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600화 - 한 관장의 색욕 (一縣守承差)
한 고을의 관장이 왕명을 받들어, 이웃 고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밤이 되니 한 아전의 집에 유숙하게 되었는데,
그 아전은 볼일이 있어 밖으로 나가고,
집안에는 아내와 두 딸만 남아 있었다.
그 두 딸 중에 큰딸은 이미 시집을 가서 머리를 올렸고
작은딸은 아직 처녀였는데, 그 얼굴이 매우 예쁘고 고왔다.
이를 본 관장은 마음이 혹하여서,
자신을 따라온 배리(陪吏)에게 어떻게 하면
저 작은딸과 호합하여 정을 나눌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배리는 한 가지 계교를 일러 주었다.
"곧 술상을 차려 자리를 마련하고 부인을 위로한 뒤,
틈을 보아 그 딸을 유인하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관장은 푸짐하게 술상을 차려 초대하니,
부인은 놀라면서 사례를 하고 응하는 것이었다.
이 때 관장이 부인에게 술을 권하면서 조용히 말했다.
"듣자니 두 딸이 있다고 하던데,
가히 참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겠는지요?"
이 말에 부인은 두 딸을 불러 나오게 했다.
이 때 작은딸은 부끄러워하고 거북해 했는데,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이에 관장은 애를 태우면서 술잔을 돌려
작은딸에게 이르렀을 때,
그녀가 술잔을 받아들고 마시는 순간
갑자기 낚아채 침실로 끌고 들어갔다.
이 때 따라간 아전은 뒤에서 도와 안으로 밀어 넣었다.
갑자기 당한 일에 크게 놀란 부인은,
급히 작은딸 앞으로 쫓아가서
그 허리를 잡고 큰딸을 소리쳐 불렀다.
"얘야! 큰일 났다. 속히 와서 도와줘라!"
이에 큰딸이 달려와서 그 어미를 도와 힘껏 잡아당기자
관장이 문득 손을 놓치는데, 그 순간 작은딸은 옷이 찢어지면서
몸을 빼내 겨우 달아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부인은 작은딸을 깊은 골방에 숨겨 놓았다.
이렇게 실패한 관장은 또다시 배리에게 물었다.
"다시 한 번 어떻게 해볼 계책은 없느냐?"
"예, 한 가지 남아 있긴 합니다. 한번 시도해 보시지요."
이렇게 배리는 또 다른 계책을 권했다.
그리하여 관장에게 방안에서 노끈으로
목을 맨 것처럼 꾸미게 한 뒤,
갑자기 크게 놀란 척하면서 소리쳤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습니까? 어찌 목을 다 매셨습니까?"
이 소리에 부인이 달려 나오니, 배리는 곧 꾸짖어 말했다.
"사또께서 간밤에 너희 모녀와 소란을 피운 일로 이런 변이 생겼으니,
이는 모두 네 집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라.
따라서 네가 속히 우리 사또의 목숨을 구해 내지 못한다면,
살인죄로 일문이 멸족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배리의 엄포에 겁을 먹은 부인은 어찌할 바를 몰라
방법을 묻는 것이었다.
이에 배리는 슬그머니 말했다.
"아직 사또의 기맥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니,
얼른 작은딸을 불러다 그 왕성하고 뜨거운 몸을 붙여 놓으면,
혹시 살아날 수도 있을지 모를 일이로다."
그러자 부인은 이 말을 그대로 믿고 작은딸을 불러내려 하는데,
마침 이 때 늙은 아전인 남편이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에 부인이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자, 다 듣고 난 남편이 말했다.
"율문(律文)에 보면 위협을 가해 죽음으로 몰아넣는 경우 외에,
스스로 목을 매 죽은 것은 죄를 묻지 않게 되어 있소.
하물며 늙은 것이 내 딸을 탐했으니,
1만 번을 죽은들 무슨 상관일까?
게다가 거짓으로 목을 맨 척하고 있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오."
이에 부인은 태도를 바꾸어 관장을 크게 꾸짖으며 말했다.
"개 같은 늙은 것이 만민의 부모인 관장이 되어,
남의 여식을 탐내며 그 속임과 휼계가 이와 같으니,
네가 무슨 면목으로 조정에 나아가겠느냐?
그러니 네가 죽은들 아무 문제도 없고,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을 것이니라."
이러면서 계속 모욕을 주니,
관장은 큰 욕을 당하고 밤중에 몰래 달아나 버렸더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