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603화 - 자면서 남의 다리 긁기 (痒搔他脚)
어느 마을에 어떤 사람이 살았는데 매우 우둔했다.
하루는 멀리 여행을 하다가 날이 저물어,
주막에 들어가 다른 손님들과 함께 잠을 자게 되었다.
그들은 깊이 잠들어 코를 고는데
이 사람은 잠이 오질 않아 뒤척이다가
간신히 잠이 들려는 찰나,
갑자기 한쪽 다리가 몹시 가려웠다.
그러자 잠결에 날카로운 손톱으로 박박 긁었으나
어쩐 일인지 조금도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에 더욱 힘을 주고 긁어도 여전히 시원하지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옆에서 자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누가 남의 다리를 자꾸 박박 긁어서 아프게 하느냐?"
이 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려 보고서야
그것이 남의 다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자 이 사람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내 다리가 가려워서 힘껏 긁었는데,
도무지 시원하질 않아 이상하다 했더니
그게 당신 다리였구려." 하고 말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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