는데,

마침내 사람들이 발견하고는 덤벼들어 마구 때렸다.

 

선비는 몽둥이로 얻어맞고 발로 채이면서,

"나요, 나. 나란 말이요! 때리지 마시오. 나요, 나라고!"

하며 소리쳤지만, 그 소리만으로는 분간하지 못하고

식구들까지 합세하여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그 사이 탈을 묶은 끈이 떨어져 벗겨지면서 선비의 얼굴이 드러나자,

집안사람들이 놀라 부축해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러자 동네사람들도 선비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쑥덕거리면서 모두 물러갔다.

이후로 선비는 부끄러워 문밖출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포수에게 준 돈도 감히 돌려 달라고 하지 못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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