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99- 고양이 목에서 나는 쉰 소리 (猫兒咽咽)

어떤 사람이

무하(無何)1) 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1)무하(無何 : 무엇인지 모른다는 뜻.

"고양이 목에서

쉰 소리가 나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그러자 군자가 해학적인 설명을 하는데,

그 내용은 이러했다.

옛날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양근이 너무 크고 긴 데다

양도(陽道) 또한 매우 센지라,

아내가 도저히 감당을 못하고

잠자리를 할 때마다 울었다.

그리하여 이 사람은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내 이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는,

아내와 잠자리도 하지 못할 게 아닌가?

그러니 이것을 알맞게 자르는 것이 좋겠다.'

이에 곧 칼을 쥐고

자신의 긴 양근을 잘랐다.

그리고 그 토막을 옆에 두었더니,

고양이가 지나가다가

냉큼 삼켜 버렸다.

이 때 그 사람은 알맞게 자른다고 한 것이,

사실 그만 너무 많이 잘라 버린 것이었다.

이러고 잠자리를 하니

아내는 지금까지

긴 양근으로 호합하던 것에

어느 정도 훈련이 된데다,

남편이 너무 짧게 남기고

잘라 버리는 바람에

도저히 감흥이 일지 않아

만족스럽지 못했다.

"여보, 이렇게 해서는

큰 우물에

작은 돌멩이를 넣는 거나 같으니

다시 붙여 봐야겠습니다.

그 잘라 버린 토막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 여보!

그건 이미 고양이가 먹어 버렸소."

이러면서 옆에 앉아 있는

고양이를 가리켰다.

이에 아내는 크게 실망하면서

급히 고양이를 집어 들고

입을 벌려 보았으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토해 내게 하려고

그 목을 힘껏 누르면서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양근 토막은

나오지 않았고,

고양이는 목이 눌린 채

숨이 막혀 캑캑거리는 것이었다.

이에 아내는 별 수 없이 놓아 주니

그때부터 고양이는

쉰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 후로 태어나는 새끼들도

모두 그런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한 사람이 또 물었다.

"그러면 여자가 소변을 볼 때,

놋숟가락 떨리는

소리가 나는 것은 왜 그런가요?

그 이유도 명쾌히 설명할 수 있습니까?"

이 물음에 그는 웃으면서

역시 해학적으로 설명했다.

옛날에 한 스님이 있었는데,

하루는 사람들로부터

'여인의 옥문(玉門) 맛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 뒤로 이 스님은

그 옥문 맛을 한번 보았으면 하고

늘 소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산속 길을 가고 있는데,

저 앞에 한 여인이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에 스님은 크게 기뻐하면서,

'옳지, 내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저 여자를 만났으니,

그 옥문 맛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구나.'

라는 생각에

걸음을 재촉하여

그 여인을 붙잡아 끌고

숲속으로 들어가니,

여인 또한 크게 거절하지 않고

끌려오는 것이었다.

이에 스님은 여인을 안아 눕힌 뒤

옷을 벗기고 옥문을 열어 살피더니,

바랑을 풀어 숟가락을 꺼냈다.

이 때 여인은 아무도 없는 산속이라

호합 행위를 하려니 생각하면서

은근히 기다리는데,

스님은 시간을 지체하며

바랑 속에서 뭔가를 꺼내기에,

여인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 스님이 혼자 너무 오래 살다 보니,

힘이 없어 약이라도 먹으려나 보다.'

그러나 스님은 그 좋다는 맛을

입으로 확인해 보고 싶어,

여인의 옥문에 숟가락을 넣고

그 안의 물을 떠먹어 보았다.

그런데 맛은커녕

악취가 풍기는 게 이상하기만 했다.

'그것 참 괴이하네.

분명 그 맛이 좋다고 했는데...

혹시 내 숟가락을

너무 얕게 넣어 그런지 모르니,

좀더 깊이 넣어 봐야겠다.

내 기어코 그 좋은 맛을

경험해 봐야 할 텐데...'

이렇게 혼자 생각하면서

숟가락을 옥문 깊이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그 안의 물을 떠내려고

옆으로 돌리는 순간,

숟가락의 목이 부러져

손잡이만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이 때 여인은

기대하던 양근의 접촉은 없고

무슨 막대기만 넣는 것 같더니,

안에서 뭔가

부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자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는

그대로 달아나 버렸다.

 

이렇게 되자

그 숟가락 끝이 옥문 속에 남아,

여인들이 소변을 볼 때마다 그것을 울려

놋숟가락 떨리는 듯한 소리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웃었더라 한다.

 

고금소총 제598- 어느 양반의 행패 (實姓呂耶)

진나라 시황제의 부친 장양왕(莊襄王)이

조나라에 인질로 잡혀 있을 때,

여불위(呂不韋)란 사람의 계책으로

풀려나 귀국했다.

이 인연으로 장양왕은

그를 재상으로 삼았고,

여불위의 사랑하는 여인은

그의 아이를 임신한 채

장양왕에게 바쳐져 아들을 낳았으니,

그가 곧 천하를 통일하는 진시황이다.

그러니까 진시황의 실제 성은

'진씨(秦氏)'가 아니라

'여씨(呂氏)'인 셈이다.

 

한편, 진시황이

중국의 모든 서적들을 불사르고

선비들을 모두 죽이는

'분서갱유(焚書坑儒)'를 행할 때,

그의 장자 부소(扶蘇)가

말리면서 반항했다.

그리고 훗날

진시황이 세상을 떠나고

막내 아들인 호해(胡亥)가

황제가 되었을 때,

진나라는 망하고 말았다.

이러한 관계를 빗대어

욕하는 내용이 바로 다음 이야기다.

 

어느 가난한 선비가 삿갓을 손에 쥐고,

입에는 긴 담뱃대를 문 채

초라한 모습으로

과천(果川)을 향해 떠났다.

그리하여 서빙고(西氷庫)

한강 나루에 이르러

사공을 불러서는

배를 타고 의자에 앉았다.

한데 배가 막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10여 명의 사람들이 나타나

배를 다시 나루에 대게 한 뒤

올라타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말을 탄 3명과

이들을 호위하는

9명의 종들이 함께 타서

오락가락 소란을 떨며

앉아 있는 선비를 한 끝으로 밀어,

말을 타고 온 자에게 내주었다.

이렇게 자리에 앉은 자는

다시 선비를 밀어내고,

말을 타고 온 나머지 두 사람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결국 선비는 물이 고인

바닥에 서게 되어,

두 발이 다 젖고 말았다.

 

이에 화가 난 선비는

그 형세에 밀려 어쩌지는 못하고

그대로 참으면서,

먼저 앉은 사람에게 물었다.

"뜻밖에 이런 자리에서 만나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그런데 존객(尊客)의 성씨는 무엇이며,

옆에 앉은 두 사람은 누구인지요?"

"아, 내 성은 여(呂)가이고,

옆에 앉은 두 사람은 내 아들이외다."

이에 선비는 '여씨'라는 성씨를 가지고,

진나라 시황제의 성씨와 결부시켜

놀려줄 생각으로

슬그머니 이렇게 물었다.

"아, 여씨라고요?

그렇다면 실제 성이 여씨인지요?"

그러자 그 사람의 장자(長者)는

글공부를 했고,

또 짓궂은 사람들로부터

진시황의 이야기와 결부시켜

놀리는 소리를 이미 들은지라

금방 눈치를 채고 화를 내면서,

"당신은 양반이요? 상놈이요?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는 거요?"

라고 욕을 하고

덤벼들어 때리려고 했다.

이 때 다시 선비는

진시황의 장자가

부황(父皇)에게 반항한 사실을 들어

이렇게 말했다.

"아, 그대는

부소(扶蘇)가 난을 일으켰던 것처럼

행동하지는 마시구려."

그러자 이번에는

그의 둘째 아들이 덤벼들어

때리려고 했다.

이에 선비는

다시 진시황의 막내 아들인

호해(胡亥)를 빗대어,

그 한자음이 비슷한 말을

끌어다 붙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 젊은이!

회해1)야, 회해!

1)회해 :우스운 말.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배를 잡고 웃었더라 한다.

 

고금소총 제597- 그것이 마치 유과 맛 같구나 (油餠之味)

한 노파가 나물도 캐고

버섯도 따려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한동안 산나물을 캐다 보니

싸리버섯이 있기에,

일어나서 허리를 꾸부리고

조심스럽게 버섯을 따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노파의 치마가 위로 말려 올라가,

마침 헤어져서

뚫려 있던 바지 밑구멍 사이로

노파의 음호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버섯을 따는 데

정신이 팔린 노파는

그것도 모르는 채 일에만 열중했다.

 

이 때 마침

산에 놀러 왔던

마을의 한 총각이

노파의 음호를 보자,

양근이 발동하여 참기가 어려웠다.

그리하여 살그머니

뒤로 다가간 총각은

노파의 허리를 잡고

그 음호를 향해 힘껏 눌러대니,

양근이 미끄러져

음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젊은 총각의 왕성한 정력이라,

몇 차례 움직였는데도

체액이 쏟아져

얼른 끝내고 뽑아서

달아나 버렸다.

뒷부분이 뿌듯하고

이상하여 허리를 편 노파는

달아나는 총각을 보고서

이렇게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이 강아지 같은 놈아!

내 손자 또래인 네놈이

이렇게 늙은 할미한테

그런 못된 짓을

할 수가 있단 말이냐?"

이에 달아나던 총각이

돌아보며 변명을 했다.

"그게 아닙니다.

나는 그게 쥐구멍인 줄 알고

발로 찼는데,

그만 엄지발가락이

미끄러져 들어간 것뿐이랍니다."

"뭐라고 이놈아!

내 비록 늙었으나

어찌 그 맛을 모른단 말이냐?

내 어찌 오이와 양근이

들어갔을 때의 맛과 ,

태평소(太平蕭)와 말의 음경이

들어갔을 때의 맛을

구별하지 못한단 말이냐?

어찌 네 엄지발가락이 들어갔다고 하여

지금껏 내 음호 언저리가 뜨뜻하고,

마치 유과를 먹었을 때의 맛처럼

은근하단 말이냐?"

노파는 그 맛을

이와 같이 말하며 꾸짖었더라 한다.

 

고금소총 제596- 오징어 등에 전복 (烏賊負鰒)

'어수신화'의 편찬자 장한종(張漢宗)이

한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1)장한종(張漢宗 : 순조 때 사람.

마침 그 친구는 어디로 외출을 하고,

그의 아들과 조카 등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한담을 나누고 있기에,

들어가서 함께 어울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때 유수관(流水館) 도인(道人)

이씨가 찾아와서

역시 함께 참석해 놀았는데,

친구 아들이 죽순 껍질로 된

둥근 방석을 내놓자

이씨는 그 자리를 깔고 앉았다.

한참 동안 즐겁게 얘기를 나누다가,

이씨는 자신이 깔고 앉은

죽순방석을 만지작거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방석은 시원하고

무늬도 아름다워 좋기는 한데,

튼튼하지 못해 잘 부스러지는 것이

큰 결점이란 말이야."

이러면서 부스러져 튀어나온

죽순 껍질 끄트머리를

잘라 보이는 것이었다.

이에 장한종은 웃으면서 말했다.

"영감님! 천하에 어찌 아무런 결점 없는

진선진미(盡善盡美)한 사물이 있겠습니까?

수박이 비록 달고 시원하여 맛있지만

씨가 많아서 먹기 힘들고,

준치란 생선이 비록 맛은 있지만

뼈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처럼,

일장일단이 있는 게

만물의 원리가 아니겠습니까?

영감님께서는

물렁한 살만 있는 오징어가

딱딱한 전복 껍질을 등에 업고 있어야

비로소 완전하고 좋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러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 날 장한종이

다시 그 집을 방문했더니,

친구가 반갑게 맞이하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말했다.

"자네는 어제 무슨 말 끝에

세상의 초. 충. 어. 해(草蟲魚蟹)를

모두 끌어다 썼다고 하던데,

너무 유식한 체 한 게 아닌가?"

이러면서 손을 잡고 마주보며

크게 웃었더라 한다.

+ Recent posts