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604- 탐욕이 지나친 재상 (貪取兩帖)

옛날에 한 재상이 있었는데, 재물에 대한 탐욕이 지나쳐서

지방으로 나가는 관장들에게 많은 뇌물을 요구하곤 했다.

하루는 이 재상이 집에서 한가롭게 앉아 쉬고 있는데,

마침 풍요로운 고을의 관장으로 나가있는 무관(武官) 한 사람이

인사차 방문하자 늘 그랬던 것처럼 슬그머니 말을 던졌다.

"내 근래 집을 한 채 짓는데 자금이 조금 부족하다네.

자네가 어떻게 좀 도와줄 수 없겠는가?

지금 첩지(帖紙)1)를 써주면 사람을 시켜서 찾아오도록 하겠네."

1)첩지(帖紙 : 오늘날의 어음처럼 금액을 적어 주고 뒤에 돈을 찾게 하는 쪽지.

이 말에 관장은 자기 형편에 넘치게 2백냥을 써서 내놓았다.

 

본디 이 재상은 항상 요강을 깨끗이 씻어 말려 방안에 두었는데,

이것은 소변용이 아니라 달리 사용하기 위해 늘 마른 상태로 비워 두었던 것이다.

이에 재상은 이 첩지를 보더니 서운한 표정을 지으면서 똑바로 앉아 말했다.

"내 가까운 사이여서 말을 꺼냈던 것인데,

자네가 나를 이리 박절하게 대접할 줄은 몰랐네.

내 지금 그리 말한 것을 크게 후회하는 터이니 없었던 일로 하게나."

이러면서 그 첩지를 요강 속으로 던져 넣는 것이었다.2)

2)남이 보기에는 그 첩지가 소변에 젖어 파기된 것 같지만,

사실은 요강 속이 말라있으므로 첩지는 그대로 있음.

 

그러자 관장은 당황하여 앞서 그 첩지가 못 쓰게 된 줄로 알고,

새로 4백 냥을 적어 앞으로 내놓았다.

이에 재상은 웃으면서,

"이 정도면 내 약간은 도움이 될 만하구먼."

이라 말하고 그 첩지를 받아 챙기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관장은 인사를 하고 물러 나왔는데,

뒤에 보니 재상은 사람을 보내 앞서 요강에 던져 넣은 2백 냥과

뒤의 4백 냥 첩지를 함께 가지고 와서 6백 냥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더럽다며 침을 뱉으며 재상을 욕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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