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615- 신이 붙은 송이버섯 (松茸接神)

[변형]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덕거동(德巨動)'

고금소총 제329- 귀신의 방망이가 괴상하게 변하다 (鬼棒變怪)

 

어느 마을에 한 젊은 부인이 갑자기 남편이 죽어 과부가 되었다.

그런데 집에서 부리던 여종도 나이는 많지 않은데

갑자기 남편이 죽어 역시 과부가 되었다.

하루는 부인이 여종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나는 양반 가문에서 자라 수절을 하지만,

너는 천한 몸으로 무엇 때문에 수절을 하느냐?

좋은 곳으로 개가함이 마땅하니라."

"마님, 모시는 주인이 과부로 혼자 사는데

어찌 소인 혼자 재혼하여 잠자리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겠습니까?

소인도 평생 혼자 살면서 받들겠사옵니다."

"오, 그거 정말 기특한 말이로다. 고마운 일이로다."

이러고 사는 동안 중추가절이 다가왔다.

그리하여 밤에 송이버섯 장수가 와서 송이를 사라고 외치니,

부인은 여종을 시켜 제일 크고 좋은 것으로 서너 개를 가져와 보라고 일렀다.

그러자 여종이 큼지막한 송이버섯 서너 개를 들고 왔는데 

정말 크고 좋았으며, 흡사 남자의 양근처럼 보였다.

곧 부인은,

"모두 크고 좋으니 값을 물어 사도록 해라."

하고는 모두 챙겨 두었다.

그러고 나서 부인과 여종이 송이를 앞에 놓고 보니

약속이나 한 듯 남자의 그 물건이 생각나서,

음심(淫心)이 동해 두 다리 사이가 축축해짐을 느꼈다.

그래서 부인은 제일 크고 굵은 것을 집어 들고,

그 다음 큰 것을 여종에게 주면서 서로 눈을 맞추었다.

이심전심으로 부인과 여종은 그것을 사타구니 속으로 깊숙이 밀어 넣어,

흡사 남자들이 진퇴 운동을 하듯 움직이니 

결코 실제 행사 때보다 정감이 덜하지 않았다.

부인과 여종은 이 물건의 이름을 '덕거동(德巨動)'이라 붙이고,

시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춘정이 동할 때마다 내려서 욕정을 푸는데,

그럴 때면 늘 그 이름인 덕거동을 부르곤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덕거동'이란 말만 하면,

이 놈이 자동으로 펄쩍 뛰어내려 그 깊숙한 위치를 찾아 들어가

손을 대지 않아도 힘차게 운동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부인과 여종은 일단 이름만 불러 놓고 가만히 누워 있으면,

힘들이지 않고 즐거움을 맛볼 수가 있어 좋았다.

 

그 때 체 장수가 왔다.

새 체를 팔 뿐만 아니라, 망이 상하여 못쓰게 된 체도

수리하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이에 부인은 여종을 시켜 집에 있는 체들은 모두 내다 주고

수리를 맡기라고 했다.

그리고 체 장수가 마당에서 수리하는 모습을 가만히 내다보려니,

그 남자의 건장한 모습에 슬그머니 춘심이 동했다.

곧 부인과 여종은 함께 문을 닫고 '덕거동아' 하고 부르니,

그것이 뛰어 내려와서 한바탕 해주는 것이었다.

 

이 때 체 장수가 수리를 끝내고 돈을 받기 위해 부르는데도

방안에서는 기척이 없었다.

그런데 체 장수는 조금 전 방안에서 '덕거동아'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기에

그것이 아이의 이름인 줄 알았다.

한동안 그렇게 서 있어도 방안에서 내다보지 않자,

체 장수는 방안을 향해 '덕거동아' 하고 크게 불렀다.

그러자 어떤 물건이 팔딱 뛰어 나오더니 그에게 덤벼들어 눕히고는,

바지 사이로 들어가서 항문에 대고 절굿공이를 치듯 하는데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곧 체 장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체를 수리한 삯도 받지 않고

몸만 겨우 도망쳐 나왔다.

 

이 체장수가 돌아다니다가 친구 체 장수를 만났다.

그래서 어느 집에 들어가 체를 수리해 주고,

괴상한 물건 때문에 수리비도 못 받았다고 투덜댔다.

이에 친구 체 장수는 그런 일이 어디 있느냐면서

믿으려 들지 않았다.

화가 난 체 장수는 친구 체장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그 집에 가서 '덕거동아' 하고 외쳐 보게.

그래서 아무 일 없으면 내가 체 수리해 준 삯을

자네가 받아 써도 좋네."

 

친구 체 장수는 호기심이 생겨 그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대문에 서서 '덕거동아' 하고 크게 외쳤다.

그러자 이상하게 생긴 물건이 방안에서 톡 튀어 나오더니

곧바로 덤벼들어 눕히고는 바지 속으로 들어가

항문을 찾아서는절굿공이질을 하는 것이었다.

친구 체 장수가 아픔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치며 달려나오니,

저만치서 엿보고 있던 체 장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 보게! 그렇게 지독한 것이 아니라면,

내가 왜 자네에게 수리비를 받아쓰라고 했겠나.

혼나 보니 알겠지?"

그리고는 손가락질을 하면서 웃었더라 한다.

 

 

고금소총 제614- 영험 있는 소경의 점괘 (神卜奇驗)

옛날에 한 선비가 나이 서른이 넘어 아들 하나를 낳아 애지중지 길렀다.

이 아이가 예닐곱 살이 되니 미모가 출중하여 보는 사람들 모두 칭찬이 자자했다.

하루는 맹인 점장이가 왔기에아이의 장래 화복을 물으니,

맹인은 점을 쳐보고서 크게 걱정했다.

"이 아이는 15세가 넘으면 크게 귀한 몸이 되는데,

그 안에 장가를 들어 횡사(橫死)할 액운이 있으니 조심해야 되겠소."

이 말을 들은 선비는 크게 놀라 맹인에게 매달렸다.

"아니 크게 귀한 몸이 된다면서 횡사를 한다니 무슨 괘가 그렇습니까?

어떻게 하면 그 횡액을 면할 수 있겠는지요?"

"어디 한번 봅시다. 그렇지, 액을 면할 수가 있겠군요.

천기(天機)를 누설해서는 안 되지만 선비의 처지가 몹시 딱하고,

훌륭한 인물이 될 아이인데 또한 가엾은 일이니 내 방법을 알려 드리리다.

이 아이가 장가를 가게 되면, 비록 사흘 동안이라도 신부와 잠을 자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조석(朝夕)의 식사를 비롯한 어떤 음식도 처가의 것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합니다.

다만, 처갓집을 들랑날랑 왕래만 한다면 자연히 재앙은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맹인은 이렇게 일러 주고는 그림이 그려진 종이 한 장을 주면서,

단단히 봉해 절대로 열어 보지 말고 간직했다가

아주 위급한 일에 처했을 때 보라 하고는 떠나갔다.

세월이 흘러 이 아이가 15세에 이르니, 얼굴이 관옥 같고 출중하여

모두들 흠모하는 당당한 소년이 되어 있었다.

이에 한 중매가 화서 권귀가(權貴家)인 어떤 재상의 딸과 혼인할 것을 권하여 정혼을 하게 되었다.

혼인하는 날, 신랑이 대례를 치른 후 신부 집에서 차려 주는 오찬이며 석반에 손도 대지 않고

한 잔의 물도 마시지 않으니 모두들 이상하게 여겼다.

그리고 첫날밤에도 신부와 자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니 처부모는 크게 의심하고 화를 냈으며,

일가 친척들도 모두 그럴 수 있느냐고 수군거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신부가 있는 처가를 들락거리며 세월을 보낸 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다.

그런데 이 무렵 어느 날 밤, 신부가 칼에 맞아 유혈이 낭자한 채 숨져 있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에 신부 집에서는 온 집안이 통곡했고, 죽인 사람을 알지 못하니,

자연히 왔다갔다 왕래만 하는 신랑을 의심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곧 신랑이 혼례 이후로 처가 음식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더니,

이런 변란을 일으킨 것으로 단정짓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신랑을 관가에 고발하니,

형조에서 이 문제를 심리하기에 이르렀다.

형조판서가 신랑을 잡아들여  꿇여 놓고 문초하기를,

"신랑은 처가에서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며,

또한 신부가 칼에 맞아 죽은 사실이 그 행동과 관계가 없다고 볼 수 없으니

숨김없이 이실 직고할지어다." 

라고 추상 같은 호령으로 엄하게 추궁하는 것이었다.

이에 신랑은 처가에서 숙식을 하지 않은 것은 부친께서 시키신 바 그 까닭은 알 수 없으며,

신부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 더 이상 실토할 것이 없다고 아뢰었다.

이에 형조판서는 바른 말을 하지 않는다면서 형벌 기구를 갖추어 엄하게 형문하려고 했다.

그러자 신랑은 매우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문득 위급할 때 보라고 했던 그 맹인의 그림이 생각나자 종이를 거내 들고 외쳤다.

"형판대감께서는 이 종이를 보시고 처분을 내리소서."

이에 형조판서는 그 종이를 가져오라고 해서 펼쳐 보니,

노란 종이에 개 세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형조판서가 그 그림을 보고 반나절이나 생각한 끝에,

무릎을 탁 치면서 군졸을 불러 이렇게 지시하는 것이었다.

"너희들은 지금 당장 신부 집으로 가서, 집안사람과 모든 아랫사람이며 종들 중에

'황삼술(黃三戌)'이란 이름을 가진 자가 있으면 찾아서 데려오너라."

명령을 받은 군졸들이 신부 집으로 달려가서 집안사람 이름을 일일이 조사하니,

과연 그 집안 일을 주선하는 겸인 중에 황삼술이란 자가 있어 데리고 왔다.

그러자 형조판서는 황삼술을 꿇여 놓고 엄하게 문초했다.

"듣거라! 네 죄는 네가 응당 잘 알 것이니라.

내 다 알고 있으니 일일이 자백하여,

여기 신랑으로 하여금 무고하게 재액을 끼침이 없도록 할지니라.

조금이라도 숨기는 일이 있다가는 형문을 당할 것이니 그리 알아라."

이에 황삼술은 도저히 피할 수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이실 직고하는 것이었다.

"황삼술 아뢰옵니다. 소인이 죽을 죄를 짓고,

어찌 명철하신 형판대감 앞에서 숨김이 있겠나이까?

소인이 오랫동안 그 댁 처자와 은밀히 정을 통하고 있던 중에

마침 혼인이 성사되니,

우리 두 사람은 신랑을 죽이고 먼 곳으로 도망쳐

숨어 살기로 굳게 언약을 하였사옵니다.

그런데 혼례 후 신랑이 처가에서 식사도 하지 않고 잠도 자지 않으니

죽일 방도가 없었사옵니다. 

그러던 차에 신부 또한 지난날 서로 접했던 일은 후회막급이니 없었던 일로 하고,

이제 혼인을 했으니, 이후로는 결코 몸을 허락할 수 없다고 하면서

소인과 접하기를 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연고로 소인이 분함을 참지 못하고 그만 칼로 찔러 죽였사옵니다.

하늘이 벌을 내리시어 형판대감 같은 명철하신 판관을 만나게 하셨으니,

더 이상 아무 것도 숨기는 것이 없사옵니다."


이렇게 순순히 자백하니,

형조판서는 황삼술을 매로 쳐서 죽이라고 명하고 신랑은 위로하여 풀어 주었다.


앞서 노란 종이에 그린 개 세 마리에 대해 형조판서는 종이가 노란색이니 황씨(黃氏)이고,

'술(戌)'은 개를 뜻하니, '황삼술' 이란 사실을 추리해 알아낸 것이었다.

그러니 맹인의 귀신 같은 점괘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신점(神占)이었고,

형조판서의 추리력 또한 뛰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였다.

 

고금소총 제613- 손바닥에 난 병 (內病在吾)

옛날에 병을 잘 고친다고 이름난 의원이 있었는데,

평소에 웃는 일이 없는 것으로도 소문이 나 있었다.

그래서 같은 마을에 사는 짓궂은 총각들이 모여 의논했다.

"그 의원이 평소에 어떤 일에도 웃지 않으니,

우리들 중에서 누구든지 그 의원을 웃기는 사람에게는

모두 돈을 모아 한턱 크게 내기로 하자."

이 말에 일제히 좋다고 동의하니 한 총각이 나서면서,

"너희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그 의원을 웃겨 보겠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에 모두들 거짓말이 아니라고 하면서 약속하니,

이 총각은 반드시 의원을 웃기겠다고 장담했다.

그리하여 집으로 돌아간 총각은 막대기로 손바닥을 계속 문질러 물집이 생기게 한 뒤,

그 손바닥을 고운 천으로 감아 아픈 척하면서 그 의원을 찾아갔다.

이에 의원은 꼿꼿하게 앉아서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

"젊은이는 어디가 아파서 이렇게 찾아왔는고?"

"예, 근래 속병이 매우 심해져서 견디기 어려워 왔습니다."

"속병이라니? 어떤 증세로 속이 아픈지 자세히 말해 보게."

"말로는 뭐라 설명 드리기 어렵습니다만,

속병이 제 몸 겉으로 나서 몹시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속병이 몸 밖으로 나다니 알아듣기가 어렵네. 무슨 장난 같구먼."

"의원님, 아니옵니다. 한번 보소서."

총각은 왼손 손바닥을 감았던 천을 풀어 그 물집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의원은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워 다시 물었다.

"아니, 이건 손바닥이 부르터서 물집이 생긴 게 아닌가?

그런데 무슨 속병이라고 하나?"

"의원님, 들어 보십시오. 저의 집이 가난해 아직 장가를 못 가니,

이 왼손 손바닥으로 항시 제 양근을 문질러서

끓어오르는 정감을 발산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지나쳐 이렇게 물집이 생겨서

그 행위를 못해 가슴 아파하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 속병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주위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폭소를 터뜨리니,

의원도 따라서 크게 웃는 것이었다.

이러고 돌아와 여러 친구들에게 이야기 하니 그들도 역시 크게 웃고는,

함께 돈을 모아 이 총각에게 큰 상을 차려 주었더라 한다.

 

고금소총 제612- 수달 가죽 팔기 (獺耳還賣)

어느 시골에 한 양반이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고 살았는데,

우연히 골짜기 계곡에서

수달 한 마리를 잡았다.

양반은 이 가죽이

비싼 값에 팔린다는

말을 들었기에,

가죽을 벗겨 잘 말려서는

팔기 위해 소문을 냈다.

그러자 한 상인이 와서

사겠다고 하면서 값을 물으니

양반은,

"이 수달 가죽은 매우 값진 것이니

백 냥은 내야 팝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에 상인은 입을 딱 벌리고

더 이상 묻지도 않은 채 가버렸다.

그 뒤에도 몇 사람이 찾아와

사겠다고 흥정을 했으나,

양반은 백 냥이 아니고서는

팔지 않겠다고 하여

번번이 포기하고 욕을 하면서

그냥 돌아갔다.

 

얼마 후 시장에서

수달 가죽 이야기가 나오니,

이 양반에게서

값을 물어 보고 간 상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그 말을 하면서

세상 물정 모르는 양반이라고 비웃었다.

이 때 한 상인이 이런 제의를 했다.

"그 양반이 뭘 모르는 것 같으니,

골탕 한번 먹이는 것이 어떻겠소.

내 묘한 꾀가 하나 떠올랐답니다."

이에 모두 좋다고 찬성하니,

그 상인은 구체적인

계책을 이야기해 주면서

서로 말을 맞추기로 약속했다.

먼저 한 상인이

그 양반을 찾아가서,

좋은 수달 가죽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다면서

한번 보자고 했다.

그래서 양반이

수달 가죽을 들고 나오니

상인은 이모저모 살피면서 칭찬했다.

"정말 신기하구려!

이렇게 좋은 가죽은 처음 보는데요.

진정 훌륭한 보물임에 틀림없습니다.

한데 값은 얼마입니까?"

"아, 꼭 사시겠다면

2백냥에 팔지요."

양반은 상인의 칭찬에

마음이 들떠 값을 두 배로 불렀다.

그러자 상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제의했다.

"그렇게 받아야지요.

그런데 내 지금 돈을

50냥밖에 가져오지 않았으니,

귀 하나를 떼어 50냥에 파십시오.

너무 귀한 가죽이라

그것만이라도 사가려고 그럽니다."

이에 가만히 생각하니

귀 하나에 50냥이면

전체를 떼어서 팔 경우

엄청난 돈이 되어,

수달 가죽 하나로

부자가 될 것 같았다.

그리하여 양반은 쾌히 승낙하고

귀를 떼어 팔았다.

며칠이 지나서 다른 상인이 왔다.

이번에도 역시

좋은 수달 가죽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면서

한번 보기를 청했다.

곧 양반은 한쪽 귀가 없는

수달 가죽을 들고 나와

보여주는 것이었다.

가죽을 살펴본 상인은

눈살을 지푸리면서 말했다.

"애석합니다.

이렇게 좋은

수달 가죽은 처음 보는데,

귀가 하나 없으니

쓸모가 있어야지요.

정말 아깝구려."

하면서 값도 물어보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에 양반은

귀를 떼어 판 것을 후회하면서

화가 나 진정을 못하고 있는데,

마침 귀를 사가지고 간 그 상인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양반은 그 상인을 불러

크게 꾸짖는 것이었다.

"당신은 나를 속여

내 수달 가죽의 귀를 하나 사갔으니,

양반을 속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아시오?

그 귀를 물러주지 않으면

큰 벌을 받을 것이요."

이 말을 들은 상인은

짐짓 황송해 하면서

귀를 도로 내주니,

양반은 받은 돈 50냥을 돌려주었다.

이러고 다시 며칠이 지났다.

 

또 다른 상인이 찾아와

수달 가죽을 사겠다고 했다.

이에 양반은 의기양양하게

귀를 실로 꿰매 붙인

수달 가죽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자 가죽을 이리저리 살피던

상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수달 가죽은

어느 한 부분도 잘린 것은

도로 붙일 수가 없습니다.

이 가죽은 한 푼을 주고도

살 수가 없군요.

전혀 가치 없는 물건이 되었으니

참으로 아깝습니다."

이러면서 수달 가죽을

건네주며 떠나가니,

이 말을 들은 양반은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하여 그 가죽을

상자 속에 넣어 두고

한 여름을 지내고 나자,

가죽에 곰팡이가 피어

털이 모두 빠지고

영영 못 쓰게 되었더라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